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수 (한석규 扮)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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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마카오에서 베를린, 무기 장사, 공관, 스파이, 암살 후 망명까지…이걸 다 어떻게 엮어야 말이 되는 거냐?"
영화 베를린의 등장인물로 국가정보원 베를린지부 요원. 주역 가운데 유일한 남한 인물이다. 담당 배우는 한석규. 일본판 성우는 이케다 슈이치가 맡았다.2. 상세
스스로를 구식, 퇴물이라 여길 정도로 오랫동안 첩보활동을 해 온 베테랑. 윗선에 반쯤 어그로를 끌 정도로 까칠하고 입에 욕설을 달고 살 정도로 모난 통제가 안 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출세를 못 하고 후배를 직속상사로 모시고 만리타향 베를린 지부에서 근무하며 그 늙은 나이에 아직도 현장에서 발로 뛰는 신세다. 청와대 조사관이 저 인간 리비아에서 크게 사고친 전적이 있지 않느냐는 언급을 하는 것을 보면 하루 이틀 일이 아닌 모양.하지만 사진 한 장 외에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동료의 휴대폰에서 얻은 단서 하나로 사람을 찾아내고 물 흐르듯 대화를 자기 페이스로 끌고 들어가 정보나 건수를 얻어내는 등 오랫동안 현장에서 구르면서 얻은 감과 실력은 토달 수 없는 진짜다. 덕택에 저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잘리지 않고 밥줄을 이어가는 모양. 사격 실력도 상당히 뛰어난 편으로, 저격 훈련은 받았느냐는 질문에 사격 우수로 사단장 포상휴가 드립으로 맞받아쳤다.[1] 사용 총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글록 17(+CAA Tactical RONI-G1), 백업용으로 섬광탄을 장전한 B&T GL-06 유탄발사기도 한 번 사용한다.
북측 인물들을 시종일관 이름 대신 빨갱이 새끼라고 부르고 우리는 로타리에서 좌회전도 안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등 북한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 이것 때문에 빨갱이 타령이나 하는 구시대 인간이라는 말을 듣지만 정작 본인은 꿋꿋하게 제멋대로 지낸다.
3. 작중 행적
아랍 무정부 테러조직과 북한의 무기거래 현장 습격 작전이 모사드의 개입으로 실패하고 이 와중에 표종성에 의해서 부상을 입은 부하 현장요원이 장애인이 되고 만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표종성을 놓치자 청와대 조사관(곽도원)의 손에 팽당할 위기에 놓이게 되고 결국 자기구명과 복수를 위해 표종성을 추적하게 된다.
CIA 친구인 마티의 인맥을 통해서 미국 대사관에 망명신청을 한 북한 대사 리학수의 심문에 참여할 기회를 잡지만 그 전화 내용을 엿들은 후배가 개입하는 바람에[2]리학수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하고 설상가상으로 친구를 잃고 만다. 이 일로 진심으로 분노하여 후배와 첫 현장에 있었던 모사드 요원 다간을 협박하다시피 해서 얻은 정보로 표종성과 련정희가 동명수의 손에서 놀아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련정희와 표종성 부부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되고 결국 도주 과정에서 련정희를 잃고 넋을 잃은 표종성을 쫓아가 총을 겨누지만 쏘지 못한다.
표종성에게 자신이 조사한 일의 전말[3]을 알려 주고 표종성이 아내를 구출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내가 그렇게 사람이 좋아 보이냐며 거절하지만 결국 표종성의 애원[4]을 듣고 지원팀이 올 수 없어 전력이라고는 표종성과 정진수 본인 둘뿐인 절체절명의 상황임에도 련정희를 구출하는 것을 돕게 된다. 이 때 동명수에게 잡힌 련정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표종성에게 난 네가 하는 짓이 이해가 안 된다고 툴툴대자 표종성이 나는 그쪽이 더 이해가 안 된다며 자신을 왜 돕는 것이냐고 묻자 얼버무리듯 하는 대답이 가히 가관이다. 내 일이니까. 일하는 데 이유가 어딨냐, 그냥 하는 거지.
본진에 돌입한 표종성을 멀리서 엄호하며 총격전을 벌이지만 그 과정에서 련정희가 치명상을 입고 결국 표종성의 눈앞에서 사망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이후의 일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멘붕 상태인 표종성을 데리고 국정원으로 돌아가 세이프하우스에 넣어주고 일의 전말을 밝히고 전향 절차를 밟는 것을 도와준 듯하다. 그러나 차후 청와대 조사관(곽도원)에게 만악의 근원인 동명수의 아버지 동중호가 숙청되는 대신 남한과 딜을 성사시킨 대가로 살아남았으며[5], 북에서 내건 조건 중 표종성을 북으로 넘기라는 것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할 말을 잃는다. 이후 표종성을 차에 태우고 오나, 문득 차를 멈추고 중간에 내리게 한 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 같은 빨갱이 새끼가 잘 먹고 잘 사는 꼴은, 도저히 못 봐 주겠다. 가. 넌 네 마누라하고, 그 뱃속에 있는 애도 지키지 못했고, 목숨까지 걸고 널 도와준 은인도 배신한, 그런 놈이 되는거야. 넌 네 조국까지 배신했고 사람도 배신하고, 그런놈이 되는 거라고. 평생을 그렇게 숨어서 살어. 누구한테도 눈에 띄지 말고 그냥 그렇게 사는 거야. 먼지처럼. 어디 가서 하소연할 생각도 하지 말고, 어설프게 복수할 생각도 하지 마. 그냥 숨만 살살 쉬면서 그렇게 사는 거야. 보통 사람들처럼." 표종성이 떠난 뒤 홀로 남은 정진수[6]와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기차역으로 향하는 표종성을 교차시키며 영화는 끝이 난다. 자기 입으로 넌 내가 그렇게 사람이 좋아 보이느냐고 했으면서 정말로 사람 좋은 짓을 해 버렸다(…).
4. 평가
극 중 대사의 반 이상에 블랙유머와 육두문자가 들어갈 정도로 입이 험하고 총을 들이대는 장면도 부지기수지만, CIA 등 타국 첩보원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부하 현장요원이 표종성에게 당하는 바람에 장애인이 되자 그것을 계속해서 속에 담아두는 등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자기 사람은 아끼는 성격.밤을 새워 조사와 추적에 열중하고 나는 내 일을 하는 것뿐이라는 말을 시종일관 입에 올리는 등 상당한 워커홀릭 성향을 보이며 다루기 힘든 인물이라는 이유로 출세길이 막히고 윗선에 밥줄을 위협받는 등 여러 모로 현대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주는 인물 같다는 평도 보인다.
정진수란 인물을 한석규의 옛 작품인 쉬리의 유중원의 먼 훗날 모습으로 세월이 지나면서 닳고 닳아 만들어진 인물 같은 인상을 받았다는 관객과 비평가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유중원과 정진수 역을 동일선상으로 놓고 보면 상당히 매끄럽게 이어지는데, 쉬리의 유중원은 남파 첩보원에게 동료를 잃고 연인 명현마저 사실은 남파 첩보원이었으며 자신의 실책으로 명현이 사살되는 경험을 갖는다. 이와 더불어 사건 이후 내사 대상이 되었으며 그 와중에 명현이 자신의 아이를 갖고 있었단 사실까지 알게 된다.
이를 감안하고 베를린의 정진수가 유중원과 동일 인물이라는 설정을 적용해보자. 북한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품은 본인의 성향, 출세와는 거리가 먼 직장 내 입지[7], 괜찮은 사격 실력[8] 등 인물의 전사가 다 착착 맞아 떨어진다. 거기에 더해 명현과 뱃속의 아이를 끝내 구하지 못하고 잃은 자기 자신을 떠올리며 표종성의 분투를 바라보는 입장이라 가정한다면 표종성에게 필요 이상으로 도움을 주는 모습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넌 아내도, 아내 뱃속의 아기도 구하지 못했다'며 표종성을 질책하는 모습 등 상당히 매끄럽고 깊이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류승완 감독도 '찍어놓고 보니 아무리 봐도 유중원이라서 애초에 배역 이름을 유중원으로 할 걸 그랬다'고 언급 하기도 했다.# 뭐 굳이 끼워맞추자면 쉬리에서 워낙 큰 실책을 저질렀으니 첩보원으로 계속 활동하기 위해 개명했거나 가짜신분을 얻어서 신분 세탁을 했다고 치면 말이 안될 건 없지만...
입이 거칠고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지만 그와 동시에 현실적이라는 점에서는, 넘버 3의 서태주와도 유사하다. 조직폭력배와 국정원 요원은 양극에 가까운 직업이나 정진수와 서태주 모두 자기의 일에 대해 막가파스러울 정도로 열성적이다. 하지만 이 둘 모두 표종성과 동명수, 조필과 재떨이와는 달리 절대 선을 넘지는 않으며 결국 현실에 순응한다. 서태주의 조직 내 넘버 3라는 포지션과, 스스로를 퇴물이라 일컫는 정진수의 조직 내에서의 포지션 또한 유사한 점이 있다.
5. 여담
- 크레딧에서 두 번째에 나오는 인물이고 배우도 중견배우인 한석규 이지만 영화의 비중은 적은 편이라 초대형 엑스트라 라는 평도 있다. 비중이 적은 이유는 기획단계 에서 부터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본래 표종성과 련정희, 동명수의 삼각 관계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예정이었으나 투자사 CJ측에서 북측 인물만 등장할 경우 이념 영화로 매도 될수 있으니 투자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클레임을 넣자 원활한 투자를 위해 추가된 것이 정진수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에 비해 비중이 적은 편이라고. 원래는 한석규가 캐스팅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 초반부터 입고 나오는 파란색 트렌치코트는 캐릭터 컨셉에 맞는 의상을 찾는다고 구제시장을 뒤지다가 괜찮겠다 싶어서 싼 맛에 사온 것이었는데 한석규가 입어보고 마음에 들어해서(…) 고친 거라고. 가격은 2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 당연히 협찬이겠거니 했다가 놀라는 사람이 꽤 많았다는 후문.
손님 그건 한석규구요 - 본래 배역명은 '천세황'이었으나 류승완 감독과 한석규, 이경영이 만남을 가졌을 때 한석규는 대학시절 소설 <하얀전쟁> 을 매우 좋아했고 해당 소설의 영화화 때 등장인물인 변진수를 연기한 이경영이 매우 부러웠다는 일화를 밝히자 류 감독이 그럼 이름이라도 진수로 할까요? 라며 이름을 바꿔 버리는 바람에 정진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 찍고 보니 쉬리의 유중원 그자체라 이름을 그냥 유중원이라고 할걸 이라며 후회한건 덤.
- 삭제된 장면 중 정진수가 딸의 전화를 받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임무 중 딸에게서 전화가 두 번 걸려 오지만 일을 하느라 못 받고 마지막에야 딸의 전화를 편하게 받는 장면.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설명으로 여운을 덜하게 하는 것 같아 삭제했다고. #
유부남에서 홀애비로 추락 이래야지 이래야 유중원이지
[1] 실제로 백발백중 스나이퍼는 아니라해도 표종성의 백업을 적절하게 해줬다. 그것도 저격할 때 쓴 총은 전문적인 저격 소총이나 못해도 DMR 같은 것도 아니고 글록 카빈타입 컨버전 키트+적외선 사이트였다. 물론 작중에서 보여주는 교전거리가 중장거리는 아니라지만…[2] 이때 후배에게 역정내는 말이 "어디서 CIA가 하는 일에 손을 대!?" 친구 겸 CIA와의 파이프 라인인 마티와의 관계악화 우려는 물론, 크게 보면 CIA와 국정원의 능력 차이와 기관 간 관계 악화 위험은 말할 것도 없는데, 정 그래도 할거라면 꼬리를 안 잡히도록 개입해야 했는데도 안일하게 개입했다.[3] 베를린 대사관 인력을 갈아치우기 위해서 표종성이 무기 거래에 실패하게끔 해 달라는 내용의 동명수와 모사드 요원 다간의 육성 통화기록.[4] 내가 안 가면 그 계좌 영원히 못 찾소. / 니 마누라도 영영 못 찾어. / 죄 없는 여자가 죽는단 말이오. /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 뱃속에 애가 있는 여자요. / 내 애는 아니잖아? / 전향하겠소. 이 말을 듣자 이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돌아보는 표정이 일품.[5] 무려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로 이어지는 가스관 설치 사업이다.[6] 이때 차의 창문을 보며 아놔- 하는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뒤로 넘겨본다. '표종성한테 창문 깨질 정도로 머리 박고 기절했음' 같은 핑계라도 대려는 걸까?[7] 물론 쉬리에서는 가상의 정보기관 OP 소속으로 국정원과는 별개의 조직이라 쳐도 어쨌든 남들 보기엔 자신의 부주의로 미인계에 넘어가 정보를 유출시키고 VIP를 암살 직전까지 몰고간 경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8] 정진수 본인은 사단장 표창 드립을 쳤지만 그건 그냥 드립이라 치고 유중원이 707 특임대 출신이었음을 감안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