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Anthony J.[1] Crowley소설 멋진 징조들에 등장하는 악마. 드라마판 배우는 데이비드 테넌트
2. 행적
원래 이름은 Crawly[2]였지만 Crowley로 개명했다. 검은 머리카락에[3] 잘생긴 광대뼈, 뱀가죽 구두를 신었고[4] 혀를 잘 놀린다고 한다.[5] 뿔이나 날개같은 고전적인 기준의 악마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 기껏 추궁하자면 퀸 베스트 앨범을 듣는다는게 악마적이긴 한데 크롤리의 벤틀리에서 2주 이상을 보낸 모든 카세트 테이프는 퀸 베스트 앨범이 되기 때문에 딱히 악마다움을 판별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고 한다.[6] 그 외 벨벳 언더그라운드 테이프도 있다고 한다.(...) 아지라파엘은 음악을 잘 몰라서 "비밥인가?"라고 물었고, 크롤리는 아무도 더이상 그런 용어는 쓰지 않는다고 면박을 줬다.어쨌든 악마이기는 하다. 그가 악마가 된 경위는 대충 등장인물 소개를 보면 알 수 있다.
- 사탄(타락천사, 마왕)
- 바알세불(마찬가지로 타락천사이며 지옥의 왕자)
- 하스투르(타락천사이며 지옥의 공작)
- 리구르(마찬가지로 타락천사이며 지옥의 공작)
- 크롤리(추락했다기보다는 어슬렁어슬렁 걸어내려갔다고 할 정도의 타락천사)
요는 나쁜 친구들을 사귄 탓에 덩달아 타락한 정도라고 한다.(...) 본인도 별 생각없이 타락한 모양. 그렇다고 별 것 아닌 악마라고 할 수는 없는게,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다만 본인은 먹인 후 신이 과민반응한 것에 대해 좀 불편해했다는 걸로 볼 때 그렇게 꿍꿍이가 있었던 건 아니고 재미 삼아 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설명을 볼 때 진짜 생각 없이 대충 본인 마음대로 사는 타락천사로 보인다. 다만 드라마판 시즌2에서는 다른 악마의 언급을 통해 반란군으로써 전쟁에 참여했다는 설정이 나온다.
이후 지상으로 파견되어서 인간들을 타락시키는 일을 해왔다. 설렁설렁 쿨하게 일하고 있지만 인간계에 많이 감화되면서 인간의 수법을 많이 배웠다. 그래서 아직도 한 영혼을 타락시키는데 몇년씩 시간을 쏟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7] 따분한 동료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어 표창도 받았다. 가령 런던의 휴대전화를 먹통으로 만들어 그 지역 인간들이 까무러치게 분노하게 만든다든가 아니면 1970년대 M25 고속도로를 설계할 때 은근슬쩍 소환진 모양으로 도로를 수정해서 교통지옥으로 만든다든가(...)[8][9] 같은 방식으로 일한다. 악마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온갖 역겨운 짓을 인간들이 알아서 저지르는 걸 보고 지옥에 그 사실을 보고할까 진지하게 고민도 하는 중. 대표적인 예로 스페인 종교재판이 가장 악랄했던 시기에 인간이 하던 짓을 보고는 며칠간 술독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스마트한 성격으로 20세기 인간의 문명개화를 즐기며 지내고, 머리도 빨리빨리 돌아가는 편. 다만 주변의 고리타분한 악마들과는 별로 맞지 않는 모양이다. 악마적 능력을 마음껏 사용해 예약없이 리츠 레스토랑에 들어가거나, 3년전 건전지가 나간 시계를 계속 가게 하거나, 8년간 딱 한번만 빼고[10] 주유하지 않은 차를 타고 다니거나 한다.
런던에 있을 때는 아파트로 돌아가지만, 거기에서 살지는 않기 때문에 아파트는 항상 깨끗하다고. 좀더 말하자면 이 아파트에서 자라는 화초들은 런던의 그 어떤 화초들보다 쌩쌩한데, 그건 크롤리가 화초들에게 자신의 공포를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이따금 부실하게 자란 화초 하나를 골라들고는 '네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렴'한 후 데리고 나가버렸다. 물론 그 화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11] 이건 인간들 사이에 식물에게 좋은 말을 하면 더 잘 자란다는 유사과학이 떠돌 때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한다. 드라마에서도 테넌트의 열연으로 굉장한 개그씬으로 연출되었는데, 잎에 구멍이 난 화초를 처리하기 위해 나가기 직전 "Grow better!!"이라고 역정을 부리는 장면이 멋진징조들 팬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밈으로 쓰인다.
천사 아지라파엘과는 적이었지만 6000년쯤 알고 지내다보니 옆 라이벌 회사의 동료즈음의 관계가, 정확히는 본사에서 멀리 파견나온 지방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는 라이벌 회사의 동료쯤 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말 그대로 먼 곳의 친척보다 가까운 곳의 이웃. 여느 첩보원들처럼 성 제임스 공원에서 접선해서 수다를 떨며 오리들에게 빵조각을 던져주거나 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같이 식사를 하거나, 서로의 취향을 꿰뚫고 있거나 하는 사이. 사탄을 막으려 함께 날개를 펴고 나란히 걸어갔을 때는 서로 알고 지낸 긴 시간동안 거진 처음으로 서로에 대한 칭찬과 애정을 입에 담기도 했다.[12] 덕분에 섀드웰은 둘을 "남부 호모놈들"이라고 불렀다.(...)[13]
이 소설의 이야기의 시작도 그가 아마겟돈을 불러올, 사탄의 자식을 영향력이 강한 인간의 자식과 바꿔치기하는 임무를 맡는 것이었다. 그는 일단 내키진 않지만 그 일을 수행했는데, 몇 가지 오해와 실수로 인해 그만 다른 아이와 바뀌어버렸다. 사실 크롤리보다는 악마숭배 수녀의 실수였지만. 이후 아지라파엘을 만나, 아마겟돈이 올 것임을 알리고 어떻게든 늦춰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원래 아지라파엘은 그래도 시키는대로 착실히 따르는 천사라서 그 원대한 계획을 훼방놓는 게 영 내키지 않았지만, 크롤리가 아마겟돈 후의 영원한 지옥 혹은 영원한 천국이 어떨지 생각해보라 하자 결국 따랐다.[14] 하지만 아이가 지극히 평범하게 자란 데다다 결정적으로 지옥의 개가 와야 하는 시기에 나타나질 않자 비로소 자기들이 다른 아이를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진짜 사탄의 자식을 찾아 테드필드로 찾아간다.[15]
아마겟돈이 아담 영에 의해 그럭저럭 진정되고 나서는 여전히 인간세계로 파견나온 악마회사의 말단 공무원같은 일을 하고 있으며, 아지라파엘과는 여전히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이다.
아지라파엘이 크롤리를 dear boy라는 호칭으로 부른다면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을 angel이라 칭한다. 2003년판 번역에서는 '천사양반'으로 번역되었고 당연히 크롤리가 의도한 뉘앙스는 이정도였을 것이므로 적절한 번역이긴 하다. 개정판에선 엔젤이라고 번역되어서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는데, 사실 이것도 오역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것이 원작에서 크롤리가 이 호칭을 사용했을 때의 상황의 분위기를 따지면 엔젤이라는 호칭도 나름 적절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어쨌든 드라마판에서는[16] 둘이서만 잡담 떠는 서점이든 사람 많은 큰길이든 아무데서나 엔젤엔젤거리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눈을 사기도 한다.[17]
제작자(닐 게이먼) 때문인지 미국 드라마 수퍼내추럴에서도 출연 중. 멋진 징조들 쪽의 설정과는 많이 달랐지만서도…[18]
드라마판 시즌 2에서는 욥기의 내용이 다뤄지는데, 신의 허가에 따라 욥네 가족에 재앙을 가져오며 "신의 허락을 받았으니 재앙을 가져올 거야!"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불편함을 느껴 염소들을 새로 변신시키고 욥의 자식들을 도마뱀으로 변신시켰다가 나중에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욥의 아내는 이를 보고 눈치를 채며 "우리의 새 아이들이 옛 아이들하고 많이 닮았네!"[19]라고 하며 넘어가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크롤리가 자기는 '수아의 신발장이이자 산부인과 전문인 빌닷'이라는 드립을 친다.[20]
[1] 참고로 이 J. 는 그냥 넣은 거다. 드라마판에서 아지라파엘이 J가 뭘 줄인 거냐고 묻자 "그냥 J야"라며 넘기기도 했다. 사실 영어권에서 J로 시작하는 이름은 보통 성경에서 따온 경우가 많아 악마인 크롤리가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Judas 있잖아[2] '기어가다'는 뜻의 동사 crawl에 -y를 붙여 명사처럼 만든 것. 크롤리의 모습 중 하나가 기어다니는 뱀인 것을 생각하면 거의 '멍멍이'나 '야옹이' 수준의 꽤 성의없는 이름이 된다.[3] 위 포스터와 같이 실사판은 빨간머리다.-닥터가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4] 뱀가죽 구두를 신은 건지, 아니면 그냥 '신은 것처럼 보이는' 건지는...[5] 원작에서는 혀로 이상한 짓들을 할 수 있다고 나온다.[6] 그 정도로 퀸 음악을 좋아해서, 실사판도 퀸 음악이 잔뜩 삽입되었다.[7] 그러니까 고전적인 악마처럼 한 사람의 흑심을 부추겨놓고 '몇 년 뒤면 저 영혼은 지옥의 것이 된다'라는 식.[8] M25 고속도로는 한국의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처럼 런던 지역 외곽을 잇는 순환선인데, 건설 직후부터 예상 수용용량을 까마득히 초과하는 바람에 현재도 전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고속도로 중 하나다. 심지어 1986년 개장 직후부터 몇 번씩 확장을 했는데도 그 모양이다. 결국 작중에서는 아담 영이 힘을 얻기 시작하자 도로의 소환진이 반응해서 전 런던을 봉쇄하는 불의 고리가 되어버리고,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 된 크롤리는 결국 벤틀리로 반쯤 목숨을 걸고 M25를 관통하느라 고생한다.[9] 여담으로 이 실적을 지옥에 보고할 때 마지막에 "Can i hear a wahoo?"라는 말로 뻐기듯이 마무리짓는데 이 대목이 아예 밈으로 자리잡아버렸다.[10] 영화 포스터를 받기 위해서였다.[11] 분쇄기에 갈아버리는 연출이 나오지만 닐 게이먼의 트위터에 의하면 갈아버리는 척만 하고 아랫집 할머니에게 드린다고 한다.[12]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데, 아지라파엘: 난 자네 마음속에 선한 면이 있을 거라 믿었어. / 크롤리: 나도 너한테 개자식같은 면이 있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13] 다만 원작 소설의 묘사를 보면 둘이 손을 잡고 전술한 대화를 나누므로 오해의 여지는 있다. 특히 서로 손을 잡는 행동은 서양에선 썸 이상의 관계, 특히 동성 간에서는 연인 관계가 아니면 거의 하지 않는 행동이므로 더더욱.[14] 영원한 지옥도 별로 좋을 것 같진 않지만, 영원한 천국도 마냥 달갑진 않다. "우리 지옥에는 베토벤, 브람스, 바흐, 모차르트 등등이 있지. 너희 천국에는 엘가와 리스트 뿐이잖아? 엘가의 곡과 함께 영원히 시간을 보낸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할 정도. 크롤리의 음악 취향상 에드워드 엘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겠다만, 그보다는 아무래도 예술가들은 대부분 신 마음에 안 들 법한 행적이 꽤나 많은 인생을 보낸 사람들이라 그만큼 천국에 있는 음악가가 적다는 뉘앙스. 이에 아지라파엘은 "편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지 뭐..."라고 얼버무렸는데 사실상 크롤리의 주장에 손을 든 격. 그리고 결정타로 영원한 천국에는 초밥도 고서점도 없을 거라고 하자 몸서리치더니 결국 마지못해 동의했다.[15] 사실 어느 정도 그런 조짐을 느끼고 있긴 했다. 본래라면 어릴 때부터 이미 뭔가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야 하기 때문.[16] 소설에서는 한 번, 아나테마 앞에서 "타라고, 엔젤."(구판은 '타시지, 천사양반)이라고 부르고 안 쓰인다.[17] 영어권에서는 엔젤이 살갑게 부르는 애칭으로 종종 쓰인다.[18] 참고로, 수퍼내추럴에서 크로울리를 맡은 배우는 마크 셰퍼드인데, 이 사람은 닥터후/뉴 시즌 6에 출연한 적이 있다![19] 실제로는 원래 그 자식들이 맞다.[20] 가브리엘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