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22 14:23:41

피아노 소나타 2번(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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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Chopin Piano Sonata No.2
작곡가프레데리크 쇼팽
장르독주곡

1. 개요2. 작곡 과정3. 작품에 대해4. 구성
4.1. I. Grave—Doppio movimento4.2. II. Scherzo4.3. III, Marche funèbre: Lento4.4. IV, Finale: Presto

1. 개요

Chopin Piano Sonata No. 2 in B-flat minor, Op. 35

프레데리크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쇼팽 피아노 음악의 정점에 올라 있는 작품이며,[1] 기술적, 음악적으로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작품이다.

작품 전반에 죽음이라는 주제가 관통하고 있으며,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다. 쇼팽의 슬픔과 실의를 투영하는 듯한 이 소나타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비극적이고 슬픈 곡이라고 평가받는다.

2. 작곡 과정

이 작품은 1번 소나타가 작곡된지 11년 후인 1839년에 작곡되었다. 쇼팽과 조르주 상드는 1838년 마요르카에서 상드의 두 아들과 함께 동거를 시작했는데, 당시 머물렀던 발데모사 수도원의 주거환경이 좋지 못해서 가뜩이나 병약한 쇼팽의 건강을 크게 해쳤고 결국 이듬해에 상드의 고향인 노앙으로 거처를 옮겼다.[2] 쇼팽은 상드와 1846년까지 노앙에서 동거했는데 이 2번 소나타는 바로 이 노앙 시절 초기에 작곡된 작품이다.

쇼팽은 상드와 동거하기 전 9살 아래의 마리아 보진스카야라는 여성과 2년 넘게 사귀고 있었고 약혼까지 한 상황이었는데, 마리아 집안의 반대로 결국 1837년 파혼하게 된다(쇼팽 항목 참조). 이로 인해 실의에 빠져 있던 이 시기에 쓴 곡이 바로 2번 소나타의 3악장이 된 장송행진곡이었다.

1839년 노앙에 온 쇼팽은 모처럼 안정을 찾고 건강도 회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실연의 상처가 남아 있었던 쇼팽은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로 가득차 있는 소나타를 작곡하게 된다. 작곡이 한창이었던 1839년 8월경 쇼팽이 친구였던 율리안 폰타나에게 쓴 편지를 보면 1837년에 작곡한 장송행진곡을 3악장으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나타는 완성된 이듬해(1840) 5월 런던, 라이프치히, 파리 등에서 동시에 출판되었으며 헌정자는 없다.

3. 작품에 대해

불협화음으로 시작하여 불협화음을 거쳐 또다시 불협화음으로 마무리......오직 쇼팽만이 이렇게 시작하고 이렇게 끝을 맺을 수 있다.
로베르트 슈만 - 2번 소나타에 대한 논평 中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Op.35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 Alfred Swan에게 보낸 편지 中[3]
이 작품은 출판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으며, 쇼팽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자주 연주되는 곡 중 하나이다.[4]

특히 라흐마니노프는 이 소나타의 매우 열성적인 팬이였다. 그는 이 곡에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가 자주 연주하는 곡들 중 하나였다고 한다.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한 쇼팽 소나타 2번 1악장[5]

다만 대중적인 인기와 별도로 작품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에 쓰이지 않던 불협화음의 전폭적인 활용, 이해하기 힘든 악장의 편성, 1악장의 파격적인 소나타 형식, 4악장의 불가사의한 유니즌 속주 등에 대해 당대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는 로베르트 슈만의 논평은 현재에도 자주 인용되고 있는데, 슈만은 이 2번 소나타에 구현된 여러 가지 대담한 시도들을 칭찬하면서도 '소나타라기보다는 훌륭한 4개의 피아노곡 모음집'이라고 평했다. 이 소나타가 각 악장간의 관련성이 높지 않고 느슨한 구성을 가진 것을 가리킨 것이다. 쇼팽에 대해서도 '소나타 양식을 다루는데 능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평했다.[6]

슈만의 말대로 피아노 소나타 2번의 각 악장은 악상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고 이질적이며 후에 작곡된 3번 소나타에 비해 구성도 다소 느슨하다. 하지만 이 소나타의 매력과 특징은 분석적인 관점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측면이 있는데, 형식에 가두어지지 않은 '낭만적 감성'이 더 강하게 표출되고 있으며 특유의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청자들에게 큰 호소력을 지니기 때문일 것이다.

4. 구성

4.1. I. Grave—Doppio movimento

느린, 그리고 짧지만 묵직한 서주[7]를 시작으로 리듬감 있는 1주제와 노래와도 같은 선율의 2주제의 대비가 돋보인다.

과감한 전조, 그리고 빠른 도약은 이 곡을 굉장히 세련되게 만들어 준다. 전개부는 매우 과감하게도, 2주제의 인버젼을 이용해 시작하는데, 낭만주의에 들어가며 소나타 형식이 나름 자유로워지긴 했다지만, 이는 기존의 전개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형식이다. 클라이막스에서는 기존의 3개의 주제 (B♭단조, 서주, 그리고 D♭장조)를 한데 엮어 매우 강렬한 모습을 보여 준다.

재현부에서는 놀랍게도 1주제 대신 2주제를 사용해 B♭장조로 전조하며, 13마디의 코다 끝에 매우 강렬하게 끝을 낸다.

1악장의 도돌이표를 연주하는 방법은 1마디부터 다시 연주하는 방법[8][9], 5마디부터 연주하는 방법[10], 도돌이표를 건너뛰는 방법[11][12]으로 총 3가지가 있다.
이 소나타 악장의 제시부를 "다시 연주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이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토론거리 중 하나였다. 만약 첫 제시부의 도돌이표를 지키면, 서주를 한번 더 연주해야 하기 때문. 도돌이표가 제시된 부분과 서주가 딱 떨어지는 부분도 아니라서,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은 이 도돌이표만큼은 건너뛰고 연주한다. 다만 몇몇은 1840년의 그 버전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주장하며 이 제시부를 다시 연주하기도 한다.

4.2. II. Scherzo


1악장의 비극을 이어가기라도 하듯, 천둥과도 같은 E♭단조의 A파트 프레이즈와 그에 대비되는 G♭장조의 B파트의 스케르초 악장이다.

구성 자체는 A-B-A의 스케르초-트리오 형태이다. 그러나, 고전적인 스케르초 악장이 미뉴엣의 간결화 내지 바리에이션과 같은 형태라면 쇼팽은 이를 깨부수고 더 리듬감 있고 강렬한 악장을 내세웠다. 덕분에 자칫하면 너무 가벼워질 수도 있는 스케르초 악장에 무게감을 더하고, 쉴새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1주제는 매우 강렬하고, 천천히 쌓아올려지는 스케르초 파트로서, 강렬한 동음연타 주제와 그에 맞게 매우 높은 도약, 그리고 왼손의 몰아치는 옥타브 반음계까지, 쉴틈없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다 급격한 마무리를 짓는다.

2주제, 즉 piu lento의 G♭장조 파트는 앞선 부분과는 다르게 매우 아름다운, 노래와도 같은, 그리고 지극히 쇼팽스러운 트리오를 선보인다. 이 트리오가 끝나면 다시 스케르초 파트가 돌아오고 나란한조인 G♭ 장조의 코다를 보여주며 끝나게 된다.

한편 이 악장에는 템포 지시가 없다. 그렇기에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알아서 적정한 속도로 연주해야 하는데, 대체로는 상당히 빠르게 연주하는 편.

4.3. III, Marche funèbre: Lento

죽은 자, 그리고 죽음에 대한 비애를 연주하는 3악장.
천천히, 그리고 낮게 깔리는 화음 위의 주제로 장송 행진곡은 시작된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 선율은 매우 음울하고, 슬픔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종소리와도 같은 이 선율 이후에는, 나란한조인 D♭장조의 강렬하지만, 처절한 주제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이후 낮게 깔리는 트릴, 그리고 밝아질 듯 하다가도 금세 다시 음울해지고 처음의 종소리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장례 미사와도 같은 이 악장은 출판 당시에도 매우 큰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매우 많이 연주되는 선율이다.
그렇게 장송 행진곡 사이에는, 나란한조의 트리오가 들어가게 된다. D♭장조의, 아르페지오 위의 간결한 선율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악장에서 주어진 주제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선율이나, 페달 속 울려퍼지는 멜로디의 공허함은 오히려 더욱 슬픈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장송 행진곡이 이어져나간다. 완벽한 A-B-A 형태를 띄고 있기에, 아까와 같은 프레이즈이지만, 트리오 이후의 대조로 인하 더욱 슬프고, 더욱 처절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이 장송 행진곡은 말러의 것처럼 감정의 폭발과 같은 극적인 순간을 최대한 배제하고, 슬픔만을 담으며 조용하게, B♭단조의 종소리로 끝난다.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의 죽음, 장례식에 즐겨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 작품들 중 하나로 꼽힌다. 비슷한 성격의 곡으로는 모차르트의 레퀴엠, 베토벤 7번 교향곡 2악장, 차이코프스키 6번 교향곡(통칭 '비창') 4악장 등이 있다.

서양권 미디어(특히 미국 애니메이션)에서는 흔히 죽음과 관련된 장면을 연출할 때 이 음악을 배경에 까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4.4. IV, Finale: Presto

셋잇단음표의 무궁동,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이 유니즌으로 움직이는 조용한 피날레.

피날레라는 분위기와는 걸맞지 않게, 조용하게 시작하는 악장. 그 어떠한 화음이나 정형적 구성 없이 유니즌으로만 연주한다. 그러나 유니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3-4성만큼의 화성의 깊이와 다채로움을 더블링된 단 하나의 성부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op.28의 14번과도 유사성을 띄고 있다.

특이하게도 마지막까지 단 하나의 다이나믹 표기나 그 어떤 템포 변화도 없이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B♭단조의 코드가 포르티시모로 연주된다.

음악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시하고 또 수많은 가설이 존재하는 악장인데, 과연 쇼팽이 이 악장에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 때문. 어떤 이는 "쇼팽의 곡 전체를 아우러서 가장 의문스럽고 수수께끼인 악장" 이라고 하였으며, 유명 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시테인은 "무덤가에 깔린, 울부짖는 바람" 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1] 쇼팽의 소나타 2번소나타 3번, 발라드 4번이 쇼팽 음악의 정점에 위치한 작품이라 평가받는다.[2] 프랑스 노앙은 프랑스 중부지역에 속한 곳으로 쇼팽과 상드가 같이 살았던 저택은 현재는 쇼팽(& 상드) 기념관이 되었다.[3] 자신의 피아노 소나타 2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한 이야기이다.[4] 그 중에서도 3악장 장송행진곡의 인기는 대단해서 당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편곡되기도 했다.[5] 1930년도 경에 녹음되어서 음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야한다.[6] 다만 쇼팽은 3번 소나타에서 이와 같은 평가를 확실하게 불식시켰다.[7] 서주를 처음 들으면 이 곡이 C♯단조인 줄 착각할 수도 있다.[8] 알렉산더 가지예프의 연주[9] 알렉산더 가지예프는 2021 쇼팽 콩쿠르 2위를 차지했으며 최우수 소나타상 수상자이다.[10]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연주[11]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연주[12] 조성진도 2015 쇼팽 콩쿠르 당시 도돌이표를 건너뛰고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