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2-16 01:43:08

경심철갑탄

APCR에서 넘어옴
1. 개요2. 상세
2.1. APCNR

1. 개요

파일:ubr-35.jpg
소련제 76.2mm BR-354P(탄두명은 BR-350P) APCR 포탄.
파일:external/i2.guns.ru/1069593.jpg
소련제 76.2mm BR-350P APCR 포탄의 그림. 2번이 관통자다.
파일:attachment/APCR-B00001.gif

영국식 영어: APCR: Armour Piercing Composite Rigid (혼성고착탄)
미국식 영어: HVAP: High Velocity Armor Piercing (고속철갑탄)
독일어: Hartkernmunition (경탄심탄)
한자: 硬芯徹甲彈 (경심철갑탄) / 高速徹甲彈 (고속철갑탄)

철갑탄 종류 중 하나. 탄두의 중앙 부위에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관통자 심을 박고, 겉의 탄체를 그보다 무른 경금속으로 감싼 철갑탄이다.

2. 상세

해당 탄이 주로 사용된 시기는 제2차 세계 대전 ~ 6.25 전쟁이며, 2차대전 시기에는 독일 국방군소련군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6.25 전쟁 중에는 유엔군도 비교적 많이 사용했다.

당시 철갑탄탄소강을 사용한 유선형 구조였다. 점차 성능이 개량되며 피모철갑탄(Armor Piercing Capped)이나 저저항피모철갑탄(Armor Piercing Capped Ballistic Cap)과 같은 방법으로 탄도 안정성과 사거리, 관통력 등을 개선하였지만 근본적인 관통자의 구조는 동일하다보니 이것만으로는 관통력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더 튼튼한 물질을 관통자로 쓰면 관통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자연히 철보다 훨씬 단단하고 비중이 높은 텅스텐이 주목받게 되었다. 그러나 포탄 전체를 전부 텅스텐으로 만들기에는 비용도 지나치게 비싸며 탄두가 너무 무거워져서 탄도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텅스텐 관통자는 작게 만들고 이를 알루미늄 등의 가벼운 금속 속에 파묻어두는 형태로 탄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자 탄두의 무게가 일반 철갑탄보다 가벼워지면서 탄속이 크게 빨라졌고, 더 좋은 재질의 관통자를 더 작은 구경으로 만드니 장갑의 특정 면적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해서 장갑을 더 쉽게 관통하는 데다가[1] 텅스텐도 적게 쓸 수 있었다. 덤으로 포탄의 탄속이 빨라지니 탄도도 더 평활해져서 조준도 쉬워졌다.

하지만, 일단 텅스텐 관통자 주변에 균일하게 경금속을 바르는 것부터가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라 가격도 일반 철갑탄보다 비쌌고, 무엇보다도 탄자가 가볍고 형상도 썩 공기역학적이지 않아서 근거리를 넘어가면 포탄의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관통력이 피모철갑탄 이하로 격감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외피의 형상 문제로 경사장갑 착탄 시 관통력 저하가 컸으며 쉽게 도탄되기까지 했다. 덤으로 탄도도 불안정해져서 장거리 사격이 어려워진다.[2]

그러나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나치 독일은 텅스텐이 부족해서 전선에서의 빗발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APCR의 대량보급에 실패했다. 반면 소련은 APCR의 관통력 증대효과 자체는 타국에 비해 조금 낮을지라도 대량보급에 성공하여 차량별로 일정 수량씩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미국은 HVAP의 제식도입이 늦어서 2차대전 당시 HVAP 공급량은 많지 않았지만, 도입 후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발발한 6.25 전쟁에서는 충분한 수량을 확보해 유용하게 써먹는다. 그 와중 일본 제국은 그냥 못 만들어서 못 썼다.

전후에는 관통자 제작 기술이 향상되어 이탈피로 인한 명중률 문제가 해결되어 굳이 경금속으로 탄두를 감쌀 필요가 없어졌다. 때문에 당연한 수순으로 분리철갑탄에게 1선급 철갑탄의 지위를 넘기고 도태되어, 지금은 구식포를 유지하는 곳 외에는 어떤 곳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분리철갑탄이 대세가 된 것은 탄두의 최종적인 질량을 감소시켰을 때 유의미한 이득이 있는 대구경 화포용 철갑탄이나 중기관총/기관포에서 소량 운용하는 관통력에만 몰빵한 특수탄[3], 매우 특수한 용도의 보병화기에나 해당하는 사항이다. 소총탄이나 권총탄 등의 개인화기 내지 기관포에 사용하는 소구경용 철갑탄을 만들 때에는 아직 널리 쓰이고 있는 방식이다. 소구경 화기의 경우 탄자가 충분한 질량 및 구경[4]을 갖고 있어야 저지력을 확보할 수 있고, 기관포의 경우 2차 효과를 위한 소이제나 작약을 충진할 필요도 있다. 당연하게도 탄자가 대구경탄들에 비해 작고 가볍기에 여기서 탄자 무게를 더 줄이면 탄도가 측풍의 영향을 과하게 받게 될 우려도 있으며, 경심철갑탄이라도 보병이 착용하는 방탄복/전차가 아닌 각종 차량/콘크리트벽 등의 엄폐물과 같이 각자가 상정한 목표를 뚫는 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구경 철갑탄은 유체 역학적 형상으로 제작된 구리 등 재질의 피갑 안에 강철이나 텅스텐 카바이드 재질의 관통자를 삽입하는 식으로 제작되며, 9mm 구경인 7N21/7N31, 5.45×39mm 탄환 중 7N10/7N24, 5.56×45mm NATO의 M995, 12.7mm의 Mk.211 Raufoss, 발칸포용 20mm의 PGU-28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반적으로 개인화기에서 철갑탄(AP)라고 붙는 것들, 12.7mm 이상의 중기관총/기관포에서 AP 또는 SAP(Semi Armor piercing)은 대부분 경심철갑탄 형식의 탄환이다.[5]

한편, 최근엔 엉뚱하게도 항공기 투하용 관통탄이 경심철갑탄의 형태로 제작되기도 한다. 미 공군의 2000파운드 관통탄인 BLU-116의 경우, 기존 2000파운드 관통탄인 BLU-109와 외부 형상 및 작약 충진량과 탄도는 동일하나 얇은 피갑 안에 중금속 합금제 관통자와 작약이 충진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강철 피갑 내에 작약이 충진된 고전적 구조의 BLU-109에 비해 같은 무게로 약 2배의 관통 성능을 보인다.

2.1. APCNR

파일:B3eF3.jpg
영국제 2파운더 대전차포용 AP/CNR Mk I 포탄.

APCNR (Armour-Piercing, Composite Non-Rigid) / APSV(Armour-Piercing, Super Velocity)

탄체에 쉽게 변형되는 연금속 링을 두르는 경심철갑탄으로, 구경감소포에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구경감소탄의 일종이다. 탄체에 쉽게 변형되는 금속 고리가 둘러지는 점을 제외한 원리는 경심철갑탄과 동일하다.

일반 경심철갑탄이 여전히 제한적으로나마 쓰이는 것과는 달리, 구경감소포가 산더미같은 단점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같이 사장되었다.


[1] 미군의 HVAP는 경사장갑에 쉽게 튕겨나간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최소한 카탈로그 상 관통력은 대폭 상승했다. 3인치는 대략 50%, 특히 90mm는 2배 가까이 증가하여, 일반 철갑탄 사용시 독일군의 것에 비해 상당히 부족했던 관통력이 고속철갑탄 사용시 서로 같거나 미군 쪽의 것이 1.5배 가까이 관통력이 높아지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2] 물론 어디나 예외는 있어서, 독일군의 71구경장 88mm APCR은 장거리에서도 AP보다 관통력이 높았으며 장거리 사격 시 오히려 명중률이 상승하는 희한한 특성을 보였다. 자료를 보면 8,8cm Kw.K. 43 L/71은 2500m 기준 AP 136mm, APCR이 154mm라는 사기적인 관통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거리가 더 멀어지면 AP보다 관통력이 감소하게 되기는 한다.[3] K-21 보병전투차의 40mm 날탄이 대표적인 사례다.[4] 질량은 표적에 가하는 충격량에 관여하고, 구경은 영구 공동의 크기에 관여한다.[5] 기관포탄의 경우, APDS나 APFSDS 같이 작약/소이제가 들어있지 않고 오로지 관통력에 올인한 탄은 자주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AP라 하면 피갑과 관통자 사이 소이제나 작약이 충진된 다목적 경심철갑탄을 의미하고 APDS 등 송탄통이 부착된 고관통탄을 따로 일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딜 가나 케바케라, APDS 등 고관통탄을 AP라 일컫고 작약/소이제가 충진된 경심철갑탄은 API, APIHE, SAPI 등으로 일컫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