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1-11-09 19:31:06

덴탈슬림 다이어트 컨트롤



1. 개요2. 구조3. 실험 결과4. 비판
4.1. 발상의 문제4.2. 실험 방법의 문제4.3. 과거 실패 사례4.4. 방법의 유효성
5. 반박
5.1. 실험의 목적이 다름5.2. 안전 장치 부착
6. 결론7. 참조 문헌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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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슬림 다이어트 컨트롤의 사진
덴탈슬림 다이어트 컨트롤(DentalSlim Diet Control)은 고도비만 환자의 윗니와 아랫니에 자석을 달아 입을 잠가서 밥을 못 먹게 하는 장치이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교 폴 브런튼 교수의 연구팀이 만들었으며, 연구 결과는 2021년 6월 25일 British Dental Journal에 "An intraoral device for weight loss: initial clinical findings"[1]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

이 장치를 설치하면 입이 2mm만 벌어지므로 고형물을 섭취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입이 벌어지므로 말을 하거나 입으로 숨 쉬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이를 두고 고문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나 연구진은 이 장치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살이 찐 환자를 위해 만든 장치이며 다른 방식보다 더 환자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2.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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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사진
덴탈슬림은 교정기와 비슷하게 설치된다. 먼저 치아 교정용 고무링으로 어금니를 감싼 후 인상[2]을 딴다. 이후 이 모양에 맞춰 치아용 시멘트를 바르고 특수 제작된 보철물을 단다. 특수 제작된 보철물에는 자석과 실리콘 밴드가 달려 구강 운동을 제한한다. 보철물에 안전 장치를 부착하여 위급 상황 시 해체할 수 있게 했으며, 보철물 주위로 실리콘을 덮여 입 안쪽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했다.

3. 실험 결과

연구진은 이 장치를 BMI가 30 이상인 여성 비만 환자 7명에게 2주간 설치하였다. 피실험자에게는 액상 다이어트 제품이 제공되었다. 덴탈슬림을 설치한 동안과 덴탈슬림을 해체하고 2주 뒤에 피실험자의 체중, 치아 건강, 그리고 삶의 질을 조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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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실험자의 평균 체중 변화
피실험자는 체중이 모두 감소하였고, 설치 후에 다시 늘어났으나 실험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 실험과 유사하게 윗니랑 아랫니를 철사로 묶어 입을 크게 열지 못하도록 한 실험에서는 체중 감소가 이보다 더 적게 일어났고, 철사를 풀자 체중이 실험 이전 수치로 돌아갔다.

치아 건강에도 문제가 없었다. 철사로 묶는 실험에서는 피험자는 호흡 장애와 구강질환을 겪었다. 또한, 철사를 푼 후에도 구강 움직임이 어려워 하였다. 그러나 덴탈슬림을 설치한 실험에서는 호흡 장애와 구강질환이 발생하지 않았고, 철사를 푼 후에도 구강 움직임을 호소한 경우가 적었다.

피실험자 모두 삶의 질이 장치를 설치하기 전보다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특히 몸무게가 줄면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실시할 수 있었다는 응답에 주목하였다. 이 장치를 통해 다이어트를 하게 동기를 주고, 삶을 변화시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이하게, 공공시설 이용이 불편하다는 질문에는 실험 전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몸무게가 줄었더라도 고도비만이었던 것은 같았기 때문이다. 다만, 피험자는 장치가 때때로 불편하고 대화를 다소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치가 커서 외부인이 보기에 흉하다고 응답하였다. 미각이 변했거나 마시는 것도 힘들다는 반응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실험의 한계로 실험 대상이 적고, 기간은 짧았다는 점을 들었다. 피실험자 모두 오타고 대학교가 위치한 더니든에서 모집되었고, 여성이었다. 기간도 2주로 매우 짧았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 확대, 성별 간 대조 연구, 실험 기간 확대를 향후 목표로 제시하였다. 또한, 장치 크기를 줄여서 외관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4. 비판

이 장치를 두고 인터넷 내외에서 비판이 들끓었다. 주된 비판점은 다이어트를 위해 중세시대 고문 기구를 연상시키는 장치를 달아야 하냐는 것이었다. 또한, 섭식장애 지원 단체를 중심으로 비만 문제를 단순히 의지 문제로 보고 있냐는 비판도 있었다.

4.1. 발상의 문제

주된 비판점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입을 꿰매기까지 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딘 제이드 전국섭식장애센터(National Centre for Eating Disorder) 센터장은 인디펜던트 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도 다이어트를 한다고 음식을 아예 못 먹게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식이 습관(relationships with food)을 바꾸기 위해 관점, 생활, 기술, 전략을 바꾸려고 한다."라면서 연구진을 비판하였다. 또한 그녀는 이런 장치를 훈련되지 않은 일반인이 다룰 경우 큰 문제점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또한, 연구진은 이 장치를 통해 피험자가 살을 뺄 동기를 얻었다고 말했으나, 영국 최대의 섭식장애 지원단체 비트(Beat)는 이런 장치는 비만을 너무 단순화했다면서 다른 문제를 간과하였다고 비판하였다. 특히, 섭식장애의 일종인 폭식장애는 심리치료를 동반해야 치료할 수 있으며, 이런 장치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비만을 죄악시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전국섭식장애협회(National Eating Disorders Association)에서 대외업무를 맡은 첼시 크로넨골드는 환자가 덴탈슬림을 쓰면서 불편감을 겪고 덜 만족스러워했지만, 향후 살을 뺄 동기를 얻었다는 것을 두고 "살을 뺄 때는 힘들었었지만 뚱뚱했을 때는 행복했다는 뜻"이라면서 "비만 혐오(Weight Stigma)[3]"의 단편이라고 말했다.

4.2. 실험 방법의 문제

보스턴 대학교 영양학 교수 조안 살지 블레이크는 이 실험이 성공할 수밖에 없고, 또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실험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녀의 의견을 요약하면, 첫째 실험 참가자를 BMI를 기준으로 선별하였다. BMI는 키와 몸무게를 비교한 수치이지 체지방을 계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BMI만을 기준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UFC에서 활약한 김동현 선수의 BMI를 측정하면 25.42로 비만이지만, 아무도 김동현 선수를 살쪘다고 말하지 않는다. 실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려 했다면 체지방률을 기준으로 실험군을 편성해야 했다.

둘째, 연구진이 한 방식대로 실험하면 피실험자의 몸무게가 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성인 여성의 권장 섭취 칼로리는 2,600kcal인데, 연구진이 피실험자에게 먹인 액상 다이어트 식품의 열량은 1,200kcal이다. 이것만 2주씩 먹이면 살이 안 빠지려도 빠진다. 그리고, 이를 끊고 원래의 식습관으로 돌아가면 살이 다시 찌기 마련이다. 이렇게 된다면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4.3. 과거 실패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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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요법을 위해 양악을 철사로 묶은 모습.
입을 열지 못하게 해서 다이어트를 강제한다는 발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제이드 센터장은 연구진이 이 점을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1980년에 교정기처럼 입을 철사로 묶어 액상만 먹게 하도록 했었는데, 치료 후 환자는 몸무게가 치료 전으로 돌아왔고, 턱관절 장애를 앓았다. 또한 구토를 하다가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 자칫 질식이 발생할 위험성도 있었다.

4.4. 방법의 유효성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지도 의문시된다. 덴탈슬림을 달더라도 액체는 마실 수 있다. 의도한 것과 달리 탄산음료나 녹인 초콜릿 따위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실험 중 "반칙(cheating)"을 저지른 사람이 1명 있었다는 식으로 이를 시인했다.

5. 반박

5.1. 실험의 목적이 다름

연구진은 섭식장애 단체의 비판이 실험의 목적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덴탈슬림은 일상 다이어트용 장치가 아니라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살이 찐 환자를 위해 만든 장치라는 것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비만대사수술을 권하는데, 위에 밴드를 달거나, 위를 절제하거나, 새로운 관을 뚫어 위를 우회하는 방식이다. 이런 수술은 모두 침습적이고, 수술 전으로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보다 비싸다. 덴탈슬림은 비만대사수술과는 다르게 배를 째지 않고, 간단히 탈부착할 수 있으며, 가격도 싸다. 세간의 비판은 이런 환자를 위해 만든 장치를 일상적인 다이어트 방식과 혼동해서 발생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들이 비만의 기준을 BMI로 잡은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의료계에서 비만대사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조건으로 BMI를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1월부로 비만대사수술도 건보 대상이 되었는데, 그 조건은 ① BMI가 35kg/㎡ 이상이거나, ② BMI가 30kg/㎡ 이상이면서 대사 합병증을 갖고 있거나, ③ BMI가 27.5kg/㎡ 이상이면서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이었다. BMI가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수단이라 할지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두루 쓰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5.2. 안전 장치 부착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철사로 양악을 열지 못하게 한 것도 사전에 조사하였고, 이의 문제점도 이미 알고 있었다. 장치에 안전장치를 달아 위급 상황시에 쉽게 해제할 수 있게 했으며, 또한 철사와의 비교하여 다이어트 효능이 더 뛰어나고 추후 문제점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덴탈슬림은 철사와 비교한 것은 논문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6. 결론

비만은 현대인의 새로운 질병이자 사회적 문제이다. 전 세계에서 6억명 이상이 비만이고, 매년 비만 때문에 죽는 사람은 280만명에 달한다. 203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만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런튼 교수의 연구가 비만 치료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상용화가 된다면 다이어트에 실패했거나, 당장 살을 빼야 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섭식장애 단체의 비판도 부당한 것은 아니다. 비록, 이 장치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는 데엔 실패했지만, 비만 치료가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제대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또한, 살을 빼게 하려고 밥을 못 먹게 한다는, 일견 비인간적인 발상에 쉽게 동의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연구진의 추후 과제는 본인들이 말한 대로 덴탈슬림을 장기간 부착했을 때에 효과가 어떻고, 부작용이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장치를 달지 않고 다이어트 식품만 먹였을 때랑 이 장치를 달고 다이어트 식품만을 먹였을 때를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다.

7. 참조 문헌


[1] 체중 감량용 구내 장치:초기 임상 결과[2] 치과 진단 및 치료를 목적으로 구강 내 치아를 포함한 경조직 및 연조직의 모습을 본뜬 것 (두산백과)[3] 몸무게를 이유로 개인을 차별하려는 태도나 문화를 널리 지칭하는 표현. 자세한 내용은 영문 위키백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