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27 23:27:33

안티클레이아



1. 개요2. 일대기3. 기타

1. 개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

2. 일대기

아우톨리코스와 암피테아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아우톨리코스는 전령신 헤르메스와 님프 키오네의 아들로, 역시 도둑질의 명수였으며 격투에도 능하여 훗날 헤라클레스의 레슬링 스승이 되었다고도 하는 인물. 또한 일부 전승에는 아우톨리코스가 에리시크톤의 딸 메스트라를 아내로 맞았다고도 하나, 메스트라는 안티클레이아와는 혈연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친모 암피테아는 안티클레이아 이외에도 아이시모스[1]를 비롯한 여러 아들과 폴리메데라는 다른 딸을 낳았다는 전승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이 폴리메데가 이아손의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2][3]

코린토스의 왕이자 그리스 신화 제일의 사기꾼으로 유명한 시시포스와 사귀었다는 전승이 있다. 어느 날 아우톨리코스가 시시포스의 소들을 훔쳤다. 그는 자기 아버지 헤르메스로부터 도둑질 기술을 전수받았으므로 훔친 물건의 형태, 색 등을 마음대로 바꾸는 능력이 있어서, 시시포스에게서 훔친 소들의 외양과 심지어는 성별까지 바꿔버려 몇 번이고 증거를 인멸했다. 하지만 결국 시시포스가 소의 발굽에 미리 표시를 해 두었다가 찾아와 아우톨리코스의 절도 행각을 증명했다. 그리고는 용서해 주는 대가로 아름다운 안티클레이아를 정부로 줄 것을 요구하니, 아우톨리코스는 마지못해 허락했다고 한다. 다른 설에 의하면 그냥 안티클레이아가 시시포스와 눈이 맞았고 아우톨리코스는 둘의 연애를 허락 혹은 묵인했다고 하는데, 이유인즉 딸이 시시포스와 사귀어서 아우톨리코스 자신을 능가할 만큼 영악한 손주를 낳아주길 기대했다고. 어찌 되었든 시시포스가 죽고 난 뒤 안티클레이아는 아버지의 주선 하에 이타카의 왕 라에르테스와 혼인하고 아들을 낳는데, 그 아들이 다름아닌 트로이 전쟁 제일의 지략가 오디세우스이다. 이런 일화로 인해 오디세우스는 친부가 라에르테스가 맞다는 설과 사실은 시시포스의 유복자 사생아라는 설이 공존한다.[4] 이후 라에르테스와의 사이에서 오디세우스의 여동생인 크티메네도 낳았다.

안티클레이아의 두 아이는 장성해서 혼인도 하고 잘 살았다.[5] 어느 시점에 아들 오디세우스는 아버지로부터 양위를 받아 이타카의 왕으로 즉위했다. 하지만 어느 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한 사건으로 전 그리스가 전운에 휘말리고 오디세우스 또한 참전을 위해 떠나게 된다.[6] 그리고 10년 동안 전쟁은 계속되고 오디세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종전 소식이 전해지고 안티클레이아는 아들의 귀국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과연 어느 날 이타카 앞바다에 오디세우스의 함대가 나타났으나, 돌연 맹렬한 광풍과 함께 도로 사라져 버린다. 사실 이 때 오디세우스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를 만나, 귀향을 도와줄 순풍을 제외한 모든 바람을 집어넣은 자루를 받아서 무사히 돌아오던 중이었는데, 이 자루에 보물이 잔뜩 들었을 거라고 생각한 그의 부하들이 이타카에 도착하기 직전 자루를 열어버리면서 풀려나온 바람이 폭풍이 되어 함대를 도로 떠밀어 가버린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부분이고, 코앞까지 당도한 아들이 도로 사라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안티클레이아는 충격으로 혼절한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돌아오지 않았고[7],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게 된 안티클레이아는 상심하여 병이 나서 앓아누웠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후 오디세우스가 테이레시아스의 망령을 만나러 저승에 왔을 때 본인 또한 아들 앞에 나타나지만[8], 이 때 오디세우스는 그제서야 어머니의 죽음을 알고 충격을 받으면서도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을 받는 게 급선무였기에 어머니조차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내친다. 이후 용무가 해결되고 나서야 안티클레이아는 아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어, 자신이 왜 죽었는지와 며느리, 손자의 근황을 알려준다. 오디세우스는 슬픔에 잠겨 어머니를 끌어안으려고 세 번이나 팔을 뻗지만, 이미 망령이 되어 버린 안티클레이아는 두 번 다시 살아 있는 아들에게 안기지도, 아들을 안아 주지도 못한 채 작별을 고한다.

3. 기타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16권, 특별편 5권에서 등장. 신판 기준으로는 노년기, 젊을 적 모두 녹발벽안의 여인으로 그려진다.

[1] 훗날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 작전의 성공에 큰 공을 세우는 시논의 아버지[2] 다만 이아손의 아르고 호 원정에 참여한 인물들의 연령과 활동 시기 등을 맞춰보면, 안티클레이아가 조카인 이아손과 동년배가 되고 자매인 폴리메데와는 모녀지간 수준으로 나이차가 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원래 신화라는 게 개연성 맞춰 쓰는 소설도 아니고 특히 아르고 호 원정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올스타전'에 가까워서 시대별, 지역별로 마음에 드는 영웅은 개연성을 무시하고서라도 우겨넣고 싫은 영웅은 빼버리는 일이 많았으므로 이런 오류가 생긴 듯하다.[3] 다른 전승에서 이아손의 모친은 폴리메데가 아니라 필라코스의 딸이자 이피클로스(프로테실라오스의 아버지)의 남매 알키메데로 나온다. 로도스의 아폴로니오스의 《아르고나우티카》에서는 이 전승을 채택했다.[4] 다만 세대 차이를 따져 보면 역시 모순이 발생한다. 시시포스의 4대손이 오디세우스와 동시대 인물이기에, 동시에 시시포스가 오디세우스의 친부이기까지 하려면....[5] 오디세우스의 아내는 스파르타의 공주 페넬로페, 크티메네의 남편은 이타카 바로 옆동네 출신인 사메의 에우릴로코스. 그는 훗날 오디세이아에서 처남인 오디세우스의 부관으로 언급된다.[6] 이건 100% 오디세우스의 자승자박이었다. 원래 그는 헬레네에게 구혼했었는데, 그리스 전역에서 몰려든 경쟁자들 중에서 작은 섬나라의 왕인 자신이 승리할 가망이 없어 보이자, 헬레네의 아버지 틴다레오스에게 헬레네의 사촌 페넬로페와 결혼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계책을 하나 내줬는데 그게 "헬레네에게 선택권을 주고, 구혼자들 전원에게 헬레네가 누굴 선택하든 결과를 받아들일 것과 이 결혼을 방해하려는 자는 구혼자들 전원이 함께 응징할 것을 서약시키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헬레네 납치 사태가 터지니 구혼자 중 하나였던 오디세우스 자신도 이 서약에 엮여들어간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그는 참전을 피해 보려고 당나귀에 쟁기를 매어 밭을 갈며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미친 척 명연기를 펼쳤는데, 팔라메데스라는 자가 꾀를 써서 이게 다 연기라는 걸 밝혀내고 기어코 끌고 갔다.[7] 오디세우스는 귀국하던 도중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에게 잡혀 부하들과 함께 몰살당할 뻔했다가 그의 눈을 멀게 하고 간신히 도망쳐 나왔었는데, 하필 이 폴리페모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던지라 해신에게 제대로 찍혀서 귀향을 방해받고 있었다. 앞서 바람의 신의 도움까지 받아야 했던 이유도 그것이다.[8] 생각해 보면 안티클레이아 입장에선 엄청 황당했을 것이다. 아들이 죽은 줄 알고 슬퍼하다 병이 나 죽었는데, 막상 저승에 와 보니 아들은 없고, 한 1~2년 더 있어 보니 멀쩡히 살아있는 아들이 저승에 나타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