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용어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사용되는 용어(?). 어원은 당연히 임진왜란 중 적장과 함께 장렬하게 절벽으로 뛰어내린 논개.다만 '논개작전'이란 다분히 현대스러운 감성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과는 달리, 이런 전략 자체는 이미 2,500년 전에 손빈이 이미 개발해두고 있었던 삼사법 전략이다. 가장 강한 적을 상대하면 가장 약한 아군을 내보내서 힘을 소진시키고, 반대로 가장 강한 아군을 상대적으로 약한 적을 상대해 이기는 전법은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져주기 게임'과 혼동할 수도 있는데 이 논개 작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아래에 언급하듯이 논개작전은 '전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특정 전투에서 힘을 아낀다' 혹은 '전략적으로 적의 전력 낭비를 극대화하여 효율적으로 승리한다'이지 '무조건 지는 쪽으로 유도한다'가 아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하게 이겼을 경우, 논개작전은 계획한 것보다 더 큰 이득을 얻지만 '져주기 게임' 전술은 손해를 보게 된다.
1.1. 버리는 패
신트리의 일종으로서 1명의 선수가 1경기만 출장 가능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감독이 엔트리를 짤 때 상대팀 에이스 카드의 출전경기를 예상하고 거기에 맞춰서 평상시의 대진으로 승률이 낮은 카드를 맞붙이는 작전을 말한다. 상대팀 에이스가 강하면 강할수록, 이쪽 버리는 카드가 약하면 약할수록 효율이 좋다. 어차피 이기기 힘든 강한 선수가 상대라면, 져도 그만이고 이기면 그야말로 땡 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줄여 말하면 상대 에이스 카드를 약한 카드 상대로 낭비시키는 작전.이 작전의 수행을 담당하게 되는 선수는 "X논개"라고 불리게 된다. 첫 음절에 선수의 성이나 별명을 붙여주면 되겠다. 물론 이 명칭이 붙으면 그건 승률 낮은 카드라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선수 앞에서 대놓고 말할 리는 없을 것이다.[1] 특히 엔트리 짜는 감독들은 선수단 사기관리 및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해서는 안될 말이다. 단순히 스갤 같은 곳에서 쓰는 인터넷 유행어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1.2. 원인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 이전의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는 각 경기마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 세 종족을 한 경기씩은 출전시켜야 하는 '종족 의무 출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엔트리를 베스트 멤버로만 채울 수는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맵의 영향까지 생각해 보면 네 세트 전부를 승률 좋은 선수로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엔트리가 두꺼운 팀은 없었다.[2]GSTL이 한창 전성기였을 시절 LG-IM은 우승자가 무려 4명인데다 이들이 전 종족별로 분포되어 있었으며, 전 선수가 에이스인 팀으로 다수정예라는 꿈 같은 이야기를 현실화시킨 무시무시한 팀이었다. 하지만, 이런 꿈의 엔트리를 갖추고도 굴욕적인 장면을 연출했는데, 9전 5선승제 GSTL 유일의 역올킬을 당했다. 이후 스타2 프로리그가 진행되며 프로팀이 줄어들자 에이스급 선수들이 소수의 팀에 몰리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SKT T1과 진에어 그린윙스가 이 사례에 부합할 수 있었다. 당시 선수 커리어는 다음과 같았다.
- 2015 SKT T1: GSL 3회 우승자, SSL 2회 연속 준우승자, GSL 4회 연속 준우승자, GSL/SSL 양대리그 최초 우승자, 공허의 유산에서 날아오른 저그 유망주
- 2016시즌 진에어 그린윙스[3] : 양대 리그 우승 및 G5L 트로피를 손에 넣은 한체테, 글로벌 파이널 2회 우승자 빅 가이, 군숙의 아버지로 불리며 저그에 새로운 메타를 불어넣은 한체저
필연적으로 한두 번 정도는 약한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카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 끝에 이런 작전이 나왔던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그 전에서부터 상당히 광범위하게 쓰여왔음은 분명하다.[4] 하지만 이렇게 스타판에서 집중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1, 2 라운드에서 과거 본좌였다가 '마막장'이라 불릴 정도로 폼이 추락한 마주작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1, 2라운드에서 kt는 그야말로 무적의 포스였고 그 중심에는 이영호가 있었다. 테테전 넘사벽의 기록과 테저전 극강의 포스를 보이던 이 어린 에이스는 각성한 팀동료 우정호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었다. 거기다 박찬수까지 가세한 이 강력한 팀에 CJ는 2연속 이영호 vs. 마논개로 대항했다.
그 결과는 두 번 다 3:1 CJ 엔투스의 승리. 즉,
팬들은 이 무시무시한 적중률의 신트리를 찬양하였으며 이 사건은 논개의 존재감을 스타팬들의 머리속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즉, 압도적인 강팀에게 승리 + 승리한 방식이 유사함 + 패배한 선수의 높은 네임 밸류[6]가 겹쳐진 셈.
다만 2010년 초 이 논개라는 단어는 다소 남용되는 경향이 있었다. 에이스 카드를 소모시키는 약한 카드를 칭하던 이 단어가 에이스 카드에게 패배하는 모든 선수를 가리키는 단어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생긴 것. 심지어 에이스를 에이스로 상대하는 맞불작전마저도 논개라 칭하는 경우마저 있었는데, 이는 선수를 까기 좋아하는 스타판 특유의 문화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남발하고 있는 팬들도 있겠지만.
이후 고석현이 고논개에서 에이스 킬러로 등극하면서 논개의 존재 의미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팀내에서도 고논개라고 놀렸던 듯.[7] 하지만 강력한 에이스를 줄줄히 꺾으면서 치밀한 준비와 탄탄한 실력을 가지고 나온 논개는 고효율의 스나이핑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 외에도 논개에 논개로 맞불을 놓는 맞논개작전 또한 등장하여 감독들의 두뇌싸움 및 신트리 대결이 주목을 모았다.
2. 스타크래프트 리그 외에서의 의미
사실 여러 번 경기를 치른 후 승수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방식에서 이러한 작전은 옛날부터 꾸준히 사용되어 온 전법이다.상술했다시피 이 전략의 원조는 손빈이다. 말 세 마리로 3판 2선승제 시합을 할 때, 상대편의 가장 빠른 말과 자신의 가장 느린 말을 상대하고, 자신의 가장 빠른 말과 상대의 중간 말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중간 말과 상대의 가장 느린 말을 써서 이긴다는 그런 이야기. 다만 현대 중국에서는 스포츠에 이런 작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린다. 일단 자기 편 선수를 버리는 말로 취급하는 것도 있고, 순수한 실력의 겨룸이 아니라는 점에서 스포츠 정신 위배의 논란도 있다. 하여 창작물에서는 비겁한 전략 취급을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걸 구사한 손빈의 신분은 군사전략가이지 스포츠 코치가 아니다. 고작 경기에 써먹으라고 내놓은 계책이 아니라 싸움의 기본이 되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전쟁은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8]
마찬가지로 4~5명의 선발 투수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현대 프로야구에서도 상대팀 에이스가 선발 예고된 경기에 로테이션 조정을 통해 4~5선발급 투수를 등판시키는 전략도 찾아볼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람이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었고, 세기의 떡밥이었던 김광현 vs. 류현진의 선발 맞대결이 몇 년이 지나도록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에서도 비슷한 수법을 쓰는데, 상대편에서 거물급을 내보냈는데, 자신 쪽에서 내 놓을 경쟁력 있는 후보가 마땅히 없을 때 일부러 경쟁력이 낮은 신인을 공천해서 상대편과 붙인 뒤, 다른 접전지역에서의 승부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 쪽에서 전략을 잘 쓰면, 설령 낙선한다고 해도 거물급의 승리가 가져오는 여파가 반감되는 건 물론[10], 후보 입장에선 거물급과 붙었다는 이유로 인지도가 올라가며[11] , 만약 이기기라도 한다면 말 그대로 인지도가 확 올라간다.[12] 정반대로 해당 지역구민에게 "우리 쪽에 얼마나 관심 없으면 저런 쩌리를 내보내냐"는 반감이 생길 수도 있기에 정치권에서도 매우 신중하게 쓰는 전략이다.
3. 관련 문서
[1] SKY 프로리그 2006 후기리그 결승전 1세트는 서경종과 마모씨의 대결에서 최전성기인 마모씨가 이겼는데 당시 스타 뒷담화라는 방송에서 MBC GAME HERO가 서경종에게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마모씨 대상으로 버리는 카드로 엔트리를 쓴거 같다(당시는 논개작전이라는 용어가 없었으나 사실상 논개작전으로 해석가능하다)는 해석이 있었는데 하태기가 직접 기자회견에서 그런것은 아니고 마모씨 저격 엔트리라고 해명했다.[2]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때는 사실상 SKT T1 정도가 이에 부합하는 팀이었다. 슈퍼스타들을 모두 긁어모은 KT 역시 강팀이긴 했으나 정작 우승을 한 적이 없어서(...).[3] 다만, 조성주나 이병렬의 경우 훗날 강자로 인식된 것이지, 2016시즌까지만 해도 2023년 현재에 비하면 커리어가 상당히 부실한 편이었다. 당장에 조성주가 GSL을 첫 우승한게 2018년, 이병렬은 2019년이며, 이병렬의 메이저 첫 우승 역시 2017년이다.[4] 대표적인 것만 뽑아도 프로야구 2009년 심논개의 예가 있다.[5] 그 외에는 위메이드 폭스가 2, 4라운드에서 1승씩을 거두었으며, eSTRO의 경우엔 아예 논개작전을 무시하고 3:0으로 이겨버렸다.[6] 논개라는 용어가 기본적으로 해당 선수를 까기 위한 별명이기 때문에 그런 별명을 붙일만한 임팩트가 필요했다.[7] 염보성의 인터뷰에서 나온다.[8] 손빈의 삼사법도 전기를 전차경주에서 이기게 하려는 것을 넘어 손빈 자신이 전기의 추천을 받으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전기의 빈객으로 대우받고 있긴 했으나 형벌을 받은 입장이라 왕에게 추천을 하기 위해 능력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9] 그런데 이 경기는 저스틴 벌랜더가 초장부터 와장창 무너지고 배리 지토도 벌랜더를 타석에서 두들기며 조기강판시켜버리고 자이언츠의 승리를 가져와버렸다.[10] 이쪽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사상구의 손수조다. 비록 문재인 후보가 이겼긴 하나, 정치 신인인 손수조와 붙어서 10%p 내외 격차로 이겼기에 당시엔 새누리당이 과반이 된 것과 더불어 승리의 여파가 반감되긴 했다. 물론 그 뒤 손수조는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출신에게도 진 반면, 문재인은 차기 대선에서 알다시피...[11] 실제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꽤 인지도가 올라간 사람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김도읍과 붙은 최지은, 윤영석과 붙은 이재영이 바로 그 예시[12] 이쪽의 사례는 바로 연수구 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이 있다. 물론 정일영 후보는 약력상으론 거물급이긴 하나, 상대편 후보에 비해선 쩌리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21대 총선 때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