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53:53

사르나트(크툴루 신화)


1. 개요2. 작중 묘사

1. 개요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장소

"사르나트에 찾아온 재앙"[1]이라는 단편소설에 나온다. 인도의 사르나트와 철자는 같지만 H.P. 러브크래프트가 지어낸 지명이 우연히 겹쳤다고 한다.

2. 작중 묘사

그 시초는 어떤 유목민 부족이 거대한 호수를 낀 므나(Mnar)라는 땅에 건설한 작은 문명으로, 처음 지어질 당시 그레이트 올드 원 보크루그를 섬기는 양서류 부족이 원주민으로 살고 있던 고대 도시 이브(Ib)와 그 살을 맞대고 있었다. 이브에 살고 있던 양서류 원주민 부족을 처음 본 사르나트인들은 인간의 관점에선 무척 기괴하게 생긴[2] 원주민들을 보고 무척 놀랐는데, 원주민들에 대한 사르나트인들의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두려움에서 점차 혐오감으로 변해갔다.

결국 사르나트인의 원주민들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한 시기, 사르나트의 젊은이들은 창병, 궁병, 투석병으로 구성된 군단을 구축해 이브를 습격했다. 사르나트의 군대는 이브의 원주민들을 창에 꽂아서 호수에 쳐박는[3] 식으로 원주민들을 학살했으며, 원주민들의 부조 모노리스들도 죄다 호수에 던져넣어 없애버렸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고대 도시를 지도 상에서 지워버린 사르나트인들은 이브에서 섬겨지던 보크루그의 우상을 고대 신과 고대 종족을 정복한 전리품이자, 그들이 나르 일대의 지배자라는 표상으로 가져왔는데 보크루그의 우상을 가져온 그날 밤 이변이 발생했다. 당시 사르나트의 대사제였던 타란-이쉬가 파멸(DOOM)이라는 한마디만을 제단에 새긴 채 형언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죽어버리고, 사원에 세워놓았던 우상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사제가 죽고 이교도의 우상이 하룻밤 사이 사라져버리는 심상치 않은 이변에도 불구하고 그이후 사르나트는 수세기동안 대단한 호황을 누렸다. 온갖 귀금속을 캐내어 일라네크 등의 이웃나라들과 귀금속과 보석, 서적, 기타 등등 온갖 호화로운 물건들을 교역했으며, 이러한 교역을 통해 점차 학문과 국력을 성장시킨 사르나트는 이웃 소국들을 하나하나 집어삼키며 점차 국토를 늘려나갔다.

그렇게 하여 전성기에 접어든 사르나트는 작중에 언급되는 대로라면 세상의 경이로움이오, 인류의 자긍심이나 다름없는 초강대국이 되었다. 사르나트의 옥좌에 앉는 자는 나르 전역, 심지어 그 인접 지역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대리석을 연마해서 쌓아낸 도시 성벽들은 높이만 300큐빗[4], 너비는 75큐빗으로 성벽 위에서 전차 두대가 마주달릴 수도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사르나트에는 많은 궁궐이 있었지만 개중에서도 선왕 조카르의 정원이 딸린 가장 마지막으로 지어진 궁궐이 여타 인접 대국들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웅장했는데,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이 위로 올라가면 바로 하늘에 닿지 않을까 상상하는 궁내부원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사르나트는 다신론적 종교관을 가진 국가로 선왕 조카르의 궁궐에서는 조-클라, 타마쉬, 로본의 세 신을 주신으로 섬기는 제단이 있었다. 그리고 이 곳에는 주신을 섬기는 제단 외에도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다름아니라 과거 타란-이쉬가 파멸의 예언을 남겼던 감람석 제단이 보관된 곳도 바로 이 곳이었던 것. 또한 이곳에서는 보크루그를 저주하는 은밀한 의식이 치러지는 곳이기도 했다.

이브에서의 학살이 일어났던 날 이후 사르나트에서는 매해 이브의 멸망을 기념하는 축제를 치렀다. 사람들은 이브를 학살한 군단을 고대의 종족을 물리친 영웅들로 숭배했고, 무희들과 악사들은 멸망한 원주민들과 그들의 고대신을 조롱했으며, 왕들은 나르의 호수를 내려다보며 그 곳에 잠든 망자들의 유골을 저주했다. 한때 사르나트의 대사제들이나 노인들은 타란-이쉬의 파멸의 예언을 상기하며 이러한 축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수세기의 무탈한 시간이 흘러 파멸의 예언도 우스갯거리가 되어가자 사제들까지 이 축제에 가담하여 웃고 떠들며 고대 종족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브에서의 학살이 벌어진 지 1000년이 지났던 날, 사르나트에서 전례없이 호화로운 축제를 벌이는 와중에 보크루그가 깨어났다. 처음에는 당시의 대사제 그나이-카가 철월의 달로부터 호수로 어떤 형체가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했고, 이후 호수로부터 달까지 이르는 녹색 안개가 피어올라 한창 축제가 벌어지고 있던 대사원의 탑을 뒤덮었다. 그 순간 탑 안에 있던 사람들은 호수에서 기이한 빛무리가 일렁이는 것을 보고, 이윽고 호숫가 근처에 높게 뻗어있던 암반 아큐리온 하나가 호수에 반쯤 잠겨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모습을 본 축제객들 사이에서는 막연한 공포심이 번졌고, 축제를 즐기던 손님들은 그들 자신도 그들이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인지하지 못한채 서둘러 천막을 치우고 축제를 접으려는 발길을 서둘렀다.

그리고 축제일 자정 무렵, 궁궐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공포로 광란에 빠진 군중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군중들 하나하나의 얼굴에 견딜 수 없는 공포가 아로새겨져 있었고, 그들에게서 전후상황을 설명받고 싶어도 온갖 끔찍한 말들을 횡성수설하는 그들의 말을 끊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후상황을 모르는 외부인들은 두려움에 빠진 채 궁궐 안을 들여다봤는데, 궁궐 안에서는 사르나트의 현왕이었던 나르기스-하이 국왕은 물론, 그 이하의 귀족들과 노예들조차 보이지 않고 오직 몰살당했던 이브의 원주민들만이 축제에 쓰이던 귀금속 접시를 든 채 기괴한 불꽃을 에워싸고 춤을 추고 있었다. , 코끼리, 낙타 등을 몰고 사르나트를 빠져나간 귀족들과 여행자들이 사르나트를 돌아봤을 때 호수는 다시 한번 기괴한 안개를 내뿜으며 석제 아큐리온을 완전히 잠가버렸다. 그렇게 사르나트는 타란-이쉬가 예언했던 것과 같은 파멸을 맞이한다.

그렇게 사르나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머나먼 곳에서 온 모험가들이 사르나트의 모습을 보러 왔을 때 그들이 찾아낸 것은 거대한 호수와 그 옆에 우뚝 서있는 암반 아큐리온 뿐이었다. 한때 전차가 달릴 수도 있을 정도의 장대한 성벽과 하늘까지 뻗는 웅장한 궁궐을 보유하고 있던 세계의 경이이며 인류의 자긍심이었던 사르나트는 보크루그의 분노 하에 하룻밤 사이 소멸했고, 꺼림칙한 물도마뱀만이 사르나트가 있던 자리의 호숫가를 기어다닐 뿐이었다. 다만 모험가들은 풀숲에서 보크루그의 신상을 발견했고 모험가들이 건져낸 보크루그의 신상은 사르나트와 교역했던 이웃나라 일라네크의 대사원에 안치되어 나르 전역의 숭배 대상이 된다.

하늘까지 뻗는 거대한 성까지 보유하고 있던 대국이 신적 존재의 분노를 받아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는 줄거리를 가진 이 단편 소설은 성경 등에 나오는 타락한 문명에 내려지는 신벌을 러브크래프트식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로 소설 상에는 큐빗, 스타디아 등의 현대에는 잘 쓰이지 않는 도량형이 거론되며 의도적으로 구어적인 어휘를 사용해서 신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듯한 흔적이 있다.

이후 사르나트는 러브크래프트의 다른 소설에서도 종종 언급된다. 대체로 '융성했던 고대 문명' 같은 이미지.

한편 이런 초강대국을 하룻밤 사이 소멸시켜버린 보크루그임에도, 러브크래프티안 사이에서는 1000년이나 기 모아서 나라 하나 멸망시킨 게 고작이라는 이유로 보크루그를 그레이트 올드 원 중에서는 약한 편이라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크루그의 방식을 재고해 보면 굉장히 악질적이다. 결국에 이 모든 일이 보크루그의 사르나트에 대한 희망고문 이었기 때문이다. 보크루그의 복수는 이미 자신을 떠받들던 이브의 종족이 멸절한 순간 결정되었다. 때문에 그 비밀을 엿본 최고사제 타란-아쉬가 절망해서 자살한 것이다. 그리고 그 복수가 교활하고 잔인한 것이 보크루그는 자신의 도시를 멸망시킨 인간들이 융성하도록 놔둔다. 무려 천년 동안이나! 처음에는 경계하던 사제들이나 식자들도 흥청망청 거렸고 도시의 천년을 경축하는 축제까지도 기획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타이머는 돌아가고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 보크루그는 사르나트안의 왕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이브인들로 바꾸어 놓았다. 단순한 멸망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지워진 것이다.
게다가 엄청나게 커진 도시 사르나트도 그대로 호수속에 담귀 버린다. 왕도 없고,귀족도 없고,평민도 없고,노예도 없고,땅마저 없이 몽땅 침몰해버린 것이다. 그토록 보크루그의 복수는 철저했다.[5]

[1] The doom that came to Sarnath. 황금가지판 러브크래프트 전집에서의 번역명은 『사나스에 찾아온 운명』.[2] 피부는 호숫가의 안개같은 녹색을 띄고 있고, 퉁방울같은 눈과 늘어지고 튀어나온 입술, 괴상한 형태의 귀를 가지고 있었다. 몸은 굉장히 연약해서 이나 화살에 맞으면 젤리처럼 물컹거릴 정도.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순 없지만 보크루그의 신상을 섬기며 그 주위에서 춤을 출 정도의 원시 문명 수준의 문명을 가지고 있었으며, 작중에 나오는 언급으로는 그들이 을 발견하고서 각종 종교 의식에 이용했다는 언급도 있다.[3] 사르나트인들은 원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조차 혐오했기 때문에 장창으로 꿰어서 호수에 던지는 방법으로 원주민들을 처리했다고 소설에서 묘사된다.[4] 고대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등지에서 사용되던 도량형으로, 팔꿈치에서 손끝까지의 길이를 의미한다. 미터법으로 계산하면 42~52cm 정도가 되는데, 대체로 1큐빗에 45.72cm 정도로 환산된다. 네이버 국어사전[5] 다만, 많은 사람들은 보크루그의 철저한 복수를 악질적이라고 여기기 보다는 오히려 통쾌하게 여기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악질적인 것을 따진다면, 고작 못생겼다는 이유로 이브인들을 학살한 사르나트인들이 훨씬 더 악질적이니 말이다. 따라서 억울하게 죽은 자기 신도들의 복수를 해주는 보크루그가 정당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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