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4 min 33 sec[1] / 4'33"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2]의 연주곡.
아무 악기나 악기들의 합주로 연주(?)할 수 있으며# 그냥 4분 33초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퇴장하는 것이 전부인 음악이다. 즉, 아무런 연주도 없다. 따라서 악기를 전혀 연주할 줄 모르는 사람도 얼마든지 연주(?)할 수 있다. 곡에 대한 해석으로는 ①고요함이란 실로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런 연주가 없어도 공연장의 소음이나 관객들이 소리, 기침소리, 냉난방기 등의 소리 등 귀를 열고 듣기만 하면 된다는 것과 ②음악에서의 고요함이란 각 음이나 소리 사이를 구분하는 도구라는 점이 있다.
제목의 유래는 단순히 초연에 걸린 시간이며, 작곡가는 연주 시간을 자유롭게 해도 상관없다고 악보에 지시해놓았다. 절대영도인 -273℃를 분과 초로 바꾼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단순히 우연이다. 작곡가는 절대영도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이 없고, 게다가 미국의 온도계는 화씨를 사용한다.
이 작품을 두고 음악인들이 이런 농담을 하곤 한다고. '저작권이 있을까?(이건 후술)', '이 곡을 고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가능한가?' '좋은 연주와 나쁜 연주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2. 공연
1952년 8월 29일 미국 뉴욕 우드스톡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첫 공연 때, 하도 케이지가 평소 기행을 많이 하여 웬만한 소음이나 충격적인 퍼포먼스에는 꿈쩍하지 않을 정도로 단련되어 있던 당시 관중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참고로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였다.우연성과 불확정성의 음악을 창시한 사람답게, 케이지는 4분 33초라는 구획지어진 시간 속에서 들려오는 모든 '우연한' 소리들이 모두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즉, 이 곡은 언제나 똑같지만 또 언제나 다르다. 이번에 4분 33초라는 곡을 연주한다고 할때, 그것이 어떤 곡이 될지 예견할 수 없는 것. 그 불확실한 우연이 바로 이 곡의 본질이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쉬운 음악이자 가장 감상하기 버거운 음악일 것이다.
(출처: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출처: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2004년에 오케스트라 버전이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었다. 이 공연실황은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되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지휘자 트랜스 포스터는 지휘하기 힘들었는지 1악장이 끝나자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그리고 청중들 역시 악장 중간중간에만 기침소리 등을 낸다.
2020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로 이 곡을 연주했다. 연주 시간은 3분 30초 남짓인데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으로 '템포가 내 취향이 아니다.' '과도한 루바토는 좋지 않다.' 같은 내용이 나왔다.
2022년 4월 8일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2악장부터 몇몇 관객이 일부러 박수 소리, 전화벨 소리를 내거나 아리랑을 부르는 등 제 나름대로 곡의 의도를 의식한 듯한 행위들을 했다고 한다.
2023년 6월 17일 무려 KBS교향악단이 이 곡을 연주했다. 다만 뒤 전광판에 4분 33초라는 시계를 띄워놓고 연주하였으며, 부산시립교향악단과 똑같이 2악장부터 몇몇 관객이 "이원석[3] 수석님 잘생겼어요."부터 시작해서 환호, 박수, 휘파람, 카운트다운까지 관객들과 합을 맞추는 연주를 성황리에 마쳤다.
3. 작곡 배경
이 곡이 발표되기 1년전, 1951년 당시 존 케이지는 세상의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벽하게 정적인 공간을 찾고자 했고 천장과 벽, 바닥 모든 곳이 소리를 흡수하도록 설계된 하버드 대학교의 녹음실이야말로 자신이 찾던 이상적인 공간이라 여겨 방문하게 됐다.그러나 존 케이지 본인이 알고 있는 곳 중 최선이었을 이곳에서 조차 여전히 그의 귀에 높고 낮은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왔고, 케이지가 이에 대해 엔지니어에게 질문하자 엔지니어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높은 소리는 당신의 신경체계가 작동하는 소리고, 낮은 소리는 당신의 피가 순환하고 있는 소리이다."
존 케이지는 이 말에 "죽는 순간까지 완벽하게 정적인 공간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 소리는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음악의 미래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요.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한 정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바로 <4분 33초>라는 곡을 만들게 했습니다.
4. 악보 전문
4 minutes 33 seconds John Cage I TACET[4] II TACET III TACET NOTE: The title of this work is the total length in minutes and seconds of its performance. At Woodstock, N.Y., August 29, 1952, the title was 4'33" and the three parts were 33", 2'40", and 1'20". It was performed by David Tudor, pianist, who indicated the beginnings of parts by closing, the endings by opening, the keyboard lid. However, the work may be performed by (any) instrumentalist or combination of instrumentalists and last any length of time. FOR IRWIN KREMEN JOHN CAGE |
4분 33초 존 케이지 I TACET II TACET III TACET 참고: 이 작품의 제목은 연주 시간을 분과 초 단위로 표시한 것입니다. 1952년 8월 29일 뉴욕 우드스톡에서 연주되었을 때 총 시간은 4분 33초였으며, 세 악장은 각각 33초, 2분 40초, 1분 20초였습니다. 이 작품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는 피아노의 뚜껑을 닫아 공연 시작을, 뚜껑을 열어 공연의 끝을 나타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떤 연주자도 연주할 수 있으며, 연주 시간의 제한 또한 없습니다. 어윈 크레멘을 위하여, 존 케이지 |
아무것도 없다. 정확히는, '침묵'을 뜻하는 음악용어 \'TACET'이 적혀 있다. 악장도 나뉘어 있어 1악장부터 3악장까지 전부 합쳐 정확하게 4분 33초를 지키게 되어 있다. 초판에는 1악장이 33초, 2악장이 2분 40초, 3악장이 1분 20초로 명시되어 있지만 후에는 사라졌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경우는 대개 한 악장이 끝나면 피아노 뚜껑을 열고 다시 닫아 구별한다.
5. 저작권
아무런 소리가 안 나는 곡이지만 저작권이 있다.[5] 아이튠즈에도 올라와 있어서 돈도 꼬박꼬박 받는다. 그래서 저작권 관련 유머에 곧잘 등장하는데, 저작권에 매우 깐깐하기로 유명한 일본과 독일에서는 4분 33초동안 아무 말도 안하면 JASRAC이나 GEMA[6]가 신고해서 차단당하거나 저작권료를 징수하러 쫓아온다는 유머가 있다. 존 케이지가 1992년에 사망했으므로 대한민국에서는 베른 협약 및 저작권법에 따라 그의 저작재산권은 사망 후 70년인 2062년까지 인정된다.위 유머에 실제로 일본의 어느 인터넷 언론이 취재를 했는데, JASRAC의 데이터베이스(J-WID)에도 등재는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4분 33초 동안은 아무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저작권료를 징수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비영리 목적의 연주로서, 관중에게서 요금을 받지 않고, 연주자가 그 연주의 대가를 받지 않는다면 저작권료 징수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반대로, 영리 목적 콘서트에서 4분 33초를 연주하면 징수대상이 된다는 것이다.관련기사(일본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는 다른 존 케이지의 음악은 전부 등록되어 있지만, 이 4분 33초만은 등록되지 않았다. 한국음저협에서 정한 등록 기준 미달로 인한 것으로 추정. 그 말은 한국의 TV 프로그램이나 콘서트에서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퍼포먼스를 선보여도 한국에선 저작권료를 징수할 근거가 없다는 뜻.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소(Saw) 교수를 필두로 4분 33초가 어떤 저작물의 형태를 갖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7] 현재는 음악저작물이나 연극저작물이 아닌, 어문저작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근거는 악보의 TACET가 연주자의 행동들에 대해 일련의 지시를 내리고 있는 부분이 창작성을 갖고 있다고 간주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4분 33초는 어문저작물로서 보호된다.
6. 대중문화에서
-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강마에가 자신과 석란시향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신임 석란시장 최석균을 관광보내기 위해 최석균의 취임식에서 이 음악을 연주했다. # 최석균의 취임식에서 시장의 오른팔 박 계장(하지만 최석균을 내심 고깝게 여기고 있는)은 악보를 펼쳐 보지도 않고 제목과 작곡가만 보자마자 당황해서 강마에를 쳐다 보는 것을 보면 무슨 곡이고 무슨 의도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는듯 하며 연주 직전까지 후폭풍이 일것에 대한 생각에 초조함을 숨기지 못한다. 최석균의 측근인듯한 덩치가 최석균에게 연주 프로그램이 바뀌었다고 알려주면서 아주 철학적인 곡이라고 귀띔을 했다.
뭔지도 모르고 강마에 말대로 전하는거 보면 이쪽도 음악쪽은 꽝이다아무것도 모르던 최석균은 "철학? 그거 좋죠."라고 천진난만하게 대꾸했다.[8] 나중에는 최석균이 열이 바짝 올라 강단으로 뛰쳐올라가자 그 때 1악장 연주를 마친 강마에는 4분 33초동안 기침소리, 고함소리, 전화받는 소리 등의 일상적 소리 및 4분 33초동안 신임 시장 최석균의 탐욕스러운 생각이 마음의 소리가 된다면서 지상파 생방송으로 그를 공개적으로 망신줬고, 그의 의도를 이해한 강춘배 전임 시장까지 "어이 최 시장, 음악해! 맘껏 떠들어!" 등등 프리스타일로 추임새를 넣으며 최석균을 엿먹였다.
- 스펀지 56회 방송분에서 소개된 적이 있으며 여기서 연주회를 무료로 들려준다면서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 강당에 사람을 모아놓은 다음 이 곡으로 끝맺었다.[9] 이 공연을 할 때 관객들 중 당황한 사람이 있었고 나중에 연주자가 인사해서 박수로 끝을 맺었지만. 일부 관객들의 소감을 들어보니 '연주자가 잠시 몸이 불편했다거나 긴장한 줄 알았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참신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 削除의 1집 앨범인 Selentia에 '04:33 No Alarm (Sleeping Mix)'이라는 제목으로 이 곡의 리믹스(?)가 실렸으며 당연히 재생시간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Sound Souler도 사운드클라우드에 '4'33" [Doujin Remix]'를 업로드했으며 역시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앨범아트도 적절하게 아카자 아카리다. 임현묵과 서승주도 멜론에 이 곡의 리믹스 버전을 올렸다...#
- 2015년 경에 DJ Detweiler라는 인디 DJ가 이 곡의 리믹스를 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했다가 삭제된 사건이 있었는데, 위 사례와는 다르게 저스틴 비버의 What Do You Mean? 음원을 샘플링으로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사
- AZNANA에서 음악가 캐릭터가 만든 아이템 '273초'의 모티브이다.
-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지구 교향곡에서 지구 상에 나오는 모든 소리가 모여서 '지구 교향곡'을 만들어 내어 '노이즈'를 격퇴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이 발상이 4분 33초 작곡의 발상과 동일하다.
7. 기타
- 작곡가별 손모양이라는 음악 관련 유머에서는 이 곡을 모티브로 존 케이지의 손을 없애 버렸다. 그리고 피아노 건반 위의 잡동사니들은 피아노 현에 끼워 넣으라고 만들어진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를 반영했다.
- 아류작(?)으로 리게티 죄르지의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바가텔이 있다. 4분 33초가 피아노 뚜껑을 닫는 것으로 악장을 구분한다면 이 작품은 악보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암보(악보 없이 연주)하지 말라는 지시도 악보에 적혀 있고, 4분 33초와 달리 1악장에서 음 하나를 연주하긴 한다. 이 작품은 플럭서스와의 교류로 만들어졌고 4분 33초가 나온지 9년이 지난 후 나왔는데, 사람들은 별다를 것 없는 구성에 실망했고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리게티는 이 반응에 만족했다고 한다. 사실 존 케이지에 대한 일종의 농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존 케이지는 언짢아 했다는 듯.
- 한국 현대시에는 제목만 있고 전문이 없는 황지우 작가의 묵념, 5분 27초가 있으며, 5.18 민주화운동이 진압당한 날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공교롭게도 이 둘을 더하면 10분이다.
-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에도 이 작품을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10]
-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몬스터 푸루푸루의 전투 테마곡이 무음으로, 전투시에는 환경음과 효과음만 듣게 된다. 이에 팬들의 각종 드립의 대상이 되는데, 4분 33초 관련 드립도 자주 입에 오른다.
[1] 4 Minutes 33 Seconds[2] 백남준 등과 함께 퍼포먼스 예술로 유명한 플럭서스에서 활동했다.[3] 교향곡 제11번(쇼스타코비치) 공연 중 본인 악기에 돌발적으로 무대사고가 터졌을 때 잘 대처해내 유명해진 그 팀파니 연주자 맞다.[4] '무음(Silent)'을 뜻하는 음악 용어. 보통은 실내악이나 관현악곡에서 어떤 악기가 특정 악장을 통으로 쉴 때 파트보에 써넣는 지시어이다. 라틴어 단어이며, '무언(無言)의'라는 의미의 영어 형용사 tacit의 어원이기도 하다.[5] © 1989 HUNGAROTON RECORDS LTD[6] Gesellschaft für musikalische Aufführungs- und mechanische Vervielfältigungsrechte(음악연주 및 복제 권리 협회). 독일의 음악 저작권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지나치게 저작권에 엄격하여 종종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관련 링크[7] SAW, Cheng Lim. Protecting the Sound of Silence in 4'33: A Timely Revisit of Basic Principles in Copyright Law. (2005). European Intellectual Property Review. 27, (12), 467-476. Research Collection Yong Pung How School Of Law.[8] 유튜브에 공개된 업로드판에는 My Way 앞에 프로그램을 하나 더 한다는 걸로 설정이 바뀌어 있다. 최석균의 압력으로 My Way를 하게 된 건데 그걸 아예 변경해도 최석균이 웃어넘긴다는 건 개연성이 떨어져서인 듯.[9] 그 이전에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12월'을 공연했다.[10] 코스 아이디 BW7-2SF-9Y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