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30 16:29:12

아르고호 원정

Ἀργοναυτικά / Argonautika

1. 개요2. 역사적 배경3. 신화에서
3.1. 모험의 시작
3.1.1. 아뮈코스 왕과의 대결3.1.2. 피네우스의 예언
3.2. 콜키스에서
3.2.1. 이아손의 노역3.2.2. 황금 양털 탈환
3.3. 원정 이후
3.3.1. 테살리아를 향해3.3.2. 펠리아스 왕의 죽음3.3.3. 이아손의 몰락3.3.4. 프릭소스의 아들 4형제의 복수
4. 원정대 목록5. 왜 이렇게 설정이 중구난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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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기원전 1300년~1200년경,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로 영웅 이아손이 영웅들과 아르고호를 이끌고 떠나는 원정을 담은 이야기. 이후 이들은 아르고나우타이, 영어로는 아르고노트라고 불린다.

이 이야기를 소재로 쓰여진 작품 중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이었던 로도스의 아폴로니오스가 집필한 서사시 《아르고나우티카》가 제일 유명하다. 아폴로니오스의 유일한 완성작으로 총 4권으로 구성됐으며, 헬레니즘 시대서사시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

2. 역사적 배경

이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로 추정하는데, 실제로 있었던 원정을 바탕으로 삼았다는 추정이 존재한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는데, 실제 콜키스에 해당되는 곳에서 양털을 물에 씻자 금가루가 붙어나와서 황금 양털처럼 되었다고 한다. 양털을 염색해서 그것을 금과 교환하는 무역선이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신화 초반부에 온몸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여자들이 사는 섬이[1] 나오는데, 실제로 당시 염색업을 하는 사람들은 몸에서 역한 염료 냄새가 났기에 따로 격리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이 원정의 목적지인 콜키스 또한 실존했던 나라인데, 오늘날의 조지아의 조상 격인 국가이다. 아르고호 원정에서 묘사한 콜키스의 위치 또한 역사학자들이 지목하는 위치와 동일하다. 또 콜키스의 유적에서 미케네 문명에서 사용했던 문자인 선형문자 B가 적힌 유물이 출토된 바 있는데, 이 또한 아르고호 원정의 모티브가 되는 항해가 실존했음[2]을 방증하는 사료로 여겨진다.

3. 신화에서

3.1. 모험의 시작

테살리아 지역 중 하나인 이올코스의 왕 펠리아스이아손이라는 조카가 있었는데, 그에게 왕위를 뺏길까 두려워[3][4] 펠리아스의 배를 타고 멀리까지 나가 엄청나게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우선 이 지키는 황금양털을 가져오라 했는데, 이아손은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배 '아르고호'를 만들고 가정의 여신 헤라의 도움으로 많은 영웅들을 모아 원정을 떠나게 되었다.

처음에 이아손이 지도자를 뽑자고 할 때, 모두들 헤라클레스를 쳐다봤지만 헤라클레스는 자신들을 모은 이아손이 지도자가 되기를 원했고 이아손이 여기에 응해 최종적으로 지도자가 되었다. 이때 헤라클레스가 한 말이 압권인데, "내 힘으로 펠리아스를 쳐 죽이고[5] 이아손이 왕이 되게 하는 것은 쉽지만, 우리는 왕이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모험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모인 것이니 모험을 이끄는 능력이 있는 자가 지도자가 되어야 옳다"고 주장했다. 사실 강조한 대사가 워낙 압박적이라 그렇지, 헤라클레스의 의견 자체는 정론이다. 정작 헤라클레스는 초반 강한 아군의 법칙에 따라 원정 도중에 퇴장한다.[6] 헤라클레스는 중간 기항지에서 자신의 미소년 시종 힐라스가 님프들에게 납치당하자 그를 찾기 위해 내렸다고 한다.

3.1.1. 아뮈코스 왕과의 대결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베브뤼케스인들의 왕인 아뮈코스는 수많은 이방인들에게 '우리 땅에서 식수와 물자를 얻어 가고 싶으면 너희들 중 나와 싸울 자를 한 명 뽑아서 붙어 보자' 면서 억지로 권투 시합을 신청해서 때려 죽인 오만한 자였다.[7] 아뮈코스 왕은 원정대의 진로를 막고 원정대 중 최강의 권투가에게 권투 시합을 신청했는데, 여기서 대표로 결정된 게 바로 폴리데우케스였다. 폴리데우케스는 들소처럼 압박하는 아뮈코스 왕의 공격을 모두 피하고 한 방의 일격으로 아뮈코스 왕의 두개골을 박살 내며 승리했다.

베브뤼케스인들은 자신들의 왕이 쓰러지자 폴리데우케스에게 달려들고 원정대와 베브뤼케스인 사이에서 전투가 벌어지는데, 그는 여기서도 비범한 활약을 보여줬다. 다른 영웅들이 무기를 들고 베브뤼케스인들과 싸울 때, 폴리데우케스는 무려 맨손으로 싸운 것. 이튀모네우스를 날아차기로 죽이고 오른손으로 미마스의 얼굴을 가격했는데, 왼쪽 눈썹이 날아가고 안구가 드러났다고 한다.

아뮈코스 왕과의 대결은 그리스 전역에 퍼져서 후에 원정대와 만나는 마리안뒤노이인들은 자신들의 적인 아뮈코스 왕을 죽인 폴리데우케스를 신처럼 모셨고 디오스쿠로이 형제를 위한 신전을 지었다. 이를 통해서 폴리데우케스가 쓰러뜨린 아뮈코스 왕이 상당히 거대한 존재였던 것을 알 수 있다.

3.1.2. 피네우스의 예언

트라키아 지방에 들리게 된 원정대는 그곳에서 예언가이기도 한 피네우스 왕과 만났는데, 피네우스는 제우스의 분노를 사서 눈이 멀었으며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하피들이 날아와서 음식을 먹어치우고 악취를 풍기고 가는 저주를 받았다.

피네우스는 북풍의 신 보레아스의 쌍둥이 아들들인 제테스와 칼라이스, 통칭 보레아다이만이 자신을 저주로부터 구해줄 수 있을 거란 예언을 알고 있었고 보레아다이 형제가 있는 원정대원들을 반긴다.

원정대는 피네우스를 동정하고 음식을 차려주는데, 다시 하피들이 피네우스로부터 음식을 뺏어 먹기 위해 날아온다. 날개가 달린 보레아다이 형제들은 하늘을 날며 하피들을 쫓아내고 이리스 여신으로부터 제우스의 저주가 끝났다는 약속을 받는다.[8]

피네우스는 원정대에게 감사하며 앞으로의 여정에 관한 예언을 알려준다. 그중 원정대에 가장 유용했던 것은 서로 부딪치는 거대한 바위들 사이로 무사히 빠져나가는 방법이었다.[9]

3.2. 콜키스에서

3.2.1. 이아손의 노역

가까스로 황금 양의 털이 있다는 콜키스(Κολχίς)에 도착하여 콜키스의 아이에테스 왕에게 또 퀘스트를 받는데, 바로 입에서 불을 뿜는 매우 사나운 청동 에게 멍에를 씌워 땅을 갈고 용의 이빨을 땅에 뿌리라고 했다.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였으나 왕의 딸 메데이아가 이아손에게 반해 도움을 주게 되고[10], 땅에 용의 이빨을 심자 거기서 스파토이라는 병사들이 튀어나온다. 카드모스 때처럼 돌을 던져 그들끼리 싸우게 한 후 남은 얼마 안 되는 병사들을 죽인다.

3.2.2. 황금 양털 탈환

이아손은 퀘스트를 완료했지만, 아이에테스 왕은 결국 황금 양털을 주지 않았고[11] 오히려 원정대를 몰살시킬 음모를 꾸민다.

결국 메데이아와 이아손은 서둘러서 용을 약으로 잠재우고 양털을 가지고 콜키스에서 도망간다. 이아손은 고향에 돌아가면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메데이아를 아내로 삼을 것을 약속한다.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뒤쫓아오는 콜키스인들을 따돌리기 위해, 메데이아의 남동생[12]이자 아이에테스 왕의 아들인 압시트로스를 죽여서 바다에 던졌고[13] 아이에테스 왕은 결국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시간을 너무 소비하는 바람에[14] 아르고호를 놓치고 만다.

3.3. 원정 이후

3.3.1. 테살리아를 향해

이후 어떻게 다시 테살리아까지 돌아갔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귀향길에 첫 난관은 세이렌이었다. 세이렌의 노랫소리는 너무 아름다워서 뱃사람들이 배를 암초로 몰아서 죽게 했는데, 여기서 오르페우스의 활약으로 원정대는 죽음을 모면한다. 세이렌이 노래를 하자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리라를 연주했고 원정대는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아니라 오르페우스의 리라 소리를 들으며 계속해서 노를 저었다. 세이렌들은 그걸 보고 패배했다는 생각에 한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거나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두 번째 난관은 크레타 섬의 청동 거인 탈로스였다. 탈로스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서 미노스 왕에게 준 선물인데, 크레타 주변의 배들을 향해 돌을 던져 침몰시키며 크레타를 지키는 수호자였다. 하지만 메데이아는 탈로스를 약으로 진정시키고 단 하나의 약점인 발뒤꿈치의 못을 뽑아서 탈로스를 죽인다.

세 번째 난관은 동생을 죽인 메데이아의 죄를 씻는 일이었다. 메데이아의 고모인 키르케 여신에게 메데이아가 싹싹 빌어서 속죄 의식을 마쳤다.

아르고호는 원정이 끝난 후 별자리가 되었는데 워낙 크기가 컸기 때문에 모두 4부분으로 나뉘어서 고물자리, 나침반자리[15], 돛자리, 용골자리가 되었다. 사족으로 분리 과정에서 알파성 카노푸스를 시작으로 주요 별들을 용골자리가 싹 가져가는 바람에 나머지 3개의 별자리는 졸지에 묻혔다.[16]

3.3.2. 펠리아스 왕의 죽음

테살리아에 도착한 후, 이아손은 펠리아스가 가져오라고 했던 황금 양털을 증거로 내놓지만 펠리아스 왕은 이아손에게 왕위를 줄 생각 따윈 처음부터 없었기에[17]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버틴다.

결국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었던 숙부의 교활한 속임수에 놀아난 피해자가 된 이아손은 이쯤되면 숙부에게 분노하여 헤라가 자신에게 선물해준 최고의 패나 다름없는 메데이아와 아르고 호 원정대 동료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킬 법했다. 근데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이때부터 성격이 수동적으로 변해 있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 숙부에게 괴롭힘당해 있었던 아버지 아이손의 복수와 왕위 탈환을 향한 의욕도 줄어 있었고 아무 것도 안한 채 손놓고 방관하기만 한다.[18]

이를 본 메데이아는 약속을 안 지키고 통수를 친 펠리아스 왕이 이아손을 죽이려고 일부러 아르고 호 원정을 떠나게 했음을 알고 분노하고는 자기가 직접 손을 쓰지 않고 왕을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메데이아는 사랑하는 이아손 하나만을 위해 콜키스의 공주 자리까지 버리고 아르고 호 원정대를 도와 황금양털 탈환에 앞장섰으며 아버지 아이에테스의 추격을 막기 위해 남동생/오빠를 토막내 죽이기까지 했다. 이제 와서 이올코스의 왕위를 포기하면 이아손과 함께하고자 저지른 모든 일들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었기에 이아손보다 더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메데이아는 먼저 자기가 직접 만든 회춘의 마법약을 들고 펠리아스 왕의 딸들을 찾아간다. 펠리아스 왕의 딸들은 아버지의 왕위와 자신들의 권력에 위협이 될 사촌 이아손과 메데이아를 매우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메데이아는 언뜻 온화하고 친절해 보이는 태도와 언변으로 공주들을 안심시킨 뒤 그들 앞에서 늙은 양을 산 채로 끓는 물에 삶아서 회춘의 약으로[19] 다시 어린 양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20] 회춘 약의 놀라운 효과에 감탄한 펠리아스 왕의 딸들은 이 약을 아버지에게 쓰기로 한다. 이제 다 늙어서 말년에 접어든 펠리아스가 전성기 시절로 젊어지면 제아무리 황금양털을 가져온 이아손이라 해도 저항할 엄두조차 못 낼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회춘의 약물을 받은 펠리아스 왕의 딸들은 아버지에게 끓는 물의 솥에 들어가라고 말했고 당연히 펠리아스 왕은 딸들이 미쳐서 아버지에게 패륜을 저지르는 줄 알고 크게 화를 내며 거절했다. 하지만 딸들은 아버지를 향한 효심과 이올코스 공주로서의 권력욕에 눈이 멀어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를 기절시킨 후에 끓는 물에 집어넣는다.[21] 하지만 메데이아는 펠리아스 왕을 끓이는 물에 넣은 마법의 약은 가짜였고[22] 결국 펠리아스 왕은 그렇게 삶아져 죽었다.[23]

3.3.3. 이아손의 몰락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펠리아스 왕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그의 아들인 아카스토스에 의해 추방당한다. 물론 펠레우스, 그리고 디오스쿠로이 형제의 도움을 받아 아카스토스를 몰아내고 아들 테살로스를 왕으로 세우지만, 이 일이 있은 이후 이아손의 인생은 이미 꼬이기 시작했다.

이아손이 메데이아를 두고 코린토스의 공주 크레우사와 결혼하려고 하자, 메데이아는 배신감을 느끼며 이때가지 자신이 얼마나 이아손을 위해 헌신했는지를 말하며 그를 붙잡았다. 하지만 이아손은 은혜도 모르고 자신이 감사해야 할 대상은 메데이아가 아니라 메데이아가 자신을 사랑하도록 에로스를 보낸 아프로디테라고 말하며 그녀를 버린다.[24] 하지만 아프로디테 때문이든 아니든 둘은 이미 혼인해 자식까지 둔 부부였고 이아손은 자신을 위해 손까지 더럽히며 헌신한 정처를 배신한 것이기에, 이로 인해 이아손은 가정을 수호하고 외도를 엄중히 벌하는 헤라의 가호를 잃게 된다.

메데이아는 복수하기 위해, 마법의 약을 묻힌 드레스를 크레우사에게 보냈다. 크레우사가 드레스를 입자 드레스가 불타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녀와 불을 끄려고 한 그녀의 아버지까지 태워 죽인다. 다음에 메데이아는 자신이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들을 죽이고 할아버지 헬리오스의 마차를 타고 도망간다. 이아손은 뒤늦게 메데이아를 찾았지만, 그녀는 이미 떠나고 난 후였다.

모든 것을 잃은 이아손은 외롭게 정처 없이 떠돌다가 과거에 제물로 바친 썩어가는 아르고호를 본다. 씁쓸하게 아르고호 옆에서 잠을 자는 이아손의 위에서 아르고호의 선미가 부러져 떨어지고 이아손은 이를 머리에 맞고 즉사한다.[25]

3.3.4. 프릭소스의 아들 4형제의 복수

의붓아들 프릭소스가 콜키스의 공주 칼키오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4형제가 아버지를 외할아버지 아이에테스에게 잃은 뒤 황금 양털을 찾기 위해 콜키스에 당도한 아르고호 원정대의 일원이 된다.[26] 한편 그리스로 간 이들은 그들의 할머니 네펠레 왕비의 옛 시녀로부터 친할머니와 아버지, 고모가 아타마스와 이노로 인해 겪었던 비극을 전해듣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격분한 프릭소스의 아들 4형제는 곧장 군대를 모아[27] 보이오티아를 침공하여 아타마스와 이노, 그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 등 배다른 이복 삼촌들까지 다 죽여 친할머니 네펠레와 아버지 프릭소스, 고모 헬레의 원수를 모두 갚고 왕위를 탈환하였다고 한다.[28]

4. 원정대 목록

아래는 한국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에서 등장하는 아르고호 선원 목록이다. 아르고호는 고대로부터 다양한 작품이 있으며 작품마다 등장인물이 다르다. 따라서 작품별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목록을 보고 싶다면 영문 위키백과를 참고하자.

※ 아래 인물들 중에 일부는 아폴로도로스의 표기를 따른 것이 있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표기와 달라 혼동이 올 수 있다.

⚓ 아르고 호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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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폴리오스
라에르테스
멜라스
몹소스
부테스+
아스칼라포스
아우톨로코스
아카스토스+
악토르
안카이오스+
암피온
에르기노스+
에우페모스+
에우리알로스
에키온
이드몬
오일레우스
이피토스+
코로노스
클리티오스
탈리오스
텔라몬+
티피스+
팔라에몬
펠레로스
페리클리메노스+
포리클리메노스
포이아스
포코스
폴리페무스↓+
프론티스
필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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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의 아폴로니오스의 아르고나우티카, 가이우스 발레리우스 플라쿠스의 아르고나우티카, 히기누스의 이야기 등에 아르고호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모든 문헌에 등장하는 인물은 적은 편이다. 네스토르아탈란테같이 원정대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영웅들이 있는가 하면 아카스토스, 케페우스, 에우페모스, 디오스쿠로이 형제처럼 거의 모든 판본에서 등장하는 영웅들도 있다. 동시에 작품에 따라선 이 시점에 원정대에 있기 힘든 영웅이 등장하기도 하며 시기 연대적으로 서로 만날 수 없는 영웅들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디오스쿠로이[29]테세우스.[30]

5. 왜 이렇게 설정이 중구난방인가?

이아손의 출신 지방인 이올코스는 내륙 지방의 헤라 신화와 해안 지방의 포세이돈 신화의 신앙 분쟁이 격렬한 곳이었다. 여기서 헤라 숭배자들이 내세운 영웅이 바로 이아손이다. 이 때문에 헤라와 관련 있는 영웅들이 아르고노트 구성원으로 들어가게 됐으며, 모험의 양상 또한 '(내륙 지방의 헤라 신앙) 영웅들이 (해양 지방의 포세이돈을 상징하는) 바다를 건너서 모험을 한다'는 것으로 정착됐다. 이 여행이 가정의 여신인 헤라의 도움을 받았다거나, 이 고난을 시키는 펠리아스 왕이 포세이돈의 아들로 전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따라서 이 이야기에서 '어떤 영웅을 구성원으로 넣느냐', 즉 누구를 헤라 신앙의 영웅으로 취급하느냐가 처음부터 관심사였고 이러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판본에서 다양한 영웅들이 출연하게 됐다. 거기다 앞서 언급했듯 이 신화가 그리스 신화들 중에서도 오래된 물건이고, 통상적으로 신화는 탄생하는 그 순간부터 첨삭되고 변모되기에 이미 당대 그리스에서조차 여러 배리에이션이 존재했다. 고대부터 유명했던 작품인 데다 수많은 영웅들이 힘을 합쳐 난제를 해결한다는 로망 넘치는 이야기인 만큼 고대 그리스의 팬픽 소재로 자주 쓰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원정대의 숫자도 48명, 50명, 60명 등 작품에 따라 널뛰며 시간, 공간을 뛰어넘어 온갖 그리스 영웅들이 다 등장한다. 한마디로 그리스 신화 올스타즈 또는 그리스로마 신화판 어벤져스.

첨삭자들이 당대에 유행한 혹은 자신이 넣고 싶은 영웅들을 마구 집어넣었기 때문에 시계열이 뒤죽박죽이고, 전혀 동행할 수 없을 철천지 원수들이 같이 배에 타는 등 서사도 뒤죽박죽이다. 예를 들어 테세우스디오스쿠로이 형제가 있는데, 테세우스는 디오스쿠로이 형제의 여동생 헬레네를 키잡하려 하다 둘에게 역관광당해 헬레네를 잃은 것은 물론, 어머니 아이트라와 여동생 클리메네까지 그들에게 납치당해 헬레네의 시녀가 되었다. 디오스쿠로이는 이다스 & 린케우스 형제와도 사이가 좋지 않은데, 디오스쿠로이가 이다스와 린케우스의 약혼녀들인 포이베와 힐라에이라를 납치해 결혼한 것에 이어 소 분배 문제로 싸우다가 폴리데우케스를 남기고 다 죽는다. 다만 원래 그리스 신화 자체가 인물의 개인 서사가 아닌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같은 대형 이벤트(?)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많이 나타나긴 한다.

재밌게도 이런 점은 학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작품마다 원정대의 멤버가 다르다는 이야기는 작가가 해당 지역, 시대, 사상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인기 있는 영웅을 원정대에 포함시키고 인기 없는 영웅은 원정대에서 빼버리기도 했단 가설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르고호의 원정대는 작품을 토대로 그 시대의 사회상을 추측하는 척도로 쓰이기도 했다.

[1] 참고로 해당 섬은 렘노스섬이다. 신화 속에선 본래 그 섬에는 남녀가 같이 살았는데 남자들이 다른 섬 여자들과 불륜을 저지르자 그 섬 여자들이 격분해서 남편들을 모두 죽였고 이에 노한 신들이 벌을 내려 렘노스섬 여자들을 모두 몸에서 악취가 나게끔 했다고 한다.(외모도 추녀로 만들었다는 버전도 있다.) 이 저주는 이아손이 렘노스 여왕과 밤을 보냄으로써 풀렸고, 이 일로 아프로디테가 이아손을 좋게 봐주게 되었다고.[2] 혹은 그리스와 콜키스 간의 교류가 있었음[3] 이전에 '한 발만 샌들을 신은 남자한테 왕위를 뺏길 거다' 하는 신탁이 있었는데, 펠리아스를 만날 적에 이아손은 때마침 할머니로 변장한 헤라를 도와주고 온 터라 한쪽 샌들을 물에 빠뜨리고 왔다.[4] 펠리아스는 제 형인(혹은 동생인) 아이손에게서 왕위를 빼앗았기에, 본래는 아이손의 아들인 이아손이 왕이 되어야 하는 적통이었다. 전승에 따라서는 펠리아스도 반대파 신하들에게 눈치가 보여 조카 이아손이 장성하면 양위하겠다고 말했는데, 성장한 이아손이 숙부를 찾아와 이제 제가 장성했으니 말씀대로 양위하시라고 요구하자 펠리아스는 양위야 어렵지 않지만 네가 왕이 될 만한 그릇인지 봐야지 않겠냐는 핑계로 낸 퀘스트가 바로 황금 양털을 가져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5] 사실 펠리아스를 조지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꼭 헤라클레스가 아니더라도 거기 모인 영웅들 중 아무나 한 명 가도 되는 일이긴 했다. 아마 쟁쟁한 영웅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헤라클레스의 심리가 반영된 말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지도자를 거론하자 다들 헤라클레스를 쳐다본 것에서 알 수 있듯 헤라클레스의 초인적인 힘은 그 자리에서도 독보적이었기에, 그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지도자가 되길 바라고 한 말이지 과시가 아니었을 가능성도 높다.[6]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헤라클레스가 있는 파티가 전투를 벌이면 그가 일부러 빠지지 않는 이상 독보적으로 그가 돋보일 것이고, 모든 관문을 힘으로 돌파해 온 헤라클레스가 있는데 굳이 정면승부를 피하는 것도 이상하다. 황금 양털을 지키는 용의 경우, 용을 앞두고 헤라클레스가 싸우지 않는 것도, 무려 헤라클레스가 있는데 이아손이 가장 활약하는 것도 어색하다. 일종의 밸런스 패치라고 보면 된다.[7] 여기서 상대가 반드시 자신을 이겨야만 물자를 내주겠다는 조건은 걸지 않았으며 그냥 권투 시합이 끝나는 즉시 너희가 원하는 만큼 물자를 챙겨가도 좋다는 조건만 걸었다. 이로 보아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는 호적수를 찾으려는 게 아닌, 그냥 상대를 때려 죽이는 잔인한 욕구를 충족시킬 겸 자기 권투 솜씨를 뽐내는 것이 목적인 듯.[8] 이때 하피 중 하나인 포다르게는 배 속에 제피로스 혹은 보레아스의 아이(크산토스와 발리오스)를 배고 있었다. 아이를 배서 몸이 무거운 탓에 무리에서 뒤처지고 있었던 것을 칼라이스와 제테스가 잡으려던 걸 이리스가 타일러서 돌려보낸다.[9] 비둘기 한 마리를 주면서 바위 사이를 지나기 전에 먼저 비둘기를 날려서 비둘기가 바위에 부딪히지 않고 살아나면 여정을 계속하고 죽으면 그만두라고 했다. 바위에 다다랐을 때 이아손은 피네우스의 말대로 비둘기를 먼저 날렸고 비둘기는 아슬아슬하게 꽁지깃만 뽑히고 바위를 피했다. 이에 아르고호도 전속력으로 질주해 바위 사이를 지나고 비둘기처럼 후미의 장식만 조금 떨어지는 선에서 그쳤다. 이후 이 바위는 신들의 힘으로 붙어버린 채 영원히 고정됐다.[10] 렘노스 섬 일로 이아손을 마음에 들어한 아프로디테가 손을 써서 메데이아가 이아손에게 반하게 만들었다고도 한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화상을 입지 않는 연고를 주고 이 퀘스트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일러준다.[11] 황금 양털에는 '이 양털이 있으면 나라에 번영을 가져다주고, 잃어버리면 곧 나라에 불행이 닥친다' 라는 예언이 있었다. 실제로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가져가자 아이에테스 왕의 아들인 압시트로스가 죽임을 당하는 불행이 벌어졌다.[12] 아폴로니오스판에서는 오빠[13] 무려 여섯에서 여덟 토막을 내서 그 자리에서 죽였다고 한다. 다만 국내에서 시판되는 어린이용 그리스 신화 책에서는 너무 잔인한지 메데이아가 그냥 단검으로 찔러 죽이고 바다에 던지는 씬으로 등장한다.[14] 당시 그리스인들은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지 않으면 혼이 제대로 저승에 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더욱 시체를 찾는 데 집착했던 것.[15] 고대 그리스에는 나침반이 없었지만 18세기 천문학계가 아르고자리를 분리하면서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시대에 맞지 않는 물건을 끼워 넣었다.[16] 물론 아주 묻힌 건 아니다. 돛자리엔 아르고자리의 감마별이었던 레고르라는 5중성이 있고 고물자리엔 아르고자리의 제타별이였던 나오스가 있다. 그리고 용골은 배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이니 용골자리가 주요 별들을 가진 건 어찌 보면 현실적이다.[17] 펠리아스는 한쪽 샌들이 없는 사람이 자기 왕위를 차지한다는 예언 때문에 그 차림새로 나타난 이아손을 처음부터 경계하고 있었으며, 이미 아들이 하나 있기도 해서 구태여 이아손을 후계자로 지목할 이유도 없었다. 또한 이아손이 자기 나라를 뜨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아손이 죽었다고 믿으며 이아손의 아버지이자 원래 왕위를 물려받아야 했을 아이손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을 갈궈댔다. 이아손은 이 과정에서 다 죽어가게 되다가 겨우 메데이아에게 구조되거나, 혹은 죽었다가 메데이아가 되살려 줬다고 한다.[18]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펠리아스가 이아손에게 조금 쉬라는 핑계를 댄 이후 여러 가지 핑곗거리들을 만들어가며 즉위를 미루자 불만이 높아진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침실로 찾아가 따지는데 이아손은 이미 왕위를 되찾을 의욕이 사라진 듯 무사태평하게 "아무래도 숙부는 내게 왕위를 넘길 생각이 없는 것 같소."라고 뱉으며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는 메데이아가 얼른 왕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의를 줄 때마다 이아손이 무시를 하자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왕으로 만들고 말겠어!"라고 다짐하며 계획을 꾸민다. 어느 쪽이든 이아손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19] 오비디우스에 의하면 메데이아는 먼저 늙은 시아버지인 아이손에게 이 약을 사용해 40년 전의 젊음을 되찾아 주었다. 하늘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디오니소스 신 역시도 내려와서 메데이아에게 약을 받아가 자신을 키우느라 늙어버린 인간 유모들에게 사용했다고 한다.[20] 혹은 늙은 양을 토막 쳐 죽인 다음 솥에 넣고 어린 양으로 되살려 냈다고 한다.[21] 앞 각주에서 늙은 양을 토막 쳐 죽였다가 되살려 냈다는 전승에선 펠리아스도 그 늙은 양과 똑같은 꼴을 딸들에게 당해버린다.[22] 메데이아가 이미 그 약을 효력이 없는 가짜로 바꿔치기했거나 약 대신 물을 타버렸다고 한다.[23] 이것이 너무 잔인하다고 여겨졌는지 올림포스 가디언에선 그냥 아기가 되어버렸다고 순화되어 나오기도 한다.[24] 혹은 그냥 그녀의 잔혹함에 질려서 냉혹하게 내친다.[25] 이를 두고 가정을 파탄 낸 이아손에 대한 헤라의 징벌로 해석하기도 한다.[26] 때마침 프릭소스의 처제이자 이들 아들 4형제의 이모였던 메데이아도 이아손에 반해 조카들과 함께 아르고호 원정대가 이끄는 갤리선에 탑승해 따라갔다.[27] 이 과정에서 헤라와 아레스 모자의 지원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두 모자 다 이노와 이노의 친정국가였던 테베에 증오심이 있었던 신들이었다.[28] 만약 이 스토리대로 이노가 프릭소스의 아들 4형제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조카였던 디오니소스는 갓난아기때 이노가 아니라 니사 산의 님프들에게 입양되어지는 스토리가 자연히 성립된다.[29] 디오스쿠로이는 헬레네클리타임네스트라와 쌍둥이이고, 따라서 나이가 같다. 그런데 아르고호에는 훗날 헬레네의 구혼자 중 하나이자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의 부친이자 당시 이오니아해의 섬나라 이타카의 왕족이던 라에르테스가 타고 있었다. 디오스쿠로이가 신의 아들로서 급속 성장을 했거나, 라에르테스가 그들의 아버지뻘이 되는 나이대에 원정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면 이 나이 차를 메꿀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30] 테세우스가 장성할 때 테세우스의 아버지 아이게우스는 메데이아와 재혼하고 자식까지 얻은 상태였다. 테세우스가 어린이 때 승선한 게 아니고서야 이는 도저히 시간대가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