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리온(Orchestrion)은 기계적인 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기계의 총칭으로 넓은 의미에서 악기로 분류되지만 한 대 이상인 여러 대의 관현•타악기를 결합해 관현악단이나 밴드가 연주하는 것처럼 연주하도록 설계된다는 점과 대부분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연주를 할 수 없고 듣기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악기와는 성향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리온은 커다란 핀 실린더나 타공 악보등을 통해 작동할 수 있으며 소리는 일반적으로 파이프에 의해 생성되지만 파이프 오르간 이나 기타 관악기 에서 나는 소리와는 다른 소리[1]가 난다. 악기의 구성에 따라 드럼, 심벌즈와 같은 타악기나 피아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런던 브렌트퍼드에 있는 음악 박물관이 여러 유형의 오케스트리온을 보유 및 전시중이다. 몇몇 사람들은 증기로 움직이는 칼리오페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자동으로 연주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칼리오페는 주로 서커스장이나 박람회장과 같은 행사장에서 사용되며 파이프 오르간과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같을지 모르나 증기를 통해 생성한 휘파람을 사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다른 분류이다.
오케스트리온은 18세기 중반, 1845년에서 1848년 사이에 독일 뵈렌바흐(Vörenbach)에 있는 악기 제작자 미셸 벨테[2]가 설립한 벨트미뇽[3]사(社)에 의해 시작되었다. 벨트미뇽은 당시 오데사의 이름 없는 연주자를 위해 파이프 오르간과 같은 악기를 제작했는데 점차 파이프 오르간의 기계적인 구조를 응용한 자동 연주가 가능한 악기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후 벨트미뇽은 당시 관현악단의 소리를 거의 대부분 모방할 수 있는 특수 제작된 1100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자동연주 기계를 내놓기에 이른다. 이 기계는 핀 롤러 방식으로 구동되었는데 상당히 복잡한 관현악 작품을 재현할 수 있었으며 현대에 정의된 오케스트리온의 구조를 거의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는 곧 음악을 듣기 위해 저택에 상주 음악단을 두던 당대 귀족 사회에서 매우 이색적인 악기로 받아들여져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그 결과 벨트미뇽은 독일의 귀족들을 위한 오케스트리온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멀리 러시아 제국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오케스트리온을 수출하게 되었다. 1872년에 벨트미뇽은 외딴 검은 숲 마을인 뵈렌바흐에서 독일 프라이부르크 의 주요 기차역 아래에 새로 개발된 사업 단지로 이전한 뒤 오케스트리온을 구동하는 악보를 깨지기 쉬운 목제 핀 실린더에서 구멍이 뚫린 종이 롤로 대체함으로써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낸다. 그 후 1865년 미국으로 이주한 마이클의 장남인 에밀 벨트[4]는 1883년 후기 피아노 롤 의 대표적인 방식인 페이퍼 롤 방식[5]을 특허로 출원했다. 이후 지속적인 개량을 거쳐서 1889년에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른 회사들에게도 라이센스를 부여하며 벨트미뇽이 개발한 오케스트리온 기술은 미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1] 외형은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와 동일하지만 현악기와 유사한 소리가 나는 경우 등이 있다.[2]Michael Welte.(생몰년도: 1807-1880)[3]Welte-Mignon. 1832년 설립된 독일의 기계식 악기(파이프 오르간 등) 제작사[4]Emil Welte. (생몰년도: 1841-1923)[5] 미국 특허 287,59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