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合理的 期待 / Rational expectations합리적 기대는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하여 미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 거시경제학 모형에서 많이 쓰이는 가정으로, 이후 여러 경제학 분야에서 쓰이게 되었다. 존 무스가 1961년에 처음으로 합리적 기대 가설을 제시하였고, 로버트 루카스 주니어 등이 널리 퍼뜨렸다.
2. 설명
경제학자 존 무스가 고안한 개념.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통해 형성한 기대로, 이 방식으로 기대를 형성하면 체계적 오차가 사라진다. 즉 합리적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이를 다시 풀어 설명하자면, 경제 내 개개인들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차이 등으로 인한 이유로 미래 예측값에 대한 이견이 있으나, 집단 전체 기대값의 평균은 예측하려는 값과 관련하여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평균적으로 올바른 값, 다시 말해서 주어진 정보 하에서 가장 최선의 예측이 된다는 것이다.이 개념은 1960년대 초반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당시의 대표적 패러다임은 적응적 기대였다. 적응적 기대를 사용하는 집단의 경우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1] 그런데 이렇게 미래를 예측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체계적 오차(systematic bias)가 생길 수 있다.[2]
예를 들어 적응적 기대 하에서 미래의 인플레이션율이 (a*과거 인플레율)+(1-a)(과거 인플레율과 오늘 인플레율의 차)라는 모델으로 예상된다고 하자. 그런데 어떤 경제충격으로 인해 미래의 균형 인플레율이 영구적으로 일정 수준 상향되었다 하자. 그러면 적응적 기대 하에서는 t+1기 인플레율은 (a)(t-1기 인플레율)+(1-a)(t기 인플레율과 t-1기 인플레율의 차)로 예상하게 된다. 이제 1989년 인플레가 5%, 1990년 인플레가 6%, 1991년 인플레가 10%, 1992년 인플레가 11%라 하자.(5%대 전후에서 10%대 전후로 상승) 그러면 1990년 기준으로 1991년을 예상하면 5a+(1-a)이고, 이게 10%가 되려면 a=2.25이어야 한다. 그리고 1991년 기준으로 1992년을 예상하면 10a+4(1-a)인데, 이게 12%가 되려면 a=1.33...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적응적 기대 가설이 갖는 큰 문제를 볼 수 있다. 여기서는 a가 1을 초과하므로 인플레는 무한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우리가 상정한 '일회성' 충격으로 인한 5%p정도의 영구적 상승과는 완전히 배치된다. 즉 적응적 기대 하에서는 완전히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 예측모델의 a라는 파라미터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하는 것이며, 경제라는 것의 특성상 올바른 예측모델은 꾸준히 변하게 되고 따라서 모델에서 가정하지 못하는 변화는 계속 발생한다.[3] 이것은 곧 '체계적 오차가 발생함'을 의미한다.이런 적응적 기대의 문제점을 널리 알린 것이 로버트 루카스가 이야기한 '섬 모형'이다. 그는 경제 주체를 외딴 섬에 격리된 각각의 로빈슨 크루소로 설명하며, 이들 각각에게 본토에서 돈을 보내면 자신에게만 돈이 생겼다고 생각해 경제를 활성화시키지만, 경제 활동 과정에서 본토의 정책임을 깨달으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고전학파적 설명으로 기존 케인스학파 경제학이 아닌 미시경제학적 토대의 고전학파 이론으로도 경기변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4] 이렇게, 경제주체들이 단순히 과거 데이터만을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전혀 없던 데이터 또한 예측하고자 하는 현상과 관련있는 데이터로 판단할 경우 자신의 예측에 해당 데이터를 포함하게 된다는 통찰은 거시경제학 패러다임을 바꿔 놓게 되었으며, 현재에 와서는 현대 경제학의 대전제로 취급받는다. 합리적 기대는 기대치, 즉 미래에 대한 예상과 이러한 예상들에 따르는 행동의 결과를 가장 간결하게 나타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5]
디어드리 매클로스키 교수에 따르면 합리적 기대는 지적 겸손함의 산실이라고 한다.[6]
(존)무스의 아이디어는, 경제학 교수들이 아무리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더라도, 예측에 있어서는 농부, 철강사, 보험사 등에 비해 더 잘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적 겸손함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것은 상식적인 것이며, 따라서 무스는 이 주장을 '합리적 기대'라고 하였다.[7]
주의해야 할 점은 합리적 기대[8]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9]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에 참여하는 개개인은 충분히 비합리적인 예상을 할 수 있고, 그 예상에 따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이 있다면, 누군가는 펀더멘털 분석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기술적 분석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무당에게 점괘를 듣고 매수매도를 결정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무지성으로 매수포지션에 돈을 박아넣을 수도 있다. 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예측모델들은 서로 다르고 또 주가를 결정하는 정확한 모델이 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매수매도라는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집합'으로서의 예측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한 모델이 된다.[10]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합리성에 대해 비판하며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으니 합리적 기대는 잘못되었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술한 바와 같이 이런 인간 비합리성에 대한 지적들은 잘 쳐봐야 합리적 선택에 대한 비판이지 합리적 기대에 대한 비판이 될 수 없으므로 흘려들을 필요가 있다.
3. 여담
- 합리적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합리적 기대 하에서는 버블이 유발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합리적 기대 하에서도 자기 실현적 예언으로 거품이 유발되는 모형을 구축할 수 있다. 합리적 기대 기반 거품 생성 모형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사소한 계기로 인하여 단숨에 사라지는 등 거품의 속성을 잘 설명할 수 있다.
- 경제학자들은 우스갯소리로 '합리적 기대를 만든 건 무스, 퍼뜨린 건 로버트 루카스, 그걸 직접 시현한 건 루카스의 첫째 부인' 이라는 말을 한다. 이유인 즉, 1988년 당시 시카고 대학교 교수였던 루카스는 동료 교수인 낸시 스토키와 (연구 도중) 피운 바람으로 이혼하게 되며 쓴 이혼 서류 때문이다. 당시 루카스의 부인은 루카스에게 7년 이내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의 반을 자신에게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루카스는 그동안의 노벨경제학상 시상식장이 경로 잔치였음을 상기하며, 7년 이내에 자신이 노벨상을 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흔쾌히 이에 응한 것. 그런데 문제는 정확히 7년 뒤인 1995년, 환갑의 루카스가 노벨상을 타게 된다. 그래서 정말로 노벨상 상금의 반을 지급해야만 하는 신세가 된 것.
4. 관련 문서
5. 외부 링크
- How the Rational Expectations Revolution Has Changed Macroeconomic Policy Research (Taylor 200)
- 위키피디아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 2022년 5월 6일자 수정판
[1] 예를 들어 GDP를 예측한다면 과거 시계열자료를 가지고 회귀방정식을 돌려서 미래를 예측하는 식이다.[2] 이런 오차의 한 가지 예로 거미집 모형을 들 수 있을 것이다.[3] 단적으로, 과거 사람들이 내연기관의 발전, 비료의 발견, 컴퓨터의 대중화 등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내연기관이나 비료, 컴퓨터 등은 현대경제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서 GDP등의 예상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등장하여 이 정도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절대 수치화하여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GDP 예측모델에도 넣지 못했을 것이다.[4] 보면 알겠지만 이 상황에서 적응적 기대를 사용한다면 로빈슨 크루소들은 본토의 정책임을 깨달은 이후에도 경제 활성화 정책을 이어가는 멍청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5] 경제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최선의 선택에 대한 학문인데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투자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 없고, 투자에 대해 논하려면 미래를 예상하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후술하겠지만 합리적 기대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는 잘못된 방식으로 예측을 할 수 있어도 그들의 행동에 의해 결국은 집단 전체가 내리는 예측은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한 최선의 예측이라는 함의를 가지며, 이는 기존의 적응적 기대가 가진 구조적 오류의 모순을 해결한 것이다.[6] McCloskey, Deirdre N. (1998). The Rhetoric of Economics (2 ed.). Univ of Wisconsin Press. p. 53. ISBN 978-0-299-15814-9.[7] 원문: Muth's notion was that the professors \[of economics\], even if correct in their model of man, could do no better in predicting than could the hog farmer or steelmaker or insurance company. The notion is one of intellectual modesty. The common sense is "rationality": therefore Muth called the argument "rational expectations".[8] rational expectation[9] rational choice[10] 혹자는 무당의 점괘가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전혀 말이 안 되는 말일지라도, 그 매매자는 어쨌든 돈을 가지고 매수 혹은 매도라는 투자 선택을 함으로서 가격에 영향을 줬으며, 이 가격의 움직임은 단순한 무작위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무당의 예언'이라는 변수에 따라 매수매도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즉 그것이 상식적인가 비상식적인가와 관계 없이, 정확한 가격을 산출해주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변수의 영향을 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