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7 02:13:13

오크통

바리크에서 넘어옴

1. 개요


오크통(Oak Cask)은 오크(유럽참나무)로 만든 통을 말한다. 유럽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주류를 담아 숙성시키는 데에 오크통을 사용한다.

2. 상세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Barriques_in_Filicaja.jpg 파일:external/www.kentuckybarrels.com/barrel.gif
이미지 출처 - 프랑스 위키피디아 각 부분의 명칭
요즘은 흔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집에서 주류를 보관하고 마시기 위해 술(특히 포도주)을 오크통 단위로 거래하기도 했다. 지금도 서양의 창고형 매장에서는 술을 그런 식으로 판매하기도 하며, 특유의 고풍스러운 생김새 덕분에 큰 술집이나 바에서 디자인 용도로 쓰기도 한다. 가까운 거리를 옮길 때는 후계자격(?)인 드럼통과 마찬가지로 굴려서 옮긴다.[1]

프랑스어로는 바리크(Barrique)라 부른다. 보르도에서는 225리터, 부르고뉴에선 228리터들이로 규격화되어있다.

영어로는 오크 캐스크(Oak Cask)라고 부르며, 사이즈에 따라 배럴(Barrel), 혹스헤드(Hogsheads), 벗(Butts) 등으로 나눈다. 배럴은 200리터 안팎, 혹스헤드는 240리터 안팎, 벗은 500리터 안팎이다. 싱글 캐스크 제품과 같은 경우 오크통의 크기와 병 수를 역산하여 증발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오크통은 완전히 밀폐된 것이 아니라 내부에 보관된 술은 서서히 증발과 숙성이 진행되며,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증발과 숙성의 속도는 빨라진다. 일반적으로 에탄올의 기화가 물보다 빨라 장기 숙성을 거칠수록 도수가 낮아지지만, 켄터키 주처럼 덥고 습한 기후로 인해 반대로 도수가 높아지기도 한다. 장기 숙성을 거칠수록 오크 내의 성분이 흘러나와 술의 색이 갈색으로 변하며 당도가 높아진다.

2.1. 포도주

잘 만든 바리크는 수백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매우 비싸며, 이 때문에 바리크를 매번 새 것으로 구비할 수 없는 하위 샤토들은 1급 샤토에서 쓰였던 바리크를 구입해서 쓴다, 그렇게 재활용된 바리크는 계속해서 하위 샤토로 넘어가 쓰이고 또 쓰인다. 때때로 저급한 샤토들은 비싼 바리크를 쓰지는 못하고 바리크향을 내기 위해 참나무 갈은 가루를 포도주에 섞어 참나무향을 내기도 하는데, 원래 바리크를 만들 때 안쪽을 그을리고 장기간 숙성시켜 쓰기 때문에 그냥 가루를 갈아넣은 것과는 차이가 확연하다고 한다. 대체로 고급 포도주일수록 오래 숙성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같이 출시된 포도주들임에도 고급 제품이 더 오래된 빈티지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새 오크통을 선호하나 2010년대 후반부터 캘리포니아에서는 증류주를 숙성했던 오크통에 포도주를 숙성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오크통은 주로 저가형 와인에 주로 쓰이지 고급 와이너리들은 이런 오크통을 전혀 쓰지 않는다. 오크통 내부를 그을리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오크향이나 커피향의 풍미를 강하게 입히는 경우도 있는데 남아공 와인이 이런 오크통으로 만든 와인으로 유명하다. 오크통 숙성 기간은 고급 포도주인 경우에도 5년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예외적으로 리오하의 그랑 리제르바의 경우 10년 가량 숙성된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포트, 셰리강화 포도주의 경우 10년 이상 숙성된 제품들이 흔하며 최고급 제품들 중에서는 100년 이상 숙성된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포도주 오크통은 후술할 위스키처럼 다른 주류를 숙성하는 용도로도 인기가 많다. 포도주를 숙성했던 오크통은 담겨 있었던 포도주의 종류에 따라 특유의 향미를 숙성하는 술에 입힌다. 인기가 많고 자주 사용되는 포도주 오크통으로는 상술한 셰리, 포트 등 주정강화 와인 오크통과 더불어 소테른, 토카이귀부 와인 오크통, 보르도부르고뉴, 토스카나, 아마로네 포도주 오크통 등이 있다.

1830년, 프랑스의 7월 혁명 때 정부군과 맞서 싸우던 시위군중이 바리크에 흙을 담아넣고 쌓아서 자신들을 보호한 데에서 방해물 또는 장벽이라는 뜻의 말인 바리케이드(Barricade)[2]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했다.

2.2. 위스키

스코틀랜드밀주업자들은 본래 셰리를 운송할 때 쓰던 오크통에 위스키를 보관하였다. 운송용으로 한 번 쓰고 버려졌기 때문에 가격이 공짜에 가깝게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기간 보관된 위스키는 셰리의 풍미가 은은하게 배어 좋은 맛과 향을 내었고,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의 스카치 위스키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전통 덕분에 스카치 위스키는 숙성용 오크통의 사용에 있어 제약사항이 많지 않은 편이다. 럼을 숙성시킬 때 사용했던 캐스크를 이용하기도 하며, 백포도주나 포트, 마데이라 등 각종 강화 포도주들을 담았던 캐스크 등 매우 다양한 캐스크를 사용하여 위스키 원액을 숙성 복합적인 맛과 향을 내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 덕분에 스카치 위스키와 그 영향을 받은 각국의 위스키들은 오크통의 영향력이 굉장히 큰 편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스페인에서 셰리를 운송할 때 더이상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는 현재는 저가의 셰리를 1~2년 정도 보관한 셰리 시즌드 캐스크(Sherry Seasoned Cask)를 사용하거나 버번 위스키를 담았던 캐스크, 다른 술을 한 번도 담지 않은 버진 캐스크(Virgin Cask) 등을 주로 사용하며, 간혹 브랜디 캐스크나 캐스크, 포도주 캐스크 등을 사용해 색다른 느낌을 더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18세기 영국에서 위스키를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것이 붐이 일어난 이후 오크통이 부족하게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는데 이로인해 이웃국가인 스페인의 셰리와인을 운송할때 사용했던 오크통을 재사용하여 위스키를 숙성시켰더니 셰리와인의 풍부한 맛과 향이 위스키에 스며들어 더욱 맛과 풍미가 좋아지게 된 것을 알게된 것으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이렇게 숙성시킨 위스키가 오히려 인기를 얻게되어 버려지던 셰리오크통이 품귀현상을 빚게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장기 숙성 시에는 오크의 기운이 너무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한두 번 사용한 세컨드 필이나 서드 필 캐스크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는 퍼스트 필이 가장 고급으로 취급되며 여러 번 재사용할수록 풍미가 옅어지기에 상대적으로 하급으로 취급된다. 초고숙성 위스키의 경우 증발량을 줄이기 위해(시간 대비 숙성 정도는 느려진다) 전통적인 낮은 형태의 창고에서 숙성하고 다른 오크통들로 감싸 온도의 영향을 적게 받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진다. 오크통의 크기에 따라서도 숙성에 영향이 있는데, 오크통이 작아질수록 접촉 면적이 커져 숙성과 증발이 가속화된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들에는 셰리가 나무에 스며들어 있는 상태에서 위스키를 통입한다는 웻 캐스크(Wet Cask) 논란이 있다.[3]

버번을 비롯한 아메리칸 위스키는 이와는 반대로 숙성에 사용할 수 있는 오크통의 종류를 '속을 그을리거나 그을리지 않은 새 오크통'(버진 캐스크)으로 고정해 놓아[4] 상당히 제한이 빡빡한 편이다. 다양한 종류의 오크통을 사용할 수 있는 스카치 위스키와는 달리 사용 가능한 오크통이 딱 하나로 정해져 있어 숙성으로 얻을 수 있는 향미가 상당히 고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메리칸 위스키는 메쉬빌의 조합이나 오크통 내부를 태우는 정도의 차이를 이용해 맛과 풍미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러다보니 같은 증류소에서 나온 제품들끼리는 메쉬빌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향미의 스펙트럼이 비슷하며, 숙성 연수 및 숙성 당시 창고에서의 오크통의 높이와 위치에 따라 라인업을 구분해서 판매한다.[5] 숙성에 사용된 오크통은 콘 위스키를 제외한 아메리칸 위스키의 숙성에는 다시 사용될 수 없기에 스카치 위스키를 비롯하여 다른 술들을 숙성하는 데 사용되기 위해 판매된다.

자세한 내용은 위스키/숙성에 따른 분류/오크통에서 확인할 수 있다.

2.3. 브랜디

브랜디는 포도주와 마찬가지로 제조에 있어서 포도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취급하다 보니 위스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오크통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한 장르의 브랜디에서 한두 종류의 오크통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디의 대표주자인 코냑의 경우 리무쟁(Limousin) 숲이나 트롱세(Tronçais) 숲의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을 사용하며, 아르마냑은 가스코뉴(Gascogne) 지역의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을 사용한다. 이 오크들은 코냑과 아르마냑에 독특하고도 풍부한 풍미를 더한다. 이 캐스크들 또한 숙성에 사용된 이후 다른 술의 숙성에 사용되기도 한다.

타 지역의 브랜디들은 보통 그 지역 참나무로 만든 버진 캐스크를 사용한다. 셰리로 유명한 스페인의 헤레스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헤레스 브랜디의 경우 셰리 캐스크를 사용하여 숙성되는데, 실제 셰리의 숙성에 사용되었던 캐스크라 단순 시즈닝 캐스크 피니싱과는 격을 달리하는 깊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문경바람, 추사40, 신례명주[6] 등의 제품이 오크통 숙성을 한다.

2.4.

숙성 기간이 짧은 제품들이 많은 럼의 특성상 새 오크통(버진 캐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숙성의 프리미엄 제품들의 경우 버번 위스키 오크통+코냑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치는 경우가 많으머, 고급 럼들의 경우 스피릿의 개성을 중시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브랜디와 유사하게 본래의 증류 원액이 오크통보다 중요하게 취급된다. 럼 오크통 역시 다른 술들을 숙성하는 데에 이용되는데, 럼 특유의 특이하고 강한 향미 때문에 럼 캐스크 숙성의 경우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다. 특히 자메이카 럼 캐스크가 그러한 경향이 강한데, 특유의 향미를 구린내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독특하고 이국적인 풍미 덕분에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1] 여담으로 오크통의 명칭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크통을 드럼통이라고 부른다.[2] 프랑스어 원어 발음으로는 "바히꺄드"(국립국어원식 표기로는 "바리카드")[3] 일정 도수로 맞춰 판매하는 경우에는 어차피 병입 전에 물을 섞어 도수를 맞추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고, 캐스크 스트렝스(위스키 숙성통 속의 원액에 물을 첨가해 희석시키지 않고 그대로 병입한 제품)일 경우 문제가 된다.[4] 단, 콘 위스키는 숙성에 대한 규정이 매우 느슨해서 중고 오크통도 사용할 수 있고, 아예 무숙성으로 판매될 수도 있다. 오히려 콘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원액을 '내부를 그을린 새 오크통'에 숙성할 경우 콘 위스키가 아닌 버번 위스키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버린다.[5] 보통 수직으로 7개의 오크통이 쌓인다. 그 중 숙성이 가장 잘 되는 최상층과 한가운데 부분의 오크통을 최상위 제품군으로 출하하고, 그 아래층과 외곽으로 갈수록 점점 낮은 등급의 제품군으로 출하한다.[6] 일품진로의 전신인 참나무통 맑은이슬을 탄생시킨 이용익 공장장이 생산중인 감귤 브랜디이다. 주세법으로 인해 막혀있지만 9년가량 숙성 중인 원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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