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2-13 21:30:07

씬 레드 라인

1. 근대 영국군의 별명2. 소설3. 영화

1. 근대 영국군의 별명

파일:attachment/씬 레드 라인/thinredline.jpg
《얇고 붉은 선(The Thin Red Line)》
로버트 깁(Robert Gibb) 작, 1881년
발라클라바 전투에서 영국 육군의 제93(하이랜더)보병연대가 러시아 기병대의 돌격을 저지하고 있다.[1]
크림 전쟁 당시 영국군의 붉은 군복을 빗댄 별명으로, 얄팍한 선에 불과해 보이는 붉은 병력의 저지선이 결코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군은 2열 횡대 사격을 선호하였는데, 다른 나라에서 3열이나 그 이상으로 횡대를 구성한 것에 비해 같은 인원수로도 더 가느다랗고 긴 선이 된다. 존 리델 하트가 언급한 최대 횡대가 최대 화력을 보장한다고 한 명제를 충실히 따른 셈이다.[2]

발라클라바 전투의 한 국면에서 오스만군과 영국군 진영이 수적으로 우세인 러시아군을 상대로 동등하게 싸웠고, 그로 인해 러시아군의 지휘관은 상대가 많은 병력을 숨기고 있다고 착각해(하나도 없었는데도!) 후퇴를 명령했다. 이를 두고 종군기자가 "A thin red streak tipped with a line of steel"이라고 표현했고 거기서 "Thin red line"이라는 말이 나왔다.

피탄시, 특히 대포알에 의한 희생자가 적은 이점이 있고 동시에 더 넓은 사선을 확보해 한번에 더 많은 탄환을 퍼부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 반면에 부사관의 인원 통제가 더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어 전투의 격화로 사상자가 속출하여 줄에 '구멍'이 생길 때는 전투력이 급락할 위험도 있었다. 전열보병 시대에는 부사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제식이 맞아야 화력이 밀집되어 높은 공격력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군은 평상시 실탄을 사용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여 통제력의 문제를 극복하였다.[3][4]

이 모습이 가장 극적으로 부각된 것은 아서 웰즐리(웰링턴 공작) 육군 원수가 이끌던 워털루 전투이다. 2열 횡대로 늘어선 붉은 색의 영국군은, 박스형으로 행진해오는 파란 옷의 프랑스 제국 근위대를 맞이하여 치열한 전투 끝에 막아내는데 성공한다. 창설 이래 돌진이 한번도 막힌 적이 없던 나폴레옹 근위대의 최초이자 최후의 패배였다. 두 줄에서 퍼부어대는 미친 듯한 화망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의 영국 고유 업그레이드인 '씬 레드 라인'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2. 소설

제임스 존스(James Jones)가 쓴 1962년 작 동명의 전쟁 소설. 존스는 실제 과달카날 전투 에서 전투에 참가했었다. 존스가 쓴 태평양 전쟁 3부작은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 씬 레드 라인, 휘파람이 있다.

이 소설은 1942년의 과달카날 전투 도중 미국 해병대 제1해병사단과 교대해 투입됐던, 미국 육군 제25보병사단 제27보병연대 장병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제목의 의미는 위와 같이 적의 포화에 맞서 위치를 사수하는 얇은 방어선을 일컫는 말이자, 과달카날에 있었던 실제 작전명이다. 한편으로는 레드 라인이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The border between the sane and the mad")라는 미국 중서부에서 내려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이 가느다란 붉은 선은 이성과 광기의 경계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임스 존스의 전쟁 소설 중에서 두 차례 영화화된 작품이다. 1964년에 1차로 영화화되었으며, 이 영화가 내용면에서 원작에 가깝다고 한다. 두번째로 영화화된 작품은 바로 밑에 설명되어 있다. 존스의 다른 태평양 전쟁 소설들이 고려원에서 번역되었지만 이 작품은 번역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어판이 2011년 7월 돌연 출간되었다. 이나경 옮김, 홍희범(밀리터리 잡지 플래툰 편집장) 감수, 민음사 펴냄. 영화와 주된 상황은 동일하지만 묘사나 분위기 면에서의 차이는 상당하다. 특히 죽음 앞에서 장병들이 겪는 극한의 공포 묘사는 정말 수준급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정발본은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 없다.

의외로 퀴어 장르에 속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 본인부터가 징병제 이전부터 군생활을 경험했던지라 당시 미 육군의 병영 분위기를 디테일하게 묘사했는데, 가정을 꾸리거나 연애중인 부사관들이 어린 남첩을 공공연하게 둔다거나,[5] 이성애자인 병사[6]가 동성애 성향이 있는 연하의 병사와 함께 은밀히 성욕을 해소하는 대목이 있는 등, 2차대전 당시 최전선의 군인들을 다룬 서사 중엔 상당히 의외인 작품이기도 하다.

3. 영화

파일:attachment/씬 레드 라인/thin_red_line.jpg

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전쟁 영화.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조.


[1] 사실 이 그림은 현실보다 더 가깝게 과장해 그린 것으로, 실제 러시아 기병대는 영국군 전열의 230m 거리까지 밖에 접근하지 못했다.[2] 레드 코트들이 활약하던 무렵부터 영국군은 명중률보다는 연사속도를 중시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이 3열로 쏘는 속도를 2열만으로 낼 수 있었다. 적당한 교전거리로 들어서면 어차피 명중률은 거기서 거기라 횡대를 넓게 편 영국군이 더 강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었다.[3] 다만 기병돌격을 당하는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있긴 있었다. 넓게 퍼지다 보니 대기병 방진을 짜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보병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4] 씬 레드 라인의 단점을 보여주는 예가 워털루 전투의 전초전인 콰트르 브라 전투에서 있었다. 당시 영국 육군의 최정예 보병대중 하나인 왕세자의 근위 자원병 연대가 얇고 긴 종대로 행군 중이었는데 행군중에 그만 프랑스 기병대의 습격을 받고 말았다. 종대가 너무 얇고 길었기에 보병대는 재빠른 방진을 만들지 못했고 결국 급습해온 프랑스 기병대에게 개박살나고 말았다.[5] 작품에서는 남색과 동성애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6] 관계가 계속되다가 결국 본인이 게이라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