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7 23:48:06

기간토마키아

1. 개요2. 대중 매체

1. 개요

Γιγαντομαχία / Gigantomachia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가스 종족과 올림포스 12신대전쟁.

티탄들이 티타노마키아로 인해 타르타로스에 갇혀버리자 이에 분개한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여러 괴물들을 만들어내서 올림포스를 공격했다. 이 중에 기가스(복수형: 기간테스)라는 거대한 무리가 있었는데, 신들은 이들과 맞서 끝내 이겼다. 기간테스는 상반신은 인간(거인)이고, 하반신은 뱀이었다고 한다. 혹은 인간과 같은 모습이지만, 뱀 같은 거대한 꼬리가 있는 걸로 묘사되기도 한다.

예언에 의하면 위대한 인간 영웅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제우스가 탄생시킨 위대한 인간 영웅이 바로 헤라클레스이다. 12과업을 통해 영웅으로 성장한 헤라클레스는 기간토마키아에서 신들의 부름을 받고 참전했다. 올림포스 신들은 예언대로 위대한 인간 영웅 헤라클레스의 도움을 받아 기간테스와의 대전쟁에서 승리했다.

제우스의 엄청난 바람기가 이 기간토마키아와 관련이 있는데, 제우스가 다른 여성들을 덮치면서 내세웠던 명분이 기간토마키아에 대비해 뛰어난 여성들을 상대로 자신의 씨를 최대한 많이 뿌려 인간 영웅들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인간 여성뿐만 아니라 여신이나 님프처럼 인간 영웅을 탄생시킬 수 없는 여성들, 심지어 남성들과도 신나게 놀아먹었다는 것(..) 다만 이걸 무조건 비겁한 변명으로 치부할 수만도 없는 것이, 신화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우스의 각종 엽색 행각은 바로 이 기간토마키아가 일어나기 직전의 기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간토마키아가 끝난 이후 제우스는 더 이상 댈 핑계가 없었는지 딱히 다른 여성들과 사고를 치지 않는다.

이유야 어찌 됐건 제우스가 여기저기 자신의 씨를 뿌린 결과, 예언에 걸맞은 영웅의 자질을 갖춘 헤라클레스가 태어났고, 제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시련을 줘서 레벨 업을 시킨 후 죽여서 올림포스에 올라오도록 했다. 이후 기간토마키아가 벌어지자 헤라클레스는 예언대로 맹활약을 하면서 기간테스 세력을 박살 내 버렸다(자세한 것은 헤라클레스 문서 참조).

이 기간토마키아는 그냥 그리스 신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취급되고 있지만, 사실상 그리스 신화의 전반부 엔딩이다. 제우스 세력은 예언대로 기간토마키아에서 승리했지만 평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티타노마키아기간토마키아에서 강력한 적을 물리친 올림포스 신들과 인간 영웅들은 이제 자신들끼리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잇따른 승리에 자아도취된 신과 영웅들은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세력 다툼을 하다가 트로이 전쟁에서 대부분 공멸[1]하게 된다. 이 트로이 전쟁이 그리스 신화의 후반부 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트로이 전쟁의 결과, 별처럼 많았던 인간 영웅들이 대부분 죽고 몇 명만 남게 되며(예를 들어 오디세우스) 신들의 영향력도 대폭 축소된다.[2] 이후 어찌어찌 살아남은 영웅들의 후손은 도시 국가인 폴리스를 세웠고, 신의 피가 옅어져 영락한 인간들에 실망한 신들은 인간계를 영영 떠나버린다. 이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이 되었는데, 자세한 것은 인간의 다섯 시대를 참조. 한때 강성했던 미케네 문명이 멸망하고 한동안 문명이 쇠퇴한 암흑기를 지냈던 것에 대해 후대에 구전 설화로 이런 서사성을 띄게 되었으리라고 본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 전반을 다루고 있다면 《오디세이아》는 전쟁 이후 신들의 세계가 끝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고, 《아이네이스》, 즉 로마세우는 얘기는 올림포스 신들의 세상이 끝난 후의 에필로그에 해당된다.

북유럽 신화라그나로크와 신화학적으로 유사성이 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라그나로크 후 공멸해 버렸고,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비록 인간계에서 퇴장하긴 하지만 생존에는 성공했다는 차이가 있다. 일설에 따르면 춥고 거친 지방인 북유럽의 신화는 운명론적이고 비관적인 그곳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받아, "신조차도 파멸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가 라그나로크라고 한다. "신들은 결국 승리한다"라는 관점을 가진 기간토마키아와 대비되는 점이다.

호메로스헤시오도스의 작품들에서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로 정말 애매하게 지나가듯이 언급되는 듯한 내용만 남아있을뿐이다. 애초에 그게 정확하게 기간토마키아를 가리키는지는 불명일 정도.

2. 대중 매체

  • 세인트 세이야》 - 소설판 부제이자 작중 언급되는 단어. 《세인트 세이야》가 그리스 신화를 반영하는 만큼 나오게 된 듯하다. 본편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소설 《기간토마키아》나 외전인 《에피소드 G, 로스트 캔버스》 등에서는 봉인된 티탄 신족의 부활 조짐이 있을 때마다 세인트들이 해결하는 전개의 내용이 나온다.


[1] 물론 공멸이라고 해서 북유럽 신화처럼 신들끼리 싸우다 죽은 건 아니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매우 강력한 필멸자로 볼 수 있는 반면, 그리스 신화는 티탄이든 올림포스든 전부 불멸이다.[2] 기간토마키아를 앞두고 누적되어 있었던 신들 간의 갈등이 기간토마키아가 끝나서 억제 요소가 없어지자 트로이 전쟁이라는 무대를 빌려 터져 나왔다는 느낌도 있다. 실제로 다른 때와 달리 트로이 전쟁에는 신들이 이상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다 끝난 싸움에 자기들 멋대로 개입해 판도를 바꿔버리는 건 예사고, 심지어 직접 전쟁터에 끼어들어 신과 인간이 칼을 맞대고 싸우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