최근 수정 시각 : 2022-12-23 11:18:39

교향곡 제4번(슈만)

슈만의 교향곡
교향곡 1번 B플랫장조
"봄"
교향곡 2번 C장조 교향곡 3번 E플랫장조
"라인"
교향곡 4번 D단조


정식 명칭: 교향곡 제4번 D단조 작품 120
(Sinfonie Nr.4 d-moll op.120/Symphony no.4 in D minor, op.120)
슈만 교향곡 4번 :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 필립 헤레베헤 지휘

1. 개요2. 초연과 출판
2.1. 초판과 개정판의 차이2.2. 말러의 4번 교향곡 수정판
3. 곡의 형태
3.1. 1악장3.2. 2악장3.3. 3악장3.4. 4악장

1. 개요

번호 상으로는 슈만의 마지막 교향곡이지만, 사실은 두 번째 교향곡이다. 1번 항목에서도 언급했지만, 슈만은 클라라와 결혼한 지 1년이 되던 1841년에 교향곡 창작에 집중해 무려 세 편의 교향곡을 동시에 작업했다. 하지만 이 중 1번이라는 번호를 부여받고 첫 교향곡으로 기록된 것은 한 곡 뿐이었고, 6월부터 9월까지 약 네 달 동안 작업한 이 곡의 경우 처음 발표했을 때는 교향곡이 아닌 '교향 환상곡(Sinfonische Fantasie)' 이라는 명칭으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슈만은 초연 후 이 곡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는지 오랫동안 재연과 출판을 보류했고, 약 10년 뒤인 1851년에 금관악기 파트를 중심으로 수정을 가하고 악장의 빠르기와 악상 지시를 3번처럼 이탈리아어에서 독일어로 바꾸어 2년 뒤에 재연했다. 다만 곡의 구조 자체는 거의 그대로 유지했고, 덕분에 슈만 교향곡 중 기존 교향곡의 공식에서 가장 많이 벗어난 환상곡 풍의 관현악곡이 되었다.

2. 초연과 출판

'교향 환상곡' 으로 완성된 초판은 1841년 12월 6일에 라이프치히에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는데, 1번 처럼 멘델스존이 지휘할 예정이었지만 건강 상의 이유로 취소하는 바람에 악단 악장(콘서트마스터)이었던 페르디난트 다비트가 대신 지휘했다. 초연 당시 이 교향곡은 기대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교향곡의 작품성보다 연주회의 구성 때문이었다. 이 교향곡 연주 이후 슈만의 부인이었던 클라라 슈만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2중주가 있었는데[1], 청중들은 당연히 슈만의 교향곡보다 당시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두 피아니스트의 듀엣 연주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결국 이 교향곡은 초연 이후 묻혀버렸고 이렇다 할 출판 제의도 받지 못했는데, 슈만 본인도 이 곡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딱히 출판이나 재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슈만은 마음을 고쳐먹고 1851년에 이 교향곡에 대한 개정 작업을 한 뒤 1853년 12월 30일에 뒤셀도르프에서 직접 지휘봉을 잡아 재연했으며 이듬해 출판했다. 슈만 자신은 초판보다 개정판이 더 완성도가 높다고 자평했고 현재도 이 곡의 연주에서는 개정판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개정판은 슈만 사후인 1882년에 미망인 클라라의 편집으로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에서 재간행되었는데, 다만 초판의 경우 여전히 미발표 상태였다. 이 미발표의 이유에 대해 클라라는 브라이트코프판에 직접 작성한 서문을 통해 '온전한 관현악 편곡이 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지만, 1841년에 이미 제대로 된 관현악단과 초연한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었다. 클라라와 함께 슈만 전집 악보를 편집했던 후배 요하네스 브람스는 슈만 부부와 반대로 초판이 더 가치있는 판본이라고 생각하고 초판도 같이 출판하려고 했지만 클라라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브람스는 초판도 온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1889년 10월 22일에 쾰른의 귀르체니히 관현악단이 프란츠 뷜너의 지휘로 초판을 재연했다. 2년 뒤인 1891년에는 브람스와 재연 지휘자 뷜너의 공동 편집으로 공식 출판되었는데, 다만 이 출판본도 온전한 초판은 아니었다. 뷜너는 슈만의 초판 자필보를 원본으로 편집할 것을 제안했지만, 브람스는 개정판에서 더 효과적으로 바뀐 대목을 접붙여 재편집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사실상 초판에 일부 개정판의 요소가 혼입된 짬뽕 판본이 되었다.

20세기 들어 시대연주가 도입되면서 이 곡의 초판 연주나 녹음도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고, 브람스+뷜너 판이 진정한 초판이 아니라는 음악학자들의 비판도 이어지면서 브라이트코프에서도 1980년대에 미국 음악학자이자 슈만 연구가로 유명한 존 핀슨의 편집으로 레알 1841년 초판본을 간행했다. 이후 초판의 연주는 주로 이 브라이트코프 최신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1. 초판과 개정판의 차이

초판과 개정판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이는 초판부터 부각되었던 투티(tutti, 총주) 성향이 개정판에서는 한층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정판에서는 특정 악기의 독주나 금관악기/타악기가 독자적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미 초연때부터 총주 위주의 곡 전개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정작 슈만 본인은 이런 논란을 무시하고 개정판에서는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시켰다.

두 판본의 차이는 특히 1악장과 4악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초판 1악장의 경우 베토벤교향곡 7번의 오프닝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장3화음으로 시작하는데 개정판에서는 화음 대신 유니즌으로 부드럽게 시작한다. 또 곡 중간중간에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한편 개정판의 4악장에서는 저음현에서 1악장의 주제가 종종 등장하면서 악장간의 유기적 관계를 좀더 강화시켰다.

이처럼 개정판에서는 나름의 변화와 개선을 추구했지만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평가받는 부분도 꽤 있는데, 대표적으로 초판 4악장에서 클라리넷 독주로 주제를 제시하고 현의 바이올린 파트가 이를 이어받는 부분을 들 수 있다. 개정판에서는 이 부분에서 클라리넷 독주가 사라지고 대신 관악기군(플룻 + 오보에)과 바이올린이 동시에 연주하는데, 이렇게 되면 관악기만의 음색이 사라지면서 흐름이 훨씬 밋밋해져 버린다. 개정판에서는 이 부분 외에도 초판에 그나마 존재했던 약간의 독주를 거의 모두 더블링이나 현과의 합주로 대치시켰다.

이처럼 초판부터 논란이 되었던 총주 위주의 곡 구성이 개정판에서 오히려 더 심해진 것에 대해 브람스는 개정판을 연주한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가 1841년 초판을 연주했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즉 관현악단의 실력이 떨어진 탓에 실수가 부각되기 쉬운 독주를 집어넣기 어려웠다는 것. 그래서 브람스는 개정판이 오케스트라 수준에 맞추느라 초판에 비해 수준이 하락했기 때문에 초판이 음악적으로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가 초판을 살려야 한다고 고집했던 것이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것.

한편으로 음악계에서는 슈만이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40살을 넘은 1850년대부터는 창작력이 쇠퇴했다는 의견이 (현재까지도)많은데, 이로 인해 1851년의 개정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음악 전문가들도 꽤 있다.

다만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개정판의 연주 난이도가 초판에 비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수준 차이만으로는 슈만이 개정판에서 두텁게 음을 쌓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초판 대비 개정판에서는 상대적으로 악장간의 유기성이 강해지면서 곡의 통일성이 향상되었고 초판에서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다소 부실한 금관악기의 처리가 개정판에서는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등 슈만이 딱히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염두에 두고 개정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2]

최근의 연주 경향은 대체로 개정판의 가치를 인정하는 가운데 초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정판이 창작력의 쇠퇴나 B급 오케스트라의 수준에 맞춘 것이 아니라 나름 슈만 특유의 실험정신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대신 초판은 초판 나름의 매력을 긍정하는 분위기.

이하 각 악장에 대한 설명은 현재 주로 연주되고 있는 개정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2. 말러의 4번 교향곡 수정판

말러는 1900년에 슈만의 4번 교향곡(개정판)을 지휘했는데 이 때 판본에 상당한 수정을 가해서 지휘했다. 말러는 슈만의 교향곡을 꽤 높게 평가했지만 슈만의 관현악 수법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 관현악법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말러는 실제로 슈만의 교향곡 4곡을 모두 개정했으며 현재 슈만 교향곡 연주회나 음반 중에도 말러 편곡판이 종종 등장한다.

사실 슈만의 교향곡을 수정해서 연주한 것은 말러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다. 21세기 현재는 원전연주가 대세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지휘자들이 악보에 수정을 해서 연주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으며 심한 경우에는 원곡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마개조 수준의 덧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말러의 수정판 교향곡이 현재까지도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공연 한 번으로 끝내버리는 다른 지휘자들과 달리 자신의 수정판을 따로 출판했기 때문이다.[3] 그런데 이 4번 교향곡의 수정판이 유명한 이유가 또 있는데, 이 수정판의 수정 방향이 하필 이 교향곡의 초판본과 유사했기 때문(..) 말러는 4번 교향곡 개정판이 총주 일변도로 진행되는 것이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해서 여러 부분에서 악기의 중첩을 줄이고 특정 악기의 음색이 살아나도록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각색된 수정판은 초판본과 여러 부분에서 유사해졌다.

말러가 이 수정판을 만들 때 4번 교향곡의 초판본을 참고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데 현재에는 참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세이다. 결과론적으로 말러 수정판이 초판본과 유사해지긴 했지만 실제 수정 내용은 초판본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 또한 말러의 성향상 만약 초판본을 봤다면 애초에 개정판 대신 초판본을 연주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말러의 많은 수정판이 그렇듯이 이 4번 교향곡 수정판도 현재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 편이다. 다만 관현악의 대가였던 말러 답게 개작 수법 자체는 상당히 뛰어난데, 상황에 따라 마개조를 서슴치 않았던 말러이지만 이 4번 교향곡의 경우 악기 편성을 작곡가의 지시 그대로 유지했고 전술한 것처럼 악기의 음색을 살리기 위한 더블링 삭제나 연주하기 모호한 부분에 확실한 지시기호나 속도표시 등을 추가하는 정도 외에는 전체적인 곡의 전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이처럼 말러의 수정판은 원곡의 느낌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음향이 상당히 세련되고 다채로워졌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만 보면 꽤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당시 말러의 수정판 연주를 들었던 청중과 평론가들이 '슈만이 이렇게 훌륭한 관현악곡을 썼단 말이야?'라면서 감탄했을 정도. 이 때문에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해서 연주하는 것이 대세가 된 21세기에도 말러의 수정판이 종종 연주되고 있다.

3. 곡의 형태

1841년의 초판이나 1851년의 개정판 모두 일단은 고전적인 4악장제를 취하고 있지만, 두 판본 모두 전 악장을 계속 이어서 연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악장의 종지는 1악장을 빼면 모두 반종지나 음의 중단 없이 바로 다음 악장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짜여져 있어서 슈만이 처음 의도한 환상곡의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 또 슈만의 완성된 교향곡 중 유일하게 단조 조성으로 작곡되어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관현악 편성은 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4/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초판과 개정판의 템포/악상 지시는 다음과 같다.

초판
1악장: Andante con moto-Allegro di molto
2악장: Romanza. Andante
3악장: Scherzo. Presto
4악장: Finale. Largo-Allegro vivace

개정판
1악장: Ziemlich langsam-Lebhaft
2악장: Romanze. Ziemlich langsam
3악장: Scherzo. Lebhaft
4악장: Langsam-Lebhaft

3.1. 1악장

느린 서주가 붙는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소나타 형식과는 거리가 있다. D단조의 딸림음인 라(A)음을 전 관현악이 연주하며 시작하는데,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 바순의 다소 어두운 선율이 제시된다. 이 선율을 현악기 위주로 받아가면서 변형시켜 진행하다가 바이올린이 도약과 반음계 진행의 연속인 특정 음형을 계속 반복하며 속도를 붙이며 본론으로 들어간다.

첫 주제는 앞서 바이올린이 제시한 음형을 16분음표로 빠르게 바꾸고 늘인 것으로, 이 악장의 핵심이 되는 대목이다. 이 주제가 일단 D단조의 완전 종지로 마무리된 뒤 관계 장조인 F장조로 조옮김되어 목관악기의 대선율이 붙는데, 다만 그 밑에는 계속 첫 주제의 변형이 현악기로 BGM처럼 깔리면서 두 번째 주제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형태다. 이 때문에 이 악장을 단일 주제로 구성된 곡으로 분석하는 이들이 많다. 이 주제 제시부는 도돌이표가 붙어 반복하도록 되어 있다.

발전부는 베토벤의 중기 이후 교향곡들처럼 상당히 길게 짜여져 있는데, 트롬본이 길게 끄는 음과 첫 주제의 음형이 주고 받듯이 반복되면서 시작된다. 이 트롬본과 현의 대비 효과는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며 긴장감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후 제1바이올린과 목관악기들이 서정적인 새로운 선율을 도입하는데, 제시부에서도 나오지 않은 이 선율이 이후 상당히 자주 등장하며 사실상의 두 번째 주제 역할을 한다.

이후에도 계속 첫 번째 주제의 변형과 새로이 도입된 서정적 선율이 병치되며 이어지는데, 그 이후 주어지는 재현부가 생략되어 사실상 발전부 만으로 악장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재현부를 일부러 생략한 것은 바로 다음 악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텀을 준 것으로 해석되는데, 그 때문에 일단 D장조의 첫 화음을 강하게 때리면서 끝나지만 뭔가 제대로 끝맺지 않은 느낌을 주며 바로 2악장으로 이어진다.

3.2. 2악장

로만체(Romanze. 초판에서는 이탈리아어로 로만자 Romanza)라는 표제가 붙어 있는 ABA' 3부 형식인데, 목관악기가 A단조의 첫 화음을 연주한 뒤 오보에와 첼로 독주로 다소 우울한 느낌의 주제를 연주한다. 그리고 다시 1악장 초반의 느린 서주가 조바꿈되고 변형되어 재현되었다가 다시 주제가 연주되며 전반부를 마무리한다.

중반부는 D장조로 조바꿈해 흐르듯이 이어지는 서정적인 대목인데, 온화한 느낌을 주는 현악기들의 연주를 배경으로 바이올린 독주가 그 연주를 셋잇단 16분음표 위주의 음형으로 수식하는 오블리가토(obbligato)를 연주한다. 이 부분이 끝나면 초반부의 선율을 D단조로 조옮김해 오보에와 바순, 첼로 독주가 다시 연주하고 A단조로 복귀한 뒤 반종지로 마무리지어 바로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도록 하고 있다.

3.3. 3악장

스케르초로 여타 슈만 교향곡들의 스케르초 혹은 그 풍의 악장들처럼 5부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중간부(트리오)가 따로 주어져 있지는 않고 스케르초 주요부도 세 번 연주되지는 않아서 ABAB 식의 구조로 되어 있다. 바이올린을 위시한 고음 악가와 저음 악기들의 카논 풍 문답식으로 진행되는데, 두 번째 박에 강세가 들어가는 독특한 당김음 악구도 들어가 있다.

중간부는 2악장의 중간부를 B플랫장조로 조옮김해 가져오고 있는데, 이렇게 계속 선행 악장의 요소를 끌어쓰면서 곡 전체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에는 스케르초와 트리오가 번갈아가며 반복되는데, 마지막 트리오 반복은 상당히 단축되고 목관악기와 현악기가 온화하게 주고받으며 조용히 마무리된다. 이어 비올라와 첼로가 느린 이행부를 연주하며 바로 4악장으로 이어진다.

3.4. 4악장

1악장과 마찬가지로 서주 붙은 소나타 형식인데, 여기 나오는 서주 역시 1악장의 주요 주제 선율을 변형시킨 것이다. 현악기의 트레몰로 위로 트롬본을 위시한 금관악기들이 비장한 느낌의 선율을 도입하는데, 계속 부풀어 올라 한 차례 클라이맥스를 형성한 뒤 장조로 옮겨가는 이행부를 거쳐 딸림7화음으로 관현악 총주가 강하게 연주하며 서주가 마무리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생기있게 연주되는 첫 주제는 1악장의 발전부에서 주제를 수식하던 관악기들의 음형을 다시 가져다 놓은 것이라, 전 악장의 부주제 혹은 부선율이 주제로 사용되는 독특함을 볼 수 있다. 이 악상에 이어 1악장과는 달리 제대로 된 형태의 두 번째 주제가 플루트와 오보에, 제1바이올린의 연주로 제시되는데, 부드럽게(dolce) 연주하도록 되어 있지만 동시에 약박에 강세가 주어지고 부점 리듬이 섞여 있어서 율동감도 가미되어 있다. 이 주제 제시부는 1악장처럼 반복하도록 되어 있지만, 1악장과 달리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발전부는 1악장의 그것처럼 금관악기의 무거운 화음과 현악기의 트레몰로 문답이 두 차례 이어지며 시작되는데, 다만 슈만은 1악장과 달리 금관을 좀 더 힘있고 거칠게 연주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부점 리듬 위주로 현악기들이 서로 주고받는 푸가 풍의 진행이 이어지며 긴장감을 더하다가 호른이 연주하는 새로운 악상이 도입되기도 하고, 첫 주제와 두 번째 주제 사이를 이어주었던 이행부도 등장한다.

재현부는 특이하게 첫 주제의 재현을 생략하고 두 번째 주제만 조옮김해서 등장시키고 있는데, 발전부에서 첫 주제 위주로 진행시켰기 때문에 지루한 동어반복이 될 것 같아서 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재현부이면서도 또 다른 발전부의 느낌이 강한데, 실제로 이후에도 발전부의 금관 vs 현의 대립 양상이 팀파니의 트레몰로까지 더해지며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이러한 인상을 강화시키고 있다.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빨리 가져가 종결부로 들어가는데, 현악기의 격렬한 속주와 전 관현악의 강렬한 화음이 대비되면서 통상적인 딸림음-으뜸음 종지가 아니라 버금딸림음-으뜸음의 '교회 종지' 형태로 끝맺는다.


[1] 소시적의 클라라는 8살 선배였던 리스트를 상당히 존경하고 있었으며 일종의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슈만과 결혼한 이후에는 음악성향의 차이 때문에 리스트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다(클라라 슈만 항목 참조). 다만 결혼 직후였던 1841년까지만 해도 아직 리스트에 대한 존경심이 남아 있었다.[2] 초판의 우월성을 주장한 브람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온전한 초판 대신 개정판에서 더 우수한 부분을 뽑아서 초판에 도입한 절충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3] 말러는 슈만의 교향곡 외에도 여러 작곡가의 여러 작품의 자체 수정보완판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