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3-11 21:43:02

국민성

1. 개요2. 단어의 형성 과정과 문제점
2.1. 인터넷 상의 국민성 담론의 문제
3. 참고 자료4. 둘러보기

1. 개요

國民性.

특정한 국민의 성질과 특징을 뜻하는 용어. '민족성(民族性)'이라고도 하며, 이 단어를 통해서도 본 문서로 들어올 수 있다.

2. 단어의 형성 과정과 문제점

1920년대 일본국민성 논의의 특징은 일본, 일본인을 이루는 요소를 광범위하게 발견해 내고, 이를 아카데미즘의 권위를 이용하여 ‘연구’ 혹은 ‘해부’하는 데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문명․문화를 절대화하는 논리들이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면서 국민성 논의가 내셔널리즘과 더욱 강하게 결탁하는 경향 또한 두드러진다.

1920년대 일본국민성론을 집약하고 있는 일본국민성 연구나 일본국민성 해부는 서양이나 아시아와의 ‘차이’를 부각시켜 ‘일본인’이라는 내셔널 아이덴티티를 강화․확산시키는 역할로 귀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아시아와의 대립구도보다는 ‘일본 대 서양’이라는 인식의 틀이 주로 사용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것은 동시기 ‘조선인론’이나 ‘중국인론’에서 보여주었던 ‘서양=일본 대 동양≠일본’이라는 인식의 틀과 대비를 이룬다.

그 이유는 서구와 대등한 일본, 더 나아가 서구를 능가하는 우월한 일본이라는 ‘상상의 정치공동체’를 자명한 실체로 구축하고 이를 통해 일본인이라는 내셔널 아이덴티티를 확산시켜갈 필요성이 1920년대에 이르러 더욱 요청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서양이나 일본, 아시아 각국의 장단점을 구분하는 일은 이미 ‘근대’라는 절대적 가치에 의해 얼마든지 가치전도될 수 있는 매우 ‘자의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노정하는 역설을 낳게 된다.
▲ 손지연, 1920년대 일본국민성 담론의 유형과 전개 양상 - '일본국민성 연구', '일본국민성 해부'를 중심으로

서구에서 형성된 인민(people)이나 시민(citizen) 개념은 근대 동아시아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대신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근대화가 빨랐던 일본 제국은 서구의 '네이션(nation)을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국민(國民)' 개념으로 번역하여 들여왔다. 그 특징을 규정짓는 국민성(國民性)민족성(民族性) 내지는 민도(民度)는 근대 일본의 '국민 만들기'의 결과물이었다.

민족의 특징에 대한 담론은 근대 서양 열강에서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서양과 동양을 분리하며 최초로 등장하였다. 식민제국의 권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인류학 등의 근대적 학문 연구가 이를 뒷받침했다. 근대화 시기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하나의 민족을 만들고자 했던 일본 제국 역시 이러한 담론을 수용하였으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성과 민족성이라는 구체적인 단어까지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따라서 '국민성'은 특정 민족 또는 국민의 특징이나 수준이라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풍속적인 특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단어는 근대적 국민국가(nation state)수립의 전제조건으로서 그 국민이 갖추어야 할 정치의식을 지칭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문명화라는 이름 하에 서구와 일본, 그리고 여타 동양 국가들과 일본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양측 국민적 특질의 차이를 추출해냈다.

이 '일본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비롯된 담론은 1880년대 이래로 욱일승천하던 일본 제국의 기세를 타고 '우수한 특징을 가진 일본인'이라는 자아상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자질을 목록화함과 동시에 텍스트화했다.
서양의 향수 취미는 매우 하등한 것이다. 취미가 깊지 않다. 너무나도 속되다. 그렇지만 일본의 향은 매우 취미가 깊고, 고상하며 속된 것과 거리가 있다. 서양의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을 타락시키는 원인이 되지만, 일본의 향을 사용하면 인간을 고상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색이 있다. 주로 옷에 나타나는 색으로 그윽하고 고상한 색이 매우 많다. 그 색은 차(茶)의 취미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략)일본인이 서양식 옷과 서양요리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서양의 색에 감화되어 일시적으로 일본 특유의 아름다운 색이 쇠퇴하였다.

서양인은 얼굴 전체를 면도하지 않는다. (중략) 일본인이 얼굴 전체를 면도하는 것을 보고 서양인은 종종 야만적이라고 비평하는데 동물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는 자가 오히려 야만적이다. 따라서 일본이 면도칼로 면도하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동양에서는 확실히 일본이 가장 청결하다. 가옥은 작아도 청소에 상당히 손이 간다. 좁은 도로가의 작은 가게도 상당한 물을 뿌려가며 먼지를 제거한다. 일반 주택의 경우는 하루에 두세 번 비질을 하고 바람 부는 날에는 걸레질도 두 세 번 한다.

(중략) 그렇다면 서양 제국에 비하여 일본은 과연 청결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일본이 더 청결하다고 말할 수 있다.
▲ 日本国民性の研究 (1926)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여느 근대성이 그러하듯 이항 대립(Binary opposition)적인 비교를 통해 타자를 거울 삼아 자신의 상을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특정한 집단을 두고 그들의 우수한 특질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이와 대비되는 대조군을 설정하고 그들의 열등한 특질이 무엇인지도 필연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그 비교 대상은 그들이 내재화한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철저하게 관계를 부정하였던 존재이자, 자체적인 근대화에 실패하였던 이웃 아시아 국가인 한국중국이었다. 두 국가의 민족적 특징은 일본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규정되었다. 나아가 일본이 국가적 자신감을 갖춘 후에 비교 대상은 서양으로도 확장된다. 상술한 '일본국민성 연구'에서 볼 수 있듯, 자잘한 특징들을 선택적으로 취합하여 일본 국민의 우월성의 증거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정립된 이 단어와 담론은 량치차오루쉰를 통해 중국으로, 일본 식민사학계와 신채호의 한국 민족주의 사학계를 통해[1] 한국에 유입된다. 한편으로 미국 역시 태평양 전쟁 당시 적이었던 일본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인류학자들을 동원하여 일본인의 민족성을 연구한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다.
검색 사이트에서 ‘국민성’(nationality 혹은 national character)을 치면 ‘한 국가의 성원에게 공통되는 인성’이라는 그럴 듯한 정의가 튀어나온다. 무엇이든 검색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서글픈 세상이지만,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이 개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본격적인 이민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이나 일본처럼 비교적 동질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에도 지금은 서로 다른 인종, 언어, 생활 습관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같은 땅에서 북적이고 함께 생활한다고 해서 다 같은 나라 사람도 아니다. 나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한국인이지만 제자들은 일본인이고, 지구 반대편의 동료와 함께 연구하기도 한다. 나라가 같다고 행동 양식도 같다고 전제하는 사고 방식은 이런 다양하고 ‘잡종적’인 현실을 설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차별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 김경화 칸다외국어대 준교수, 2021년 3월 17일 한국일보 취재기사 '한국인은 이렇고, 일본인은 저렇다?... 당신은 ‘국민성’을 얼마나 믿는가' 에서.
첫째, 국민이라는 개념 그 자체가 모호하고, 사회나 문화영역, 또는 정치적으로 자율적인 국가라는 개념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동질성에 대한 가정도 원시사회의 연구에서는 들어맞지만, 산업사회의 실제 인구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산업사회에서는 지역, 장소, 언어, 종교, 산업, 직업의 지위에 따라 많은 변동이 일어나므로 국민성이 뚜렷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국가 내의 편차가 국가간의 편차보다 더 클 수 있다.

둘째로, 국민성의 개념이 적용되는 역사상의 시기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특성은 비교적 지속적일지라도 그것이 가령 사회혁명이나 외국에 의한 점령과 같은 특정 상황하에서 급속하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로, 국민성에 대한 실제연구는 방법론적 근거를 둘러싸고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대부분의 연구는 그 주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필요한 체계적으로 통제된 상세한 비교연구에서 시작하지 않고, 현상에 대한 직관적 통찰과 해석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국민성의 심리학적 차원과 사회학적 차원을 구별하는 데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 《사회학사전》(2000) 에서.

이렇게 국민 간의 우열을 나누는 아주 자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이분법에 기반한 것이 '국민성' 담론의 본질이다. 이 이항대립적인 특징 규정 시도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하고 탈식민주의가 대두된 이래로 학계에서는 그 위험성에 대한 많은 비판을 받고 폐기되었으나, 한중일 삼국의 일반사회에서는 여전히 널리 통용되고 있다. 한국인의 국민성이나 민도에 대해 자의적으로 정의내리는 서적들이 일본에서 생산되는가 하면, 한국 내에서도 지엽적인 사례들만을 선택적으로 취합하여 한국인과 일본인의 시민의식과 국민성을 정의내리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결론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이는 국민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의 개성과 특징을 획일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근대의 제국주의 서양 국가들이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그들 자신의 우월성과 동양의 낙후성을 규정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국민성을 정립하거나 그 우열을 규정짓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행위다. 20세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는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 편견갈등을 양산할 수 있음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2.1. 인터넷 상의 국민성 담론의 문제

국민성 관련 주제는 인터넷 커뮤니티사이버 렉카들의 주요 떡밥 중 하나이다. 넷상의 유머 인기글 중 일부와 유튜브의 사이버 렉카들은 '유머' 내지는 '팩트'라는 미명 하에 개별 사례를 선택적으로 재조합하여 특정 국가 국민의 국민성과 시민의식이 이러저러하다는 신화를 창출하고, 이로써 사람들의 편견을 강화한다. 이렇게 생산된 객관적인 척 하는 정보들은 다시 이를 퍼가는 사람들을 통하여 전파된다. 또한 댓글을 통해서 편견에 부합하는 개인적인 경험들이 공유되면서 근거를 부여, 편견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이라는 공론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통제된 교류의 과정을 통해, 국민성이나 시민의식이라는 담론은 점차 실체를 얻는다. 이렇게 규정된 특징은 일견 특정 국민과 민족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처럼 보이나, 표준화될 수 없는 것을 표준화시킴으로써 그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는 요소들은 배제한다는 점에서 몰이해로 이어진다.

3. 참고 자료

4. 둘러보기


[1] 한국 민족주의 사학계는 일본의 학문적 패권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우월성을 연구했다.

파일:CC-white.sv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문서의 r1049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전 역사 보러 가기
파일:CC-white.sv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다른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
[ 펼치기 · 접기 ]
문서의 r1049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

문서의 r (이전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