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29 22:25:09

성무일과


파일:다른 뜻 아이콘.svg   이 문서는 성공회의 시간경인 성무일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뜻에 대해서는 아래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1. 개요2. 성공회의 성무일과
2.1. 규칙2.2. 아침기도
2.2.1. 시작송가2.2.2. 오늘의 시편2.2.3. 성경독서2.2.4. 독서 후 송가2.2.5. 사도신경2.2.6. 주의 기도2.2.7. 오늘의 본기도2.2.8. 은혜를 구하는 기도2.2.9. 선교를 위한 기도2.2.10. 마침기도
3. 개신교의 성무일과

1. 개요

성공회의 시간경.

기독교 전체의 시간경 기원 자체는 간단하다. 서기 1세기 무렵에 유대교에서는 셰마 기도를 하루에 3번 낭송했다. 셰마란 신명기 6장 4-9절을 그대로 인용한 유태교의 신앙고백문이다. '셰마'라는 이름은 기도문의 첫 구절 셰마 이스라엘שמע ישראל(들어라, 이스라엘아)[1]에서 유래했다. 해당 구절은 아래와 같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의 하느님은 야훼시다. 야훼 한 분뿐이시다.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바치고 힘을 다 쏟아 너의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여라.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라. 이것을 너희 자손들에게 거듭거듭 들려주어라. 집에서 쉴 때나 길을 갈 때나 자리에 들었을 때나 일어났을 때나 항상 말해 주어라. 네 손에 매어 표를 삼고 이마에 붙여 기호로 삼아라. 문설주와 대문에 써 붙여라.
신명기 6, 4-9 (공동번역성서)

유대교인들은 최소한 하루에 3번 셰마를 낭송했고, 바리사이파 랍비들은 셰마를 언제 어떻게 낭송해야 하는지 학파에 따라 서로 논리 배틀을 벌였다.

이 관습을 참조하여 초대교회에서는 모든 신자들이 매일기도로서 주님의 기도를 하루에 3번 바쳤다.[2] 주님의 기도를 3번 낭송한다는 이 단순한 형태가 점점 확장, 발전하여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시간경(성무일도, 매일전례, 성무일과)이 되었다.

개신교계에도 초기에는 성무일과가 있었으나 신자들이 적응하지 못하여 개신교 대부분에서 묻혔다. 현대에 와서 일부 교회나 교단에서 성무일과 전통을 되살려보려고 노력하지만 대다수 개신교인들은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 '개신교의 성무일도' 부분을 참고하라.

2. 성공회의 성무일과

서방교회 전통을 따르는 성공회의 성무일과(聖務日課, Divine Office)는 가톨릭의 시간전례와 형식과 구성이 비슷하다.

성무일과는 본래 도시의 성당과 수도원에서 각기 바쳤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도원에만 그 전통이 남았다. 이러한 성무일과를 각 성당에서 다시금 바칠 수 있도록 조치한 사람은 캔터베리 대주교 토마스 크랜머(1533-56 재임)이다. 수도자의 전유물로 전락한 성무일과를 대폭 개정하고 공동기도문(the book of common prayer)에 실어 모든 신자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침기도(조도)와 저녁기도(만도)는 1930년대 주일 성찬례 회복 운동이 있기 전까지 아침기도는 아침 예배를, 저녁기도는 노래와 함께하는 코랄이븐송(Choral evensong)의 형태로 자리잡아 성공회 영성을 키워왔다. 특히 영국 성공회의 대성당에서는 매일 저녁 오르간과 성가대가 어우러진 Choral evensong이 봉헌되는데 상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BBC Radio 3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4시(현지시간)에 영국의 주요 성공회 성당에서 거행된 저녁기도를 녹음중계해준다.

현재 대한성공회에서도 서울교구의 각 교회 성가대 지휘자 및 음악인들로 구성된 서울 앵글리칸 싱어즈(Seoul Anglican Singers)가 영국 성공회 전통의 Choral evensong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수원교회에서 봉헌하는데, 한국에서 정말 듣기 어려운 튜더 왕조 시대의 잉글랜드 국교회 합창음악을 들을 수 있다.

2.1. 규칙

2004년 개정판 성공회 기도서에서는 성무일과의 규칙을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이 문서에는 2018년 1월에 발행된 수정판의 내용을 반영하였다.
1. 성무일과는 교회나 가정, 그 밖에 어느 곳에서나 알맞은 장소와 시간에 드릴 수 있다.
1. 성무일과는 신자도 인도할 수 있다.
1. 예배 인도자는 알맞은 성서, 성가, 송가들을 미리 준비하고, 성서, 시편, 오늘의 본기도 등은 정해진 전례독서에 따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때로는 다른 알맞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다.
1. 예배를 간략하게 드리려면 다음에서 몇 가지를 생략할 수도 있다.
가. 오늘의 시편
나. 독서 후 송가
다. 성서 첫째 말씀과 둘째 말씀 중에서 하나
라. 주의 기도 후에 오는 소연도
마.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와 감사기도
1. 성무일과만으로는 주일 성찬례를 대신할 수 없다.
1. 성찬례의 말씀의 전례 부분을 성무일과로 대체한다면, 성무일과 2독서에서의 복음을 읽고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와 감사기도 후에 평화의 인사로 성찬례를 계속할 수 있다.
1. 앉고 서는 것은 예배장소의 상황에 따라서 할 수 있으나 통상, 개회성가에서 오늘의 시편 전까지 서고 사도신경, 주의 기도(소연도 전)까지 서고, 마감 성가 때에 선다.

2.2. 아침기도

개회성가 또는 묵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성호경으로 시작할 수 있다.

2.2.1. 시작송가

◯ 주여, 우리 입을 열어주소서.
◉ 우리가 주님을 찬미하리이다.
◯ 하느님, 우리를 어서 구원하소서.
◉ 주여, 우리를 빨리 도와주소서.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아래의 시편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어서 와 주님께 기쁜 노래 부르자 ◯ 우리 구원의 바위 앞에서 환성을 올리자.
감사노래 부르며 그 앞에 나아가자 ◯ 노랫가락에 맞추어 환성을 올리자.
주님은 높으신 하느님, ◯ 모든 신들을 거느리시는 높으신 임금님,
깊고 깊은 땅 속도 그분 수중에, ◯ 높고 높은 산들도 그분의 것,
바다도 그의 것, 그분의 만드신 것, ◯ 굳은 땅도 그분 손이 빚어내신 것,
어서 와 허리 굽혀 경배 드리자. ◯ 우리를 지으신 주님께 무릎을 꿇자.
그는 우리의 하느님, 우리는 그의 기르시는 백성, ◯ 이끄시는 양떼, 오늘 너희는 그의 말씀을 듣게 되리라.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시편 95편 1절~7절
온 세상이여, 주님께 환성을 올려라 ◯ 마음도 경쾌하게 주님을 섬겨라.
기쁜 노래 부르며 그분께 나아가거라. ◯ 주님은 하느님, 알아 모셔라.
그가 우리를 내셨으니, 우리는 그의 것, 그의 백성 ◯ 그가 기르시는 양 떼들이다.
감사기도 드리며 성문으로 들어가거라. ◯ 찬양노래 부르며 뜰 안으로 들어가거라.
주님 어지시니 감사기도 드리며 ◯ 그 이름을 기리어라.
그의 사랑 영원하시니 ◯ 그 미쁘심 대대에 이르리라.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시편 100편

부활주일에서 성령강림주일까지는 아래의 송가를 사용한다.
알렐루야. 과월절 어린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으니, ◯ 이제 우리는 이 절기를 지킵시다.
부정과 악습의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고 ◯ 순결과 진실의 새 빵을 가지고 지킵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다시 죽는 일이 없고 ◯ 죽음이 다시는 그분을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주님은 단 한번 죽으심으로써 죄의 권세를 꺾으셨고 ◯ 부활하시어 하느님을 위하여 살아 계십니다.
이제 우리도 예수와 함께 죽어 죄의 권세에서 벗어나 ◯ 하느님을 섬기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 죽었다가 부활한 첫 사람이 되셨습니다.
죽음이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온 것처럼 ◯ 죽은 자의 부활도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왔습니다.
아담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죽은 것과 마찬가지로 ◯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게될 것입니다. 알렐루야.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부활송가. 1고린 5:7-8, 15:20-22, 로마 6:9-11

2.2.2. 오늘의 시편

성시 끝마다 아래 송영을 한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2.2.3. 성경독서

성경독서는 하나 혹은 둘을 할 수 있다.
1독서(2독서)는 (     )의 말씀입니다.
독서 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2.2.4. 독서 후 송가

독서 후 아래의 송가 중 하나를 한다. 2독서까지 있다면 1독서 후에는 즈가리야송가를, 2독서 후에는 이사야 첫째 송가를 한다. 또는 183-191쪽 송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 그 백성을 돌아보시어 구원하시고,
우리를 위하여 주님의 종 다윗 가문에 ◯ 전능하신 구세주를 세우셨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예로부터 ◯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신 것이며,
우리를 원수로부터 구하시고 ◯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려 하심입니다.
주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 그 거룩하신 언약을 기억하시고,
우리 조상 아브라함에게 맹세하신 대로 ◯ 우리를 원수의 손에서 구해내셨습니다.
두려움 없이 주님을 섬기며 ◯ 한 평생을 거룩하고 올바르게 살게 하셨습니다.
아가야, 너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예언자가 되리니, ◯ 주님보다 앞서 와서 그의 길을 닦으며,
주님의 백성에게 그 구원을 알게 하여 ◯ 주님의 용서하심을 얻게 하여라.
이는 하느님의 인자하신 덕분이니 ◯ 새벽빛이 위로부터 우리에게 비추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을 주시고 ◯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즈가리야 송가. 루가 1:68-79
진정 나를 구원하실 분은 하나님이시니, ◯ 내가 그를 의지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주님은 나의 힘, 나의 노래이시며, ◯ 나의 구원이십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기뻐하며, ◯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
그 날, 너희는 이렇게 감사의 노래를 부르리라 ◯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의 이름을 외쳐 불러라.
그가 하신 큰 일을 만민에게 알려라, ◯ 그 높으신 이름을 잊지 않게 하여라.
그가 큰일을 하셨으니 주님을 찬양하며, ◯ 그 모든 일을 온 세상에 알려라.
수도 시온아, 기뻐 외쳐라. ◯ 너희가 기릴 분은 이스라엘 거룩하신 분이시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이사야 첫째 송가. 이사 12:2-6

2.2.5. 사도신경

◯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시다.
◉ 나는 믿나이다.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 하늘과 땅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하느님의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성령으로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나시고,
본티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시어
사흘 만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 계시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다시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모든 성도의 상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몸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생명을 믿나이다. 아멘

여기서 특별한 의향의 기도를 드릴 수 있다.

2.2.6. 주의 기도

◯ 주님께서 이제 여기에
◉ 우리와 함께 하소서.
◯ 주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기도합시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이옵니다. 아멘
◯ 주여, 우리를 구원하시고 축복하시며
◉ 이제와 영원토록 우리를 다스리시고 지켜주소서.
◯ 주여, 날마다 우리가 주님을 찬미하오며
◉ 주님의 이름을 영원히 찬양하나이다.
◯ 주여, 오늘 하루도 모든 죄를 멀리하게 하시며
◉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 주여, 우리가 주님을 믿고 따르오니
◉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우리에게 보이소서.
◯ 주여, 주님은 우리의 희망이시니
◉ 우리의 소망이 헛되지 않으리이다.

2.2.7. 오늘의 본기도

교회력에 따른 오늘의 본기도를 드린다.

2.2.8. 은혜를 구하는 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우리를 지금까지 지켜주셨나이다.
비오니,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도록
이끌어 주시고, 전능하신 힘으로 우리를 보호하시어
죄에 빠지지 않게 하시며, 모든 역경을 이겨내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하나이다.
◉ 아멘

2.2.9. 선교를 위한 기도

구원의 하느님,
성령 안에서 온 교회를 항상 주관하시고 인도하시나이다.
비오니,거룩한 교회의 지체들을 위한 우리의 간구를 들으시고,
주께서 주신 소명을 따라 우리가 신실하게 주님을 섬기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하나이다.
◉ 아멘

앞에서 하지 않았다면 여기서 특별한 의향의 기도를 드릴 수 있다.

2.2.10. 마침기도

◯ 전능하시며, 자비로우신 하느님,
모든 사람에게 베푸신 은덕을 감사하오며,
주께서 우리를 내시고 보존하시어
축복된 삶을 누리게 하심을 찬양하옵나이다.
특별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한없는 사랑을 나타내시고,
구원의 성사를 세우시어
우리에게 온갖 은혜와 영광의 희망을 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간절히 구하오니, 성령으로 우리 마음을 감화하시어
모든 은혜를 깊이 깨닫게 하시고,
일생 동안 의롭고 선하게 주님을 섬기며 찬양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하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영원토록 영예와 영광을 드리나이다.
◉ 아멘
◯ 주님을 찬미합시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주시는 친교가 우리와 항상 함께 하소서.
◉ 아멘
◯ 별세한 신자의 영혼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평안히 쉬게 하소서.
◉ 아멘

마감성가를 부를 수 있다.

3. 개신교의 성무일과

개신교에서도 초기에는 가톨릭 성무일도를 고쳐서 개신교식 성무일과를 만들어 실천하였다. 기록에 따르면 16세기 마르틴 루터나 마르틴 부처(Martin Butzer), 장 칼뱅 등이 저마다 자기 지역에서 자기식으로 성무일과를 만들어 실천하였다. 그러나 참고할 만한 모범이 당시 가톨릭 교회가 하던 성무일도뿐이었으므로, 비록 개신교적으로 바꾸었다고는 하나 기본적인 틀은 대동소이하였다. 개혁가들은 예배와 별도로 신자들이 아침과 저녁에 예배당에 별도로 모여 성무일과를 하도록 하고, 그 자리에서 설교도 하였다. 당시 가톨릭 성무일도는 하루 중 8번 기도하도록 하였으나, 개혁자들은 이를 단순화하여 아침과 저녁, 2번만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개신교계에서는 성무일과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루터가 만든 성무일과는 심지어 루터가 살아있을 때부터 신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개신교의 다른 교파에서도 명망 있는 개혁자들이 직접 성무일과를 만들어 실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무일과는 일부에서만 살아남았을 뿐 개신교 세계 대부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가톨릭에서 성무일도는 사실상 성직자와 수도자들만의 것이었다. 그리하여 개신교 개혁자들은 성무일과가 전체 신자들의 것이 되기를 원하여, 신학생들과 목회자들만이 아니라 평신자들도 예배당에 모여 공동으로 참가하기를 권고하였다. 또한 라틴어가 아니라 모국어로 기도하였으므로 평신도들이 접근하기에 훨씬 유리하였다.[3]

그러나 개혁자들이 만든 성무일과는 지나치게 신자들을 '가르치려' 하였다. 특히 루터가 만든 성무일과는 기도시간을 성경독서와 설교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성찬식 없는 예배와 성무일과의 차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매일 예배와 중복되는 또다른 예배처럼 되었으므로, 평신자들은 물론 심지어 신학생 같은 이들에게도 성무일과는 재미없고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처음의 좋은 이상과 달리 금방 형식화되고 결국 사라져버렸다. (켄터베리 대주교 토머스 크랜머가 성공회 성무일과를 개혁한 것을 제외하면) 개신교 개혁자들은 저마다 성무일과를 개혁하고자 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일부에서만 좋은 전통이라 하여 근근히 남겼을 뿐이다.

1960년대 들어 가톨릭에서 전례 개혁을 하며 성무일도를 대폭 바꾸었음을 개신교 예전 학자들도 크게 주목하였다. 또한 과거와 달리 초대교회와 교부 시절의 전례문헌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현대에 들어 개신교계 일부에서 성무일과를 복구하고자 노력하였다. 떼제 공동체나 인도의 남인도교회(The Church of South India) 같은 초교파 교단에서도 성무일과 전통을 되살리고자 매일기도서를 만들었다. 미국인 신학자 휴스 올드(Hughes Oliphant Old, 1933-2016)는 1978년에 《스트라스부르 개혁교회의 매일기도 1525-1530》[4]라는 소논문을 발표하여 초기 개신교에 성무일과가 있었음을 논하고 현대에 이를 되살리자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미국 장로교회(PCUSA)는 천주교나 정교회는 물론 루터교, 성공회, 떼제 공동체와 남인도교회 등의 성무일도/매일전례/성무일과/매일기도서를 참고하여 1987년에 매일기도(Daily Prayer)라는 이름으로 장로교식 성무일과를 만들어 출판하였다.

미국 장로교회에서 출판한 매일기도는 심지어 루체르나리움(Lucernarium)을 도입하였다. 루체르나리움이란 토요일 저녁 때 초에 불을 붙이며 예수의 재림을 대망하는 의례로, 중세 유럽 도시의 대성당들에서 행한 기도양식을 복구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개신교인들은 그런 것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성공회나 일부 루터교를 제외하고, 이미 개신교에서는 성무일과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 되었으므로 낯설게 여기기 때문이다.


[1] 현대 히브리어식으로 읽으면 '쉬마'[2] 역사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초대교회의 전례는 유다교의 관습을 그리스도교적으로 변형한 것이 상당히 많다. 미사 때 사용한 기도문도 유다교 기도문을 변형한 것이리라 추정하는 학자들이 많다.[3] 가톨릭에서는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전례학자들을 중심으로 '평신자들도 성무일도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신교 개혁자들이 앞서 나간 부분이다.[4] 원제: Daily Prayer in the Reformed Church Of Strasbourg, 1525–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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