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21 18:02:46

안분표

[ruby(按分票, ruby=あんぶんひょう)] / Anbunhyō[1]

1. 개요2. 예시3. 문제점4. 사례5. 다른 나라에서는?6. 관련 문서

1. 개요

기표식(기호식)이 아니라 기명식(자서식) 투표에서 어느 특정 후보에 투표한 건 확실한데 정확히 어느 후보에 투표했는지는 불분명한 표가 있을 경우 이 표를 무효화하지 않고 소수점으로 나눠서 복수의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2]

2. 예시

예를 들어 한 선거구에 '야마다'(山田)라는 성을 가진 사람 두 명(A 야마다 타로, B 야마다 지로)이 동시에 출마했다고 한다면 유권자는 그 야마다한테 투표하려면 투표지에다가 어느 야마다한테 투표할 것인지 구분해서 적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그냥 '야마다'라고 적으면 둘 중 어느 야마다한테 투표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이 표를 무효화하지 않고 일단 따로 빼 놓았다가 어느 야마다한테 투표한 것인지 확실한 표만으로 계산된 유효득표율에 비례하여 안분표로 빼 놓은 표에 한 표당 소수점으로(소수점 이하 3자리까지 하고 그 이하는 버린다) 나누는 식으로 해서 득표수를 최종적으로 계산한다. 일본 선거에서 소수점 득표수가 튀어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안분표제 때문이다.

만약 한 선거구에 야마다(山田)가 2명 출마하고 나카무라(中村)가 1명 출마했는데 개표 결과 다음과 같이 나왔다고 하자.
후보 득표수
야마다A 35
야마다B 15
나카무라 40
(야마다) 10
합계 100
야마다A가 35표, 야마다B가 15표, 나카무라가 40표로 만약 어느 쪽 야마다를 찍었는지 알 수 없는 10표를 무효화한다면 득표수가 가장 많은 나카무라가 당선될 것이다. 하지만 그 10표를 무효화하지 않고 안분표로 처리한다면 두 야마다의 득표율만큼 표를 소수점으로 나눈다. 여기서는 야마다A와 야마다B의 득표율을 비교하면 7:3이므로 안분표로 판정된 야마다 1표당 야마다A에 0.700표, 야마다B에 0.300표로 계산한다. 안분표로 판정된 야마다의 표가 10표이므로 야마다A에는 0.7*10 해서 7표, 야마다B에는 0.3*10 해서 3표가 추가된다.
후보 득표수 안분표 총 득표수
야마다A 35 7.000 42.000
야마다B 15 3.000 18.000
나카무라 40 - 40.000
(야마다) 10 - -
합계 100 - 100.000
안분표로 인해 야마다A가 나카무라를 2표차로 제치고 당선되었다.

이러한 안분표는 후보자가 많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예로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가 있다. 또한 안분표는 후보자 뿐만 아니라 정당 사이에서도 나올 수가 있다. 정당에 투표할 때 '자유민주당'(自由民主党) 혹은 '자민당'(自民党)이라고 적으면 그대로 자유민주당에 투표한 것으로 판정되고 '민주당'(民主党)이라고 적으면 그대로 민주당에 투표한 것으로 판정되지만 그냥 '민주'(民主)라고 적으면 이게 자유'민주'당인지 '민주'당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안분표로 판정된다고 한다. 게다가 일본 참의원 비례대표제는 불구속 정당명부식이라 특정 후보의 이름을 적을 수가 있는데 서로 다른 당에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이 출마했을 때 유권자가 투표지에 후보 이름만 적고 당 이름을 안 적어서 안분표로 판정되는 경우가 있다. 드물게는 후보자와 정당 사이에서도 안분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아래의 '사례' 참고.

3. 문제점

유권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앞의 예를 다시 보자.
후보 득표수 안분표 총 득표수
야마다A 35 7.000 42.000
야마다B 15 3.000 18.000
나카무라 40 - 40.000
(야마다) 10 - -
합계 100 - 100.000

이 표에서는 안분표로 판정된 10표가 당초 득표율에 의해 7표는 야마다A에, 3표는 야마다B에 배분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안분표를 던진 유권자 10명 중에서 야마다A를 지지하는 사람이 정확히 7명이라는 보장은 없다. 10명이 전부 야마다A를 지지했을 수도 있고, 5명만 야마다A를 지지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10명 모두 야마다B를 지지했을 수도 있다. 즉, 그 후보를 실제로 지지하는 사람의 수가 득표수보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애초에 득표수가 소수점으로 나오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긴 하다. 이 예시에서는 안분표로 인해 당락이 뒤집힌 경우인데 만약에 야마다의 안분표를 던진 10명 중 4명만 야마다A를 지지하고 나머지 6명이 야마다B를 지지했다면? 야마다A의 지지자 수는 39명이고 나카무라의 지지자 수는 40명으로 원래는 나카무라가 1위로 당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분표로 인해 득표수가 역전되어 야마다A가 1위로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즉, 안분표로 인해 실제 지지자 수가 많음에도 득표수가 역전되는 모순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그냥 기호식으로 투표하면 깔끔히 해결되는 일이다.

이 안분표 제도는 실제 지지율의 반영을 혼란시키며 상황에 따라서는 투표자의 의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비난이 강하다. 만일 조작 및 왜곡이 시도될 경우 기성정당에 유리하게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안분표란 제도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무효표가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자서투표제 때문인데 자서투표제 자체가 정당성 시비가 많이 걸리는 제도이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가 단순히 도장을 찍거나 간단한 기호를 그려 표시하는 기표식(기호식)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 사례

  • 1958년 제28회 중의원 의원 총선거에서 나가사키 2구에 '키타무라 토쿠타로'(北村徳太郎)라는 사람이 두 명 출마했는데 한 명은 자민당 소속의 전 국회의원, 다른 한 명은 무소속의 신인. 안분표 배분 결과 자민당 키타무라는 3위로 당선, 무소속 키타무라는 꼴찌로 낙선.
  •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야먀구치 1구에 자민당 소속의 '코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라는 사람과 민주당 소속의 '타카무라 츠토무'(高邑勉)라는 사람이 출마했는데 高村는 '타카무라'라고 읽기도 하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가나로 たかむら 또는 タカムラ라고만 쓸 경우 高村인지 高邑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는 탓에 이 둘 사이의 안분표가 발생했다. 안분표 배분 결과 자민당 코무라(高村)가 지역구에서 당선되고 민주당 타카무라(高邑)는 석패율제에 의해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
  • 2013년 참의원 선거미도리노카제(みどりの風:녹색바람)이라는 정당이 출마했는데 공교롭게도 자민당에 '이시이 미도리(石井みどり)라는 후보가 출마해서 '미도리(みどり)'라고 적힌 표가 전부 안분표로 판정된 사례가 있다.
  • 안분표의 폐해 중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사례가 터지고 말았다. 2020년 4월 26일에 시행된 시즈오카 4구 보궐선거에 야권 단일 후보로 타나카 켄(田中健)이라는 후보가 출마했는데 이 선거구에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에서도 이름의 한자 및 읽는 법이 완전히 같은 타나카 켄이라는 후보가 출마한 것이다.일본 뉴스 일본에서 '타나카'라는 성은 흔한 편이라서 성씨가 같은 후보의 출마까지는 그러려니 하지만 아예 이름이 같은 후보를 고의로 출마시킨 것은 야권 단일후보의 표에 안분표로 묻어가려는 악의적인 행동인 것이다. 이 경우엔 특정인의 성, 이름을 완전히 기입해도 야권 단일후보 타나카 켄 - N국당 후보 타나카 켄에게 안분표로 돌아가기 때문. 일본 선관위 측에서는 '후보자의 정당명(무소속 or NHK)이나 연령을 병기하면 안분표로 판정하지 않고 단독표로 계산하겠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이에 야권 단일후보 타나카 켄 지지 측에서는 트위터에 田中けん42歳라는 해시태그[3]를 만들어 두 후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필사의 홍보를 수행했다. 그러나 야권 단일후보 타나카 켄은 시즈오카에 기반이 없다는 치명적 약점[4] 하나 때문에 자민당 후보 후카자와 요이치에게 밀려 2위로 낙선했다. N국당의 타나카 켄은 최하위인 4위로 낙선했다. 참고로 타나카 켄 후보들의 합산 득표수가 후카자와 요이치의 60%밖에 안 되어 안분표가 아무 의미 없게 되었다.

5. 다른 나라에서는?

기명식(자서식) 투표를 하는 나라가 일본 외에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안분표 제도 역시 있을 필요가 없다. 한국과 같이 도장을 찍는 기표식(기호식)의 경우 간혹 서로 인접한 두 후보의 칸에 양다리를 걸쳐서 찍는 경우가 있는데 과거에는 기표(동그라미)가 어떤 후보에게 더 근접해 있는지를 판단하여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으면 유효로 처리하고 자세히 봐야 할 정도로 가운데에 찍혀있으면 무효로 처리했다. 현재는 후보자, 정당별 기표란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칸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한 후보자의 기표란에만 걸쳐 있으면 유효, 다른 후보자의 기표란에도 걸쳐 있으면 무효 처리된다.

기명식(자서식) 투표용지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직접 적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후보의 이름이 하나씩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를 준비해 놓고 유권자가 그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라 안분표 문제가 원천적으로 나올 수가 없다.

6. 관련 문서



[1]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제도라 정치학 논문에서도 그냥 Anbunhyō로 표기한다.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2] 대한민국으로 치면 동명이인인 김철수라는 사람이 2명 출마하여 소수점으로 나누어 그 2명에게 투표했다고 처리하고 표를 더욱 많이 득표한 김철수가 표를 더 얻는 것이다.[3] N국당 타나카 켄은 당시 54세였다.[4] 후카자와 요이치는 시즈오카현 의원 출신이었지만 타나카 켄은 도쿄도의원 출신이었다. 아베 총리에 대한 심판보다는 지역을 대표할 만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후카자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