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6 15:25:22

프레드 호일

<colbgcolor=#000><colcolor=#fff> Fellow of the Royal Society
프레드 호일
Sir Fred Hoyle
파일:프레드 호일.jpg
출생 1915년 6월 24일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주 빙글리
사망 2001년 8월 20일 (향년 86세)
잉글랜드 도싯주 본머스
국적
[[영국|]][[틀:국기|]][[틀:국기|]]
분야 이론물리학, 천문학
수상 메이휴 상 (1936)
스미스 상 (1938)
칼링가 상 (1967)
RAS 금메달 (1968)
브루스 메달 (1970)
로열 메달 (1974)
클럼프케-로버트 상 (1977)
크라포르드 상 (1997)
종교 무종교(무신론)

1. 개요2. 천문학 연구3. 기존 학설에 대한 반론과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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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영국의 천문학자, 이론물리학자이다. 정상우주론을 주장하며 빅뱅 우주론진화론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과학자였지만 역설적이게도 빅뱅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작인 《10월 1일은 너무 늦다》를 포함, 20편에 가까운 하드 SF 소설을 쓴 과학자 출신의 SF 작가로도 유명하다.

2. 천문학 연구

헬륨보다 무거운 금속 원소들이 항성 내부와 초신성에서의 핵융합으로 생겨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천문학자다. 사실 이 발견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업적이라[1] 노벨상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동 연구자였던 윌리엄 파울러만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유명한 물리학자들이 죄다 그렇듯 이 인간도 괴상한 인성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악명이 높고 숙적들이 많아서 그랬다는 설이 있다. 또한 대표적으로 대놓고 노벨상 위원회를 깐 적도 있기 때문에, 노벨상 위원회가 괘씸하다고 일부러 안 준 것 아니냐는 설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은 논란이 있었는데, 바로 펄사중성자별을 발견한 대학원생 조셀린 벨은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벨의 지도교수였던 앤서니 휴이시만 노벨상을 받은 것이다. 호일은 벨도 노벨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역설했고 이는 언론에 휴이시가 벨의 노벨상을 빼앗아간 악질 교수로 보도되어 호일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휴이시를 비판한 것이 아니고 노벨상 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을 비판한 것'이라고 정정 및 사과를 해야 했다. 다만 그러면서 노벨상 위원회를 너무 심하게 까서, 그것 때문에 못 받았은 것 아니냐는 설이 퍼진 것. 아래 빅뱅 이야기도 그 성격이 반영된 것이다.

그 당시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천문학자인 호일은 빅뱅 이론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이었는데, 이에 대한 반동으로 우주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정상우주론을 제창하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사실 '빅뱅'이란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바로 호일이다. 1949년 라디오 방송에서 "그럼 우주가 '빵!(bang!)'하고 나타났단 뜻이네?"하며 팽창우주론의 다른 이름인 빅뱅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호일이 빅뱅이론을 비꼬려는 의도를 담고 용어를 만들었다고 의심했으며 호일은 비꼬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연구가 거듭되면서 정상우주론보다는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가 많아졌지만 호일은 죽을 때까지도 정상우주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론을 관측 결과에 맞게 개량하여 준정상우주론(Quasi-steady state cosmology)을 주장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고 현재는 비주류 학설로 남은 상태이다. 사실 위의 항성 핵합성에 의한 우주 구성원소 생성 이론도 정상우주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밀었던 것이라[2] 가장 큰 업적도 사실 이 정상우주론에 대한 집착 때문에 딸려온 셈이다.

호일의 모교이자 호일이 재직 중이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는 당시에 통일된 천문학과가 없고 아래 기관들에서 천문학 연구를 담당했다.
빅뱅우주론에 긍정적인 캐번디시 천체물리학 그룹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호일은 1967년 이론천문학 연구소(Institute of Theoretical Astronomy)를 설립한 뒤 1972년 대학 천문대, 태양물리학 관측소와 합병하여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메인 천문학과 역할을 하는 천문학 연구소(Institute of Astronomy, IoA)를 설립하였다. 현재도 IoA의 메인 건물은 호일 건물(Hoyle Building), 메인 강의실은 호일 강의실(Hoyle Lecture Theatre)이라 불리며, 호일 건물 뒤뜰에는 호일의 동상이 있다. 이와 별개로 여전히 수학부의 천체물리학 그룹과 우주론 그룹, 캐번디시 천체물리학 그룹은 IoA에 흡수되지 않고 남아있는데, 이제는 학과 사이에 사이가 좋아져서인지 캐번디시 천체물리학 그룹은 호일 건물 바로 뒤의 뱃콕 실험천체물리학 센터(Battcock Centre for Experimental Astrophysics)라는 건물에 입주해 있다.[3] 호일 건물과 뱃콕 실험천체물리학 센터 사이에 위치한 케임브리지 캐블리 우주론 센터(Kavli Institute for Cosmology at Cambridge, KICC)는 IoA와 캐번디시 천체물리학 그룹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3. 기존 학설에 대한 반론과 고집

호일은 타고난 반골 성향이 강했다. 좋게 말하면 그 당시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던 주류 이론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주변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독불장군의 이미지에 가까웠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빅뱅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서 보듯이 그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동료 과학자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았으며 이는 천문학이 아닌 분야에서까지 이어졌다. 세간에서는 그가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서조차 제외된 이유가 노년이 될수록 강해지는 그의 반과학적 성향 때문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학계의 정설에서 밀려났다고 해도 정상우주론을 계속 주장하는 호일의 행동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학계의 정상적인 연구와 논쟁의 테두리 안에 있다면 말이다.

호일의 진짜 흑역사는 따로 있었다.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호일은 자기 분야도 아닌 분야를 잘못 이해하고 조롱하는 대참사를 저질렀다. 그는 진화론을 반박하면서 제시한, 일명 고물 야적장과 보잉 747의 비유가 유명한데 이는 다음과 같다. 이것이 악명높은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이다.
"생명이 우연히 생겨날 확률은, 수많은 부속품이 쌓여 있는 고물 야적장에 회오리바람이 불어와서 모든 부품을 하늘로 올려 보낸 후, 이 부품이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단 한 번만에 우연히 보잉 747 점보 여객기가 조립될 확률보다 더 작다. 따라서 진화론과 같이 우연히 생명이 등장할 확률은 존재하지 않으며, 초지성이 생명을 만들었을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다만 본인 스스로는 무신론자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실제로는 유신론자보다는 불가지론자에 가까웠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호일의 이 주장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진화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못한 채 내뱉은 이 주장은 과학자들이 창조설을 반박하면서 반드시 언급하는 것이 이 '747' 비유에 대한 비판일 정도였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진화론/비방에 대한 반박 문서 참고) 특히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호일의 이름까지 직접 언급하며 "어떤 분야에 전문적이라고 다른 분야에도 꼭 뛰어날 리는 없다.(후략)"라며 깠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는 시조새 화석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4] 곤충류는 외계에서 지구로 들어온 생물들이라는 주장도 했고, 독감 유행과 태양의 활동에 상관관계가 있다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외우주로부터 지구 대기를 통해 쏟아지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전문 분야든 아니든 사사건건 기존 학설에 도전하는 까닭을 묻자 "옳지만 지루한 것보다 틀렸어도 흥미로운 것이 낫다"라고 답했다. 이 말인즉슨 자기 말이 맞다고 생각해서 주장한 게 아니라 어그로를 끌고 싶어서 반대로 말했다는 것인데, 여러모로 신기한 사람. 즉 이 사람이 자신의 전문 분야 바깥에서 한 말은 별로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다. 지적 설계론을 이야기하며 신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도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밝히는 등, 이랬다저랬다 하기 때문이다.


[1]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기원을 밝혀낸 셈이다. 생물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C, N, O)뿐만 아니라 지구도 모두 과거에 존재했던 별의 잔해로부터 생겨난 것이다.[2] 조지 가모프는 빅뱅을 밀었는데, 이때 '우주가 생긴 순간 그 압도적인 에너지 밀도 덕분에 원소들이 다같이 핵융합해서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정상우주론을 밀기 위해서는 이를 반박하여 우주가 처음도 끝도 없이 현재와 비슷한 차가운 공허인데도 원소들이 생겨날 이유를 찾아야 했고, 그래서 뜨겁고 고밀도인 별 내부를 주목했던 것이다.[3] 나머지 캐번디시 연구그룹들은 IoA와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수학부의 천체물리학 그룹, 우주론 그룹은 수학부 건물에 있는데, IoA로부터 약 700m 거리다.[4] 교진추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려고 할 때 호일의 주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이때 호일을 고생물학자로 오인하게끔 하였다. 호일의 전문분야는 사용하지 않고 그냥 '저명한 학자인'이라고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