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2 22:15:21

오사카 가짜 야간금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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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사건 경위3. 가짜 금고4. 경찰 수사 결과5. 미제사건6. 에필로그
6.1. 다이마루 백화점 협박 사건6.2. 글리코·모리나가 사건과 연관성

1. 개요

大阪ニセ夜間金庫事件

1973년 2월 25일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산와(三和) 은행[1] 우메다 지점에서 가짜 야간금고[2]를 설치해 고객들이 예금한 돈을 절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

현장에 많은 증거물들이 남아 있었고 심지어 그 문제의 가짜 금고에 범인의 지문까지 찍혀 있었으나 당시 수사 기술의 한계 때문에 [age(1973-02-25)]년째 범인이 잡히지 않아 결국 영구 미제사건이 되었다. 1980년대에 일본 제과회사에 악명을 떨쳤던 글리코·모리나가 사건의 범인이 이 자들이 아닌가 하는 견해가 있다.

2. 사건 경위

1973년 2월 25일 저녁 8시 40분 경 일본 오사카시 키타구 우메다 지구에 위치한 산와 은행 우메다 지점의 야간금고에 "열쇠 접속 부분 고장으로 금고 개폐가 불가능하니 지점 전용 문에 위치한 임시 금고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은행 부근에는 상가가 있어 수많은 점포들이 있었는데 점포 특성 상 야간에 그날 하루 매출을 은행에 예금하려는 상인들이 이 은행의 야간금고를 많이 애용했다. 그날도 역시 하루 매출을 예금하러 온 상인들이 산와 은행 우메다 지점을 찾았다. 그런데 그들은 야간금고에 붙어 있는 그 안내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용 문에 설치했다는 임시 금고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임시 금고에는 열쇠는 필요 없으며 그대로 돈을 넣고 우측 레버를 아래로 끝까지 누르면 영수증이 나온다는 문구와 함께 "이 금고는 임시금고이므로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라."는 이상한 문구가 첨가되어 있었다.

이 은행을 찾은 고객들은 이 때만 해도 아무 의심 없이 그 임시금고에 돈을 맡겼다. 그런데 이 은행 근처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던 점장(당시 24세)이 그 날 매출 30만 엔을 맡기려고 이 은행을 찾았다. 그 역시 야간금고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고 임시 금고로 향해 돈 봉투를 넣으려는데 이상하게 안에 뭔가가 꽉 막혔는지 봉투가 들어가지 않았다. 점장은 은행 측에서 급하게 임시 금고를 준비하느라 설치가 제대로 안 되었겠거니 하고 경비센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은행 경비원과 간부급 직원이 출동했는데 그들은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들은 은행 측으로부터 "야간금고가 고장 났고 그 때문에 임시 금고를 설치했다"는 말을 전혀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임시 금고가 은행에서 설치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불순한 목적으로 설치한 가짜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3. 가짜 금고

경찰 조사 결과 역시 그 문제의 임시 금고는 잘 만들어진 가짜였다. 이 가짜 금고는 보통의 금고와 달리 합판에 스테인리스 판을 붙이고 테두리만 알루미늄 섀시를 사용해 얼핏 봐서는 꽤 무게가 나가는 금속 재질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게 했다. 거기다 금고의 크기는 이 은행의 진짜 금고와 정확하게 일치할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 임시 금고를 마지막으로 이용한 의류매장 점장의 돈 봉투가 들어가지 않은 것도 다 금고를 너무 잘 만들어서였다고 한다.

산와 은행 우메다 지점을 찾은 상인들은 너무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금고에 속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돈을 예금했는데 그만 범인들이 인적이 뜸할 때를 기다려 금고를 철거할 생각에만 사로잡혀 적당히 돈을 비워두는 걸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ATM에도 그 안에 든 현금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일단 기계 안에 많은 돈을 넣어두면 위험성도 크지만 그것보다도 작은 기계 안에 많은 돈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한 때가 되면 현금 수송 담당자들이 와서 현금을 수송해서 적당히 기계 안을 비워 주는 것이다. 그러나 범인들은 금고 안의 돈을 적당히 비워 두는 걸 깜빡했고 상인들이 아무 의심 없이 가짜 금고에 돈을 맡겨버리는 바람에 30분이 채 안 되어 2,576만 엔이라는[3] 어마어마한 돈이 금고 안에 들어차 버렸다. 그 탓에 가짜 금고는 속되게 말해 옆구리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놓였고 그 때 의류매장 점장이 돈 봉투를 넣으려고 했으니 그 봉투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범인들이 치밀한 것은 금고를 가벼운 재질인 합판으로 만든 것 외에도 철거와 운반의 용이성을 위해 접이식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내부에는 수은 건전지로 불이 들어오게 했고 현금 봉투를 넣고 금고 레버를 내리면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고무줄과 철사 장치가 움직여 산와 은행 번호가 찍힌 확인표가 나오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추가로 항상 같은 글귀가 인쇄되어 나온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안내문에다 "임시금고이기 때문에 반드시 영수증을 챙기라."는 무의식적으로 열 사람이면 열 사람 모두 따라할 만한 문장을 첨가해 놓는 치밀함을 보였다.

4. 경찰 수사 결과

처음 경찰에서는 이 사건이 순탄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현장에 너무도 많은 증거물들이 남아 있었던 데다 가짜 금고를 통해 많은 단서들을 잡아냈기 때문이었다.

경찰 측에서는 범인들이 산와 은행 우메다 지점을 타깃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 은행이 오사카 제1의 번화가에 위치해 있고 상가가 밀집해 있어 상인들이 그 날 올린 매출을 예치할 수 있도록 야간금고를 운용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밝혔다. 번화가에 있는 상점의 특성상 금고에 예치하는 돈도 거액일 수밖에 없는데 가짜 야간금고로 낚시질을 해 상인들이 예금하는 거액의 돈을 홀랑 가로채려고 했다는 것이다. 범행일을 토요일 저녁으로 잡은 것도 은행이 주말에 쉬기 때문에 토요일 저녁에 범행을 저지르면 월요일 아침까지 최소한 이틀의 시간을 벌 수 있고 그 사이에 멀리 도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었다.

경찰은 이 가짜 금고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했는데 그 결과 몇 가지 정보들을 얻어냈다.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달 전인 1월 30일에 고베시에 위치한 어느 슈퍼마켓의 열쇠 코너에서 누군가가 야간금고라고 적힌 플라스틱 플레이트판을 발주했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타미시에 위치한 어느 철물점에서 남자 2명이 금고의 본체를 이루는 합판을 구입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이를 보아 고베에서 야간금고라고 적힌 플레이트판을 발주한 인물과 이타미의 한 철물점에서 합판을 구입한 남자 2명이 이번 가짜 야간금고 사건의 범인으로 판단되었다.

현장에서는 접이식으로 만든 가짜 금고를 넣고 다녔던 것으로 보이는 포대자루와 근처 찻집에서 사용되던 성냥갑과 함께 담배꽁초, 키 165~170cm 치수의 흰색 작업복이 발견되었다. 이런 증거물들이 발견된 곳은 은행 전용 문 안 막다른 길에 있었던 비상계단이었다. 이로 보아 범인은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현장을 주시하다 가짜 금고를 철거할 때를 엿보고 있었을 것이란 추리가 가능했다. 고객들을 낚기 위한 안내문의 문구가 주로 옛날에 쓰인 한자와 표기법들로 적혀 있는 점으로 보아 범인의 연령대는 중년 이상일 것이라는 추리가 가능했다. 진짜 야간 금고의 열쇠 구멍에 이물질이 삽입되어 있었던 것까지 추가로 밝혀졌다.

그리하여 경찰 측에서는 이렇게 발표했다. 범인들이 고베와 이타미시에서 각각 가짜 금고를 만들 재료들을 구입했고 이 은행을 사전답사하여 금고의 크기를 알아낸 후 가짜 금고를 제작해 2월 25일 저녁에 그 금고를 세워두고 진짜 금고에는 이물질을 삽입해 고장낸 다음 가짜 안내문을 붙여 고객들을 유인했고 비상 계단에서 현장을 주시하며 적당한 시간에 '진짜 야간금고가 복구되었으므로 임시 금고 사용을 중지하라'는 안내문을 붙여 고객들이 임시금고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인적이 뜸할 때를 노려 가짜 금고를 철거해 도주하려고 했는데 예상 외로 가짜 금고가 너무 빨리 발각되어 범행을 포기하고 도망쳤다는 것.

아울러 범인에 대해서는 금고를 제작한 '제작조'와 산와 은행 우메다 지점에 설치 및 철거를 담당한 '설치 및 철거조' 그리고 철거한 금고 안에 있던 현금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수송할 '운반조'로 최소 3인조 이상으로 구성되었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당시 가짜 금고에서 범인의 지문이 검출되었는데 경찰서 대조 결과 아무런 결과가 뜨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금고의 설치와 철거를 담당한 자는 전과가 없는 사람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게 범인에 대한 단서가 체계적으로 잡혀 이 사건도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5. 미제사건

이렇게 많은 증거물과 단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그들이 범인 검거에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당시 수사 능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1973년에는 아직 DNA 감정 기법이 도입되지 않아 범인의 타액이 묻었을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라는 유력한 증거물을 갖고도 그 기술이 없어서 범인을 잡을 수가 없었다. 1973년에는 은행에 CCTV 설치도 되어 있지 않아 범인의 단서는 잡았지만 정작 중요한 몽타주 제작을 할 수 없었다.

그 탓에 공소시효가 끝나는 1980년대까지 경찰은 범인을 잡기는커녕 뚜렷한 용의자 하나 잡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경찰 측과 산와 은행 측은 단지 2,576만 엔이나 되는 거금이 범인 패거리들에 넘어가지 않고 무사한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이 사건은 영구 미제사건이 되고 말았다. CCTV만 설치되어 있었거나 일본 경찰이 좀 더 세밀하게 수사를 진행하였다면 충분히 잡고도 남았을 만한 사건이라 아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은 2017년 12월 3일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다뤄졌다.

6. 에필로그

6.1. 다이마루 백화점 협박 사건

그런데 이 가짜 야간금고 소동이 있은 지 약 2개월이 지난 1973년 5월 1일에 오사카에 위치한 다이마루 백화점에 1통의 협박장이 날아왔다. 협박장의 내용은 3,000만 엔의 현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는데 지시에 불응할 경우 자신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3일 뒤 소고 백화점에서 작은 사건 하나를 일으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다이마루 백화점 측에서는 웬 미친놈의 장난질이라 여겨 당연히 무시했지만 범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범인의 예고대로 5월 4일 소고 백화점 매트 판매장에서 누군가가 방화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다이마루 백화점 측에서는 3일 전에 날아온 협박장이 웬 미친놈의 소행이 아니란 걸 알고 나름의 머리를 썼다. 앞에서는 범인들의 협상에 응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몰래 경찰에게 신고한 것이다. 그렇게 협박장의 지시에 따라 다이마루 백화점의 한 직원이 3,000만 엔이 든 돈가방을 들고 범인이 지시한 장소인 고베의 산노미야에 위치한 어느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때 경찰도 몰래 동행하고 있었다.

범인은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 중에 한 승용차를 지목해 그 차 트렁크 안에 돈가방을 집어넣으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백화점 직원이 돈가방을 트렁크에 넣는 순간에 범인과의 연락이 끊어졌고 여기까지 몰래 미행 중이던 경찰들이 급히 그 차를 덮쳤으나 그 차에는 아무도 탑승한 사람이 없었다. 경찰들은 급히 돈가방을 넣은 트렁크를 열어보았으나 3,000만 엔이 든 돈가방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차에는 아무도 타고 있는 사람이 없는데 돈가방만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범인들은 경찰들이 자신들을 뒤쫓을 때를 대비해 미리 그 차 트렁크에 트릭을 설치해 두었다. 차 트렁크가 닫히는 순간 돈가방이 지면에 떨어지도록 장치를 해두었고 그 돈가방이 떨어짐과 동시에 낚싯줄에 걸리도록 하여 차에 타지 않고서 돈가방만 안전하게 가로챈 것이다. 그런데 이후 조사 결과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3,000만 엔 돈가방이 사라지게 한 트릭에 사용된 장치는 약 2개월 전 산와 은행에서 가짜 금고를 만들 때 쓰였던 합판과 동일한 재질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찰 측에서는 이 다이마루 백화점 협박범은 2개월 전 산와 은행에서 가짜 금고 소동을 일으킨 인물과 동일 인물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6.2. 글리코·모리나가 사건과 연관성

이 가짜 야간금고 사건이 있은 지 11년이 지난 1984년부터 1985년까지 약 1년 동안 교토와 한신 일대에서 스스로를 괴인 21면상이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글리코, 모리나가, 마루다이 등의 식품 회사들을 협박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이른바 글리코·모리나가 사건이다. 그런데 괴인 21면상이라고 자칭한 범인들이 모리나가 제과에 1억 엔을 요구하면서 맨홀 위에 둔 옷상자를 통해서 현금을 강탈하려는 트릭이 1973년 가짜 야간금고 사건의 트릭과 유사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 경찰에서 발표한대로라면 오사카 가짜 야간금고 사건의 범인도 최소 3인조 이상이었고 괴인 21면상이라는 제과회사 협박범도 최소 3인조 이상이었다. 이 점으로 본다면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이 가짜 야간금고 사건이 일어난 곳과 글리코·모리나가 사건이 일어난 곳은 모두 일본의 간사이 지방이라는 점도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범인이 체포되지 않은 미제 사건이기에 양 사건의 관련성은 알 수 없다.


[1] 산와머니와는 별개의 은행이며 여러 번의 인수합병을 거쳐 영업중인 미쓰비시 도쿄UFJ 은행의 전신 중 하나이다.[2] 은행 폐점 이후 현금, 수표를 예금하는 고객들을 위해 설치하는 금고를 말하는 것으로 오늘날 ATM의 전신이다. ATM이 보급되면서 거의 사라졌으나 극히 소수가 아직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한국 기사[3] 현재 환율로도 약 3억 원 정도 되는 거금인데 이 사건 당시의 물가를 고려하면 약 10억원 이상의 가치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