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둑・장기 용어
훈수(訓手, kibitz)는 옛부터 즐겨오던 바둑이나 장기에서 나온 말로, 한자 뜻대로 수(手), 그 중에서도 두는 사람이 장고에 빠졌거나 실수로 안 좋은 수를 두었을 때 더 좋은 수를 가르쳐주는 것을 뜻한다. 장기/바둑에서 출발한 단어인 만큼 보통 훈수를 둔다고 표현한다. 보통 대결 중인 상대방보다는 구경중인 제3자가 자주 두게 된다.보통 대국 중에는 수 하나 하나에 집중을 하다가 시야가 좁아져서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제3자는 그런 것 없이 여유롭게 판을 관망하니 의외의 수를 볼 수 있어서 훈수를 통해 결정적인 실수를 막거나 역전을 하는 신의 한 수가 나오기 쉽다. 당연히 그걸 당한 상대방의 입장에선 매우 화가 나게 된다. 그 훈수가 좋지 못한 수라서 더욱 불리해지게 되면 이번엔 훈수대로 둔 사람이 화가 나게 된다. 그래서 훈수 두는 제3자는 그 뒷감당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든지, 대국자들과 모두 친한 경우나 지도교사처럼 가르치는 입장인 경우가 보통이다.
실제로 바둑판에서 훈수는 상당히 환영받지 못한 행동이며, 바둑판 아래에 있는 작은 조각이 있는데 이건 혈류(血溜)라고도 칭하며 훈수꾼들의 혀를 잘라 담는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서는 향혈(響穴)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열매가 익어도 벌어지지 않는 치자나무를 口無し라고 하는데 훈수꾼에게 말하지 말라는 뜻을 담아 이 치자 모양으로 바둑판 다리를 만든다고 한다.
공식 대회에서는 당연히도 대국 중 훈수를 두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훈수자는 퇴장조치되며 대국자가 의도적으로 훈수를 주고받은 경우는 해당 대국자도 실격패 처리된다. 대국 중 무선통신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도 실격패 대상인데[1] 무선통신기기를 사용해 훈수를 주고받는 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중국바둑갑조리그 주최측은 경기장 화장실에 와이파이 차단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해 훈수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 확장된 의미
남의 일에 끼어들어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2] 충고는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르는 것이고, 타이르다는 말은 잘 깨닫도록 이치를 밝혀 설명해준다는 뜻이다. 반면 훈수는 과시욕 등 발화자 본인만의 흡족을 위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사전적인 의미부터 충고는 긍정적이고, 훈수는 부정적이다.1번 문단의 의미가 확장되어 타인에게 참견과 간섭을 일삼는 행위를 표현한다. 상기한 것처럼 훈수를 두는 사람이 100% 옳은 수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일의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훈수를 둔다는 표현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혹은 책임도 안 질 거면서 끼어들어 이래라저래라 한다는 부정적 느낌이 강하다. 허나 1번 문단의 뜻으로 해석하면 충고나 조언과 비슷한 것처럼 느껴지는 탓에 도와주려는 사람 보고 욕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훈수의 정도가 지나친 사람들을 속된 말로 훈수충이라고 한다. '충'자가 들어간 여느 단어들처럼 훈수충 역시 훈수를 두는 모든 사람들을 싸잡아 부르는 용도로 쓰일 여지가 있으므로 사용상의 주의를 요한다. 일본에서는 '지시충(指示厨)'이라고 부르며 서양에서는 'Backseat' 라고 부른다. 유래는 backseat driver라는 명사가 동사화된 것으로,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앞좌석의 운전자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면서 계속 들들 볶아대는 상황에서 기원한 표현이다.
실력이 되면 훈수충이 없어질까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넘버원이라고 불리는 페이커 방송에서도 훈수충은 어김없이 출현한다. 보통이라면 훈수 두는 측이 스트리머보다 비교적 잘 하거나 많이 알 테지만 이런 경우는 오히려 상황 혹은 게임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져서 이상한 수를 맞는 줄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리로 예를 들면 먹는 사람이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서 요리사가 일부러 다른 재료를 넣어 만들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옆에 와서 '이건 땅콩을 넣어야 하는데! 이딴 게 요리사라고!' 하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말만 쉽고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걸 하라고 닦달을 하는 등 진심으로 뭔가를 가르쳐주려는 게 아니라 잘못을 욕하는 것에 가까운 훈수(꼰대)들이 많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훈수를 받는 사람이 해당 훈수가 왜 안되는 것인지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훈수의 발생 시초인 바둑, 장기 프로기사 방송이나 하스스톤은 자신의 차례(턴)를 마칠 때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액션 게임등에서도 해당 게임이 끝나고 리플레이 등으로 복기하면서 해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지식공유 목적이 아닌 위와 같이 비꼬는 투가 느껴지는 훈수는 무시되거나 강퇴당한다.
훈수를 차단하는 좋은 방법은 "꼬우면 니가 해 보든가."이다. 훈수만 죽어라 하는 사람을 진짜로 게임이나 작업에 시켜보면 수준미달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로 시켜봤는데 진짜로 잘하는 경우도 있다. 1994년 웨스트햄 연습경기 중에 한 관객이 선수에게 고래고래 쌍욕을 하는 걸 들은 해리 레드냅 수석 코치가 그렇게 보기 싫으면 그 사람이 뛰라고 교체투입했는데 연습경기라곤 했지만 진짜로 골을 넣어 버렸다.[3]
게임 뿐만 아니라 돈을 많이 벌면 기부 좀 하라는 기부 훈수충도 있다.
2.1. 인터넷 방송에서
인터넷 방송에서 콘텐츠를 진행하는 방송인에게 훈수를 두는 시청자들이 여럿 있는데, 이를 지칭하는 말로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가 유명하다. 이로 인해 많은 방송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리머 공지에 "훈수 금지" 혹은 "Don't Backseat" 이라는 규칙이 있다면 훈수 두지 말라는 소리로 알아들어야 한다.방송에서 훈수가 문제시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트리머가 훈수를 원치 않는데도 억지로 강요하기 때문이다. 스트리머는 보통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게임 혹은 기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스트리머 본인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좋게 진행되며 설령 스트리머 본인이 계속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을 보는 것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스트리머를 향한 과도한 훈수나 원치 않는 훈수는 스트리머의 원활한 방송 진행을 방해하고, 심지어 시청자들끼리 싸우는 등 방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 탓에 많은 스트리머가 훈수에 채팅 금지나 강제퇴장 조치를 하곤 한다. 그럼에도 정말 악질 시청자는 부계정으로 기어와서 더럽게 못하길래 알려줘도 화를 낸다며 욕설을 채팅에 치곤 사라진다.
훈수의 악영향에 관한 예시로, 스트리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어려운 구간에 막혀 같은 구간을 헤메고 있을 때 스트리머가 게임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훈수를 구걸하지 않는 이상 화를 내든 울든 다양한 감정표현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시청자가 클리어에 큰 도움이 되는 훈수를 준 덕에 스트리머가 빠르게 게임 클리어에 성공했다고 치자. 훈수를 줬던 시청자는 뿌듯함을 느끼겠지만, 과연 이 상황이 '방송 면에서 재밌었는가?' 에선 전혀 다른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훈수 자체가 대부분 스포일러성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건 물론이고, 게임의 정석적인 클리어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플레이가 단조로워져 신선한 볼거리가 줄어든다. 이 경우도 그나마 도움이 되는 훈수였을 때의 얘기고, 잘못된 정보를 받고 그대로 진행했다가 더욱 망해버릴 수도 있다.
다만 훈수가 무조건 악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스트리머가 훈수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스트리머 본인이 훈수로라도 시청자와의 소통을 원하거나, 해당 게임이 처음이거나 실력이 낮아서 게임 진행이 도저히 되지 않는 수준이라 훈수가 없으면 오히려 방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이거나, 공략을 찾기 힘든 고전게임이나 비주류 게임을 스트리밍할 때 등의 특수한 경우도 분명히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스트리머 본인이 대놓고 훈수를 환영하거나, 정작 필요할 때는 훈수가 안 나타난다고 아쉬워하기도 하는 등 밑밥을 깔아 주는 것이 예의다. 심지어 아예 시청자들이 훈수를 두고 스트리머가 그걸 바탕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하는 컨텐츠[4]인 경우도 있다.
그러니 시청자 입장에선 가능하면 훈수를 삼가되 훈수에 대해 스트리머가 딱히 뭐라고 하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게 좋다. 스트리머가 가장 원하는 것은 본인의 방송에 집중하는 것이지, 다른 시청자들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3. 관련 문서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 드미트리 멘델레예프: 갈륨이라는 원소를 최초로 발견한 폴 에밀 르코크 드 부아보드랑이라는 과학자의 논문에 정작 자신은 그 갈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면서 자신이 만든 주기율표에서의 예측만을 근거로 부아보드랑의 논문이 틀렸다고 훈수를 둔 일이 있었는데, 결국 멘델레예프의 훈수가 옳았음이 밝혀지고 만다.
- 오지랖
- 장기 훈수 살인 사건: 훈수 하나 때문에 애꿎은 사람이 변을 당한 사건.
- 좆문가
[1] 단, 휴대전화는 바로 실격패되지는 않고 경고를 받게 되며 불가피한 경우 심판 재량으로 허용되기도 한다. 물론 휴대전화로 훈수를 주고받거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적발되면 경고 없이 바로 실격패 처리된다.[2] 표준국어대사전[3] 영국 가디언의 기사[4] 보통 이 경우 시청자는 일부러 괴상한 훈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