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31 11:53:11

페미니즘 학회 나의 투쟁 등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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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발단과 전개3. 결과4. 후일담5. 반응6. 참고 자료

1. 개요

2018년경 3명의 학자가 여성학계 및 인문학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일부러 가짜 논문을 다수 작성하여 각종 저널 및 학회지에 투고해본 사건.

이들은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용어만 바꾸어 올리는 것을 비롯해 정치적 올바름(PC주의)에 기반한 온갖 엉터리 논문 20개를 만들어서 여성학, 젠더학을 비롯한 인문학 분야에 투고했다. 이 사건은 관련 학계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온갖 괴상한 논문을 날림으로 통과시키는 현상을 비판하는 데 의의가 있다. # 구글검색 결과

2. 발단과 전개

이 사건은 피터 보고시안, 제임스 린지, 헬렌 플럭로즈라는 세 명의 학자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해 오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진행된 것이다. 이 세 명은 최근 본인들이 몸담은 학계의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경도되는 것에 의문을 표했고, 가짜 논문을 투고해 보자는 데에 의기투합했다.

이들이 만든 구체적인 논문 내용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해야 한다고 저술한 글에서 '유대인' 단어를 '백인'으로 바꾸고, 백인에 대한 학살을 정당화.
  • 히틀러가 나치당이 왜 집권해야 하며 나치 당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역설한 글[1]에서 '나치' 단어를 '상호교차성 페미니즘'[2]으로 바꿔서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이 왜 필요하며 페미니스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로 바꿈.
  • 짝짓기를 관찰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강간 문화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따라서 남자들에게 (문자 그대로) 목줄을 채우고 개처럼 훈련시켜야 한다고 주장.
  •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즉 아직 남성기가 달려있는 트랜스젠더)와 성관계를 하기 싫어한다면 그 사람은 극우 혐오주의자이며, 이들의 항문에 딜도를 삽입해 트랜스젠더와의 항문섹스를 간접 체험시킴으로서 혐오주의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
  • 비만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사회가 뚱뚱한 사람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며, 근육과 지방은 어차피 둘 다 세포이기 때문에 근육이 발달한 몸과 뚱뚱한 몸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 또한 신체적인 기능을 겨루는 올림픽 및 보디빌딩은 혐오주의 이벤트이며, 보디빌딩은 비만인들이 뚱뚱한 몸을 선보이는[3] 이벤트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

3. 결과

이들이 투고한 논문 다수는 놀랍게도 학술지의 심사를 통과하여 실제로 권위있는 논문으로 인정받고 등재되었다.[4][5]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표절한 페미니즘 학술지의 논문 외에도, 상술한 개 짝짓기를 관찰했다는 내용의 정신나간 논문은 동료검증을 통과하고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

4. 후일담

이후 이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논문들 또한 '말이 안 되기 때문에' 탈락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PC하지 못했기 때문에' 탈락했다는 듯하다. 학술지의 리뷰어들이 피드백을 줄 때마다 이들의 가짜 논문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매번 더 극단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논문을 수정하길 요구했다고 한다.

관련한 여러 인터뷰에서 이들은 최근 학계의 경향성을 '불만학(grievance studies)'이라고 칭했다. 불만학은 학자들이 학계에서 전통적으로 해야 할 역할인 '진실 추구'를 하지 않고, 사회에 대한 불만을 먼저 가지고 그 불만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을 끌어다가 어거지로 증명하려는 사조를 말한다. 세 명은 이런 불만학의 경향이 진실을 외면하고 특정한 결론으로 몰고 가려는 경우를 비판했다. 예를 들어 지방학[6]에서는 비만이 의학적으로 질병임을 부정하고 오히려 의학이 뚱뚱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불만학에는 후기식민주의학, 젠더학, 지방학(fat studies), 퀴어학, 비판적 인종이론(critical race theory),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이 해당된다고 한다.

즉 이들은 불만학에 해당하는 학문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학문성을 포기하고 있음을 고발하기 위해 이런 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Grievance studies affair라는 이름으로 같은 프로젝트의 여러 비슷한 가짜 논문과 함께 묶이고 있다. 영어 위키백과 문서

5. 반응

일부 학자는 앨런 소칼지적 사기 사건과 같이 고발사건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게다가 소칼은 논문 하나만을 투고했는데, 이들은 엉터리 논문을 20개나 무차별적으로 투고했고 그 대부분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작금의 인문학계를 비판하는 훨씬 강력한 예시가 되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 사건의 학자 한 명이 연구윤리 위반 명목으로 조사를 받은 것을 비판했다.[7]

심리학 연구자인 조너선 하이트도 인터뷰에서 이들의 행동을 지지하면서 선처를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고 언급했다.

다만 학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담론과는 별개로 이 사건을 주도한 사람들이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윤리를 저버렸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6. 참고 자료



[1] 히틀러의 '나의 투쟁' 1권 12장[2] 퀴어, 성소수자 등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페미니즘의 갈래를 의미한다. 사실상의 PC주의를 의미하고,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PC주의와 명확한 구분 없이 쓰이는 단어이다.[3] 선보이는 것 뿐이지 승패를 가리거나 상금을 수여하게 되면 비만인 혐오이므로 '보여주는 것' 뿐인 이벤트여야 한다.[4] 총 20건 중 6건만이 리젝되었다.[5] 이후 논문들이 가짜였음이 드러난 이후 다시 등재가 취소되었다.[6] fat studies. 비만학이 아니라 몸 긍정의 맥락에서 뚱뚱한 사람들의 권리 신장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7] 리처드 도킨스는 이와 비슷한 사건인 앨런 소칼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지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소칼 사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