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arfix]
1. 개요
조정래의 단편소설 <어떤 솔거의 죽음>에 관해 설명하는 문서.2. 줄거리
어느 날, 성주[1]가 백성들이 자신의 덕을 칭송하는 데에 대한 보답으로[2] 현치문에 자신의 영정을 걸 테니 환쟁이[3]그래서 정말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는 한 화가[4]를 데려온다. 그런데 그는 성주를 관찰하기만 할 뿐 며칠 간 먹 한 번 찍지 않는다. 그러자 우두머리 신하가 집에 찾아오는데, 말도 안 하고 다짜고짜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는[5] 하는 행동이 가관이다. 졸고 있었냐며 혀를 끌끌 차질 않나, 목숨이 안 아깝냐고 묻고는 '그'가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 한다는 투로 대답하자 "무례한 것 같으니라고!"라고 하질 않나...
3. 해석
이 소설은 결국 권력이 예술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풍자한 우화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이 쓰여진 게 1977년도로 유신 정권 때라서 예술에 대한 검열이 강하던 시절이란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1] 한 지역(성)을 관할하는 관리를 말한다.[2] 소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절대 백성들이 덕을 칭송할 정도의 인물은 못 된다. 원망한다면 모를까.[3] 화가를 낮춰부르는 말이다. 이 소설의 시대배경은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전제군주제가 존재하던 시절, 즉 꽤 옛날로 보인다. 옛날에는 예술가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므로 화가를 낮춰부르는 건 시대상을 고려할 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4] 소설 속에선 '그'로 표현되므로 이하 '그'로 표기. 단, 다른 인물과 구분이 어려울 때는 작은 따옴표를 사이에 붙이기.[5] 게다가 우두머리 신하가 찾아왔을 때 '그'는 명상 중이었다. 소설 속 언급에 따르면 '그'는 명상할 때 시간을 뺏기는 걸 싫어한다고.[6] 취소선을 그어놓긴 했지만 사실 맞는 말이다. 성주 옆에는 충신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본인 비위에 거슬리면 바로 목이 날아가는 환경이니.[7] 취소선 그인 말이 유머스럽게 넣은 말이긴 했지만 성주가 역정을 냈을 때 '그'의 반응이 진짜 저랬다. 정확히는 "너 오늘 아침에 거울은 봤냐"랑 비슷한 뉘앙스긴 했지만[8] 그림에 관한 작가의 묘사가 압권이다. '그 장대한 몸을 먹여살리기에 안성맞춤인 커다란 입', '염소 수염','살에 밀려 거의 닫힐 위기에 놓여 있는 가느다란 눈' 등...심지어 이것도 그의 입장에선 악감정 한 톨 없이 보이는 그대로 그린 것이며 소설 속 묘사에 따르면 누가 어디로 보나 정말 흡사했다고...[9] '지루'라는 등장인물로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제대로 표기되었다. 이후 '그' 대신 성주의 영정을 그리게 되는데 성주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성주의 마음에 들게 그린다. 부패한 권력 밑에서 화가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포샾질뿐[10] 스승님의 말에 따르면 '꺾일망정 휘어지지 않는 심정을 가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