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ovideo(sm6868238)] |
TVA 영상 |
[clearfix]
1. 개요
일본 애니메이션 팬덤에서 사용되는 은어.2. 배경
문제의 양배추 작화 | |
DVD에서 수정된 작화 |
도우무에서 제작한 새벽녘보다 유리색인 Crescent Love은 방영 당시부터 심각한 작화 붕괴로 악명이 높았는데 그 중에서도 3화에서 히로인 피나와 나츠키의 요리 대결 장면 중 등장한 양배추가 정체불명의 녹색 구(球)로 그려지는 바람에 생긴 말이다.
분명 양배추를 써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화면상으로는 녹색 공을 두께가 거의 없다시피한, 부엌칼처럼 생긴 무언가로 단숨에 두동강내는 걸로 나오는 데다 썰린 단면은 양파마냥 둥근 테만 그려져 있으며 썰린 단면이 줄어들지 않고 무한히 생겨나는 것은 덤이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런 초현실적이고 충격적인 광경이 시청자들의 화제를 일으켰고 본작의 전체적으로 조악한 작화까지 통틀어서 "양배추 수준 작화" 라고 하면 작화 붕괴 투성이의 작화라는 뜻이 되어 버렸다.
[nicovideo(sm6868862)] |
DVD 리테이크 영상 |
이후 해당 장면만 독보적으로 유명해진 나머지 DVD에서는 해당 장면을 포함한 에피소드 전체를 리테이크하기에 이르렀다. 인물 작화는 물론이고 양배추 작화까지 당연하게도 새로 그려졌으며 그냥 한 방에 맥없이 썰어 버리던 TVA와는 달리 어느 정도 힘을 들여서 써는 것으로 연출되었다.
3. 제작 비화
애니 회사 근무 시절 제 직속 상사는, 새벽유리의 작화붕괴 양배추 원화를 담당하신 분이셨습니다. 사실은 아주 잘 그리는 분이셨는데[1], 그 양배추 장면에서 기적의 시쿠지리 선생[2]현상이 발생한거죠. 개그 같은 이야기였지..
작업이 너무 많아 죽을만큼 시간이 없어서, 양배추 정도면 원화 없이 동그라미 그려서 양배추 사진하고 같이 중국인 동화맨에게 보내도 알아서 하겠지, 하고 보냈더니 양배추가 아니라 동그라미가 그대로 쪼개지더라.라는 결과였더랬죠.
나카사코 사카나(中雑魚酒菜)[3]의 트위터 中[4]
작업이 너무 많아 죽을만큼 시간이 없어서, 양배추 정도면 원화 없이 동그라미 그려서 양배추 사진하고 같이 중국인 동화맨에게 보내도 알아서 하겠지, 하고 보냈더니 양배추가 아니라 동그라미가 그대로 쪼개지더라.라는 결과였더랬죠.
나카사코 사카나(中雑魚酒菜)[3]의 트위터 中[4]
새벽녘보다 유리색인 Crescent Love이 방영된 지 10년이나 지난 2016년 7월 19일 드디어 모두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 양배추 참사의 비화가 공개되었다. 본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던 2000년대 중반의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제작 편수 + 설정에서 요구하는 디테일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작 투입되는 애니메이터 인원은 만성적으로 모자란 탓에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5] 특히 후자의 경우 과거였으면 카게나시[6]로 때울 만한 장면도 하이라이트, 이중 그림자, 이중선이 들어가는 복잡한 디자인이 넘쳐나 애니메이터들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업무량이 많았다고 한다. 새벽녘보다 유리색인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제작 과정이 그리 녹록지 않았고 만성적인 시간 부족에 시달렸는데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작화감독 업무를 보던 타나카 히로노리는 이 양배추 신 작업 당시 안그래도 시간 없어 죽겠는데 일손마저 모자라자 결국 일종의 편법을 동원하여 원화에 동그라미만 하나 달랑 그리고 실제 양배추 사진을 동봉해 "사진 보고 그쪽에서 알아서 수정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중국의 동화 하청사에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전달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중요한 양배추 사진이 빠지고 그 '동그라미'만 전송되는 바람에 하청사 쪽에서 타나카가 양배추를 상정하고 대충 그려넣었던 구를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 따라 그려 이런 괴상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한다. 참고로 레이아웃의 러프한 그림을 설정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작화감독 또는 2원화 참여자들의 일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동화쪽 인력들은 원화 수정 쪽에는 전혀 손대지 않으며 2원화에서 정서한 그림에 트레이싱과 중간 그림을 그려넣는 일만 한다. 즉 저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심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원 및 제작 시간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었다.
4. 사건 이후
저 장면이 나간 뒤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못 이겨 반다이 비주얼의 사죄 광고까지 나와 버렸다. 얼마나 심각했냐면 반다이 비주얼 주주총회에서도 논란이 됐을 정도다.반대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일으킨 파장이 컸다는 것을 방증하듯 무슨 일이 있어도 양배추만큼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리는 경향이 생겨났다. 여러 애니메이션에서의 양배추 심지어 작품 전체의 퀄리티는 낮지만 양배추가 나오는 장면에서만 작화가 상승해 주인공이 양배추 보정을 받는 기현상까지 나왔다.
이 레전설 작붕을 일으킨 주범인 도우무[7]는 당연히 미친 듯이 까였는데 다행히 후속작인 미나미가 1기의 성공으로 인해 이미지 실추를 만회할 수 있었다. 같은 작품의 4기 애니메이션에서는 제작사가 바뀌기는 했지만 패러디인지 호사카 선배가 오프닝에서 멀쩡한 양배추를 들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이 에피소드를 담당한 작화감독 타나카 히로노리는 당시 실책을 딛고 일어서 애니메이터 계의 신흥 거장이 되었다.
단순한 해프닝 같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꽤 중요한 기점이 되었던 사건인데 이 사건 이후 여러 애니메이션에서 일상적으로 묘사되는 음식의 퀄리티가 크게 올랐다. 이전까지는 음식이 메인 테마인 작품이 아닌 이상 음식물의 퀄리티 같은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는데[8] 이런 사상 최악의 작붕이 일어나는 바람에 일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아예 2010년대부터는 음식과 요리가 메인인 작품이면 요리 작화감독이라는 직책을 따로 추가하여 요리 컷만 전담시킬 정도로 퀄리티에 신경쓰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하청 문제를 논의하는 여론도 조성되었다. 특히 성우 몸값에 비해 형편없는 작화 제작 비용으로 인해 한국, 중국, 동남아 등에 작화를 떠넘기고 작붕이 일어나면 하청 탓을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 욕하는 시청자들도 꽤 있는 편이다.
5. 패러디
워낙 강렬한 작붕이었는지 하야테처럼! 등 비슷한 시기에 나온 몇몇 애니메이션들에서도 양배추가 나올 때 일부러 공 모양으로 그려서 패러디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관련 상품이 아키하바라에서 팔리기도 했다.해커돌 애니메이션에서 이걸 가지고 노래를 만들었다. 라이브씬을 대놓고 작붕으로 그렸는데 정작 관객들의 작화는 멀쩡한 게 포인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야 야 양배추 동그란 양배추 그건 유리색 새벽녘의 이야기 양배추는 양배추 동그란 양배추 두 쪽으로 잘린 밥고명 양배추 그 뒤로 우리는 구경거리 양배추 회사의 실력 자랑에 쓰이지 재료가 되어! 언제 쯤 우리는 평화롭게 일생을 끝낼 수 있을까 우리는 그냥 평범한 양배추일 뿐 인 데! |
몬스터 아가씨가 있는 일상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에서도 그대로 패러디되었다.[9]
소녀전선 인형소극장 치유편 시즌 2 10화에서도 패러디되었다.[10]
2022년 9월 18일자 홀로그라에서도 패러디되었다.#[11]
카아이 유키의 강풍 올백에서도 패러디되었는데 1분 11초 경에 나온다.[12]
6. 기타
- 니코니코 동화 등지에서는 관련 영상이 뜰 때마다 ●가 코멘트로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원작 게임 영상에도 달리는 경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애니판의 작붕에 관한 슬랭이므로 주의할 것.
- Danbooru를 비롯한 양덕후 관련 사이트에서는 다른 양배추와 구별하기 위해서인지 'quality cabbage'[13]라는 태그가 붙는다. 간혹 달리는 댓글에도 퀄리티드립의 향연이 펼쳐진다.
- 이런 비교짤도 있다. (1:아이돌 마스터 2:러브라이브 3:그리자이아 4:원흉)
[1] 여기서 지칭되는 타나카 히로노리는 2000년대에 TV 애니를 미친듯한 작업량으로 지탱하던 애니메이터였다.[2] 원제는 'しくじり先生 俺みたいになるな!!(시쿠지리 선생 나처럼 되지 마라!)'로, TV 아사히에서 방영한 교양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3] 유튜브 등지에서 다양한 리코더 곡을 투고하는 작·편곡가. 프로필의 소녀는 동방 프로젝트의 캐릭터 도레미 스위트[4] 글 자체는 삭제되었다.[5] 우츠노미야 사토루나 카나다 요시노리 같이 게임 제작으로 넘어간 실력파 애니메이터가 더러 있었다고 한다.[6] 그림자가 없고 실선만 있는 작화.[7] 전술했듯이 작화감독인 타나카 히로노리는 원래 잘 그리는 사람이다.[8] 사실 음식 작화는 상당히 그리기 어려운 편이다. 문제가 된 양배추도 제대로 표현하려면 부스러기라던가 디테일을 챙겨 줘야 한다.[9] 막판에 주인공이 손으로 잡아 찢는 풍선 같은 구체가 그 양배추다.[10] 다른 식재료들은 다 고퀄인데 양배추만 동그란(...) 게 압권. 심지어 식칼로 두 쪽 내는 것까지 똑같다. 정작 만들던 요리는 카레라서 양배추가 나올 이유가 없다[11] 멀쩡한 양배추가 반으로 가르자 녹색의 구가 된다.[12] 후속작 기상 야자수에서도 1분 24초 경에 나온다. 잠깐 동안 그림체가 노트에 빠르게 끄적인 듯한 그림체로 바뀐 건 덤.[13] 양덕 용어로 'QUALITY'(대문자 필수)는 작붕을 의미하는 반어적 용어다. 고-퀄이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