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06 13:29:44

품밟기

1. 개요2. 상세3. 택견협회들의 품밟기4. 목적5. 기타

1. 개요

택견 고유의 발놀림(보법/스텝). 택견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동작으로, 각종 이슈를 두고 갑론을박이 상당한 편인 택견계에서도 택견의 힘쓰임, 움직임, 보법을 총망라하는 근본적인 움직임이라는데는 별 이견이 없다.

2. 상세

얼핏 보면 추는 것 같지만, 품밟기는 기본적인 모습과 굼실거리는 모양새가 숙달되면[1] 하단 발차기, 피하기, 다리걸기 공방 등 무수한 동작에 응용될 수 있는 나름 과학적인 동작이다. 현대 기준으로 보면 괴상할 수도 있지만 전근대 무술에는 이런 개념이 종종 있다. 또 품밟기를 몸이 상하지 않도록 제대로 하다 보면 태껸에 알맞은 근육탄력성이 생긴다고 한다.[2]

송덕기 왈 택견은 품밟기만 잘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3] 핵심적인 동작이다.[4] 송덕기는 물건 품(品) 자로 번갈아 가며 앞의 한 점을 굼실거리면서 밟는 기본적인 동작과 앞으로 나아갔다가 들어왔다가 하는 잦은걸음, 옆이나 측면으로 쑥 들어가는 째밟기, 좌우로 파고드는 갈지자 밟기, 상대의 다리 공격을 피하는 접어밟기 등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또 허리를 흔들 경우 "평양 기생이냐?" 하며 걷어찼다고 한다.

지금은 이 품밟기에 대한 택견 주요 협회의 세부적인 가르침들이 협회마다 달라서 서로 니가 틀렸다라는 식이라 수련생들만 헷갈리게 하고 있다.

3. 택견협회들의 품밟기

결련택견협회의 품밟기. 1분 26초부터
결련택견협회송덕기의 품밟기와 가장 닮았다고 초창기 인물들이 증언해 주었으며[5] 여기에 빼며밟기라는 동작을 추가해서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결련 초창기와 달리 세대가 지나면서 품밟기의 핵심인 을 활용하는 모션과 힘을 쓰기 위해 발이 중심에서 모여나가는 면이 점점 옅어져간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택견협회의 품밟기. 18초부터
충주의 한국택견협회신한승 선생이 가르쳐준 그대로의 방식을 고수하기에 결련택견협회와 같이 정품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방법도 거의 비슷하다. 다만 이곳은 활개짓을 굉장히 크게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차이는 좀 있다. 또 이곳도 아래 대한택견회 비슷하게 좌품, 우품을 밟을 때 능청을 주며 허리를 흔드는 것을 강조하는 편이다.
대한택견회의 품밟기. 2분 5초부터
대한택견회의 품밟기는 다른 협회에 비해 특이하다. 역품이라고 해서 반대로 품을 밟는데 알아둘 것은 송덕기 시범 영상 중엔 어디에도 역품이 나오지 않으며, 견주기시 비슷한 모양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도 항상 양 발을 서로 모았다가 앞으로 내딛는 대한택견회의 품밟기와는 달리 송덕기는 어떤 경우에도 양 발을 모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면 자신이 유튜브 등 영상 사이트에서 송덕기의 동영상을 찾아보면 간단하다.

이는 무술적으로도 당연한 원리다. 발이 모이는 행위는 무술에서 금기이며 어떤 무술이든 자신의 중심을 잡는 것이 관건인데 가라데처럼 자세를 아예 넓게 잡는 것은 있어도 발을 모으는 자세는 없다.[6] 여하튼 히스토리 채널인간 병기라는 다큐에서 태권도를 다룰 때 겸사겸사 택견도 짤막하게 소개했는데, 이 역품을 가르쳐줘서 말이 많았다.[7] 진행자들은 아일랜드 전통 춤 같다면서 재밌어했지만..

또 대한택견회는 허리를 집어넣는 동작을 능청이라고 하여 이를 수련하는데 이것 역시 송덕기가 품밟기 시범시엔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이 동작 자체는 택견 기술에 있다고 한다. 허리넣기라고 표현을 하는데 발질의 위력과 사정거리를 늘려주는 역할이다. 무에타이 등에서도 딥(앞차기)과 니킥에서 타격의 마지막 순간에 허리를 꽂아넣듯이 쑥 넣는 걸 강조한다. 실제 송덕기도 경복궁에서 견주기 시범을 보일 당시 비슷한 동작으로 상대를 유인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신한승도 그렇고 서울 택견계승회 역시 비슷한 동작들을 한 바 있다.

다만 송덕기가 품밟기 시범이라고 해서 촬영한 영상에서는 이런 동작을 하지 않았다. 즉, 택견에 통달한 스승이 응용하는 기술동작을 처음 배우는 제자들이 기본기랍시고 익히는 꼴인 셈. 스승은 이제 스트레이트 가르치는데 제자가 스승이 하는 뎀프시롤이 멋있다고 그걸 붕붕 흉내내고 앉아있으면 그걸 보는 스승의 마음이 어떨까? 제자들이 품밟기 수련시 허리를 흔들면 "평양 기생이냐?"하며 걷어찼다는 송덕기의 심정이 이러했을지도 모른다.
윗대태껸협회의 품밟기
윗대태껸협회송덕기 제자들이 운영하는 단체인만큼 기본적으로 정품을 밟는다.
송덕기의 품밟기 & 마주대기. 참고로 당시 만 91세.

4. 목적

모든 무술에 각자의 기술을 펼칠 전략의 토대로서 보법이 있듯이 택견의 보법으로서 품밟기가 존재한다. 다만 송덕기가 가르쳐준 기술들이 좀 거친 편이고 송덕기란 인물 자체가 경기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 등을 자세히 나열하는 친절한 스타일은 아니었던지라, 각자 다른 무술 경험도 많던 제자들 역시 그걸 토대로 택견과 품밟기를 바라본 것이 있기 때문에 품밟기의 목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일단 크게 자연발생적이냐 목적발생적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결련택견협회에선 자연발생적이라고 주장한다. 택견의 경기 특성상[8] 아랫발질이 매우 강조되고 이에 따라서 상대방의 아랫발질을 효율적으로 피하고 흘리고 또는 반격하기 위해서 헛밟기처럼 일부러 한 발을 주기도 하고 또는 째밟으며 멀리 피하기도 하는 등 택견의 경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품밟기라는 스텝이 생겨났고 이것이 수련체계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까기의 경우도 비슷하다.

목적발생적이라는 것은 대한택견회의 주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품밟기를 해야 굼실과 능청에 의해서 도괴력이 생기고 그렇게 차야 상대방이 다치지 않는 택견 특유의 발길질이 나오기에 택견을 하기 위해서는 강제적으로라도 품밟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송덕기가 말했다는 구술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근거리에서 오래 배운 제자들은 부정하는 편. 택견 협회간의 이견을 참조.

이 두가지 의견을 수긍하더라도 한가지 근원적인 문제점이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실제 싸움에서 품밟기라는 보법이 필요하느냐라는 것이다. 도기현 회장은 저서에서 송덕기가 말한 차서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밟아 죽이는 거야!라는 말을 생각하며 품밟기를 통해 길러진 다리 근력을 통해 복장밟기, 곧은발질과 같은 옛법을 쓰는 것이 택견의 진수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사실 다른 손기술의 옛법의 연결이나 실제 싸움에서의 굼실 여부 등 다양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는 요소긴 하다. 그러나 현재는 택견의 종합격투기 진출은 커녕 입식타격기 진출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라[9] 실전 용도로의 품밟기에 대한 연구는 무슨 데이터라도 쌓여야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실제 격투를 벌일 때 택견꾼이 중심을 낮추기 위해 굼실하는 한 동작도 실제로는 그 택견꾼이 무수하게 연습한 품밟기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동작이라 하더라도, 그걸 알아볼 일반인이 많진 않을 것이고 지금도 택견하면 이크(에크) 하면서 춤추듯 위아래로 계속 굼실거려야 한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지배적인 편이다. 더구나 위아래로 굼실거리는 몸동작을 볼 수 있는 태권도나 복싱에 더해 택견은 발을 번갈아 바꿔줘야 품밟기라는 인식까지 생겨[10] 실전시 간극차가 생길 수 있다.

5. 기타

건강과도 연결 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무릎을 가볍게 굴신하는 동작은 의학적으로도 건강과 재활에 효과가 있으며 재활에서도 쿼터스쿼트라고 하여 품밟기 정도의 가벼운 굴신운동을 통해서 관절염 환자들을 호전시킨 예가 있다. 실제로 품밟기를 해보면 생각 이상으로 운동량이 상당하다.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으로써의 가치도 있을 듯.


[1] 사실 품밟기를 배운 사람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당연히 나뉘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의 품밟기는 보면 넘실넘실거리면서도 순간적인 민첩함과 힘을 느낄 수 있다.[2] 실제 태껸의 모든 공격 폼은 품밟기에서 단련한 근육의 힘을 받는다. 송덕기 왈 근육이 단단하기보단 질겨야 된다고.[3] 사실 신한승 옹이 택견 잘하려면 활개짓을 크게 해야 된다는 식으로 말하였다가 송덕기 옹한테 혼나면서 들은 말이다.[4] 사실 거의 모든 무술은 발놀림과 연계되어야 효력이 배가되기 때문에, 어떤 무술이건 수련의 기본은 발놀림이긴 하다.[5] 도기현 저 택견, 그리고 나의 스승 송덕기 참조. & MOOKAS와 박철희 노사의 영상 인터뷰.[6] 물론 가라데의 形을 보면 발을 모았다가 나가는 동작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다음으로 기술을 전개하기 위한 동작일 뿐이지 하나의 자세라고 볼 수 없고 송덕기가 기본적으로 보여준 택견 자세인 인승도 발을 한족장을 유지하며 서는 방식이다.[7] 택견 방송으로 조금씩 뜨고 있는 황인무도 2020년 6/6일자 유튜브 라이브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는데, 양측 단체간에 많은 논쟁이 오간 주제이며 대한택견회의 모 선생이 택견 관련 서적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번 얘기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논쟁이라 굳이 더 말할 것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송덕기 선생님께서는 역품을 밟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라며 마무리를 지었다.[8] 도기현 회장 말에 의하면, 사실 오늘날 몇몇 규칙이 바뀐 택견 말고 송덕기 스승님 시절의 택견은 두 택견꾼이 너무 붙거나 떨어지지 않은 일정하게 가까운 거리에서 이를 유지하며 굼실굼실 품을 밟고 팔은 아래로 떨어뜨리고 실시했다고 한다.[9] 2022년 현재 결련택견협회 소속의 최창희 선생이 무에타이 룰로 치러지는 무에타이 대회에 나가고 있고 윗대태껸협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에타이 대회를 비롯한 입식 경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은 워낙 초기라서 데이터가 쌓이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10] 사실 이건 세력이 큰 대한택견회의 영향력과 규칙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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