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瞑眩現像'부작용'을 그럴싸하게 무마할 목적으로 통용되는 용어. 주로 약물에 의한 부작용을 병이 낫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포장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표현으로 호전반응이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의 테두리 바깥에서 영업을 하고 약리작용에 책임질 뜻과 역량이 없는 유사의학(대체의학), 다이어트제품, 일부 한약[1], 건강기능식품, 괴짜스러운 기능을 주장하는 화장품, 여러 다단계제품군 등에서 환불을 지연 및 무마할 목적으로 깔아놓는 밑밥이다. 이는 의료용어도 과학용어도 아니며, 영업사원 교육 책자에만 등장하는 가짜 단어이다. 현대의학은 물론, 한의학계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단어를 따온 곳은 옛 의학서조차 아닌 유교 경전 '서경'으로, 노응근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에 따르면, 명현이란 말은 서경의 ‘약불명현 궐질불료(藥弗瞑眩 厥疾弗瘳)[2]’라는 비유적 구절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비유를 과학으로 치환해서 일반화하는 것은 고대의학도 아니고, 동양한의학에서 쓰이는 개념도 아니고, 당연히 현대의학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과학적으로 특정 부작용에 대한 비유해성 또는 유익성 여부가 증명된 사례 역시 매우 드물고, 그 드문 사례 역시 과학의 영역에 편입되어 있으므로 '명현현상'이라는 사이비 용어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도 없는 면피용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2. 상세
모든 약은 특정 질병을 삭제해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체의 복잡한 신체기관 전부와 상호작용하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한 가지 작용만을 하지 않는다. 현대의학은 이러한 이유로 특정 화학물질을 복용했을 때 발생하는 수십 가지 작용 중 약 개발 과정에서 의도한 특정 작용이 확실하게 발생하고 건강에 불리한 기타 작용들이 최소한으로 발현되는 성분을 연구해 임상을 거쳐 그 효과성과 유해성을 수치화하며, 오백 원짜리 구충제 한 알이라도 수십 가지 부작용이 기술된 문서를 동봉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의약품에도 부작용은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명현현상이라 미화되는 '이로운 작용이 나타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발현하는 나쁜 작용'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례는 극히 드물며, 위에 적은 바와 같이 그러한 연구를 할 의향이 없는 사이비 업계의 주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이다.사이비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명현현상이라 주장하는 것들은 어지럼증, 구역감, 홍조, 배설물 변색, 부정출혈, 생리주기 교란 등 소비자가 호소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증상을 망라할 만큼 그 범주가 넓어, 과학적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 없고 체계적인 설명 역시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사이비들도 사람 잡으면 뉴스 난다는 걸 알기에 치명적이고 과학적으로 추적이 쉬운 부작용인 고열, 염증, 괴사, 영양실조나 독성간염 등이 나타날 경우 영업사원의 입을 닫게 하고 자신들의 제품과 무관하다며 철벽을 치거나, 또는 적당히 합의로 꼬시려 들거나 그것도 안 될 사태라면 이미 장사는 망한 셈이니 얌전히 소송전을 준비한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영업사원들이 주장하는 주원인은 약이나 화장품이 엉망이라서가 아니라, 평소에 인생을 엉망으로 살아서 몸에 쌓인 노페물이 마치 업보처럼 한 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반응이 격렬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지지근거로 하는 말은 대체로 '천연재료로 만든 비법인데 해로울 리 없고 너와 같은 증상은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했다'라는 것. 당연히 헛소리다.
물론 사이비 제품들의 성분이야 뻔해서 시중에 OEM하는 적당한 설비를 자체구축[3]하고 이상한 거 좀 갈아넣고 값을 10배로 튀겨 받든지 하는 정도이니만큼 그 '명현현상'이라는 게 그렇게 치명적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미용 제품이라면 홍조, 염증, 피부병은 대부분[4] '나아지는' 과정이 아니라 흉터를 남기는 이상반응임을 잊지 말고, 특히나 복용하는 제품 등 인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제품들은 어떤 제품이든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한다. 또한 별 특이하거나 유해해 보이는 성분을 쓰지 않더라도 인체를 골로 보내는 유사의술을 집도하고 사람이 시름시름 앓는데 명현현상이라 박박 우기는 경우[5]도 있으므로 나이 든 부모님들이 이상한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도록 자녀들이 항상 신경 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을 병원에서 고치면 안 된다.'라며 병원에 가는 것도 막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하자. 이런 부류는 누가 직접 물건을 판 게 아니라 커뮤니티 일반이용자 전체가 세뇌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남이 죽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방전문의료기관인 기타사토대학 한방의학센터의 과거 의무기록을 토대로 검토한 결과, 검토 자료 중 1945년부터 2009년까지 64년간 보고된 명현사례보고는 70증례였다. 매일 수백 명을 진료하는 외래센터에서 명현으로 기록된 사례가 1년에 1증례 꼴이라는 것에서 진짜 명현현상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증례의 발현은 42%가 복용 당일에, 79%는 3일 이내에 발생하였고, 지속일수는 35%가 복용당일에 한정하여, 63%가 3일 이내였다. 이러한 보고 중에 39%는 명현으로 판단이 어려운 증상이었다는 것도 감안하자. 특기할 만한 점은 실제 코피나 토혈 같은 반응이 명현으로서 인정되었다는 점.[6]
또한, 중국의 주요 학술데이터베이스인 CNKI, VIP, WANFANG 등에서 중의학 분야 문헌들 중 명현(瞑眩)으로 검색했을 때 발견되는 문헌이 거의 없는 것도[7] 명현현상의 실존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에게 떡밥을 주고 있다. 사실 한의학의 예를 주로 들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도 명현현상이란 말은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한의학은 위와 같은 연구라도 하지 건강식품 등에서는 그런 체계화된 연구결과조차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사이비 단어가 영업용으로 너무 달콤하고 이목을 끄는데다 늙다리 한의사들도 사랑하는 만큼 쓰여온 그 역사가 유구한지라, 약팔이와 딱히 상관이 없는 동네 피부미용샵에서 오이마사지 받고 뾰루지 났다며 아무 연관도 없는 진상을 부리는 손놈들 상대로 방어수단으로 쓰는 마법의 단어가 되기도 하는 등 꼭 입에서 '명현현상'이라는 말을 먼저 뗀다고 그 사람이 유사의학을 신봉하는 양아치 사기꾼이라고 단정하기는 좀 그렇다.
3. 비판
의학 종사자들이 가장 위험히 여기는 말 중 하나. 잘못하면 사람 잡을 수도 있는 부작용을 명현현상이라고 참다가 진짜로 사람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아직 명현현상의 기전 자체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각종 부작용과 구분할 재간이 없다. 각종 다이어트나 약물 요법 시 약물 부작용, 영양상 불균형으로 인한 신체밸런스 이상, 간독성으로 인한 간부전 등 각종 부작용이 올 수 있는데 이걸 "견디면 몸이 좋아지는" 명현현상인지 "견디다 저 세상으로 갈 수도 있는" 부작용인지 영 구분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이걸 사이비 유사의술사들이 약팔이 노릇을 하려고 절찬리에 써먹는다는 점 때문에 좋게 보기도 힘들다.[8]한의학계 내부에서도 명현현상에 대한 의견은 비판적이다.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원하지 않은 현상'이라면 확실히 치료 과정 중에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감별할 수 있겠지만, 이 명현현상이라는 것이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또한 명현현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호전이 없다면 부작용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한의학계 주류는 명현현상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 한의를 빌려서 명현현상을 남발하는 경우는 한의학이 아닌 대체의학인 경우가 많다. 주류 한의학계에서는 잘 인정하지 않는 반응이며, 만약에 있더라도 극히 드물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또 예를 들어 화학적 항암 치료로 인해 생기는 구역감, 구토, 식욕부진, 불쾌감, 각종 신경계 증상 등은 치료 기전을 통해 보든, 치료 과정을 통해 보든 명백히 약리로 인해 일어나는 증상이지만 이것을 '치료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는 점과 비교할 때, 명현현상은 과연 낫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인 것인지 혹은 의학적 연구를 통해 줄여나갈 수 있는 부작용'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나 명현현상을 암시하는 내용은 많지만 명쾌하게 이에 대해 정리한 원서가 많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 명현현상이라는 개념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가
현대 의학은 이런 부작용이 생긴 원인을 파악하고 이런 부작용, 즉 증상으로부터 합리적으로 병을 진단해내는 학문이라는 걸 명심하자. 즉. 몸이 아프면 "명현현상인가?"라고 고민하기 전에 병원부터 가라. 약 잘못 먹고 참다 사망한 사람들도 있다.
몸에서 이상증상이 나타날 때 명현현상이라고 하며 안심시킬 경우가 특히 위험하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을 취급하는 다단계판매원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당연한 것이라며 병원에서 치료하면 안 된다고 병원에 가지 못하게 하기까지 한다. 대체의학을 이용하는만큼 의학에 기본적으로 불신을 가지거나 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사람들일 수 있고, 이럴 경우 병원에 가지 마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러다 부작용으로 더 심해질 수 있고, 관련 없는 다른 병에 걸린 것도 그냥 명현현상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나마 한의학 쪽은 교육이라도 제대로 받지 건강식품 등은 그런 것도 없다. 몸에 열이 없다면서 밥 먹지 말고 자기네 식품만 먹고 찜질을 계속 하라고 했는데 체온이 39도인데도 모르고 체온계도 없으면서 아파도 명현현상이니 참으라고 강요한 사례도 있다. 우연하게 다른 병에 걸린 거였지만 그 말 믿고 병원에 계속 가지 않았다면 정말 죽었을수도 있었다. 정말 믿을만해서 선택하더라도 명현현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최소한 병원에서 한번 확인은 해봐야 할 것이다. 각종 요법의 선택은 본인의 권리이나, 자신의 소중한 몸은 다른 사람이 책임져주지 않는 만큼 적당한 선에서 스스로 보호하도록 하자.
[1] 현대 한의학은 이 사이비 용어를 당연히 부정하고 오늘날의 한의학도들 또한 과학적 접근방식과 현대의학에 기반한 수련을 추구하고 있지만, 체계화 이전에 고스톱 쳐서 면허를 딴 늙다리 한의사들은 의외로 다수가 공부와 담 쌓고 약장수로 전업한지 오래인지라 2023년에도 이 단어를 주구장창 써먹으며 손님 낚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같은 나이대 개업 양의사들이 근처 종합병원에서 일 년이 멀다하고 쏟아내는 온갖 신약처방을 갱신하려고 온갖 포럼을 따라다니며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의술을 행하는 자들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지도 의문이다.[2] 약을 먹고도 어지럽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3] 그야 시중 화장품이랑 똑같은 곳에서 만들어서 상표만 바꿔치기한다고 소문나면 효험있는 신의 물방울이라고 약팔이를 못 하니까.[4]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약은 치료초기에 여드름이 악화되어 수 주간 지속될 수 있다.[5] 소금물 관장 등[6] Kampo Med vol.65 no.2 79-86, 2014[7] 존재하는 것은 특이한 사례를 보고하는 증례 보고 수준.[8] 이를 악용한 대표인 사례로는 안아키가 있다. 약을 쓰지 않는 자연치료를 선도한답시고 아이 몸이 벌벌 떨리는데도 명현현상이라며 외려 약을 팔았다. 정확히는 곰팡이가 피고 썩은내가 진동하는 된장과 청국장을 가지고 진짜 약이라며 주문 받고 팔았다.[9] 화장품의 정의를 생각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화장품이란 "인체를 청결 또는 미화하고, 피부 또는 모발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도찰, 살포 기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 다만 이러한 사용 목적 이외에 의약품의 사용목적을 겸하여 사용되는 물품은 예외로 한다." 즉 화장품을 사용해서 뭔가 다른 현상이 발생하면 그건 이미 화장품을 사용하는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