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30 00:53:20

제주지사 후보 비방 괴편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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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전개3. 수사4. 사건 이후

1. 개요

2009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난 괴편지 발송 사건.

2. 전개

제주도민 덜아!, 나는 영등할망이여!, 나 곧는 말 좀 들어보라이.
(제주도민들아! 나 영등할망[1]이야. 내가 하는 말 좀 들어봐라.)
문제가 된 괴편지의 첫 문장.

당시 제주시 연동, 노형, 용담1동 및 서귀포시 중문동, 법환동 등의 우체통에서 소위 여론주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 각 기관장들과 마을 이장, 주민 자치위원들에게 약 4,200여통의 편지가 발송되었으며 편지의 내용은 당시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지사 후보로 하마평이 도는 인물 7명[2]에 대한 비난[3]과 김태환 당시 도지사에 대한 지지[4]가 주였다.
이미 여러 군데서 불출마 선언하고, 지난 선거이후 제주도에 거의 내려오지 조차 않는 걸로 봐선 선거 안나오젠 하는 것이 확실하다 [...] 더 말은 안하고 중앙에서 고향을 위해 더 큰일들 해주기만 빌키여.
(이미 여러 군데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고, 지난 선거 이후 제주도에 거의 내려오지도 않는 걸로 봐서는 선거 안 나오려 하는 것이 확실하다 [...] 더 말은 안 하고, 중앙에서 고향을 위해 더 큰 일들 해주기만을 빈다.)[5]
대안없는 비판만 하지말고 지금 일하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박수를 쳐주고 격려해 주야 제주도가 발전하게 된다 [...] 영등할망이 고람시난 꼭 맹심허고 이 편지는 여러 사람이 돌려보고 복사허영 전달해 주라.
(대안 없는 비판만 하지 말고 지금 일하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박수를 쳐주고 격려해 주어야 제주도가 발전하게 된다. [...] 영등할망이 말하니 꼭 명심하고 이 편지는 여러 사람과 돌려보고 복사하여 전달해 주어라.)[6]
당시 유포된 괴편지의 내용 중 일부.

처음 편지가 발견되었을 때만 해도 현직 도지사를 지지하는 다혈질 제주도민이 보낸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같은 내용의 편지가 무려 4,200여통이나 여론 주도층들에게 보내졌다는 점에서 단순히 한 개인이 했다고 생각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모두 수거해 혹시라도 범인의 지문이 남아 있는지를 조사했지만 아무런 지문도 찾아낼 수 없었다. 범인은 수술용 고무장갑 같은 정밀한 장갑을 끼고 편지를 봉투에 넣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경찰은 다른 한편으로 우표의 구매처를 추적했지만, 괴편지에 붙은 우표 4,200여장을 구매한 사실이 없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범인들은 아마도 여러 곳에서 우표를 분산해서 사들였거나 아니면 아예 제주도 바깥의 지방에서 우표를 사 와서 작업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편지를 분석한 결과, 예상과는 달리 인쇄기가 아니라 레이저 프린터 2대로 출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마도 괴편지를 보낸 자들은 작업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위해서 제주시서귀포시에서 각각 편지를 프린트한 뒤 6월 13일에서 14일 밤 사이에 우체통에 넣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런 가운데 2009년 6월 22일에는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앞으로 괴편지가 발송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의 괴편지가 7명의 출마 예상 후보들을 맹공격하는 내용이었다면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앞으로 온 괴편지는 "(당시 제주도지사였던) 김태환 지사를 중심으로 뭉치자"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지역 언론 보도 (사진 원문 첨부)

제주시장은 18일, 서귀포시장은 19일에 편지를 받아 바로 선관위에 신고했다고 한다. 앞의 괴편지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흰 봉투에 같은 우표를 썼고 6월 15일자 소인이 찍힌 것으로 보아 같은 자들이 보낸 것으로 보였다.

3. 수사

편지를 분석해 본 경찰과 제주 언론들은 괴편지에 대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치밀한 계산하에서 쓰여졌다"고 지적했다. 우선 제주어로 쓰여진 괴편지는 제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면서도 중언부언하는 것이 없는 논리적이고 깔끔한 문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는 편지 작성자가 상당히 글재주가 좋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이라고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7]

또한 7명의 출마 예상 후보들에 대해서 대단히 상세하고 깊은 정보를 바탕으로 편지를 썼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는 적어도 편지 작성자가 단순히 피상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상당히 깊은 부분까지 아는 인물이며, 각 후보들의 제주 지역에서의 정치활동상에도 통달해 있었기 때문. 이것으로 볼 때, 제주 지역 정계에서 오랫동안 관여해 온 인물일 가능성이 지적되었다.

4. 사건 이후

제주 경찰은 무려 5억 원의 포상금을 걸고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았지만, 사건의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이런 가운데 2010년 지방선거는 전직 도지사 출신의 무소속 우근민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범인에 대해서는 윤곽조차도 드러나지 않은 채 수사는 유야무야되었다.

이 사건은 명예훼손죄에 관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

[1] '2월할만네'라고도 부른다.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내방신(來訪神) 중 하나. 전설에 따르면 음력 2월 초하룻날 제주도에 들어와 바닷가를 돌며 해녀들이 채취하는 각종 수산물의 씨를 뿌려 풍요를 내려주고 어업과 농업에까지 도움을 준 다음 2월 25일에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2] 진철훈, 현명관(2006년 지방선거 도지사 출마자들), 현동훈(당시 서대문구청장. 차기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 출마를 준비중이였으나 비리 의혹이 제기되어 불출마한다.) 우근민(전직 도지사), 김경택, 김한욱(전직 부지사 2명), 강상주(전직 서귀포시장)#.[3] 한 줄이라도 옮겨 쓰는 순간 명예훼손죄 직행일 정도로 과격한 어투와 확인되지 않은 루머 일색이다. 이 때문에 현재도 인터넷에서 편지 내용을 전재한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4] 당시 제주 해군기지 문제로 김 도지사의 주민소환이 접수되는 등 제주도 정가가 혼란한 시기였다.[5] 이는 당시 7명의 후보 중 특정 두 명을 저격하는 발언이다.[6] 괴편지의 마지막 문장이다.[7] 완전한 제주어는 아니며 표준어와 제주어가 적당히 섞여 있는 문체이지만, 제주어 특유의 종결어미나 어휘가 정확하게 사용된 것을 고려해 보면 교육을 받은 제주도 토박이가 편지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