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등장인물.2. 작중 행적
태초에 자연이 생성될 때 여섯 주요 신들 중 하나로 첫 등장한다.가만히 있다가 엔키의 노동자 만들기 계획 파티원으로 당첨되어 마시던 차를 뿜는 모습을 시작으로 제대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정화한 흙덩이를 떼어내 여러 모습의 노동자를 빚지만 난항을 겪는다.
웨일라의 처형 후, 그의 피와 살을 진흙에 섞어 엔키와 함께 진흙 노동자를 빚어냈다. 그리고 그를 자궁에 품어 생명체로 태어나게 한다. 잘 만들어진 진흙 노동자를 보고 기뻐하며, 신의 희생에서 비롯되었으니 생명이 신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영원히 망각하지 말라 한다.
열네 명의 인간을 만든 뒤 엔키는 최초의 인간 아다피에게 지혜를 나누어 주었고, 이윽고 인간들은 최초의 도시 에리두를 건설한 뒤 인간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이를 본 안은 노동자의 역할 이상을 해냈다 크게 기뻐하고, 엔릴도 생각을 바꾸어 괭이를 주면서 농사일에 쓰라고 조언했다. 이기기들은 이를 보고 자신들이 노역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들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에 기뻐하였고, 이기기들은 그날을 기념하며 하루 종일 잔치를 열면서 엔키와 닌후르쌍을 칭송하였다.
내 손길을 받고 내 품에서 품어지지 않으면
그 어떤 생명도 태어날 수 없지.
그건 너도 인정하는 바 아닌가?
연회가 끝난 뒤에도 엔키와 닌후르쌍은 단둘이서 술에 취하며 회포를 풀었는데, 술에 취해서 인간 창조에 누구 역할이 더 컸는가로 엔키와 말다툼을 하다가, 혼자 힘으로 인간을 창조해 보라는 엔키의 도발에 호기롭게 찰흙을 빚으나 장애인들을 만들었다. 정신을 차린 후 자신이 벌인 일을 보고 크게 당황하는데, 이때 엔키가 나서서 그들에게 운명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후 엔키가 조산아를 만들어 와서 닌후르쌍에게 운명을 정해 주라 하지만 죽을 때까지 조산아를 품 안에 안고 자신의 무능을 고백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자 슬퍼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에 엔키가 운명을 읊어주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라 했으면서 아무것도 못했으니 나 없이도 인간 창조가 가능하단 말은 취소하는 게 어떠냐고 비웃자 분노한다.그 어떤 생명도 태어날 수 없지.
그건 너도 인정하는 바 아닌가?
내가 고작 자존심 따위로 눈물을 흘리는 줄 아느냐!
내 실수로 만든 자들에게 고통을 주었을까 두려워 흘리는 눈물이고,
내가 품을 수 있었더라면
태어나 첫 숨을 들이켜고 울음을 내뱉었을 아이에게 미안하여 흘리는 눈물인 것을….
닌후르쌍의 일갈을 들은 엔키는 정신을 차리고 내가 무슨 짓을 했냐며 죄책감을 느낀 뒤 닌후르쌍에게 사과하며 화해한다. 엔키는 대신 장애를 가진 인간들에게도 각자의 역할을 주어 모든 인간들이 그들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그렇게 엔키는 인간들의 창조주가 되었다.내 실수로 만든 자들에게 고통을 주었을까 두려워 흘리는 눈물이고,
내가 품을 수 있었더라면
태어나 첫 숨을 들이켜고 울음을 내뱉었을 아이에게 미안하여 흘리는 눈물인 것을….
엔릴이 더 강력한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 본인과 같이 깨끗한 안의 피를 지닌 닌후르쌍에게 그의 바람을 품어주길 요청하자, 생명을 품고 사랑하는 것이 삶의 기쁨인 그녀는 흔쾌히 그 부탁을 수락하여 농사와 쟁기, 전쟁의 신인 아들 닌우르타를 얻는다. 닌우르타가 바위 괴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어머니인 닌후르쌍에게 그 괴물들을 쌓아 언덕을 만들어 갈라진 바위 괴물의 몸에서 나온 보석들과 함께 바치자, 아들을 포옹하며 언제나 너를 축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아들이 준 보석으로 장신구를 만들어 평화로운 딜문에서 미소 짓고 있던 와중,[1] 그녀에게 엔키가 접근해 온다. 엔릴이 닌우르타를 만들었듯이 자신도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이에 대응할 아들을 가지고 싶었던 것.[2] 엔키가 자신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꼬신다는 걸 알아차린 닌후르쌍은 엔키의 유혹에 어울려주는 척하다 네 속셈 다 안다며 엔키를 실컷 비웃었고, 바보 같다며 몰리자 굴욕감을 느낀 엔키는 그냥 떠나려 했지만 아이를 가지는 것은 자신의 즐거움이라며 엔키의 손을 잡고 엔키의 담수를 받아 자신의 배에 품어 아이를 낳아주었다.[3]
닌후르쌍은 9일 뒤 새싹의 여신 닌투를 낳았고, 순식간에 성체의 모습을 갖추었다. 새싹들은 닌투의 힘을 받아 여린 새싹의 몸으로도 거칠고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 새싹을 틔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닌후르쌍은 그런 닌투가 대견스러웠지만 엔키는 후계자가 될 아들을 원했기에 아이를 가져달라 요청하였다.
두 번째로 9일 뒤 산과 목초지의 여신 닌쿠라를 낳았고, 순식간에 성체의 모습을 갖추었다. 닌쿠라의 영향으로 산은 강력한 생명력을 얻어 양과 염소들, 짐승들이 뛰어놀게 되었다. 닌후르쌍은 그런 닌쿠라가 대견스러웠지만 엔키는 후계자가 될 아들을 원했기에 아이를 가져달라 요청하였고, 닌후르쌍은 마지막으로 아이를 낳아주었다.
세 번째로 9일 뒤 직조의 여신 웃투를 낳았고, 순식간에 성체의 모습을 갖추었다. 웃투는 베를 짜 아름다운 옷감을 만들어 닌후르쌍에게 선물하였고, 웃투의 기술과 솜씨는 신들을 넘어 인간에게까지 닿아 아름다운 직물들이 널리 퍼져 나갔다. 닌후르쌍은 그런 웃투가 자랑스러웠지만 엔키가 실망스러워 할 것을 알았기에 화가 났다.
사실 원전에서는 엔키와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닌투를, 엔키와 닌투와의 사이에서 닌투라를, 엔키와 닌투라와의 사이에서 웃투를 낳았다. 이는 엔키의 신성이 담수인 것과 연관이 있는데, 담수와 새싹이 만나 목초지가 탄생하고, 근대까지 직조 기술에는 담수가 상당히 많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인간들이 산과 초원에서 담수를 이용해 직조를 한 것을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2촌혼도 묘사하는 본작에서도 너무 근친이라서(...) 여기에서는 순화를 시킨 것이다.
...네가 죽는 날까지 생명을 주는 눈으로 바라보지 않겠다.
그가 딸들에게 접근할 것을 예상하고 경고하며, 엔키가 모습을 속이고 웃투에게 접근했다가 위장이 풀려서 도망치며 남긴 물을 모아 저주하며 들판에 뿌린 뒤 신들에게 다시는 엔키를 만나지 않겠다 선언하고 은둔해 버린다. 세월이 흘러 그 자리에 여덟 가지의 식물이 자라나는데, 어느 날 엔키는 식물들을 보고는 자신이 모르는 식물들이 있냐며 효능을 시험해 보겠다 냅다 먹어버렸고(...) 닌후르쌍의 저주로 인해 죽어가게 된다.담수의 신인 엔키가 앓아 누운 여파로 땅이 메마르자 생명이 살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고, 아눈나키는 자연 그 자체였기 때문에 서로 관계하며 순환해야 하는 만큼 아무리 엔릴이라도 엔키가 정말로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모든 신들이 엔키를 치료하려 했지만 그 누구도 치료할 수 없었고, 이때 진실을 알고 있던 여우 한 마리가 신들의 거처를 찾아와 그간의 모든 진실을 밝혔다.[4]
언덕의 여신인 닌후르쌍이 숨어 들어간 곳은 깊은 바위 계곡 틈 안이었기 때문에 덩치가 작은 여우라면 모를까 엔릴처럼 덩치가 큰 신은 들어갈 수 없다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엔릴은 닌후르쌍을 설득해서 데려온다면 여우를 위해 자작나무를 심고 모두가 여우를 칭송하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 이에 여우는 자신을 최대한 치장한 뒤 닌후르쌍을 찾아가서 이대로 담수가 메말라 버리면 자신과 같은 힘없고 작은 생명들도 모두 죽어버릴 것이라며 울며 간청했고, 닌후르쌍은 자신이 담수의 신을 증오한다고 애먼 생명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며 여우의 말을 받아들이고 밖에 나왔다.
엔릴 - 그대 덕에 좋은 구경을 했으나 다음번에는 살살 부탁하겠네.
닌후르쌍 - 글쎄, 다음에는 정말로 저승에 다녀와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닌후르쌍은 엔릴의 신전에 도착해 엔릴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누인 뒤, 엔릴이 아픈 부위를 구체적으로 듣고 여덟 개의 고통을 뽑아내어 그 고통들을 모두 자신의 뱃속에 품고 여덟 신을 창조했다.닌후르쌍 - 글쎄, 다음에는 정말로 저승에 다녀와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너에게는 여신이 필요하지 않다 하더니
결국 여신에게서 다시 생명을 받아 가는구나.
머리 가죽의 고통에서는 들판과 초목의 신 아부, 머리카락의 고통에서는 양털 꼬는 여신 닌시킬라, 코의 고통에서는 지하의 여신 닌기리다, 팔의 고통에서는 생명수의 여신 닌아지무아, 입의 고통에서는 맥주의 여신 닌카시, 옆구리의 고통에서는 딜문의 영주 엔사그, 목의 고통에서는 정의와 점술의 여신 난세, 갈비뼈의 고통에서는 초승달과 생명의 여신 닌티였다. 병이 나은 엔키는 닌후르쌍에게 사과한 뒤 여덟 신에게 축복을 내렸고 여신인 닌시킬라를 딜문의 후계자로 정한 뒤 딜문을 넘겨주었다.[5]결국 여신에게서 다시 생명을 받아 가는구나.
과거 소음도, 질병도, 곡식을 쪼는 새도, 일하는 노동자도 없이 죽음처럼 그저 고요할 뿐이었던 딜문이라는 낙원에 여신의 생명력이 넘쳐흐르기 시작하고, 딜문은 배가 들어갔나 나왔다 하며 교역을 통해 물자가 흐르고 웃음소리,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며 생명과 활기가 가득 찬 곳이 되었다. 이 광경을 본 엔키는 멈춰 있떤 엔릴이 순환하는 곳이 되었다며 여신만이 가진 능력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훗날 인안나가 여신에게는 지배권이 주어지면 안 되냐며 엔키에게서 메를 훔쳐간 것을 용서하고 우루크에 축복을 내리는 원인이 되었다.
이후 엔키가 데려온 안주가 방황을 끝낼 수 있게 운명을 받으러 왔다가, 엔릴에 의해 운명의 서판에 꽁꽁 묶이는 신세가 되자 분노해서 탈출한다. 안주는 신들과 땅 위의 생명체의 운명을 서판으로 다룰 수 있게 된 터라 굉장히 위험한 적이었는데, 엔키가 잘못은 자신이 아니라 엔릴에게만 있다고 엔릴의 추궁을 논파하고는 본인이 그 지혜로 안주의 문제를 해결하겠다 선언한다. 그러자 정적인 엔키가 공을 가져갈 것을 두려워 한 엔릴이 자신이 이전에 운명의 서판을 가져온 자에게 땅의 지배자 자리를 약속했으니, 자신의 아들들이 도맡아야 한다고 선언한다. 엔키는 공을 세울 기회를 빼앗겼음에도 아무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엔릴의 아들들이 하나씩 거부하는 모습을 보다가, 엔릴이 명예로운 일을 뭐 그리 두려워 하냐고 핀잔하자마자, 안주는 안 그래도 강한데 운명의 서판까지 있으니 위험한 일 맞다면서 엔릴의 후계자인 닌우르타를 콕 집어서 맡긴다.
이에 닌후르쌍은 왜 내 아들더러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키냐, 안주를 데려온 네가 하라고 항의하나, 닌우르타의 아버지인 엔릴이 운명의 서판 탈환은 후계자의 일이라 했고 하늘을 나는 안주와 맞서려면 강한 폭풍을 다루는 힘도 필요하니 닌우르타가 적임자라고 엔키가 반박하자 할 말을 잃는다.
다음 화에 닌우르타와 안주의 전투가 시작되나, 안주가 엔릴의 작전[6]은 금방 파훼하고[7], 닌우르타는 운명을 거둬도 금방 다시 만들 수 있는 바람활로 백샷을 거듭하며 간신히 버틴다.
같은 시각, 닌후르쌍은 엔키를 찾아가 무슨 꿍꿍이냐고 괴물을 여기 들인 것도, 그가 운명의 서판을 훔친 것도, 유망한 후계자인 내 아들이 괴물과 싸워야 하는 것도 다 너의 음흉한 속셈 아니냐고 따지고는, 내 아들이 안주에게 죽길 바라냐고 멱살까지 잡는데, 엔키는 피식 웃고는 나는 정말로 닌우르타가 안주를 이길 수 있게 성심성의껏 도울 것이라고 기꺼이 약조한다. 그 말에 닌후르쌍이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던 차에 엔키의 예측대로 샤루르가 조언을 구하러 오자, 샤루르로부터 안주의 능력과 상황을 듣고는 간단히 해결책을 내놓아, 같이 듣던 다른 신들이 감탄하는데, 그녀만은 엔릴과 그 후계자의 몰락을 바라는 네가 이렇게 순순히 도울 리 없는데 무슨 생각이냐고 뚱한 표정으로 듣는다.
이후, 엔키의 작전대로[8] 움직인 닌우르타가 안주를 토벌하는데 성공하지만, 닌후르쌍의 우려대로 엔키의 작전에는 안주 토벌 다음 단계가 숨겨져 있었다. 안주가 싸우다 추락한 강 위는 물의 신 엔키의 영역 중 하나이니, 운명을 완성한 안주를 놓은 서판은 자연스레 급류를 따라 엔키의 손 안으로 들어갔다.
서판을 헤엄쳐서 쫓은 닌우르타는 엔키의 지혜 덕이라 감사하며 운명의 서판을 슬쩍 받아가려 하는데, 엔키는 슬쩍 손을 뒤로 빼 운명의 서판을 넘기지 않고는 모두 나의 덕이 맞으며, 언제나 신들은 내가 구했는데 자네에게 땅 위를 다스릴 자격이 있나, 서판은 미숙한 후계자가 쥐어서는 안 될 물건이니 내게 맡기지 않겠냐며 도발한다. 이에 자신이 당신보다 더 적법한 후계자라고 발끈한 닌우르타가 거칠게 빼앗는데 엔키는 순순히 잡게 냅두고는, 계획대로 운명의 서판에 정신이 잠식당해 땅 위의 지배자가 되는 것에 집착하며 그것을 막는 이는 대기의 신이라도 죽이겠다 외치는 닌우르타의 꼴을 보고 웃는다.
안주를 부추겨 운명을 희망하게 한 것, 엔릴을 자극해 안주가 운명에 묶이게 한 것, 안주가 운명의 서판을 훔치는 것, 왕권의 상징이기에 엔릴의 후계자들이 나서는 흐름이 된 것 모두 그의 계획대로 실행되었고, 닌우르타를 돕는 것으로 안주를 데려온 것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어진 엔키는 안주가 자신의 지혜를 등에 업은 후계자가 당하는 것도, 후계자가 안주를 무찌르고 운명의 서판에 잠식당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 편하게 즐길 셈이었던 것. 곧 폭주한 닌우르타가 자신부터 제거하려고 달려드나, 엔키는 이것도 영광이라 비웃고 즐기며 떨쳐내더니 거대한 거북이를 창조해 땅굴 속으로 끌어내리고는 후계자와 그 아비가 전쟁하는 꼴을 상상하고 웃으며, 그런 전개를 만들고자 닌우르타가 다시 올라오기 전에 신들에게 알리러 간다.
하지만 닌후르쌍은 그런 엔키의 속셈을 읽고 있었기에 그가 압주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나타나 싸대기를 날리더니
너는 물로서 생명의 기원이 되었고 태어난 생명에게 지혜로서 삶을 선물했구나.
네가 원한 것은 정말로 땅 위를 지배한다는 알량한 명목 뿐이었느냐?
생명을 일으킬 것이냐? 아니면 그저 눌러 지배하겠느냐?
내가 너의 목숨을 구했으니, 이제 너 또한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거라.
라고 호소해, 엔키의 마음을 고치고 함께 땅굴로 내려가 운명의 서판을 빼앗는 것으로 닌우르타를 구한다.네가 원한 것은 정말로 땅 위를 지배한다는 알량한 명목 뿐이었느냐?
생명을 일으킬 것이냐? 아니면 그저 눌러 지배하겠느냐?
내가 너의 목숨을 구했으니, 이제 너 또한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거라.
이후 제정신을 차린 닌우르타는 자신이 눈치 챘던 엔키의 악의를 단순한 착각이라고 여겨 무례를 저질러 미안하다고 도리어 사과한다. 진짜 흉계를 꾸몄으나 마음을 바꿔 관뒀을 뿐인 엔키가 아무 말 없이 떫은 표정을 짓자, 진상을 아는 그녀는 피식 웃으며 나란히 귀환한다.
22화에서 점차 수를 불린 인간들이 서로의 것을 훔치고, 싸우고 죽이며 함성과 비명을 울려 퍼뜨리는데, 이것이 누명 탓에 저승으로 쫓겨난 과거, 작은 신들의 반란, 엔키 등 정적들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한 PTSD를 겪던 엔릴을 자극하고 만다. 결국 엔릴이 숙청으로 인류의 수를 조절하고 노동자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다른 신들과 함께 경악하나 차마 반론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류가 신벌에 죽어나가기는 하되 엔키의 비밀스런 조언 때문에 (신들 기준으로) 단기간에 그 수를 복원할 정도로 피해를 줄이기를 거듭하는 것에 격분한 엔릴이 아예 말살하겠다고 명령하자 "우리가 필요하다고 만들어놓고 말살을 입에 올리냐"며 앞장서서 반대한다.[9] 하지만 엔릴이 인류가 저지른 죄악을 언급하며 반박하고는 하늘의 신 안도 동의한 것이라며, 그래도 반기를 들고 인류를 돕는 이는 반역자로 간주하겠다며 맹세를 강요하자, 닌후르쌍을 포함한 다른 신들과 함께 마지못해 맹세한다. 이후 인류가 대홍수로 쓸려나가자 인안나의 옆에서 슬퍼하며 우는 모습이 나온다.
27화에서는 안에게 길가메시를 닮아 그와 대적할 만한 힘을 가진 생명을 창조하라는 명을 받는다. 정결한 물에 손을 씻고 점토를 떼어내 들판에 던지자 점토가 꿈틀거리며 괴물의 형상으로 변했고, 숲속으로 사라지는 괴물을 보며 너의 이름은 엔키두라고 말한다.
길가메쉬와 엔키두가 인안나의 패악질에 대항하여 구갈안나를 죽인 죄+후와와를 죽인 죄를 두고 신들끼리 회의를 열었을 때에는, 4주신 중 나머지 멤버들[안, 엔릴, 엔키]은 신들끼리 의리 안 상하게 엔키두만 죽이자고 주장하고, 인안나는 둘 다 죽이자고 길길이 날뛰는 사이에 뻘쭘하게 끼어서 침묵하는 모습으로 스쳐 지나간다.
이후 에레쉬키갈과 네르갈의 결혼 에피소드에서 신들의 회의에 앉아서 호응하는 장면으로 잠깐 나온다.
3. 기타
특유의 미모와 자존심 강하면서도 자신이 창조한 생명에게 자애로운 생명의 어머니다운 면모가 큰 호평을 받았다. 초반에는 등장 비중도 많아서 인안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의 초반 에피소드의 히로인에 가까웠을 정도.엔릴과 엔키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지만 둘 다 정실이 따로 있기 때문에 대우가 나쁘지만,[10] 본작에서는 강인한 성격으로 묘사되는지라 거기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엔릴과 엔키를 상대로 낮춤말을 쓰거나 둘보다 성숙한 면모를 보여 닌후르쌍이 누나 같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
엔릴과는 드라이한 관계지만 엔키와는 유독 이래저래 엮인다.[11] 닌후르쌍도 엔키에게는 유독 츤츤거리거나 밀당을 시도하는 등 엔키에게 상당한 호감이 있다는 암시가 여러 차례 나오는데, 엔키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에 엔키의 악한 면을 싫어하면서도 엔키를 연민하는 등 이래저래 복잡한 관계이다. 엔키도 다른 여자들과 달리 닌후르쌍에게 유독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츤츤거리는 등을 보면 쌍츤데레 연인 내지는 현실 부부 같다는 평이 있다. 이런 복잡한 관계 때문에 팬덤에서 엔키와 닌후르쌍 조합은 인기가 많았으며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둘의 관계는 맥거핀으로 끝났다. 원전에서도 엔키가 닌후르쌍을 '왕자의 대부인(나의 아내)'라고 부르는 등 엔릴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이기는 했다.
신들을 낳을 때는 아버지 될 신과 직접 육체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서 받은 그들이 관장하는 영역과 관련된 원소(엔릴의 바람, 엔키의 물)를 손에 받아 배에 대어 품는 것으로 묘사된다.
작중 묘사를 보면 알겠지만 생명의 창조하고 출산하는 닌후르쌍의 권능이 대단히 강력한 것을 알 수 있다. 괜히 메소포타미아의 최상위 신의 일원이 아니다.
댓글러의 코멘트에 따르면 닌후르쌍은 특히 아시리아에서 숭배된 여신으로 아시리아의 닌후르쌍 신전에는 목장을 두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얻은 우유는 "성스러운 젖"이라고 하여 아시리아의 왕이 될 아이에게만 먹였고 이 젖을 먹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결코 왕이 될 수 없었다.
[1] 딜문은 단순히 신화상의 영역이 아니라 지구의 바레인 일대를 뜻하는 명칭으로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진주의 섬이라 불렸으며 실제로 과거 진주 산지로 유명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인도와 교역하고 가끔 기록에 나오다 기원전 700년경 아시리아의 침공으로 멸망하였다.[2] 사실 엔키는 닌후르쌍이 자신을 놀릴 거라 생각해 한동안 고민만 하고 있었지만, 시종이 시도라도 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부추겨서 생각을 바꿔 접근했다.[3] 이때 둘의 분위기를 보면 영락없는 쌍츤데레 커플이다.[4] 이 여우는 평소에도 닌후르쌍이 아끼던 동물이었다고 한다.[5] 딜문의 영주가 엔사그인데 왜 닌시킬라가 딜문의 주인이냐 의아할 수도 있는데, 작가가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댓글러의 말에 따르면 둘은 부부이자 공동 통치자였다고 한다. 또 닌기리다는 엔릴과 닌릴의 아들 닌아주와의 사이에서 닌기쉬지다를 낳았고, 닌기쉬지다가 그녀의 자매인 아지무아와 결혼했다고 한다.[6] 운명의 서판의 힘으로 네 운명을 바꾸거나 거둘 수 있으니까 얼굴을 절대 보이지 말라. 그리고 강가로 유인해 냉풍으로 안개를 만들어 숨어 멀리서 공격해라.[7] 운명을 거두는 능력으로 일종의 시간역행을 일으켜, 화살대는 갈대로, 화살깃은 깃털로, 활시위는 숫양의 힘줄로, 활은 나무로 되돌리고는, 날개짓 한방에 닌우르타의 모습을 숨겨주던 안개를 걷어버린다.[8] 1. 안주와 폭풍우를 맞부딪치는 소모전을 이어나간다. 2. 안주가 소모전을 벌이며 떨어뜨린 깃털을 모은다. 3. 도망치면서 모은 깃털에 화살촉을 붙여서 다트로 만들어 뿌려둔다. 4. 안주가 땅에서 쉬지 못하게 강으로 몰아붙이며 1~3단계를 반복한다. 5. 지나치게 소모한 안주가 운명을 회수하는 힘으로 제 깃털을 회수하면, 다트가 된 깃털들이 '일제히' '안주에게 반드시 맞게 날아가' 안주를 격추한다.[9]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중에서 으뜸가는 막장 인성을 보여준 인안나가 바로 다음으로 인류 말살을 반대한다.[10] 엔릴은 닌키라는 정실이 있는 것이 대놓고 나오고, 본작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엔키도 담키 또는 닌갈의 어머니 닌기쿠가가 정실이었다. 가장 격이 높은 여신임에도 불구하고 원 역사에서나 본작에서나 두 형제에게는 그저 후계자를 낳을 대리모 취급밖에 받지 못했다.[11] 담수로서 생명을 부여하고 존속하게 만드는 엔키와 창조와 출산 자체가 신성인 닌후르쌍이 서로 가까운 사이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