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6 16:05:58

옛법

1. 개요2. 정의
2.1. 좁은 의미2.2. 넓은 의미
3. 옛법에 대한 증언4. 옛법의 종류
4.1. 발 기술4.2. 손 기술
5. 옛법의 활용
5.1. 황인무의 옛법론5.2. 윗대태껸협회의 옛법론5.3. 정낙준의 옛법론

1. 개요

택견의 기법 가운데 옛날에 주로 사용되던 기법들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쌈수, 결련수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시합에 금지된 기술들로 여겨지나, 그 범주에 대해 명확한 정설은 없다.[1] 이 '옛날'의 기간이 언제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2. 정의

2.1. 좁은 의미

어지간한 택견 수련자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사실 옛법은 단일 기술을 가리키는 명칭이기도 하다. 좁은 의미의 옛법은 주먹질, 그중에서도 보디블로를 뜻한다. 이는 택견계의 아웃사이더 같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택견인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는 박종관의 전통무술 택견 책에 수록된 내용이다.

파일:박종관-옛법 69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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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보면 단일 동작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아마도 주로 넘기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연계 기술로 썼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이 단독으로 옛법이란 이름을 달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옛법의 여러 기법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택견은 주먹질이 거의 퇴화된 무술이고 넓은 의미의 옛법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이런 유형의 펀치는 비교적 자주 시도되었던 듯하다.

2.2. 넓은 의미

넓은 의미이자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의는 결련택견협회 도기현 회장의 주장에 따른 것으로, 주먹질 이외에도 상대에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시합에서 금지된 모든 기술의 총칭이다. 쉽게 말해 반칙 기술. 다만 예전의 택견 시합에서 어떤 기술이 허용되고 금지되었는지는 단체마다 개인마다 하는 소리가 다 다르므로, 범위는 상당히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는 초기 문헌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며 1982년에 작성된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에서 낙함, 턱빼기, 항정치기, 주먹질과 같은 기술들은 옛법이 아닌 쌈수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위대태껸회에서는 후술되어있듯 옛법 자체가 반칙이 아니라는 식의 입장이라 이와 같은 정의를 부정한다.

3. 옛법에 대한 증언

파일:external/www.taekyun.org/song8.jpg
송덕기의 도끼질 자세.

옛법의 관련 일화로 결련택견협회 도기현 회장이 쓴 <택견 그리고 나의 스승 송덕기>라는 책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데 스승님께서 제자들의 허벅지 근육을 만져보시고는

"이렇게들 근육이 딱딱해서야 무슨 택견을 하겠냐?"라고 핀잔을 주시며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을 하라고 일러 주셨다. "운동을 하면 다리가 더 튼튼해지는 거 아닌가요?"라고 여쭙자 "이놈아 근육이 질겨야지 단단하면 상하기만 해!" 하시는 것이었다.

"살이 부드러우면 탄력이 좋아 강해지고 그래야 옛법을 써도 제대로 쓸 수 있는 거야."

필자는 주먹을 쓰는 것을 옛법으로 알고 있던 터라 주먹을 쓰는데 다리의 탄력이란 말씀에 의아해 했다. "옛법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거잖아요?"라고 되묻자

"야, 이놈아 주먹 쓰는 것만 옛법이냐? 옛법에는 발길질도 많이 있어."라고 하시는 것이다.

"아 그랬구나! 주먹질만이 옛법이 아니라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기술들을 통틀어 옛날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말라고 옛법이라 한 것이었구나!"

그 후 필자는 틈만 나면 옛법에 대해 여쭈었다고 한다. 그러나 스승님께서는

"옛법은 상대를 상하게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함부로 가르쳐서는 안돼!"

"시합 중 가끔 옛법을 쓰는 놈이 있는데 그러면 난리가 나지. 얼른 사과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시합하다 말고 마을과 마을끼리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어."

"옛법은 아주 '욱'해서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옛법을 곧잘 쓰는 이들이 꽤 있었는데, 어떤 이는 '곧은 발질'로 상대의 배를 걷어차서 상대의 내장이 다 쏟아져 내릴 만큼 배가 상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낙함'으로 상대의 턱을 빼서 붙들려가기도 했어."

한 마디로 옛법이란 옛날엔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인데 과연 그 옛날은 언제를 기준으로 말하는 것일까?

4. 옛법의 종류

기본적으로 허용 규칙 외 기술이면 다 옛법이라 할 수 있다. 같은 기술도 피격이나 사용 부위만 바꾸면 바로 옛법이 되니 말이다. 구분할 만한 개념이나 궤도를 가진 기술 몇 가지만 싣도록 한다.

4.1. 발 기술

  • 밟기: 말 그대로다. 흔히 우리가 '밟는다'고 생각하는 높이와 궤도로 발질을 하면 된다. 허벅밟기, 촛대밟기, 깎음다리, 무릎밟기 등.
  • 줄띠지르기: 앞차기의 일종. 상대의 목줄기를 정면에서 차는 것.
  • 무릎치기: 무릎으로 상대를 찍는다. 무에타이의 니킥과 흡사하다.
  • 깎음다리: 촛대에 가하는 밟기. 상대의 무릎, 혹은 정강이뼈를 내려차면서, 발등까지 단숨에 체중으로 내려밟는다. 동작 한번으로 촛대뼈 앞쪽을 갈아버리고, 발까지 상하게 드는, 말 그대로 상대의 다리를 깎아버리는 기술. 상대의 기동력을 떨어트리는 효과가 크다. 참고로 무릎부터 시작하면 잘못될 시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으니 평상시엔 절대 사용하지 말자. 괜히 금기가 아니다.
  • 발뒷꿈치 사용하기 : 발장심을 사용하는 기술은 모두 뒷꿈치를 사용하면 옛법으로 만들 수 있다. 발따귀를 뒷꿈치 세워 뺨따구에 쑤셔박는다고 생각해보자.[2]

4.2. 손 기술

  • 턱빼기 : 상대 턱을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치거나 칼잽이처럼 지른다. 하품시키기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턱관절을 손상시키는 기술. 의미가 비슷한 기술로 낙함이 있다.
  • 장못치기: 택견의 주먹질 테크닉. 핑거잽과 유사하게 손가락 맨 위 마디를 굽혀서[3] 코 주위 부위를 여러 번 치는 것을 말한다. 장못, 즉 긴 못은 한번에 세게 때려박는 것이 아니라 '톡톡' 박아넣는 것이라는 것이 원리. 상대의 얼굴 중앙에 '못'이 있고, 자신의 주먹이 '망치'라고 생각하면서 집중력을 높인다. 기본적으로는 영춘권처럼 양손을 마구 몰아치는 방식으로 때린다. 뻗은 주먹을 회수하지 않고 뒷발로 스텝을 밟으면서, 같은 위력과 궤도의 스트레이트를 무박자로 계속 이어서 때리는 교란용 동작도 있다.
  • 도끼질: 손날 or 주먹으로 상대의 목 / 어깨 / 쇄골 / 빗장뼈를 내려치는 기술. 상대를 붙잡아놓고 마구 내려치거나, 집중하여 한방을 강하게 내려치는 방법도 있다. 장태식 선생 고생하던 시절 한번만 강하게 내려치는 방법도 있으며, 위의 송덕기의 사진도 그런 방식인데 왠지 이게 제일 유명해져버려서 개그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 팔굽치기: 무에타이 기술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중국권법에서도 그렇고 웬만한 무술이면 팔꿈치로 치는 공격기술은 거의 다 있었다. 단일 기술이라기 보다는, 팔꿈치로 적을 공격하는 온갖 방법들을 뭉뚱그려 놓은 것에 가깝다.
  • 활개 뿌리기: 손등을 채찍이나 곤봉처럼 사용해서 정면을 후린다. 중국무술을 함께 수련한 택견꾼은 이걸로 화강암을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택견에 관심있던 사람들을 경악시킨 장태식 선수의 손등으로 화강암 격파. 당연하지만, 일반인이 쓰면 손목이 부러진다.
  • 면치기: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듯이 후려친다. 짝하는 소리가 찰지다.
  • 코침주기: 상대의 코를 손목 쪽의 부위(궁술에서 반바닥, 태권도에서 바탕손)로 직선으로 밀어치는 장법.
  • 오광잽이: 안경씌우기의 두 가지 방법 중 다섯 손가락을 사용하는 기법에 대해 신한승 선생이 붙인 이름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육태안 전인의 수벽치기 타격에도 들어가 있다.
  • 턱걸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상승시키며, 장저로 턱을 강하게 올려친다. 손아금으로 칠 수도 있다. 중국무술/가라데에도 비슷한 기술이 유명하다.
  • 재갈넣기: 바디 블로우. 상대의 옆구리에 주먹을 깊이 찌른다. 바른주먹, 혹은 메주먹으로 친다. 측면에서 옆구리의 내장을 노리는 공격이며, 상대를 붙잡은 상태에서 때리는 경우도 있다.
  • 고막치기: 두 손바닥을 오목하게 모아서 상대의 양쪽 귀를 덮듯이 강하게 후린다. 중국무술의 쌍풍관이와 똑같은데, 동시에 머리 양쪽을 후리기 때문에, 고막이 터지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에도 손상이 갈 수 있다. 절대로 따라하지 말자.
  • 안경씌우기/안경잽이: 두 눈을 찌른다. 참 쉽죠? 송덕기의 자료에서는 두 손가락 혹은 다섯 손가락 모두를 이용해 찌르는데, 결련택견협회 장태식 사범의 인터뷰에서는 '다섯 손가락이 더 효과적이다.'라는 언급이 나왔다.
  • 칼잽이: 엄지와 검지를 벌려서 V자를 만들고 이것으로 목을 밀어서 넘어트린다. 썰렁해보이지만, 상대의 목을 밀어버리는 대신에 악력으로 뜯어버리면 "줄띠잽이"라는 기술이 된다.
  • 옷잡기/잡아대기: 상대의 옷을 붙잡는 기술. 유술이나 아이키도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시합을 획일적으로 만들고, 옷을 잡으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서 금지한다[4]......라고 하는데, 몇 가지 증언이나 사진 자료들을 보면 송덕기도 옷을 자주 잡았다.
  • 박치기: 보편적인 실전기술이자 반칙. 일반적인 모든 기술의 빈틈에서 연결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프로레슬링에서처럼 상대를 붙잡고 들이받는게 아니라 한순간에 몸 전체를 잽싸게 움직여서 사용해야 하며 돌발적으로 쇄골이나 관자놀이를 들이받는 방식을 자주 쓴다. 중국무술의 고법이랑 유사성도 있다. 박치기에 주로 사용하는 부위는 뿔나는 자리(정수리랑 옆통수 사이쯤)이며,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마는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부위라고 한다. 관자놀이를 이마 옆면으로 박는 기술을 '관자붙이기'라고 한다.
  • 활개꺾기: =꺾기(신주). 시합에서 금지하는 관절기술이다. 기본 동작인 '활개짓'에서 연결되는데, 상대의 기술을 방어했다면, 활개짓으로 붙잡고 체중을 싣어서 당기기만 해도 자동으로 꺾기가 완성된다. 오히려 초심자들이 기본 동작인 활개짓으로 상대를 붙잡았을 때, 엉겹결에 꺾기를 써버리고 반칙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5]
  • 항정치기: 상대의 목을 잡아서 아래로 숙이도록 하고, 뒷목을 손날이나 팔꿈치로 가격한다. 인디안 밥 비슷한 것을 목덜미에 강하게 먹인다 생각하면 된다. 비슷하게 어깨를 치기도 한다.

사족으로 택견에서 을 이용한 타격은 다 옛법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치거나 주먹으로 몸통이나 팔을 때리는 것 등은 애초에 금지 기술이 맞는가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다. 송덕기로부터 주먹질은 시합에서 허용되지 않았지만 손바닥으로 때리는 건 그렇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더거나# 송덕기를 사사하며 장타, 주먹질, 박치기 등을 익혔다는 증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아귀로 목울대를 치는 '칼잽이'와 같은 기법이 버젓이 경기 기술로 전승되었던 걸 보면 '손바닥으로 몸통 치기' 같은 것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엄격하게 금지되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5. 옛법의 활용

일각에선 이 옛법을 잘 활용하면 민속놀이식 택견을 현대식 실전 무술로 개량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물론 실용적인 격투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옛법 자체는 오늘날 MMA의 실전성에 비비긴 어려운게 사실이고, 혹자는 "단순한 반칙 기술의 집합일 뿐 살상 기술 같은 것이 전혀 아니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살상력이 아예 없다고 보기엔 옛법의 별칭이 '쌈수'이기도 하고, 옛법으로 분류되어 금지되어 있는 밟기, 무릎치기 등의 발차기들은 분명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기술이 맞다. 그러니 '옛법을 되살려서 택견을 제대로 된 실전 무술로 만들어 보자'는 발상이 꼭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6]

다만 그렇다고 옛법의 살상력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마냥 띄워주는 것도 과대평가일 수 있다. 옛법을 선전하는 택견꾼들이 흔히 내세우는 낙함, 항정치기 등의 기술은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활용이 매우 힘들어 무방비 상태의 상대에게나 쓸 수 있는 것이다. UFC는 과거에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서밍 등 극소수 기술만을 금지시킨 것 외에는 상대를 타격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는 NHB 방식이었고 현재도 그런 방식의 격투기 대회들이 개최되고 있지만 공식 경기에서 턱을 빼거나 목덜미를 쳐서 상대를 쓰러뜨린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7]

옛법의 안면 펀치인 장못치기는 주먹을 상대 얼굴에 강하게 내지르는 것이 아니라 노크하듯 가볍게 두드리는잽? 방식이다. 그러니 강력한 살수라기보다는 조선말 택견이 펀치 기술 면에서 얼마나 미발달, 미분화 상태였나를 입증하는 증거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고로 전통무술에 대한 환상 따위에 의지해 택견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발차기와 테이크다운 기술을 갖추고 있으니 옛법을 되살려서 펀치만 보강하면 현대 격투기 못지 않다'는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다른 것이다.

결국 옛법을 실전에서 써먹으려면 개량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21세기에는 이미 종합격투기라는 정답이 존재하므로[8] 어떻게 개량할지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MMA 기술의 접목은 필연적으로 "이게 무슨 택견이냐"는 회의론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한 회의론은 의외로 택견판 내부에서도 지배적이어서, 3대 메이저 단체 중에 옛법의 활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결련택견협회 하나뿐이다. 대한택견회이용복 전 회장 같은 인물은, 옛법을 복원한다는 명목으로 복싱, 무에타이 등의 현대 격투기 기술을 적극 도입한 황인무 식 '옛법택견'은 고사하고 택견배틀에 대해서조차 '택견의 과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다.[9]

옛법의 개량 혹은 MMA 기술의 접목이 성공적으로 완수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은 있을 수 있다. 택견의 정체성 문제와는 별개로, 택견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택견꾼들이 지금껏 실제 경기를 통해 갈고 닦은 격투 기술은 발차기넘기기다. 그리고 무에타이 등에 비하면 실전성에선 부족함이 있어보이는 독특한 경기 방식 덕분에 택견은 특이한 궤적의 발차기나 발차기-넘기기의 연계 기술과 같은 시그니처 동작들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숙달하면 충분히 응용해서 실전성은 있을 수 있다. 허나 문제는 택견이 무에타이-킥복싱 룰에 가까워질수록 이런 특성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와 같은 시도에 대해 '트렌드를 좇는 데 급급해서 주먹질이나 하다 보면 원래 갖고 있던 장점마저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 꼭 경직되고 편협한 생각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5.1. 황인무의 옛법론


옛법택견 스파링 영상.

현재 택견계에서 옛법 '복원'에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결련택견협회황인무 선생이다. 본래는 시범 위주로 옛법을 선보였으나 2015년 무렵부터 옛법을 활용한 견주기 연구에 착수했다. 2018년에 옛법 택견반을 개설한 것을 보면 이때 연구가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대학로에 옛법택견 전용 전수관을 개장하였다. 사실 결련택견협회에서는 원래부터도 고급자를 위한 '옛법택견꾼' 과정이 있었으므로 황인무의 시도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며, 다만 이를 이용한 경기의 체계를 잡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황인무는 자신의 옛법택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제가 하는 옛법택견은 지금 타 무술의 좋은 훈련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두말 할 것 없이 이미 좋은 훈련방법은 검증된 것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택견의 아이텐티티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택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크게는 품밟기라는 스텝의 활용(택견의 몸짓)과, 원형 기술을 활용해서 스텐딩 상태에서 넘기기를 포함한 공방일 것입니다. 이런 정체성을 지키면서 현대적 격투 기법을 도입해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혹자는 “변형이다, 택견이 아니다” 하는 말들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훈련 방법을 차용하는 것은 더욱 권장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훈련방법보다는 검증되고 효과적인 훈련방법을 차용하는 것 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테니까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 택견이 일제강점기를 거치지 않고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전수되어 발전해 왔다면 어떤 모습일까?”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과 같이 많은 무술의 장점을 받아들여 발전했을 것이라고.’
한마디로 품밟기와 넘기기 공방 위주의 경기 형태를 유지하는 한 택견의 정체성은 유지되므로 현대 격투기와 접목이 가능하다는 입장. 옛법은 정식 경기에서 허용되는 기술을 제외한 모든 격투 기술을 포괄하고, 이는 '택견이 아닌 것'이 아니라 엄연히 택견의 일부이므로 싸움질에 도움되는 기술은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황인무가 아마추어 복싱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다른 무술 대비 복싱 느낌이 더 가미된 편이다.


일단 황인무는 다른 무술 체육관과의 교류전 등을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파링 방식을 다양화함으로써 옛법 활용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

2020년대 들어선 제자를 양성해 입식격투대회에도 내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격투 관련 유튜브 채널에도 소개된 바 있다. 팀매드 양감독TV 영상. 2021년에는 팀매드 양성훈 감독이 주최하는 이벤트성 이종 대회에 참가한 옛법택견 선수가 극진가라테 선수에게 승리를 거두고#, 결승전에선 절권도 선수를 이겨# 최종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정도한 격투기 TV, 김동현 선수의 매미킴 TV 등 유명 격투인들과 교류하고 '우리동네 무술 체육관'이라는 기획으로 타 무술 도장을 방문해 기술을 배우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10]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2022년 6월에는 무에타이 대회에 수련생 4명을 출전시켜 2명이 우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11] 택견계의 이동희[12]

5.2. 윗대태껸협회의 옛법론

윗대태껸이 옛법을 보는 시각은 결련택견(황인무)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데, 이른바 '큰 원형론'의 입장에서, 일반적인 택견 기술과 옛법은 구분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13] 흔히 대중들이 정통 택견으로 여기고 있는 시합 형태의 택견은 오히려 예외적인 범주에 속하고(작은원형론), 오리지널 택견은 흔히 금지 기술이라고 여겨지는 과격한 기술들을 다 포괄한 형태라는 것(큰원형론).[14]#
큰원형론은 윗대태껸에서 이야기하는 관점이기도 합니다. “작은원형론에서 갖는 부분(경기 성격)은 일부일 뿐이며, 옛법은 故송덕기 선생님께서 옛부터 왔다는 기술들(품밟기도 옛법)일 뿐이며 기술로써 옛법은 박종관 저서에 나오는 기술 명칭일 뿐이다”라는 주장입니다.
결론적으로 윗대에서 보는 옛법은 '옛부터 내려오는 기법' 혹은 '예전에 비해 쓰이는 기법'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금지 기술의 범위를 타 협회에 비해 훨씬 좁게 잡고 있고, 실제 대련 모습을 보면 (위대택견 관점에서는 옛법이 택견 기술 체계에서 탈락된 일 자체가 없었으므로) 굳이 옛법의 '복원'을 표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황인무식 옛법택견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가 되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윗대 측과 결련 측의 협회간 교류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정통성 논쟁으로 번져버린 양 단체 간의 감정 싸움, 반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쉽지 않아보인다.

5.3. 정낙준의 옛법론

택견 사범이자 연구자인 정낙준의 주장은 옛법에 대한 이런저런 논의 가운데 가장 특이한 축에 속한다. 정낙준에 따르면 옛법은 택견과는 아예 별개의 무술이고, 진짜 살상 기술인 옛법을 제외한 택견의 기술들은 격투 기술로서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므로 택견은 엄밀한 의미에서 무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택견은 옛법과 달리 어디까지나 흥겹게 품밟기하면서 살살 발차기하는 민속놀이지 살상 기술을 연마하는 무술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고로 실전적인 거 하고 싶으면 옛법 해라, 옛법 제대로 하는 데가 어디냐면 노들택견이다, 뭐 그런 주의다.# 택견계에서 의견이 분분한 품밟기의 의미와 밝터에서 발간한 태견 책의 신뢰성에 대해 본인 나름의 합리적 해석을 구하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듯한데, 사실 옛법이 택견이 아니라는 특이한 주장만 빼면 대체로 이용복의 택견론과 일맥상통한다.


[1] 심지어 후술되어있듯 윗대태껸협회에선 반칙 뉘앙스와는 상반되게도 "품밟기도 옛법"이라고 보고 있다.[2] 태권도 기술로 유명한 내려차기가 여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3] 태권도의 편주먹과 비슷하다.[4] 옷감이 비싸서 안 잡았다는 말도 있다.[5] 택견은 2명의 선수가 격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초심자들이 함부로 관절기를 걸면 아차 하는 사이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6] 비슷한 사유로 실전성을 지적받은 공수도중국무술 또한 개량과 현대화를 거쳐 극진공수도, 쿠도, 산타로 발전시킨 선례가 있기에 택견 또한 그러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7] 물론 이는 실전성 여부와 무관하게, 목이나 경추라인을 가격하는 행위들은 잘못 들어갈 경우 진짜 상대방이 반영구적인 데미지를 입거나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어서 사생결단 대결 아닌 딴에야 일반 격투기 대회에선 금지 여부와 무관하게 본능적으로 안 쓰는 점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면적만 봐도 목보다 훨씬 넓고 그로기 상태로 가기도 쉬운 안면이 있는데 굳이 목을 노릴 이유도 없다. 턱 빼기는 논외.[8] 물론 종합격투기 내에서도 세부 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양상은 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착의냐 무착의냐, 착의면 도복이냐 일반 의류냐, 무체급이냐 체급이 나뉘냐 나뉘면 몸무게만 하냐 키도 포함하냐, 박치기나 낭심 따위 급소 공격은 제한적으로라도 허용하냐 안하냐, 보호대는 차냐 안 차냐 등.[9] 사실 거의 모든 현대 무술은 좀 더 안전하고 대중적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적 측면을 강조할 것이냐 아님 무술 본연의 가치인 실전성을 지향할 것이냐는 기로에 맞닥뜨리게 된다. 거기서 유파가 갈리는 경우도 부지기수고.[10] 우리동네 무술 체육관 시즌 1은 황인무 관장이 무술 도장을 방문해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권투, 실전태권도, 절권도(테드웡 계열), 실용영춘권, 진씨태극권, 펜싱이 나왔다. 2022년도에 방영된 시즌 2는 무에타이 대회 준비를 위해 제자 최창희와 함께 여러 무술들의 기술을 직접 배우고 시청자들에게 해당 무술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으로 대동류 합기유술, 노파 팔괘장,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극진가라데, 종합격투기, 쿠도, 삼보, ITF 태권도, 절권도(진륭 계열), 카포에라, 결련택견이 소개되었다. 시청은 여기에서 할 수 있다.#[11] 여기에 참여한 수련생 중 1명인 최창희 씨는 위에서 서술한 양감독 TV에서 주최한 천하제일 무술대회에서 최종우승한 경력이 있다.[12] 실제 이동희 관장과 황인무 관장은 친분이 깊은데, 이동희 관장은 결련택견을 배워 지도자 자격을 받은 적이 있고 황인무 관장과 교류 수련을 하거나 콜라보 영상을 만든 적도 있다. ##[13] 아예 일리가 없는건 아닌 것이, 위에서 인용한 도기현 회장 저서의 옛법 관련 일화도 '옛날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말라고 해서 옛법'이라 생각한 도기현식 해석과 약간 달리 할 여지도 있어보인다. 해당 일화에서 송덕기의 발언은 1. 옛법을 잘 쓰기 위해서는 근육의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2. 시합에서 쓰다가 잘못하면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3. 사용하면 안 되지만 그럼에도 시합 중 쓰는 사람이 꽤 있긴 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지금은 안쓰는 맥이 끊긴 기술'이라기보다는 시합장에서 잘못 쓰면 상대가 다칠 수 있어서 '자제해야 했던 기술'(다만 서기태껸에선 당연히 금지기술이었겠지만 결연택견에서도 금지였는지는 미지수)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옳아보인다. 송덕기가 옛법을 언급한 게 "위험하니 하지 말라"거나 "옛날에는 그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에서였다면 그것을 잘 하기 위해선 어떠한 단련을 해야 한다는 충고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즉, 시합용이 아닌 실전용 정도로 말했을 수도 있다는 것.[14] 김홍식이 말한 '넘어지면 지는 놀이식 택견=서기 태껸', '감정이 격해져 죽기살기로 싸우는 격투 택견=결연 태껸' 개념을 가져온다면, 윗대태껸에선 '오리지널 택견=큰 원형론에서의 택견'이고 이것은 결연 태껸이라고 보는 입장인듯 하다. 물론 태껸을 (놀이가 아닌) 무예라고 보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송덕기가 보여주고 지도했던 동작, 기술들 전체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더 넓은 개념일 수도 있다. 결국 확실한 정답이 있다기보단 해석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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