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2 01:35:16

뵐케의 금언

1. 개요2. 내용3. 해석4. 여담

1. 개요

제1차 세계 대전공군이 창설되고, 독일 제국군 최초의 에이스 오스발트 뵐케(Oswald Bölcke)는 신참 파일럿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8가지 항공전 노하우를 전수하였다. 육/해군 항공대로 시작한 공군의 역사가 100여년이 넘어가는 현대에도 파일럿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아래 내용을 보면 지상전에서는 당연한 속성도 있지만, 도그파이트로 대표되는 항공전의 특징으로 말미함은 고유한 특성도 있다. 몇몇 부분은 항공 기술의 발전으로 다소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2. 내용

뵐케의 금언
1. 태양을 등지고 적이 눈치채기 전에 적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하강하며 공격하라.
2. 공격이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하라. 기회가 왔다면 끝장을 봐라.
3. 사격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적기가 눈 앞에 보일 때만 하라.
4. 항상 적을 주시하고, 적의 작전에 속지 않도록 하라.
5. 어떤 상황에서 공격하더라도 적기의 뒤쪽에서 공격하라.
6. 적기에게 공격을 받게 되면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기에 대항하라.
7. 적의 점령지를 비행할 때는 항상 돌아오기 위한 생각을 하라.
8. 전투 편대를 위한 조언: 항상 편대를 이루어 공격을 시작하고, 편대전이 벌어지면 한 대의 적기에 여러 대가 공격하지 말라.

3. 해석

  1. 태양은 하늘에서 시야를 방해하는 구름과 동시에 둘뿐인 장애물이다. 태양의 광량은 대부분의 물체를 가리기에 충분하며 이 장애물을 이용해 자신을 숨기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치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1:1 전환되기에 순간적으로 속력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상대보다 높은 고도를 확보하면 상대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도망가는 적을 쫓아서 끝장내든지 전장에서 이탈하는 등 상황에 따라 활용하기 쉽다.
  2. 봐줄 생각 없이 끝장을 보라는 것이다.[1] 다만 당시에 상대를 봐준 것이 여유로운 인도주의라고 할 순 없는 게, 당시 전투기의 빈약한 총탄 탑재량을 생각하면 이미 무력화된 적에게 확인사살을 한답시고 총알을 낭비했다가 쌩쌩한 다른 적에게 쓸 총탄이 부족해 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으므로 그런 문화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도기가 지나고 나면 최대한 위협 요소를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
  3. 당시의 유일한 무장은 1~2정의 기관총이었으며 탄약 적재량도 한정적이라 막 쏘다간 금방 바닥났다. 하늘에서는 거리를 대조할 지형지물이 없기 때문에 적기가 먼데도 꽤 가깝게 느껴지기 쉽다.[2] 또한 먼 거리에서 쏘게 되면 이 당시 전투기들 기체 특성상 비행 중에 많이 흔들려서 총알이 퍼져 버려 맞지도 않거나 설령 맞아도 급소에 들어간 게 아니면 피해가 거의 없어서 하나마나고, 일단 사격을 시작하면 위치가 드러나기 때문에 멀리서부터 쏴서 멍청하게 자기 위치를 밝히면 유효타를 낼 만큼 근접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 적기가 일단 내 위치를 알고 방어기동을 시작하면 피곤해지는 건 당연지사.[3][4]
  4. 하늘에서도 매복공격, 다대일 공격은 쉽지는 않지만 분명 가능하다. 따라서 적이 지나치게 여유로워보일 때에는 지원군이 있는 곳으로 끌어뜨리려는 작전이라고 생각하고 경계해야 한다.
  5. 데드식스 참조. 적의 후방은 가장 쏘기 쉬운 부분이며, 적이 기동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현실은 워 썬더 아케이드 모드처럼 슈팅 레티클이 나오지 않는다. 이 법칙의 예외는 방어 기총을 다수 무장한 폭격기를 상대하는 경우인데, 독일군 조종사들이 B-17의 후방 기총을 피하고 그나마 내구도가 약한 조종석을 노리기 위해 아예 전면에서 헤드온을 건 사례처럼 매우 특수한 경우로 제한된다. 이것조차도 적의 약점이 데드 식스가 아니라 데드 트웰브가 되었을 뿐이므로 너무 엇나간 건 아니다.
  6. 항공기는 수직이착륙기나 회전익기를 제외하곤 뒤로 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대부분 정면에 화기가 집중된단 소린데 뒤를 잡혀 무조건 도망친다는 것은 적에게 기체의 등짝을 무방비하게 보여준다는 뜻이다. 또한 자신이 견제하지 않는 적한테는 여유롭게(...) 등짝을 얻어맞을 수 있다. 물론 1차대전기에는 싱크로나이즈 기어가 늦게 발명되어서 후방기총이 달린 기체가 더 많았지만, 2인승이라서 굼뜨기도 하고 후방의 적 상대로는 적극적으로 피하는게 힘들다. 공격받았을 때 사용하는 방어기동이라는 기동법도 있는데, 이는 무조건 적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적기가 내 6시 방향을 조준하기 어렵도록 목숨을 걸고 회피하거나 역으로 뒤를 잡는 상황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선빵당했을 때 가만히 죽기 싫으면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되받아쳐야 하고, 정 도망치고 싶더라도 이렇게 받아치면서 기회를 보지 않으면 손쉽게 등짝에 바람구멍이 난다.
  7. 항속거리 안에서 활동 및 적지에선 적을 주의할 것을 의미한다. 비행기의 연료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항속거리를 감안하는 것은 전투기 조종사의 기본이다. 영국 본토 항공전포클랜드 전쟁같이 이걸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가 비행기가 제대로 귀환 못한 사례는 실제 전쟁사에서 심심찮게 나왔다. 뵐케가 살아있던 당시에도 적지 비행장에서 항공기가 추가투입될 가능성도 높았고 대공포화가 없던 것도 아니었기에 적지에서는 살아돌아가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었으나,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지상에서 대공포대공 미사일 사격까지 날아오므로 더더욱 중요해졌다.
  8. 팀플레이의 중요성과 생각없는 일점사 자제.
    얼핏 보기엔 1:1의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라는 것 같아보이지만 그런 도의적인 이유에서 한 말은 아니다. 비행기는 전차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앞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일반적인 전투기는 공격도 앞으로만 한다. 따라서 2기가 동시에 1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으면 서로가 서로의 사선과 진행 경로를 향해 돌진하는 꼴이라 서로를 맞추거나 공중충돌할 위험이 늘어난다. 더욱이 적도 2기 이상일 때 화력을 지나치게 일점사하면 남는 적 1기는 아주 안전하게 아군 후방을 노릴 수 있다. 따라서 한 적을 같이 노리더라도 보조를 맞춰서 연이어 공격하고, 다른 동료의 등을 잘 지켜주고, 아군 오사나 충돌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이 말을 한 뵐케부터가 소수의 적기에게 다수의 아군기로 공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아군기 뵈메 소위와의 공중충돌로 사망했다. 뵐케가 자신의 금언을 어기고 1기에게 다수의 항공기가 사격하는 상황이었던 건 아니지만, 좁은 공역에서 다수의 기체가 전투기동을 하는 것이 얼마만큼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편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일격이탈과 에너지 파이팅 위주로 공중전의 메타가 변모하면서 적기 한 대를 두 대가 노리는 전법인 루프트바페의 로테(Rotte)나 타치 위브 같은 것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것도 뵐케가 말하려던 것처럼 둘이서 동시에 하나를 쫓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산된 비행을 통해 연속적으로 공격하는 개념이다. 여전히 그런 계획 없이 한 기체를 나란히 추격하는 것은 전술적 불리함을 초래한다.

4. 여담

뵐케는 1916년 서부전선에서 사망하였고, 그의 뒤를 이어서 막스 임멜만과 붉은 남작 이라고도 불리는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이 등장하면서 공군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편대전술과 조직, 편제를 갖추기 시작한다.



[1] 프랑스의 대에이스 조르주 긴메르(Georges Guynemer)는 기체가 온전하던 에른스트 우데트를 총탄 한번 안 쏘고 무력화하고도 살려주는 인도적인 면모를 보였다.[2] 이에 대해 이후 붉은 남작은 이렇게 말했다. '조준경에 적기가 다 안 들어올 정도로 근접했을 때 쏴라.'[3]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몰타의 매라고 불린 에이스 조지 F. 벌링처럼 기총 유효사거리 밖에서 예측사격으로 적기를 때려잡는 괴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파일럿에겐 먼 나라 이야기이다. 당연히 이런 종류의 금언은 일반적인 파일럿들을 대상으로 하기 마련이다.[4] 역사상 가장 많은 격추수를 보유한 에리히 하르트만이 바로 이 원칙의 신봉자로 20m~30m 거리에서 사격을 가하는 전법으로 352기 격추를 달성했다. 다만 하르트만의 경우는 너무 근접해서 문제였다는 평을 받는다. 저러다가 적기의 파편을 맞고 손실을 입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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