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25 13:18:44

삼나무

삼나무
Japanese cedar
파일:0JDP4F7.png
학명: Cryptomeria japonica
분류
<colbgcolor=#d7ffce,#0f4a02> 식물계(Plantae)
분류군 관다발식물군(Tracheophytes)
겉씨식물군(Gymnospermae)
구과식물문(Pinophyta)
구과식물강(Pinopsida)
측백나무목(Cupressales)
측백나무과(Cupressaceae)
아과 낙우송아과(Taxodioideae)
삼나무속(Cryptomeria)
삼나무(C. japonica)

1. 개요2. 열매3. 생식구조4. 쓰임새5. 생태계 파괴와 꽃가루 문제6.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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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중국일본 원산 상록수로, 한자로는 삼나무 삼(杉)으로 표기한다. 일본에서는 보통은 한자보단 가타카나로 스기(スギ) 혹은 시다(シダー)로 적는다. 중국어로는 같은 한자를 샨(shān)이라 읽고 영어로는 Japanese cedar라고 한다.

서구에 삼나무가 japanese cedar로 알려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cedar로 불리는 여러 해외 수종들을 'OOO삼나무'로 번역하게 되었다. 그런데 cedar라는 영단어는 그저 건축재로 쓸 수 있는 유용하고 튼튼하고 웅장한 나무를 가리키는 상당히 뜻이 넓은 어휘이고, 특정 생물학적 수종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다. 즉 '레바논 삼나무' 등등은 실제 삼나무나 삼나무속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학명은 위의 표에도 나오듯이 Cryptomeria japonica D.Don. 지금까지 식물학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나무속에 속한 나무는 삼나무 하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같은 측백나무과이기는 하지만 약간 종류가 다른 '넓은잎삼나무속(Cunninghamia)'에 속하는 나무를 杉木이라고 한다. Cryptomeria japonica의 중국 명칭은 일본류삼(日本柳杉). 온난다습한 일본 원산이며 한반도에 대량으로 심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인 1900년대 초부터다. 추위와 건조함을 싫어하므로 주로 경남과 전남의 해안지방에서부터 제주도 등지의 섬 지방에 주로 심었다.

나무가 높고 곧게 뻗기 때문에 숲을 이루면 상당히 장관이다. 그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조림사업, 귤밭 방풍림(제주) 목적으로 많이 심는다. 일본에서는 건축용 자재·가구·욕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며, 비교적 습기에 강하고 나무에서 특유의 은은한 숲 향기가 나기 때문에 삼나무로 욕조를 만들기도 한다. 일본이 원산지지만 일본보다 제주도에서 더 잘 자란다고 한다.(#) 반면 겨울이 극단적으로 건조한 한반도 중부 이북에서는 키우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초기 화석 기록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발견된 시신세 후기에 형성된 지층에서 잎사귀 화석이 발견된 것이 최초이다. #

2. 열매

10월쯤 열매가 자라는데 냄새가 고약하다. 구린내는 아니고 끈적끈적한 진액에서 삼나무 특유의 향이 난다. 엄청나게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만진다면 손을 씻어도 진액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3. 생식구조

파일:eUwKxwY.jpg
소포자낭수는 3월 쯤 나오고 황색이다.

파일:Cryptomeria_japonica_(Japanese_Cedar).jpg
종구는 이렇게 생겼다.

4. 쓰임새

일본이 원산이고, 일본에서는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꽤 흔한 수종이었기 때문에 건축 및 조선용도로 많이 쓰였고 특히 임진왜란 당시 아타케부네, 세키부네 건조에 사용되었다. 목질 자체가 무르고 가벼운데다 잘 쪼개지기 때문에 가공하기 쉽지만, 비중(밀도)이 적고, 강도가 소나무보다 약하다보니, 소나무로 만든 조선 수군의 판옥선, 거북선과의 전투시 내구도 측면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화방업계에서는 액자 제작과 캔버스 틀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한다. 목질이 단단하진 않지만, 액자로 만들면 오히려 그 무른 재질 덕에 벽에서 떨어져도, 그 충격을 흡수하여 삼나무 액자의 모양이 변할지언정, 액자에 끼운 그림이나 그림을 붙드는 구조물에 충격전달을 차단하여, 손상을 훨씬 덜 받는다고 한다. 자동차 범퍼가 충격을 받아 변형되면서 흡수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게다가 독특한 무늬와 세련된 발색, 특유의 은은한 향 때문에 인기 있는 액자 재료.

'캔버스 와꾸'라고 부르는 캔버스의 틀(또는 프레임)을 제작할 때도 이른바 '정와꾸(正枠)'의 재료로 쓰인다. '가와꾸(假枠)'는 주로 러시아산 소나무로 만드는데, 가와꾸는 표면이 매우 거칠고 단조로운 연한 노란색이며 습기를 접하면 조직이 쉽게 비틀어지거나 변형이 온다고 한다. 그런데, 화방업계에서는 삼나무 재질의 모든 것을 스기로 통칭하는데 이 '스기'로 만든 정와꾸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캔버스 프레임이 지금까지도 큰 변형 없이 사용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한랭건조한 기후에서 일본의 스기로 만든 액자를 사용하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갈라지거나 쪼개짐이 심할 것이다.

그 밖에 가구로도 사용되는데, 피톤치드 배출량이 편백나무에 다음으로 높은 편이고 특유의 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러있다. 삼나무만으로 가구를 만들 때도 있고, 특유의 향을 이용하기 위해 장농이나 서랍장의 안재료로 사용되는 편이다.

일본에서는 워낙 조림이 잘되어 있다보니 하중을 받는 건축재로서 그 활용이 활발한 편이다.

5. 생태계 파괴와 꽃가루 문제

2차 대전 후 일본 정부는 파괴된 도시 재건에 필요한 건축 자재를 마련하고자 전국적으로 삼나무를 심었는데, 당시 삼나무는 집을 지을 재목으로서 가장 값비싼 재료였다. 그래서 나라에서 장려금을 지급하며 삼나무 심기를 권장한 터라 현재 일본 산림은 삼나무 단일 수종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단순림이 되었다. 게다가 여기에는 기후적인 요인도 한몫 했는데, 북유럽 숲이 독일가문비 일색인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1945년 패전 이후로 심기를 권장했기 때문에 삼나무 숲은 일본 각지에 뿌리 내렸다. 그런데 겉으로는 나무가 울창하지만 삼나무 특성상 수관이 온통 숲을 덮어 그 아래로는 햇볕 한 점 들지 않아 관목과 풀들이 자랄 수 없고, 작은 나무들이 없으니 새와 동물들이 깃들지 않아 나무는 있으되 야생 생태계는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한국도 비슷하게 소나무에 편중되게 심기는 했지만 일본의 삼나무 편중보다는 훨씬 덜해서, 소나무+참나무류 혼효림이 30%이고 자연천이가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척 대조적이다.

게다가 외국에서 값싼 나무가 수입되자 일본에서 자란 삼나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와 운반비용 등이 비싸서 목재로나 다른 용도로 활용가치가 낮아져서 베어도 이익이 거의 없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현재 일본의 삼나무 단순림은 노령림이라서 이산화탄소 흡수능력도 떨어지는 데다 생물 다양성을 저해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며(꽃가루) 정부와 민간의 의료비를 늘리는 무익한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삼나무들이 신사 주변에서 자라고,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이 아끼기 때문에 마구 베어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며 꽃가루가 덜 날리는 개량품종으로 바꿔 심기를 권장하지만, 대부분 고령인 산주들은 이제껏 지켜온 원칙을 바꾸기 싫어할뿐더러 정부 부처 간 협력도 잘 되지 않는다. 국민의 3할 이상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받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전혀 개선이 되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게 삼나무는 애증의 대상이 되는 나무이기도 하다. 위에도 쓰였듯이 쓸모가 많고 목욕 관련용품으로 만들면 독특한 향기를 즐길 수 있어서 일본인들이 좋아한다. 특히 히노키라고 통칭되는 편백나무, 혹은 노송나무를 사용한다. 삼나무는 편백나무의 사촌쯤 되는데 향이 좀 달라서 한 급 떨어지는 소재로 취급된다. 삼나무가 애증의 대상인 이유는 그놈의 꽃가루.
파일:Japanese_cedar_pollen.gif
일본 국민의 25% 이상이 삼나무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데, 삼나무가 날리는 꽃가루의 양이 장난 아니게 많아서 거의 환경재앙 수준이다. 삼나무의 꽃가루 알레르기가 도지기 시작하면 콧구멍이 막히는 것은 기본이고, 신기하게도 눈·코·입(천장과 목구멍 근처), 귀가 미칠 듯이 근질거리며, 재채기를 수시로 하게 되고 콧물이 멈추지 않아서 괴롭기 짝이 없다.

일본 일기예보에서는 한국의 미세먼지마냥 봄철만 되면 지역별 꽃가루 농도를 알려준다. 병원에 가서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고, 최소 2월 초부터 4월 초까지는 계속 간지러움과 코막힘으로 괴로워할 수밖에 없다. 이 시기만 되면 관련 병원은 며칠 전부터 예약해도 예약 잡기가 힘들 정도로 붐비는데, 간다고 해도 딱히 처방을 해 주지도 않고 간지러움을 덜어주는 항히스타민제와 코에 뿌리는 점비약을 준다. 시판보다는 효력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또한 3개월간 계속 약과 점비약을 병행하다 보면 코의 점막과 모세혈관이 붓고 호흡기 주변이 헐어서 굉장히 괴롭다.

이 때문에 삼나무를 벌목해야 한다는 글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정부 부처에선 전혀 움직임이 없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고령일수록 비율이 적고 저연령일수록 심하다. 일본의 80대 이상 노인은 화분증 비율이 10%에 불과하지만 10대 이하의 화분증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몸의 면역이 떨어지기 때문에 과민면역반응인 알레르기 증상이 오히려 덜해지는 것. 반대로 젊은 세대는 면역 반응이 활발하기 때문에, 꽃가루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다. 또한 꽃가루 알레르기의 매커니즘은 생체 축적에 기인하기 때문에, 꽃가루 알레르기가 없던 외국인도 일본 생활 3~4년차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3월에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다가 해외여행을 가면 거짓말처럼 바로 증상이 사라지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으로 돌아오면 바로 증상이 시작된다.

이처럼 원인과 결과가 명백한데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전국민적인 영향을 주는 삼나무 화분증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삼나무가 재료로서 지나치게 가치가 없어서 경제적으로 해결책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목재로서도 해외 목재에 비해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져서 쓸 수가 없고, 히노키처럼 향 내는 용으로 쓸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처치곤란.

정부에서 세금을 투자해 전부 쓸어버리고 다른 나무로 심으면 되지 않나 생각하지만, 삼림의 소유권 문제 때문에 정부가 일괄적으로 벌목할 수가 없다. 화분증이 덜한 나무로 바꿔심기 정도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삼나무 처리를 위한 예산은 한정되는데 경제적으로 손해만 나는 정책이라 제대로 추진하기가 힘들다. 삼나무는 100년 동안 계속 꽃가루를 뿜어대는지라, 전후 무분별하게 심은 삼나무가 수령을 다 하길 기다리려면 앞으로 50년은 기다려야 한다. 또한 삼나무는 현재진행형으로 아직도 심기 때문에 삼나무 알레르기가 해결될 전망은 매우 어둡다.

그래서 일본 일상물 만화에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항상 빠지지 않는다. 크레용 신짱이나 도라에몽, 아따맘마, 오소마츠 상에도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씩은 등장할 정도.

게다가 삼나무는 산사태에도 굉장히 취약하다. 한국의 소나무는 심근성(深根性) 수종이라 뿌리를 좁고 깊게 내리므로 산사태를 확실하게 막아준다. 반면 삼나무는 천근성(淺根性) 수종이라 뿌리가 옆으로 넓게 퍼지는 반면, 아래로는 깊이 내려가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상 산사태를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무 무게 때문에 뿌리에 엮인 토양층이 함께 휩쓸려 내려가 산사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삼나무 숲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뿌리가 서로 엮이는 바람에 산 표피가 벗겨지듯 삼나무 숲 전체가 휩쓸려 내려오기까지 한다. 물론 일본 땅이 화산재 토양이라 무르고 표토가 앝은 탓도 있지만, 삼나무가 여기에 한술 더 얹는 것. 이 문제는 북유럽의 독일가문비나무도 비슷하다.

삼나무의 문제점은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골칫거리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심은 삼나무+식목일 식수사업으로 심은 것+감귤나무 방풍용으로 심은 것 등으로 인해 삼나무가 급속도로 불어났는데, 이 때문에 한라산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높게 자란 삼나무 울타리가 햇빛을 가리고 겨울 냉기를 가둬서 감귤나무에 냉해를 입히며, 제주도민의 20%가 꽃가루 알레르기에 괴로워하는 등, 일본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 내에서 삼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2020년 제주도 비자림로 확장공사 관련 벌목 이슈에서, 길 이름이 '비자림로'일 뿐, 실제 벌채하는 수종은 비자나무가 아니라 삼나무 수종이었다.[1] 확장공사 관련으로 수종 자체가 주는 실익이 없는 삼나무 벌채를 찬성하는 현지 주민 의견이 있음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도 삼나무를 제주도 자생종으로 교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6. 기타

  • 꽃말은 '웅대', '그대를 위해 살다'.
  • 하도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나무다 보니 아예 도쿄 스카이트리의 높이를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삼나무를 다루는 웹소설도 있다.

[1] 애초에 그 비자림로에 비자나무가 많았다면 거기도 비자림으로 함께 묶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비자나무는 귀한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