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법조일원화(法曹一元化)란 법조인의 재조(在曹)경력(판검사)과 재야(在野)경력(변호사)을 일원화한다는 뜻으로, 법조경력을 쌓은 변호사자격소지자(변호사, 검사 등)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판사를 경력직 채용한단 소리다. 2012년 이전에는 사법연수원 수료자 중 성적 우수자는 바로 판사로 임용되는 것이 가능했고, 따라서 사법연수원 성적 최상위권들이 판사로 몰려 법조인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일종의 계급을 이루는 양상을 띄고 있었다.이 방식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영미법계에서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법관의 계급주의, 엘리트주의와 카르텔화를 어느정도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애초에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도 전관예우 등 법관 즉시 임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려는 의도이다. 중국은 판검사 모두 경력을 요구한다[1].
언론에서는 '경력을 갖춘 법관'이란 의미로 '경력법관제'를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경력법관제는 이와 정반대의 개념으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곧바로 법관으로 임용하여 '법관 경력을 쌓아가는 제도'다.[2] 경력법관제와 비슷한 말로 직업법관제, 사법관료제가 있다.[3]
2. 설명
법조일원화제도의 도입 전인 2012년까지는 사법시험을 통과한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성적에 따라 곧바로 판사로 임용될 수 있었다. 이렇게 임용된 판사들 중에는 사회경험도 없는 젊은 판사들이 많았고, 이런 판사들이 법률지식만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예비판사 제도를 두기도 하였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폐지되었다. 이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학전문대학원과 함께 법조일원화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고, 마침내 2011년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2013년부터 법조일원화가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일정 년수 이상의 법조경력을 쌓아야만 판사로 임용될 수 있게 되었다.[4]법조일원화 도입 초기에는 법학전문대학원 4기(사법연수원 44기)의 경우 법조경력을 쌓아갈수록 그에 비례해 경과규정에서 요구하는 법조 경력 년수가 같이 올라가는 바람에, 결국에는 10년 경력을 쌓아야만 초임 판사로 임용이 가능한 문제가 있었다. 가령 연수원 44기가 졸업하는 2015년부터는 3년 경력이 필요한데, 3년 경력을 채운 2018년에는 5년 경력이 필요하고, 5년 경력을 채운 2020년에는 7년 경력이 필요하게 되는 식이다. 결국 연수원 44기부터는 10년 경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로 인한 44기 연수원생의 불만이 상당했다. 그래서 2014년 1월 7일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입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에 관해 2016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45기들이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이 합헌이라고 보았다(헌재 2016. 5. 26. 2014헌마427 결정).
2016년까지는 법조경력을 기준으로 임용절차를 아래처럼 나누어 진행하였고, 2017부터는 ①이 폐지되었다.
① 단기 법조경력자 법관임용(경력 3년 이상 5년 미만)
②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임용(경력 5년 이상)
③ 전담법관임용(경력 15년 이상)
2022년부터는 ②에서 경력연수가 7년으로 늘어나고, 2026년부터는 다시 10년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력기간을 10년이나 요구하면 판사 충원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경력기간을 도로 5년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2021년에 발의되었으나, 반대 및 기권표가 더 많이 나와 부결되었다. 이 개정안은 법원행정처의 숙원으로 꼽혔으나, 이 법안이 부결된 데에는 사법농단 사건의 피해자 이탄희 의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이 개정안이 공론화 절차 없이 3개월 만에 본회의장에 올라오는 특혜를 누린 것은 법원행정처 현직 판사들의 입법 로비 덕분"이라며 "(사법농단을 일으킨-註) 양승태 법원행정처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느냐"라고 비웃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위 법안이 부결된 다음 현행 5년 경력 규정을 5년간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되었고 이번에는 기간만 3년으로 축소되어서 통과되었다. 결국 ②에서 경력연수가 7년으로 늘어나는 것은 2025년부터로 늦춰졌고, 경력연수가 10년으로 늘어나는 것 역시 2029년부터로 늦춰졌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2024년 8월 제22대 국회에서는 법조경력을 줄이는 안에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2025년부터 판사 임용을 위해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 기간이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나, 여야에서는 이를 3~5년 수준으로 줄이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3년 이상',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5년 이상'이다. #
결국 2024년 9월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관 임용 최소 경력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법원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단 20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는 사람을 특정 재판 사무만을 담당하는 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법조 경력 10년 미만인 법관은 원칙적으로 재판장이 될 수 없도록 하여 완충된 규정을 두었다. #
3. '이론적' 장점
판사의 임용에는 성별, 연령, 법조경력의 종류 및 기간, 전문분야 등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사항을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법원조직법 제42조 제2항 후문. 2021년 12월 21일자 개정시 추가된 문언이다. 그러나 실상은...
법원조직법 제42조 제2항 후문. 2021년 12월 21일자 개정시 추가된 문언이다. 그러나 실상은...
- 법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부여한다.
- 법관의 계급주의, 엘리트주의, 카르텔화를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다. 모든 법관들이 소수의 단일 기관에서 배출되어 닫힌 작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법조 카르텔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준다. 독점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는데, 단일 기관 출신의 법조 권력 독점을 완화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 법조일원화 도입 논의 당시 '법조일원화가 되면 판사직이 법조경력의 종착지가 되므로 전관예우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다.
4. 실상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판사 순혈주의 국가, 법원 관료주의 국가로 분류됩니다. 법조일원화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판사를 필기시험으로 뽑고 유일하게 판사를 대의기관 관여 없이 법원 자체적으로 뽑는 나라입니다.[5] 그래서 판사의 상 또한 사법농단 판사들처럼 필기시험만 잘 보고 손 빠르고 법원장·대법원장 말 잘 듣는 사람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이미 내년도[2022년도-註] 신규 임용 판사 157명 중에 상위 7개 로펌 출신이 무려 50명, 법원 로클럭 출신이 무려 67명입니다. 전국 신규 판사의 8분의 1이 김앤장 출신입니다. 전국 신규 판사의 8분의 1을 하나의 로펌에서 충당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전 세계에 또 있겠습니까?
[5년 경력기간으로 인해-註] 법원은 변호사 시험성적 좋은 사람들을 로클럭으로 입도선매하고 대형 로펌들은 3년 뒤 판사로 점지된 이 사람들을 모셔가기 위해 경쟁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후관예우입니다. 벌써 로펌들에서는 ‘2년간 기름칠해 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탄희 의원.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5년에는 4월 1일에 사법연수원 출신 단기 법조경력자가, 7월 1일에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단기 법조경력자가 각각 임용되었다.[6] 이 중 사법연수원 출신은 96%가 법무관 출신이었고, 로스쿨 출신은 73%가 재판연구원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특히 후자에 관하여 '회전문인사',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이 있었고, 변협 등에서도 하도 말이 많아지자, 대법원은 단기 법조경력자 임용을 엄정하고도 투명하게 하겠다고 했다.#이미 내년도[2022년도-註] 신규 임용 판사 157명 중에 상위 7개 로펌 출신이 무려 50명, 법원 로클럭 출신이 무려 67명입니다. 전국 신규 판사의 8분의 1이 김앤장 출신입니다. 전국 신규 판사의 8분의 1을 하나의 로펌에서 충당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전 세계에 또 있겠습니까?
[5년 경력기간으로 인해-註] 법원은 변호사 시험성적 좋은 사람들을 로클럭으로 입도선매하고 대형 로펌들은 3년 뒤 판사로 점지된 이 사람들을 모셔가기 위해 경쟁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후관예우입니다. 벌써 로펌들에서는 ‘2년간 기름칠해 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탄희 의원.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2016년 1월 22일에 법관임용대상자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성명과 연수원 및 변호사시험 기수만 달랑 공개하였다.[7] 2016년 4월 1일 법관 임용예정인 사법연수원 출신 역시 74%가 법무관 출신이고, 12%가 재판연구원 출신이었다. 나머지 인원들은 현직 국선전담변호사인 1명을 빼면 전부 대형 로펌 출신이었다.(비율로는 12%) 게다가 당초 공고된 인원이 1명도 빠짐없이 임용대상이 되었다.#
대법원은 "필기시험 성적보다 전문성을 중시하겠다"라는 요지의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임용절차 개선방안을 2016년 5월 11일 발표하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 임용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필기시험 준비만 하는 로스쿨생이나 현업에 만족하지 못한 채 안정적인 생활만 꿈꾸며 법관임용 시험에만 올인하는 지원자는 합격이 어려워질 것." "법조일원화 취지에 맞게 충실하게 법조경력과 실력을 쌓아온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뭐가 개선되었을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일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의구심 어린 시선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위 발표에 대해 "전문성 드립을 치고는 있지만, 행간을 읽어 보면 '판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는 직역이 다름 아닌 로클럭이니, 결국 로클럭을 뽑겠단 소리 아니냐?"#, "현업에 만족하지 못한 채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는 변호사를 판사로 뽑지 않겠다는 말은, 결국 잘 나가는 변호사를 판사로 뽑겠단 소리고, 그 말은 결국 대형 로펌 변호사를 뽑겠단 소리군?"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8][9]
실제로 법조일원화가 시행된 직후에는 검사나 국선전담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뽑는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죄다 재판연구원 출신이나 대형 로펌 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임용했다.#[10] 게다가 재판연구원 출신(3년)이 판사로 임관하려면 임기를 마친 후에 몇 년 더 변호사로 근무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대형 로펌에서 법원이 예비 판사로 도장찍어 놓은 로클럭 출신들을 '모셔다가' 미리 관리하는 속칭 '후관예우'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 법원부터 성적 좋은 사람을 로클럭으로 뽑아 놓으니, 로펌도 성적 좋은 사람을 뽑고보니 로클럭 출신이었다고 둘러대면 막을 명분도 없다.
다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 때문인지, 그 후로는 차츰 국가기관, 공공기관 변호사나 사내변호사도 약간 명씩 임관을 시키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관임용현황 통계의 분류 자체가 아예 검사, 변호사(법무법인 등, 국선전담, 국가·공공기관, 사내변호사)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그리고 법조일원화로 인해 향후 법관 진입장벽이 높아져 법관 수급 애로가 예상된다는 것도 문제인데, 이 경우 재판 지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에서 판사 정원을 늘리기 위해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
도입 논의 당시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막상 실시 후에는 '도리어 전관예우가 더 심해질지 모른다'라는 회의론이 나왔다.#[11]
참여정부 때 법조일원화를 극력 주장했던 김선수 대법관 역시 퇴임하면서 소감을 밝히기를, 법관을 해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법조경력기간은 5년을 요구하면 족하다고 했다.##
법원행정처가 2024년에 전국 법관 3,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520명 중 90%가 넘는 법관들이 법조일원화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
매우 아이러니한 사실은, 정작 법원행정처가 2010년에 내세운 청사진은 '2023년부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을 법관으로 신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전면실시'였다는 것이다.#
5. 관련 문서
[1] 중국에선 사법시험과 공무원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판검사를 보조하는 비서가 될 수 있고 최소 5년간 근무해야 판검사로 선발될 수 있다[2] 경력을 갖춘 뒤 법관으로 임용 = 법조일원화 ≠ 경력법관제 = 법관으로 임용 후 경력을 쌓음[3] 직업공무원들을 경력공무원으로도 부르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행정학적 접근.[4] 경과조치에 따라 2017년까지는 3년, 2024년까지는 5년, 2028년까지는 7년으로 차등적으로 적용하였으며,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5] 공식적으로는 임용대상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의 있는 국민은 의견 제출하라'라고 하지만, 성명, 기수, 직업만 달랑 공개하므로, 그 사람과 잘 알고 지낸 이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일반 국민이라면 애초에 그의 임용에 관해 의견 제출을 할 가능성이 없다. 고위 법관의 경우 상세한 프로필이 보도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6] 참고로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판사는 이때 처음 임용되었다.[7] 더욱 가관인 것은 명단을 긁어가지도 못하도록 일부러 스캔해서 올렸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가장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그래 봤자 일일이 명단 베껴 써서 긁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하나?[8] "법관이 되고 싶어하는 일부 로클럭 출신 변호사들은 대형로펌보다 개인법률사무소로 가는 걸 더 선호하더군요. 일이 많으면 법관 임용시험 준비에 올인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는 도서관 등에서 법관 임용시험 공부만 한 사람은 법관 되기가 힘들 겁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말이라고 하는데, 본문에 전재한 대법원 관계자 발언과 함께 읽어 보면 상당히 아햏햏하다.[9] 대법원 관계자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도, 수년 후 법관임용 필기시험 수험서(《민법의 체계》)까지 출간되었다.[10] 물론, 과거의 예비판사와 달리, 재판연구원 출신이나 대형 로펌 변호사라 하더라도 탈락자가 있으므로 지원자로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지원할 수밖에 없다.[11] 이러한 환멸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으로, 10년 후에는 법조일원화로 인해 "전관예우라는 단어는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리라."라고 2011년에 호언했던 모 판사는 10년 후 모 대형 로펌의 대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