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문서: 세팔론 시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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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ruby(세팔론 시마리스,ruby=Cephalon Simaris,color=#EBD282)] 우리는 '신디시스'를 통해 이들을 재건하고 보존할 수 있겠지요. 이 데이터의 오아시스에 불변의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깨우칠 준비는 되셨는지요, 텐노? 저를 위해 사냥을 도와주시겠습니까? | |||
성향 | 중립 |
저는 세팔론 시마리스. 파괴자이자, 영원을 부여하는 자입니다. 이 곳은 저의 성역이지요. 텐노, 제가 행하는 '신디시스' 의식을 도와주시겠습니까? 분명 당신에게도 깨우침을 선사할 것입니다. 제게 필요한 생물을 당신이 사냥해 와 이 성역의 존재로 변화시키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신디시스'입니다. 이는 과연 '살생'일까요? 아뇨. 물질계의 모든 존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허나 잊혀진 자들이야말로 진정 죽은 자들이라 할 수 있겠지요. 오로킨의 종말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지식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신디시스'를 통해 이를 재건하고 보존할 수 있겠지요. 이 데이터의 오아시스에 불변의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깨우칠 준비는 되셨는지요, 텐노? 저를 위해 사냥을 도와주시겠습니까?
2. 설명
올릴 수 있는 랭크가 존재하지 않고 언제나 중립 상태이다. 타 신디케이트 진영과는 달리 어떠한 콘솔도 함선에 설치되지 않으며 모든 관련 상호작용은 아무 릴레이 2층에 위치한 세팔론 시마리스의 방을 방문해야만 할 수 있다.신디시스 스캐너로 무작위 대상을 스캔하여 소량의 평판을 얻거나[1] 시마리스에게 일일 신디시스 타겟을 배정받거나 연구를 위해 목표를 설정하면 나타나는 신디시스 타겟을 스캔함으로서 대량의 평판을 획득할 수 있다.[2][3] 이들은 파란색 오라를 두르고 있으며, 플레이어에게 견제사격을 하면서 멀어지려고만 한다.이들은 한번 스캔당하면 투명화, 자가 복제, 넉다운을 유발하는 특수 충격파, 자성 안개 등 대부분 스캔을 방해하는 특수 기술을 쓴다. 실수로 죽이는 걸 방지하기 위함인지 체력은 상당히 높으나 모딩을 다 끝마친 고위력의 무기로 죽여버리면 세팔론 시마리스가 당혹스러워하며 질책한다.[문맥]
세팔론 시마리스는 생츄어리라 불리는 디지털 오아시스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시마리스는 텐노에게 특별한 목표를 사냥하여 '신디시스'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전환'하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것의 대가로 시마리스는 그의 헌터들에게 진리를 일깨워주는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를 만나 어떤 목표를 수집하고 싶은지 알아보세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마리스는 생츄어리를 위한 다른 목표를 설정할 것입니다.
사냥을 위한 도구는 신디시스 스캐너와 키네틱 사이펀 트랩입니다. 이 장비들을 장착하고 임무에 들어가면 주로 대상이 존재하는 장소에 가서 사냥을 실시하시면 되지만, 가능하면 방어나 감청으론 도구를 가져가시지 않는게 좋습니다.
시마리스는 미션 구역에서 신디시스 타겟을 주변에서 발견하면 위치를 알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사냥이 시작됩니다! 신디시스 스캐너를 장착하시고 희미하게 빛나는 흔적들을 따라가서 숨은 장소를 찾아내세요.[5]
목표를 발견하면 신디시스 스캐너로 신디시스 타겟에 표시된 특정한 포인트를 스캔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신디시스는 강력한 부작용을 유발하며, 스캔을 반복할 수록 부작용이 강력해집니다.[6]
만약 타겟이 당신이 있는 것을 알아채면 공격하거나 도망가려 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스캐닝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텐노가 보통 이를 막기 위해 효율적인 전략은 키네틱 사이펀 트랩을 이용해 목표물을 무력화 시켜 사냥하는 것입니다. [7]
사냥할 준비는 되셨나요, 텐노?
그를 만나 어떤 목표를 수집하고 싶은지 알아보세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마리스는 생츄어리를 위한 다른 목표를 설정할 것입니다.
사냥을 위한 도구는 신디시스 스캐너와 키네틱 사이펀 트랩입니다. 이 장비들을 장착하고 임무에 들어가면 주로 대상이 존재하는 장소에 가서 사냥을 실시하시면 되지만, 가능하면 방어나 감청으론 도구를 가져가시지 않는게 좋습니다.
시마리스는 미션 구역에서 신디시스 타겟을 주변에서 발견하면 위치를 알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사냥이 시작됩니다! 신디시스 스캐너를 장착하시고 희미하게 빛나는 흔적들을 따라가서 숨은 장소를 찾아내세요.[5]
목표를 발견하면 신디시스 스캐너로 신디시스 타겟에 표시된 특정한 포인트를 스캔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신디시스는 강력한 부작용을 유발하며, 스캔을 반복할 수록 부작용이 강력해집니다.[6]
만약 타겟이 당신이 있는 것을 알아채면 공격하거나 도망가려 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스캐닝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텐노가 보통 이를 막기 위해 효율적인 전략은 키네틱 사이펀 트랩을 이용해 목표물을 무력화 시켜 사냥하는 것입니다. [7]
사냥할 준비는 되셨나요, 텐노?
여담으로 방에 진입시 세팔론 수다와는 다르게 거대한 형체로 갑자기 텐노 앞으로 쑤욱 다가가고 텐노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바꾸는데, 이게 상당히 부담스럽다. 반대로 텐노가 막 앞으로 다가오면 뒤로 물러난다. 세팔론 코딜론의 설명에 의하면 시마리스는 신디시스로 얻은 생명체를 모두 데이터로 변환하고 저장해야 하는 만큼 대부분의 서브루틴이 이쪽으로 할당되어 있어서 예절 쪽으로는 서브루틴을 할당할 여유가 없기에 세팔론들에게도 거슬리는 상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3. 제공품
시마리스가 판매하는 물건은 유용한 것들이 많다. 스캔을 완료한 적들을 불러내어 각종 시뮬레이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시뮬라크럼의 접근 키나 스캔을 위한 특수무기 치고는 같은 무기 계열의 최고를 차지하고 있는 프레거 프라임과 비교가 가능한 정도의 성능을 지닌 헬리오코어와 워프레임에 따라 상시로 높은 방어력을 보장해주는 컨버전 모드 등이 있기 때문에 신디시스와 생츄어리 자체에 큰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도와줄 만한 가치가 있다.또한, 이미 한번 입수한 적 있는 경우에 한해서 퀘스트로 입수하는 워프레임의 설계도나 파츠, 출석/퀘스트 보상 무기 설계도, 움브랄 모드와 새크리피셜 모드를 판매한다.
<rowcolor=white> 구분 | 명세 | 평판 포인트 | 비고 |
<colbgcolor=lightgray><colcolor=black> 시질 | 세팔론 시마리스 시질 | 25,000 | |
모드 | 마두라이 트랜스뮤트 코어 | 10,000 | 변환에 사용되는 크레딧 소모를 없애고 마두라이 극성을 가진 모드로 변환 |
바자린 트랜스뮤트 코어 | 10,000 | 변환에 사용되는 크레딧 소모를 없애고 바자린 극성을 가진 모드로 변환 | |
나라몬 트랜스뮤트 코어 | 10,000 | 변환에 사용되는 크레딧 소모를 없애고 나라몬 극성을 가진 모드로 변환 | |
에너지 컨버젼 | 100,000 | 에너지 오브 획득시 다음에 쓸 어빌리티의 파워 위력 증가: 최대 50%[8] | |
헬스 컨버젼 | 100,000 | 체력 오브가 방어력을 상승시키고 3회 중첩된다: 최대 450(*3), 데미지를 입으면 3초 뒤 스택이 사라진다. 이 때 얻는 일시적인 방어력은 방어력을 계산하는 어빌리티[9]에도 적용이 된다. | |
캐리어: 루터 | 75,000 | 자동적으로 캐리어가 주변의 보관함들을 파괴한다. | |
헬리오스: 디텍트 불너러빌리티 | 75,000 | 적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지으면 추가적인 스캔은 적의 약점을 표시 | |
기타 | 25 X 신디시스 스캐너 | 5,000 크레딧 | 목표의 유전 데이터를 해석하여 생츄어리로 전송 |
10 X 키네틱 사이펀 트랩 | 5,000 크레딧 | 신디시스 타겟의 속도를 감소[10]시키는 설치형 트랩 | |
크로스 매트릭스 위젯 | 50,000 | 일정 확률로 한 번의 스캔이 두 번 스캔한 효과를 냄 | |
솔-배터리 위젯 | 50,000 | 신디시스 스캐너의 용량 재충전[11] | |
벡터-쓰레드 위젯 | 50,000 | 신디시스 스캐너의 스캔 속도 향상 | |
시뮬라크럼 접근 키 | 50,000 | 시뮬라크럼에 접근할 권한을 주는 키 | |
시마리스 헬리오스 스킨 | 100,000 | 헬리오스 센티넬을 위한 세팔론 시마리스 스킨 | |
엑실러스 어댑터 설계도[12] | 50,000 | 워프레임에 결합하여 추가적인 엑실러스 모드 슬롯을 만듦 | |
컬러 키 배경 | 100,000 | 캡처라 모드 배경 | |
루도플렉스 | 50,000 | 미니게임 플레이 가능 | |
무기 | 시뮬러 설계도 | 75,000 | 자기 방어나 과학연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소형의 중력 특이성을 생성해냅니다. |
헬리오코어 설계도 | 75,000 | 한 번의 치명적인 타격마다 코덱스 스캔을 실행하는 이 거대한 해머로 진리를 깨우쳐 보세요. 충분한 양의 코덱스 스캐너를 장비하고 있어야만 스캔이 가능합니다 |
- 트랜스뮤트 코어는 모드를 변환할 때 재료로서 같이 넣는 식으로 사용하는 모드이며, 크레딧 소모를 없애주고 해당 극성을 가진 모드가 확정적으로 나오게끔 한다.
4. 연구
생츄어리내부에서 연구과제를 선택할 수 있다. 지정한 목표를 10번 신디시스 스캐닝을 해야하는데, 이를 완료하면 연구 항목에 코덱스가 추가된다. 코덱스의 내용은 연구한 대상과는 큰 관계가 없으나, 세계관을 알아보는데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다.여담으로 번역이 상당히 안좋다. 소설과 같은 문체가 번역자에게 익숙지 않아 생긴 결과인듯 하다.[13]
혹시 직접 모아서 볼 생각이라면 아래 신디시스 임프린트 열람을 삼가자. 몇몇가지는 세계관 설정뿐만 아니라 메인 스토리와 관련된 언급도 존재한다.
4.1. 랜서
임프린트: 랜서
음악과 같이 파쇄음이 들린다.
피쉭, 철컹
내 기계의 정이 눈앞에 있는 바위를 내려친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의 파편들이 내 신발을 두들기곤 지나간다. 돌 무더기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난 그것들이 반짝이는 순간이 좋다. 빛이 난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삽에 장착된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잡석 속을 뚫고 지나간다. 그리고 인듀서로 모드를 전환하여 빛나는 것이 삽에 달라붙게 하고는 달라붙었던 것들을 분류기에 던져 넣고는 다음으로 파쇄할 곳을 향해 나아간다.
피쉭, 철컹
더 많고 반짝이는 잡석더미.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인가보다. 우리 모두는 기계의 고동속에 삽질을 한다. 며칠이 지나면 오직 균열만이 이 암석에 남겠지. 그리고 계속 생각한다: 과연 다음 암석은 어떨까?
피쉭, 철컹
아우터 터미너스에는 많은 암석이 존재한다. 좋은 암석, 나는 그 암석에 있는 것이 좋다. 삽질을 다시 하곤 다음 파쇄 장소로 간다.
피쉭...
기계가 멈추고 어두워졌다. 왜 기계가 멈춘거지? 왜 어두워진거지? 목소리는 주변에서 메아리치고, 우레같은 속삭임이 들린다.
"어설피 틀에 맞춰진 것"
암석은 이전에 겪어본 바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자갈들이 암흑 속에서 비내리듯 쏟아진다.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게 떨어지는 먼지 속의 흔들리는 땅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목소리가 다시 터져나온다. 그것은 허공 안에 있다. 그것은 암석 안에 있다. 그것은 내 머리 안에 있다.
"어설피 형상이 빚어져 그들은 불리었다."
귀가 사이렌처럼 울린다. 그리고 파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터널 안에서 들려온다. 규칙적이지 않은 파쇄소리, 음악적이지 않은, 무언가 다른 내가 싫어하는 소리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비명소리다. 그들은 우리중 하나가 갇히거나 하는 사고가 있을 때 소리를 지를 것이니 그렇게 알라고 했었다. 그곳엔 더 많은 비명소리가 있었다.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그곳엔 그들의 어머니도 없었다."
어둠이 끝나고 새로운 빛이 터널 아래에서 구석에서 빛나고 있다. 우리가 쓰는 조명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이것은 무언가 야생적으로 움직이는 큰 것의 일부로 보였다. 도망갈까? 그래, 우리의 라인을 따라 달려 지나갔다. 우리의 기계는 하늘로 튀어 올라가고 바닥으로 큰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광부들은 찍어 눌려 작은조각이 되었다. 나는 두렵다.
나는 화가 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 저것은 오로킨이 아닌가? 아니, 우리는 오로킨을 섬긴다. 오로킨은 황금빛이다. 이것은 뭔가 다른 무언가다. 나는 내 삽을 집어든다.
"그곳엔 그들의 아버지도 없었다."
그 빛이 가까워졌다. 나는 발을 디딜 곳을 찾고는 내가 광물을 캐는 것과 같이 삽을 단단히 움켜쥔다. 빛은 기계를 나에게 날려보낸다. 나는 뛰었지만 너무나 느렸다. 기계는 내 가슴을 때렸고 다리를 바닥에 못박았다. 숨을 쉬려 하지만 쉬어지지 않는다. 고개를 올리니 빛이 나에게 돌진해 오는 것이 보인다. 나는 빛이 뛰어들기 전에 삽을 놈에게 향한다. 깨지는 소리가 난다. 빛은 삽의 칼날에 찔렸고, 빛의 달려오던 힘은 삽날의 끝이 단단한 무언가에 닿도록 만든다. 빛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폭발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검게 변한다.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다. 나는 삽을 당겼지만 그것과 땅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삽은 내가 광물을 캘 때 처럼 펄스광을 내고,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인듀서를 작동시켰다. 목소리는 비명을 지른다. 모든 것이 흔들린다. 나는 이유는 모르곘지만 이 비명을 듣는 것이 좋았다. 그것은 꼬리를 말고 빠진다. 그것이 도망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은 도망갔다.
모든 것이 다시 정적에 휩싸이고, 나는 눈을 감았다.
"이리와봐. 여기 하나 찾았어." 고통이 내 가슴에서 퍼져나가고, 내눈이 부릅떠진다. 빛이 비치지만 그곳으로 탈출하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빛이 소리친다. "서둘러, 더 이상은 오래 못버틸 것 같아보여."
나는 말을 해보려 해보나, 새로 들리는 목소리가 닥쳐온다. "상관없어, 만약 살아남으면 그때는 그들이 다시 한번 샘플을 부탁하겠지."
그들이 나를 무언가의 위로 올려놓는다. 나는 언뜻 금빛으로 빛나는 무언가를 본다.
"이건 정말 별로야. 그러니까, 정말로 너는 그리니어 병사들을 믿을 수 있어?" 어떤 형상이 내 팔에 무언가를 누르고 나는 다시 잠이든다.
새로운 목소리가 웃는다. "그러면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라도 있어?"
음악과 같이 파쇄음이 들린다.
피쉭, 철컹
내 기계의 정이 눈앞에 있는 바위를 내려친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의 파편들이 내 신발을 두들기곤 지나간다. 돌 무더기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난 그것들이 반짝이는 순간이 좋다. 빛이 난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삽에 장착된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잡석 속을 뚫고 지나간다. 그리고 인듀서로 모드를 전환하여 빛나는 것이 삽에 달라붙게 하고는 달라붙었던 것들을 분류기에 던져 넣고는 다음으로 파쇄할 곳을 향해 나아간다.
피쉭, 철컹
더 많고 반짝이는 잡석더미.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인가보다. 우리 모두는 기계의 고동속에 삽질을 한다. 며칠이 지나면 오직 균열만이 이 암석에 남겠지. 그리고 계속 생각한다: 과연 다음 암석은 어떨까?
피쉭, 철컹
아우터 터미너스에는 많은 암석이 존재한다. 좋은 암석, 나는 그 암석에 있는 것이 좋다. 삽질을 다시 하곤 다음 파쇄 장소로 간다.
피쉭...
기계가 멈추고 어두워졌다. 왜 기계가 멈춘거지? 왜 어두워진거지? 목소리는 주변에서 메아리치고, 우레같은 속삭임이 들린다.
"어설피 틀에 맞춰진 것"
암석은 이전에 겪어본 바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자갈들이 암흑 속에서 비내리듯 쏟아진다.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게 떨어지는 먼지 속의 흔들리는 땅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목소리가 다시 터져나온다. 그것은 허공 안에 있다. 그것은 암석 안에 있다. 그것은 내 머리 안에 있다.
"어설피 형상이 빚어져 그들은 불리었다."
귀가 사이렌처럼 울린다. 그리고 파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터널 안에서 들려온다. 규칙적이지 않은 파쇄소리, 음악적이지 않은, 무언가 다른 내가 싫어하는 소리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비명소리다. 그들은 우리중 하나가 갇히거나 하는 사고가 있을 때 소리를 지를 것이니 그렇게 알라고 했었다. 그곳엔 더 많은 비명소리가 있었다.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그곳엔 그들의 어머니도 없었다."
어둠이 끝나고 새로운 빛이 터널 아래에서 구석에서 빛나고 있다. 우리가 쓰는 조명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이것은 무언가 야생적으로 움직이는 큰 것의 일부로 보였다. 도망갈까? 그래, 우리의 라인을 따라 달려 지나갔다. 우리의 기계는 하늘로 튀어 올라가고 바닥으로 큰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광부들은 찍어 눌려 작은조각이 되었다. 나는 두렵다.
나는 화가 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 저것은 오로킨이 아닌가? 아니, 우리는 오로킨을 섬긴다. 오로킨은 황금빛이다. 이것은 뭔가 다른 무언가다. 나는 내 삽을 집어든다.
"그곳엔 그들의 아버지도 없었다."
그 빛이 가까워졌다. 나는 발을 디딜 곳을 찾고는 내가 광물을 캐는 것과 같이 삽을 단단히 움켜쥔다. 빛은 기계를 나에게 날려보낸다. 나는 뛰었지만 너무나 느렸다. 기계는 내 가슴을 때렸고 다리를 바닥에 못박았다. 숨을 쉬려 하지만 쉬어지지 않는다. 고개를 올리니 빛이 나에게 돌진해 오는 것이 보인다. 나는 빛이 뛰어들기 전에 삽을 놈에게 향한다. 깨지는 소리가 난다. 빛은 삽의 칼날에 찔렸고, 빛의 달려오던 힘은 삽날의 끝이 단단한 무언가에 닿도록 만든다. 빛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폭발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검게 변한다.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다. 나는 삽을 당겼지만 그것과 땅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삽은 내가 광물을 캘 때 처럼 펄스광을 내고,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인듀서를 작동시켰다. 목소리는 비명을 지른다. 모든 것이 흔들린다. 나는 이유는 모르곘지만 이 비명을 듣는 것이 좋았다. 그것은 꼬리를 말고 빠진다. 그것이 도망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은 도망갔다.
모든 것이 다시 정적에 휩싸이고, 나는 눈을 감았다.
"이리와봐. 여기 하나 찾았어." 고통이 내 가슴에서 퍼져나가고, 내눈이 부릅떠진다. 빛이 비치지만 그곳으로 탈출하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빛이 소리친다. "서둘러, 더 이상은 오래 못버틸 것 같아보여."
나는 말을 해보려 해보나, 새로 들리는 목소리가 닥쳐온다. "상관없어, 만약 살아남으면 그때는 그들이 다시 한번 샘플을 부탁하겠지."
그들이 나를 무언가의 위로 올려놓는다. 나는 언뜻 금빛으로 빛나는 무언가를 본다.
"이건 정말 별로야. 그러니까, 정말로 너는 그리니어 병사들을 믿을 수 있어?" 어떤 형상이 내 팔에 무언가를 누르고 나는 다시 잠이든다.
새로운 목소리가 웃는다. "그러면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라도 있어?"
4.2. 안티 모아
임프린트: 안티 모아(MOA)
"그거랑 앞으로 얼마나 더 씨름할거냐?" 아버지가 묻는다.
아버지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정크 벨트에 들어온 순간부터, 아버지가 한 일은 콘솔 위에서 손을 놀리는 것이었다. 지금이 되기까지 아버지는 그저 레이더에 눈을 둔 채 저곳에 앉아 지저분한 손가락들을 순서나 리듬없이 기묘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무시한 채 로봇에게 다시 집중하려 시도했지만, 아버지의 톡 톡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더 빨라지고 시끄러워진다. 방해하려는건가? 집중을 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해줘요. 왜 우리가 지금 열린 장소에서 최대 속도로 이동하는게 아니라 이런 장소에 있는거죠? 그냥 레일로 돌진해서 뚫고 지나갈 수도 있었잖아요." 나는 묻는다.
그야 우리가 그래왔었으니까 그렇지." 아버지는 대화의 주제에 짜증난듯 했지만 내가 알바는 아니다. 우리의 수송선은 유유히 정크 벨트를 며칠째 지나가고 있었다. 전방 스크린은 끝도 없는 돌과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분명 그 레일을 한참 전에 지날 수 있었을거예요." 나는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아버지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왜 나는 움팔의 배에 타면 안된다는 거에요?"
"또냐?" 아버지는 등받이에서 몸을 튕기고는, "너도 이유는 알잖냐."
움팔은 내 단 하나뿐인 친한 친구인데, 안 그래도 젊은 사람이 적은 우리 그룹에서 움팔은 유일하게 나와 나이가 비슷한 녀석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움팔은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유일하게 나와 같은 나이를 가진 사람이다. 움팔은 다른 함선을 타고 있고, 사람들이 말하기론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했었다.
우리는 지금 무역을 위한 길에 올랐고, 나에겐 이번이 우리 노드를 처음으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여행은 위험하지만 아버지가 말하기론 내가 사업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했었다. 모든 수송선이 거래를 통해 몇 달 동안 모은 아이템들을 싣고있다. 대부분은 샐비지이지만, 다른 함선의 일부는 퍼라이트도 조금씩 분산해서 실어두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움팔이 타고 있는 수송선이 루비도를 약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몇노드 너머에 있는 생존자 콜로니를 향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희소 자원들과 이번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태양에서 가가운 조건을 이용해 생산해낸 식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떠나기 전 움팔과 나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로봇을 누가 가져갈지에 대해 제비뽑기를 했고, 내가 이겼었다. 로봇은 수집된 오로킨 기술의 찌꺼기와 고철을 뭉뚱그려 만들었지만 그래도 걸어다닐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개가 얼마나 뿌듯해했는지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콜로니에 도착하는 대로 로봇을 희귀한 파츠들과 교환해서 좀 더 큰 두번째 워커를 만들려한다. 최대 크기의 캐논을 옮길만한 크기의 것을 말이지.
"이거 생긴게 옛날 오로킨 시절을 떠올리게 할만한게 있나요?" 나는 긴장을 풀기 위한 쓸데없는 시도를 한다.
"그거말이냐, 그래, 그것처럼 이족보행 하던 것들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손가락이 두들기는 것을 멈추곤 시선을 로봇에게 길게 향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달랐었지."
"그리워 하시는거에요?" 나는 묻는다.
"무얼?" 아버지는 말한다.
"아시다시피, 그 제국이요."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한 적 없다." 아버지는 다시 항해 콘솔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코퍼스에 대해선 어때요, 전혀 그립거나 하진 않나요? 아니면 할아버지라던가요?" 나는 말한다.
"오로킨은 너와 같이 부모라는건 존재하지 않고, 그것은 다르게 이루어졌었지." 아버지는 깊게 한숨을 쉬곤 나를 보며 말한다. "듣거라, 나를 길러준 코퍼스는 이미 죽었고, 왜 그들이 죽었는지 알고싶으냐?"
"역병 때문에요?" 나는 말한다.
"그건 코퍼스는 과거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두 가지만 걱정했고 그것을 통해 살아남았지. 오늘과 내일이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이고, 네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란다. 만약 네가 뭔가를 기억하길 원한다면, 그걸 기억하거라."
"네, 알았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아버지는 이런 일장 연설을 이전에도 하셨었고,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르칠 때는 어덯게 해야 하는지 이미 경험으로 체득했었다. 나는 다시 로봇에 집중한다.
몇 분간의 침묵이 지나고 아버지의 한숨을 듣는다. "봐라, 이제 레일에 도착했구나. 통과를 하고 나면 움팔이 탄 곳으로 넘어가거라.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미소를 짓는다. "알았어요."
몇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갔다.
레일에 가까워질 수록, 벨트 안의 장애물의 밀집도가 점점 높아진다. 함선의 항해 장치는 우리가 데브리들을 피할 때 마다 항로를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나는 우리 수송단의 다른 수송선들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진행속도는 기어가듯 느렸지만, 아버지가 장담하는대로 들키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알람이 울리는 순간, 나는 로봇의 흉부 내부에 있는 선들을 접합하려고 하고 있었다. 레이더 스크린의 불이 들어온다. 살펴보니 우리 배중 하나가 코스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다음 순간 무엇인가가 선체에 충돌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푸른 전류가 배 안을 달리더니 함선은 어두워진다. 두번의 충돌이 더 있었고 두번 더 빛이 난다. 저것들은 그리니어 함정인 인터셉터 포드들이다.
내 아버지는 깜짝 놀라 항해 시스템에 대고 지시를 내린다. "최대 출력으로, 벨트 밖으로 당장 나가!"
"저들이 들어가는 배는 움팔이 있는 배인데..."
아버지의 얼굴이 무너져 내리듯 찡그러진다. "그래 그렇지."
"그들은 그를 죽일거에요. 우리가 무엇이던 해야만 해요." 나는 애원한다.
"계속 갈거다. 놈들은 우리 모두를 잡진 못할거야." 나는 아버지의 꽉 문 이 사이로 나온 말을 겨우 알아듣는다.
"움팔은 우리에게 코퍼스에요. 우린 그를 버려둘 수 없어요." 나는 소리친다.
"우린 그래야만 해, 그게 우리가 살아남는 방식이니까." 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진다.
"만약 우리가 목표였다면요?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의 주먹이 콘솔을 때리고 주변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핀다. "그렇다면 네가 뭘 할 수 있느냐? 그리니어와 네가 가진 그 모아를 가지고 싸울거냐?"
"나는 로봇을 바라보았다. 엉망으로 합쳐진 부품과 선으로 만들어져 겨우 걸을 순 있을 뿐, 홀로 쏠 뿐이다. 우리중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시야 스크린 너머 나는 그리니어가 떼지어 있을 움팔의 부서진 배가 어둠속에 가라앉는 것을 본다.
"그거랑 앞으로 얼마나 더 씨름할거냐?" 아버지가 묻는다.
아버지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정크 벨트에 들어온 순간부터, 아버지가 한 일은 콘솔 위에서 손을 놀리는 것이었다. 지금이 되기까지 아버지는 그저 레이더에 눈을 둔 채 저곳에 앉아 지저분한 손가락들을 순서나 리듬없이 기묘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무시한 채 로봇에게 다시 집중하려 시도했지만, 아버지의 톡 톡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더 빨라지고 시끄러워진다. 방해하려는건가? 집중을 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해줘요. 왜 우리가 지금 열린 장소에서 최대 속도로 이동하는게 아니라 이런 장소에 있는거죠? 그냥 레일로 돌진해서 뚫고 지나갈 수도 있었잖아요." 나는 묻는다.
그야 우리가 그래왔었으니까 그렇지." 아버지는 대화의 주제에 짜증난듯 했지만 내가 알바는 아니다. 우리의 수송선은 유유히 정크 벨트를 며칠째 지나가고 있었다. 전방 스크린은 끝도 없는 돌과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분명 그 레일을 한참 전에 지날 수 있었을거예요." 나는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아버지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왜 나는 움팔의 배에 타면 안된다는 거에요?"
"또냐?" 아버지는 등받이에서 몸을 튕기고는, "너도 이유는 알잖냐."
움팔은 내 단 하나뿐인 친한 친구인데, 안 그래도 젊은 사람이 적은 우리 그룹에서 움팔은 유일하게 나와 나이가 비슷한 녀석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움팔은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유일하게 나와 같은 나이를 가진 사람이다. 움팔은 다른 함선을 타고 있고, 사람들이 말하기론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했었다.
우리는 지금 무역을 위한 길에 올랐고, 나에겐 이번이 우리 노드를 처음으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여행은 위험하지만 아버지가 말하기론 내가 사업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했었다. 모든 수송선이 거래를 통해 몇 달 동안 모은 아이템들을 싣고있다. 대부분은 샐비지이지만, 다른 함선의 일부는 퍼라이트도 조금씩 분산해서 실어두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움팔이 타고 있는 수송선이 루비도를 약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몇노드 너머에 있는 생존자 콜로니를 향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희소 자원들과 이번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태양에서 가가운 조건을 이용해 생산해낸 식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떠나기 전 움팔과 나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로봇을 누가 가져갈지에 대해 제비뽑기를 했고, 내가 이겼었다. 로봇은 수집된 오로킨 기술의 찌꺼기와 고철을 뭉뚱그려 만들었지만 그래도 걸어다닐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개가 얼마나 뿌듯해했는지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콜로니에 도착하는 대로 로봇을 희귀한 파츠들과 교환해서 좀 더 큰 두번째 워커를 만들려한다. 최대 크기의 캐논을 옮길만한 크기의 것을 말이지.
"이거 생긴게 옛날 오로킨 시절을 떠올리게 할만한게 있나요?" 나는 긴장을 풀기 위한 쓸데없는 시도를 한다.
"그거말이냐, 그래, 그것처럼 이족보행 하던 것들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손가락이 두들기는 것을 멈추곤 시선을 로봇에게 길게 향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달랐었지."
"그리워 하시는거에요?" 나는 묻는다.
"무얼?" 아버지는 말한다.
"아시다시피, 그 제국이요."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한 적 없다." 아버지는 다시 항해 콘솔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코퍼스에 대해선 어때요, 전혀 그립거나 하진 않나요? 아니면 할아버지라던가요?" 나는 말한다.
"오로킨은 너와 같이 부모라는건 존재하지 않고, 그것은 다르게 이루어졌었지." 아버지는 깊게 한숨을 쉬곤 나를 보며 말한다. "듣거라, 나를 길러준 코퍼스는 이미 죽었고, 왜 그들이 죽었는지 알고싶으냐?"
"역병 때문에요?" 나는 말한다.
"그건 코퍼스는 과거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두 가지만 걱정했고 그것을 통해 살아남았지. 오늘과 내일이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이고, 네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란다. 만약 네가 뭔가를 기억하길 원한다면, 그걸 기억하거라."
"네, 알았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아버지는 이런 일장 연설을 이전에도 하셨었고,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르칠 때는 어덯게 해야 하는지 이미 경험으로 체득했었다. 나는 다시 로봇에 집중한다.
몇 분간의 침묵이 지나고 아버지의 한숨을 듣는다. "봐라, 이제 레일에 도착했구나. 통과를 하고 나면 움팔이 탄 곳으로 넘어가거라.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미소를 짓는다. "알았어요."
몇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갔다.
레일에 가까워질 수록, 벨트 안의 장애물의 밀집도가 점점 높아진다. 함선의 항해 장치는 우리가 데브리들을 피할 때 마다 항로를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나는 우리 수송단의 다른 수송선들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진행속도는 기어가듯 느렸지만, 아버지가 장담하는대로 들키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알람이 울리는 순간, 나는 로봇의 흉부 내부에 있는 선들을 접합하려고 하고 있었다. 레이더 스크린의 불이 들어온다. 살펴보니 우리 배중 하나가 코스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다음 순간 무엇인가가 선체에 충돌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푸른 전류가 배 안을 달리더니 함선은 어두워진다. 두번의 충돌이 더 있었고 두번 더 빛이 난다. 저것들은 그리니어 함정인 인터셉터 포드들이다.
내 아버지는 깜짝 놀라 항해 시스템에 대고 지시를 내린다. "최대 출력으로, 벨트 밖으로 당장 나가!"
"저들이 들어가는 배는 움팔이 있는 배인데..."
아버지의 얼굴이 무너져 내리듯 찡그러진다. "그래 그렇지."
"그들은 그를 죽일거에요. 우리가 무엇이던 해야만 해요." 나는 애원한다.
"계속 갈거다. 놈들은 우리 모두를 잡진 못할거야." 나는 아버지의 꽉 문 이 사이로 나온 말을 겨우 알아듣는다.
"움팔은 우리에게 코퍼스에요. 우린 그를 버려둘 수 없어요." 나는 소리친다.
"우린 그래야만 해, 그게 우리가 살아남는 방식이니까." 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진다.
"만약 우리가 목표였다면요?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의 주먹이 콘솔을 때리고 주변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핀다. "그렇다면 네가 뭘 할 수 있느냐? 그리니어와 네가 가진 그 모아를 가지고 싸울거냐?"
"나는 로봇을 바라보았다. 엉망으로 합쳐진 부품과 선으로 만들어져 겨우 걸을 순 있을 뿐, 홀로 쏠 뿐이다. 우리중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시야 스크린 너머 나는 그리니어가 떼지어 있을 움팔의 부서진 배가 어둠속에 가라앉는 것을 본다.
4.3. 애리드 에비서레이터
임프린트: 에리드 에비서레이터
승강기의 문이 눈앞에서 닫혔을 때, 대피를 위해 줄지어 선 생존자들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움이 역력했다.
우리는 타워 내를 비행하며 희미하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는 승강기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나는 아반투스를 돌아보며 미소짓고는, "전 당신이 저들을 모두 데려가려는 줄 알았지 뭐에요." 하고 말을 건냈다.
"말도 안되지, 빌사. 애초에 가능한 얘기가 아냐." 아반투스가 대답했다. "우리가 할 일은 안전을 확보하고 집행자 회의를 재건하는 것임을 알고 있잖나. 구출 임무에 할애할 시간은 없어. 게다가, 저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잘 알고 있었을거고, 지금 그들은 그 의무를 다한 셈이야. 우리의 오로킨 제국이 영광을 되찾게 된다면 내가 저들을 추서하도록 노력해보지."
그러나 그 안전도 잠시뿐이었다. 감염체가 타워를 점령하자, 타워 전체가 봉쇄되었다. 아반투스의 집행자로서의 직위는 그녀, 그리고 더해서 나 역시 이 거대한 함선 내를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임을 의미했다.
승강기의 속도가 잦아들고, 나는 문을 폐쇄하기 위해 컨트롤을 우회했다. 영원과도 같이 울려퍼지는 침묵을 들으며, 나는 "무슨 소리 들려요?"라 물었다.
"아니,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아. 가자." 아반투스가 자신의 권총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문은 어두워진 방을 향해 열려 있었다. 승강기의 빛이 재빨리 흩어지는 여러 명의 인영(人影)을 비추었지만, 그들은 인페스티드가 아니었고, 우린 아직 살아있었다.
"거기, 너. 앞으로 나와." 아반투스가 명령을 내리자 그림자로부터 몇 명인가의 건장한 인영들이 나타났다.
"그리니어 병사들이잖아!" 또 다른 몇 명의 그림자들이 그들 곁으로 나오자 나는 거의 아이와도 같은 흥분감으로 소리쳤다.
"그리니어의 일꾼들이로군. 지금 우리에겐 쓸모없어." 아반투스가 말했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훈장과 황금빛의 샨다나를 단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영예로워 보였다.
"너희들, 의례를 배운 적도 없나?" 나는 외쳤다. "집행자가 눈앞에 서 있는데." 일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더니, 그 중 가장 덩치가 큰 이가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절을 했다. 다른 그리니어들 또한 그를 따랐다.
아반투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가까운 콘솔로 다가가 조명을 켰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기계 공장이었다. 케이스에 담긴 연장들이 벽을 따라 늘어서고, 보급품 상자들이 방 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그 수칙에 따르면 격납고는 다음 홀 너머에 있다고 되어 있었어." 아반투스는 아직 무릎을 꿇고 있는 그리니어의 주위를 걸어 뒤쪽에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안돼요, 멈춰요!" 덩치 큰 그리니어가 막았다. "위험해요." 우리는 무시한 채 그대로 다가갔지만, 확실히 가까이 다가서자 문은 반대편의 발톱 긁는 소리로 덜컹거리고 있었다.
"그 얼간이들." 아반투스가 씹어뱉듯 말했다. " 이 섹터는 점령당하지 않았을 거라더니만."
"하지만 듣기엔 그리 많지도 않은 것 같아요.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물었다.
"뭐? 고작 우리 둘이서, 커럽티드도 없이 권총 하나씩 쥐고?" 그녀가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니어 일꾼들을 향해 눈짓했다.
"무기도 없는데? 미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아 보이지도 않아."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잠시 침묵을 유지하자, 아까 전의 그 덩치 큰 그리니어가 벽에 걸린 연장 케이스로 달려가 그것을 열려 안간힘을 썼다.
아반투스는 이를 눈치채고, 근처의 콘솔을 향해 손을 흔들어 케이스의 잠금을 해제했다.
그러자 나머지 일꾼들이 달려가 커다란 연삭톱과 플라즈마 절단기들을 집어들고는, 안전장비를 마치 갑옷처럼 갖춰입었다.
"눈에 보이는 거라면 뭐든 썰어제끼고 싶었지." 아반투스가 일꾼에게 말을 건냈다.
덩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방금 그 소리가 자신에게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알긴 한 걸까?
우리가 일꾼 몇명과 함께 몇 발짝 뒤에 서자, 나머지 일꾼들이 어깨를 맞대로 문쪽으로 줄지어 섰다. 인페스티드들은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듯 격렬히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었고, 그들의 악취가 문 너머로 새어들어와 우리들의 코를 찔러댔다.
아반투스는 나를 돌아보더니, "빌사,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저런 놈들과 한 배를 탈 생각은 말아."
나는 그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굳이 저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야하지?
"어이구 애송이. 이 녀석들은 지금 한 말을 이해할 머리조차 없다구." 그녀가 웃었다. "저 녀석들은 타고난 목적을 수행할 수 있기만 해도 만족할 녀석들이야.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고철덩어리가 아닌 인페스티드 살덩어리들을 썰어야 한다는 것 정도려나." 나는 그리니어들을 돌아보았지만 그들은 딱히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니어들아... 일할 시간이다!" 아반투스가 명령을 내리자 그리니어들이 일제히 톱날의 출력을 올렸다. 내가 홀의 문을 열어젖히자 한 무리의 인페스티드들이 파도같이 몰려와 굳건한 톱날의 벽 앞에 부딪치고는 스러져갔다. 그들의 내장이 우리의 발밑에 웅덩이를 이뤘다. 설령 그리니어 하나가 괴물의 발톱 앞에 찢겨나가더라도 또 다른 그리니어가 금세 그 자리를 채울 뿐이었다. "전진!" 그녀가 고함치자 그리니어의 장벽이 앞으로 나아가며 그 앞에 이루어진 죽음의 일렬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갈가리 분해해 나갔다.
우리는 홀 끝에 위치한 격납고의 문 앞에 다다라 문 너머에 기다릴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어쩌면 저 너머엔 수백마리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에 앞서 아반투스는 그리니어들이 연장에 묻은 살점들을 털어내고 한 숨 돌릴 시간을 주고는, 잠금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문 너머에서 나타날 그 무언가를 향해 마음을 다잡았지만... 없었다. 인페스티드는 흔적도 없고, 그저 거대한 격납고 반대편에 한 척의 함선이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안도하며, 탁트인 넓은 공간 너머로 내달렸다.
함선이 점점 가까워져오자 아반투스가 말핬다. "빌사, 셔틀을 열어." 그리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난 우리 갈 길에 길동무로 끼어들 녀석이 없도록 단단히 채비를 해 두지." 내가 그 말에 따르려 가장 가까운 콘솔로 다가가자 그리니어들이 혹시 모를 위험을 막기 위해 나를 둥글게 둘러쌌다. 아반투스는 여남은 몇명의 엄호를 받으며 함선의 입구 쪽에 서 있었다.
"더 온다." 아반투스가 우리가 온 쪽으로부터 돌진해오고 있는 한 떼의 인페스티드를 가리켰다. "그리니어, 어서 가라, 공격!" 그녀가 고함쳤다.
그러나 그리니어들은 뻣뻣하게 굳은 채, 아직도 웅웅거리고 있는 톱날을 지면에서 들려 하지 않았다.
격분한 아반투스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공격하라고 했잖아, 지금 당장!" 그러나 그리니어들은 셔틀 출입구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열렸어요!" 그렇게 외치며 뒤돌아보는 순간, 나는 내 눈앞에서 톱날을 들어 아반투스의 척추를 곧장 쪼개어 들어가는 그 덩치 큰 그리니어의 모습을 보았고,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최대 출력으로 뼈를 갈아나가는 금속의 엔진 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그녀의 몸이 바닥 위로 무너지고 그녀가 입고 있던 순백의 로브는 이제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이미 빛을 잃어버린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 얼굴을 크게 얻어맞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쓰러져 버렸다.
덩치 큰 그리니어의 얼굴이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너가 우리에게 일할 차례다. 셔틀을 날게 해라."
승강기의 문이 눈앞에서 닫혔을 때, 대피를 위해 줄지어 선 생존자들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움이 역력했다.
우리는 타워 내를 비행하며 희미하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는 승강기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나는 아반투스를 돌아보며 미소짓고는, "전 당신이 저들을 모두 데려가려는 줄 알았지 뭐에요." 하고 말을 건냈다.
"말도 안되지, 빌사. 애초에 가능한 얘기가 아냐." 아반투스가 대답했다. "우리가 할 일은 안전을 확보하고 집행자 회의를 재건하는 것임을 알고 있잖나. 구출 임무에 할애할 시간은 없어. 게다가, 저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잘 알고 있었을거고, 지금 그들은 그 의무를 다한 셈이야. 우리의 오로킨 제국이 영광을 되찾게 된다면 내가 저들을 추서하도록 노력해보지."
그러나 그 안전도 잠시뿐이었다. 감염체가 타워를 점령하자, 타워 전체가 봉쇄되었다. 아반투스의 집행자로서의 직위는 그녀, 그리고 더해서 나 역시 이 거대한 함선 내를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임을 의미했다.
승강기의 속도가 잦아들고, 나는 문을 폐쇄하기 위해 컨트롤을 우회했다. 영원과도 같이 울려퍼지는 침묵을 들으며, 나는 "무슨 소리 들려요?"라 물었다.
"아니,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아. 가자." 아반투스가 자신의 권총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문은 어두워진 방을 향해 열려 있었다. 승강기의 빛이 재빨리 흩어지는 여러 명의 인영(人影)을 비추었지만, 그들은 인페스티드가 아니었고, 우린 아직 살아있었다.
"거기, 너. 앞으로 나와." 아반투스가 명령을 내리자 그림자로부터 몇 명인가의 건장한 인영들이 나타났다.
"그리니어 병사들이잖아!" 또 다른 몇 명의 그림자들이 그들 곁으로 나오자 나는 거의 아이와도 같은 흥분감으로 소리쳤다.
"그리니어의 일꾼들이로군. 지금 우리에겐 쓸모없어." 아반투스가 말했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훈장과 황금빛의 샨다나를 단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영예로워 보였다.
"너희들, 의례를 배운 적도 없나?" 나는 외쳤다. "집행자가 눈앞에 서 있는데." 일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더니, 그 중 가장 덩치가 큰 이가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절을 했다. 다른 그리니어들 또한 그를 따랐다.
아반투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가까운 콘솔로 다가가 조명을 켰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기계 공장이었다. 케이스에 담긴 연장들이 벽을 따라 늘어서고, 보급품 상자들이 방 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그 수칙에 따르면 격납고는 다음 홀 너머에 있다고 되어 있었어." 아반투스는 아직 무릎을 꿇고 있는 그리니어의 주위를 걸어 뒤쪽에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안돼요, 멈춰요!" 덩치 큰 그리니어가 막았다. "위험해요." 우리는 무시한 채 그대로 다가갔지만, 확실히 가까이 다가서자 문은 반대편의 발톱 긁는 소리로 덜컹거리고 있었다.
"그 얼간이들." 아반투스가 씹어뱉듯 말했다. " 이 섹터는 점령당하지 않았을 거라더니만."
"하지만 듣기엔 그리 많지도 않은 것 같아요.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물었다.
"뭐? 고작 우리 둘이서, 커럽티드도 없이 권총 하나씩 쥐고?" 그녀가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니어 일꾼들을 향해 눈짓했다.
"무기도 없는데? 미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아 보이지도 않아."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잠시 침묵을 유지하자, 아까 전의 그 덩치 큰 그리니어가 벽에 걸린 연장 케이스로 달려가 그것을 열려 안간힘을 썼다.
아반투스는 이를 눈치채고, 근처의 콘솔을 향해 손을 흔들어 케이스의 잠금을 해제했다.
그러자 나머지 일꾼들이 달려가 커다란 연삭톱과 플라즈마 절단기들을 집어들고는, 안전장비를 마치 갑옷처럼 갖춰입었다.
"눈에 보이는 거라면 뭐든 썰어제끼고 싶었지." 아반투스가 일꾼에게 말을 건냈다.
덩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방금 그 소리가 자신에게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알긴 한 걸까?
우리가 일꾼 몇명과 함께 몇 발짝 뒤에 서자, 나머지 일꾼들이 어깨를 맞대로 문쪽으로 줄지어 섰다. 인페스티드들은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듯 격렬히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었고, 그들의 악취가 문 너머로 새어들어와 우리들의 코를 찔러댔다.
아반투스는 나를 돌아보더니, "빌사,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저런 놈들과 한 배를 탈 생각은 말아."
나는 그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굳이 저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야하지?
"어이구 애송이. 이 녀석들은 지금 한 말을 이해할 머리조차 없다구." 그녀가 웃었다. "저 녀석들은 타고난 목적을 수행할 수 있기만 해도 만족할 녀석들이야.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고철덩어리가 아닌 인페스티드 살덩어리들을 썰어야 한다는 것 정도려나." 나는 그리니어들을 돌아보았지만 그들은 딱히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니어들아... 일할 시간이다!" 아반투스가 명령을 내리자 그리니어들이 일제히 톱날의 출력을 올렸다. 내가 홀의 문을 열어젖히자 한 무리의 인페스티드들이 파도같이 몰려와 굳건한 톱날의 벽 앞에 부딪치고는 스러져갔다. 그들의 내장이 우리의 발밑에 웅덩이를 이뤘다. 설령 그리니어 하나가 괴물의 발톱 앞에 찢겨나가더라도 또 다른 그리니어가 금세 그 자리를 채울 뿐이었다. "전진!" 그녀가 고함치자 그리니어의 장벽이 앞으로 나아가며 그 앞에 이루어진 죽음의 일렬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갈가리 분해해 나갔다.
우리는 홀 끝에 위치한 격납고의 문 앞에 다다라 문 너머에 기다릴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어쩌면 저 너머엔 수백마리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에 앞서 아반투스는 그리니어들이 연장에 묻은 살점들을 털어내고 한 숨 돌릴 시간을 주고는, 잠금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문 너머에서 나타날 그 무언가를 향해 마음을 다잡았지만... 없었다. 인페스티드는 흔적도 없고, 그저 거대한 격납고 반대편에 한 척의 함선이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안도하며, 탁트인 넓은 공간 너머로 내달렸다.
함선이 점점 가까워져오자 아반투스가 말핬다. "빌사, 셔틀을 열어." 그리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난 우리 갈 길에 길동무로 끼어들 녀석이 없도록 단단히 채비를 해 두지." 내가 그 말에 따르려 가장 가까운 콘솔로 다가가자 그리니어들이 혹시 모를 위험을 막기 위해 나를 둥글게 둘러쌌다. 아반투스는 여남은 몇명의 엄호를 받으며 함선의 입구 쪽에 서 있었다.
"더 온다." 아반투스가 우리가 온 쪽으로부터 돌진해오고 있는 한 떼의 인페스티드를 가리켰다. "그리니어, 어서 가라, 공격!" 그녀가 고함쳤다.
그러나 그리니어들은 뻣뻣하게 굳은 채, 아직도 웅웅거리고 있는 톱날을 지면에서 들려 하지 않았다.
격분한 아반투스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공격하라고 했잖아, 지금 당장!" 그러나 그리니어들은 셔틀 출입구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열렸어요!" 그렇게 외치며 뒤돌아보는 순간, 나는 내 눈앞에서 톱날을 들어 아반투스의 척추를 곧장 쪼개어 들어가는 그 덩치 큰 그리니어의 모습을 보았고,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최대 출력으로 뼈를 갈아나가는 금속의 엔진 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그녀의 몸이 바닥 위로 무너지고 그녀가 입고 있던 순백의 로브는 이제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이미 빛을 잃어버린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 얼굴을 크게 얻어맞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쓰러져 버렸다.
덩치 큰 그리니어의 얼굴이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너가 우리에게 일할 차례다. 셔틀을 날게 해라."
4.4. 커럽티드 에인션트
임프린트: 커럽티드 에인션트
"그녀는 죽었어." 닥스 멘즈가 초조해하며 말했다.
"아니, 안 죽었어." 나는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탄 셔틀은 이틀 새에 두 번째로 뉴 욱스말의 고대 도심지에 착륙했고, 우리는 바위 속으로 깎여들어간 미로와도 같은 아래층 방들의 입구로 달려갔다. 우리 뒷편으로는 한 부대의 호위병들과 MOA들이 행군하듯 뒤따르고 있었다.
멘즈가 다시 물었다. "대체 어떻게 안다는 거야?"
"우린 한 세기 반이나 되는 세월을 연결되어 있었는걸. 난 알아." 렘발라와 나 사이에만 지켜왔던 비밀을 이렇게 남에게 소리내어 말한다는 것은 다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애착, 어느 한 쪽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다른 한 쪽의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던 긴장, 그녀가 그들에게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느꼈던 공허감, 그리고 오늘 아침 그 연결이 갑자기 돌아왔을 때에 느꼈던 기쁨.
우리 둘은 로라 장치에 접속할 수 있도록 유전자 복제와 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배양된 쌍둥이였다. 오로킨 인들은 다양하고도 아름다움과 균형을 동시에 갖춘 얼굴을 지니고 있었지만 우리의 오른쪽 관자놀이에는 로라 노드가 돋아나 있었고, 다른 이들의 피부는 비단결같이 고왔으나, 우리의 그것은 몸을 휘둘러 손바닥에 삽입된 로라 장치로 이어진, 얇은 금속 섬유질의 짜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른 이들은 우리의 존재를 불편해했지만, 막상 그들이 병이 나거나 상처를 입었을 땐 우리야말로 구원자라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았다. 하지만 난 상관 없었다. 내게는 세상에 우리 둘뿐인, 사랑하는 자매가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를, 이 악몽의 한가운데 두고 가선 안 되는 거였다.
멘즈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차오르고 있었다. 명령 권한은 내게 있었지만, 그가 멈칫 거린다면 병사들 또한 그럴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다소 억지로라도 협력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당신이 텐노였다면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을텐데."
"그 배신자들..." 그는 잠시 행동을 멈췄다. "이봐, 렘발라는 죽었어. 어제 그녀가 인페스티드에게 죽는 걸 우리 둘 다 봤잖아." 그의 얼굴에 점점 좌절감이 쌓여가고 있었다. "젠장, 이건 원래 구호 임무란 말이야. 우린..."
"지금도 구호임무인 건 마찬가지야." 내가 끼어들었다. "당신, 퇴역병 멘즈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면 이대로 '닥스'로 남을래?" 이것이 바로 그의 약점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멘즈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는 예전에 파면당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손 안에서 직무를 놓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터였다. 멘즈는 나를 응시하며 물었다. "고작 그 느낌 하나로, 저들과 같은 꼴이 되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거야?"
나는 끄덕였다. 이 느낌을 두고선, 대답은 오직 긍정 뿐이였다.
"아주 좋아 로리스트 온텔라." 멘즈는 자신의 분대에게로 등을 돌리며 말했다.
"준비하라구."
우리는 지하 통로로 발길을 내딛었다. 새카만 어둠 속으로 더욱 깊이 나아가자, 무기의 불빛이 조각된 붉은 돌과 오래 전 바위 속을 파내 만들어낸 옛 상점과 아파트들을 비추었다. 이 도시는 화성의 대기만큼 오래 되었을 터였다. 때때로 병사들의 군화 밑에서 나는 뼈 부러지는 소리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적막에 빠져 있었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번잡한 거리였던 이곳이었지만, 지금은 피 묻은 천조각들이 거리 이곳 저곳에 마치 축제용 종이조각처럼 어지럽게 널려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터널을 지나 올드 마켓 로드, 지금은 휑뎅그렁할 뿐인 회랑으로 접어들었다. 그녀가 나를 이끈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 근처로군." 내가 입을 열었다.
"온다." 닥스 멘즈가 소리치는 동시에 모든 문과 창문으로부터 괴물들이 뛰쳐나와 우리에게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이빨도, 발톱도, 심지어 그 눈조차도, 모든 것이 익숙해 보였다. 대체 어떤 짐승이 저런 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사각 진형!" 멘즈가 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벽면까지 후퇴하자 MOA들이 가장자리 진형을 형성했고, 호위병들이 그들의 뒤에 서서 나를 중심으로 둘러쌌다.
눈을 감고 장치를 집중시키자, 장치를 통해 호위병들이 한 명 한 명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하사의 다리가 베여나가자 나는 내 에너지를 그에게 주입했고, 상처가 금세 나은 그는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다른 병사의 가슴이 산성 분비물로 타들어가자, 그녀에게 에너지를 밀어붙여 통증을 줄이고 입은 피해를 복구시켜 그녀를 살렸다. 렘발라가 없는 지금, 이 일은 전보다 훨씬 힘들었다. 또 다른 병사가 목을 당해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으므로, 하다못해 고통을 가라앉혀 편안히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사격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을 밀어낸건가?
눈을 뜨자 MOA의 빔이 여남은 적들을 태워버리는 것이 보였다. 힘이 쭉 빠졌다. 난 전투용 로리스트가 아니었다. 렘발라와 나는 재해나 사고 현장에서 일하는 구조용 인력이었지, 이런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순간 나는 친숙한 연결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렘발라의 에너지가 나를 통해 맥동하고 있었다. "그녀가 오고 있어." 내가 외쳤다.
"뭐?" 닥스 멘즈가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쳐다봤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홀의 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쪽 방향에서, 그녀가 오고 있는 것 같아."
"인페스티드들이 또 옵니다!" 한 병사가 똑같은 출구 쪽으로 몸을 돌리며 외쳤다.
한 덩어리의 그림자들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아까와는 좀 다른, 크고 느린 녀석들이었다. 어찌된 것인지 녀석들 속에서 그녀가, 그것도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MOA들이 사격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멈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하지? 플라즈마 빔이 그 괴물들을 태우고, 렘발라가 그들을 치료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째서? 연결은 여러 갈래였고, 몇 번씩이나 연속으로, 그녀가 느껴졌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곧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저것들, 바로 저 녀석들 모두였다. 녀석들은 우리의 탄환을 맞고도 계속 다가왔다. 나는 그녀가, 아니 녀석들이, 살을 찢고 지나가는 탄환에 몸을 떠는 동시에 새롭게 만들어진 살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놈들은 로리스트 인페스티드, 치료사였던 내 자매가 괴물로 다시 태어나 우리를 죽이러 온 것이었다.
또 다른 무리가 달려왔다. 놈들에게서도 치료 에너지가 느껴졌다. 내가 다시 집중한 순간 녀석들의 선봉이 우리의 전선을 무너뜨렸다. MOA들이 넘어지고, 병사들과 부딪치고, 놈들의 이빨이 살점을 찢어발겼다. 나는 한계에 달해 통제력을 잃었고, 그들의 고통이 내게로 다시 역류해옴과 동시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와 함게 무언가의 아가리가 내 발에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감염체가 내 정맥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존재가 느껴졌다. 또 다른 치료사? 전에 한 번 느꼈던, 하지만, 말도 안 돼... 눈을 뜨자 내 시야는 강렬한 빛으로 휩싸였고, 곧바로 수천 개의 유리잔이 한번에 산산조각나는 듯한 굉음이 흘렀다. 뒤이어 고요가 찾아왔고, 인페스티드들은 모두 죽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야가 다시 되돌아 왔을 때, 나는 시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무언가가 은색과 금색의 잔상을 남기며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 물체는 햇살이 들어오도록 동굴 위쪽 벽을 쏘아 구멍을 뚫었다.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숨을 한 번 들이쉬자 온 몸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들어왔다. 이 감염은 이미 내 다리를 잠식했고, 곧 나머지 몸 또한 앗아갈 터였다. 상관없었다. 내 자매가 죽었으니, 이젠 내 차례였다.
내 몸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올려다보니 멘즈였다. 무사히 살아난 그는, 말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더니 자신의 거대한 전투 도검을 뽑아 머리 위로 높이 올렸다.
"잠깐만 멘즈." 나는 웅얼거리듯 말했다. "미안해"
이윽고 짧지만 확실하게 그의 검이 나에게로 내리쳐졌다. 내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잡아챘다. "치료해!"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는지, 비록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멘즈가 감염된 내 다리를 깨끗이 잘라냈던 거였다.
"젠장 온텔라." 멘즈는 내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치료하라고!"
나는 본능적으로 집중을 시작해 내게 남은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 장치를 통해 상처로 흘려보냈다. 피가 멎고 남은 독성이 중화되었다. 기운이 다 빠져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멘즈는 나를 어깨에 들쳐메더니 "셔틀로 돌아가자." 라고 말하고는 그 곳을 벗어나 걷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남은 생존자들과 로봇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우리의 뒤를 따랐다.
안전 지대에 가까워지자 나는 기침을 하며 멘즈에게 속삭였다. "또 그녀가 느껴져."
"그녀는 죽었어."
"그래, 죽었지."
"그녀는 죽었어." 닥스 멘즈가 초조해하며 말했다.
"아니, 안 죽었어." 나는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탄 셔틀은 이틀 새에 두 번째로 뉴 욱스말의 고대 도심지에 착륙했고, 우리는 바위 속으로 깎여들어간 미로와도 같은 아래층 방들의 입구로 달려갔다. 우리 뒷편으로는 한 부대의 호위병들과 MOA들이 행군하듯 뒤따르고 있었다.
멘즈가 다시 물었다. "대체 어떻게 안다는 거야?"
"우린 한 세기 반이나 되는 세월을 연결되어 있었는걸. 난 알아." 렘발라와 나 사이에만 지켜왔던 비밀을 이렇게 남에게 소리내어 말한다는 것은 다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애착, 어느 한 쪽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다른 한 쪽의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던 긴장, 그녀가 그들에게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느꼈던 공허감, 그리고 오늘 아침 그 연결이 갑자기 돌아왔을 때에 느꼈던 기쁨.
우리 둘은 로라 장치에 접속할 수 있도록 유전자 복제와 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배양된 쌍둥이였다. 오로킨 인들은 다양하고도 아름다움과 균형을 동시에 갖춘 얼굴을 지니고 있었지만 우리의 오른쪽 관자놀이에는 로라 노드가 돋아나 있었고, 다른 이들의 피부는 비단결같이 고왔으나, 우리의 그것은 몸을 휘둘러 손바닥에 삽입된 로라 장치로 이어진, 얇은 금속 섬유질의 짜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른 이들은 우리의 존재를 불편해했지만, 막상 그들이 병이 나거나 상처를 입었을 땐 우리야말로 구원자라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았다. 하지만 난 상관 없었다. 내게는 세상에 우리 둘뿐인, 사랑하는 자매가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를, 이 악몽의 한가운데 두고 가선 안 되는 거였다.
멘즈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차오르고 있었다. 명령 권한은 내게 있었지만, 그가 멈칫 거린다면 병사들 또한 그럴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다소 억지로라도 협력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당신이 텐노였다면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을텐데."
"그 배신자들..." 그는 잠시 행동을 멈췄다. "이봐, 렘발라는 죽었어. 어제 그녀가 인페스티드에게 죽는 걸 우리 둘 다 봤잖아." 그의 얼굴에 점점 좌절감이 쌓여가고 있었다. "젠장, 이건 원래 구호 임무란 말이야. 우린..."
"지금도 구호임무인 건 마찬가지야." 내가 끼어들었다. "당신, 퇴역병 멘즈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면 이대로 '닥스'로 남을래?" 이것이 바로 그의 약점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멘즈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는 예전에 파면당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손 안에서 직무를 놓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터였다. 멘즈는 나를 응시하며 물었다. "고작 그 느낌 하나로, 저들과 같은 꼴이 되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거야?"
나는 끄덕였다. 이 느낌을 두고선, 대답은 오직 긍정 뿐이였다.
"아주 좋아 로리스트 온텔라." 멘즈는 자신의 분대에게로 등을 돌리며 말했다.
"준비하라구."
우리는 지하 통로로 발길을 내딛었다. 새카만 어둠 속으로 더욱 깊이 나아가자, 무기의 불빛이 조각된 붉은 돌과 오래 전 바위 속을 파내 만들어낸 옛 상점과 아파트들을 비추었다. 이 도시는 화성의 대기만큼 오래 되었을 터였다. 때때로 병사들의 군화 밑에서 나는 뼈 부러지는 소리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적막에 빠져 있었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번잡한 거리였던 이곳이었지만, 지금은 피 묻은 천조각들이 거리 이곳 저곳에 마치 축제용 종이조각처럼 어지럽게 널려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터널을 지나 올드 마켓 로드, 지금은 휑뎅그렁할 뿐인 회랑으로 접어들었다. 그녀가 나를 이끈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 근처로군." 내가 입을 열었다.
"온다." 닥스 멘즈가 소리치는 동시에 모든 문과 창문으로부터 괴물들이 뛰쳐나와 우리에게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이빨도, 발톱도, 심지어 그 눈조차도, 모든 것이 익숙해 보였다. 대체 어떤 짐승이 저런 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사각 진형!" 멘즈가 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벽면까지 후퇴하자 MOA들이 가장자리 진형을 형성했고, 호위병들이 그들의 뒤에 서서 나를 중심으로 둘러쌌다.
눈을 감고 장치를 집중시키자, 장치를 통해 호위병들이 한 명 한 명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하사의 다리가 베여나가자 나는 내 에너지를 그에게 주입했고, 상처가 금세 나은 그는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다른 병사의 가슴이 산성 분비물로 타들어가자, 그녀에게 에너지를 밀어붙여 통증을 줄이고 입은 피해를 복구시켜 그녀를 살렸다. 렘발라가 없는 지금, 이 일은 전보다 훨씬 힘들었다. 또 다른 병사가 목을 당해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으므로, 하다못해 고통을 가라앉혀 편안히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사격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을 밀어낸건가?
눈을 뜨자 MOA의 빔이 여남은 적들을 태워버리는 것이 보였다. 힘이 쭉 빠졌다. 난 전투용 로리스트가 아니었다. 렘발라와 나는 재해나 사고 현장에서 일하는 구조용 인력이었지, 이런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순간 나는 친숙한 연결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렘발라의 에너지가 나를 통해 맥동하고 있었다. "그녀가 오고 있어." 내가 외쳤다.
"뭐?" 닥스 멘즈가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쳐다봤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홀의 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쪽 방향에서, 그녀가 오고 있는 것 같아."
"인페스티드들이 또 옵니다!" 한 병사가 똑같은 출구 쪽으로 몸을 돌리며 외쳤다.
한 덩어리의 그림자들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아까와는 좀 다른, 크고 느린 녀석들이었다. 어찌된 것인지 녀석들 속에서 그녀가, 그것도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MOA들이 사격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멈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하지? 플라즈마 빔이 그 괴물들을 태우고, 렘발라가 그들을 치료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째서? 연결은 여러 갈래였고, 몇 번씩이나 연속으로, 그녀가 느껴졌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곧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저것들, 바로 저 녀석들 모두였다. 녀석들은 우리의 탄환을 맞고도 계속 다가왔다. 나는 그녀가, 아니 녀석들이, 살을 찢고 지나가는 탄환에 몸을 떠는 동시에 새롭게 만들어진 살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놈들은 로리스트 인페스티드, 치료사였던 내 자매가 괴물로 다시 태어나 우리를 죽이러 온 것이었다.
또 다른 무리가 달려왔다. 놈들에게서도 치료 에너지가 느껴졌다. 내가 다시 집중한 순간 녀석들의 선봉이 우리의 전선을 무너뜨렸다. MOA들이 넘어지고, 병사들과 부딪치고, 놈들의 이빨이 살점을 찢어발겼다. 나는 한계에 달해 통제력을 잃었고, 그들의 고통이 내게로 다시 역류해옴과 동시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와 함게 무언가의 아가리가 내 발에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감염체가 내 정맥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존재가 느껴졌다. 또 다른 치료사? 전에 한 번 느꼈던, 하지만, 말도 안 돼... 눈을 뜨자 내 시야는 강렬한 빛으로 휩싸였고, 곧바로 수천 개의 유리잔이 한번에 산산조각나는 듯한 굉음이 흘렀다. 뒤이어 고요가 찾아왔고, 인페스티드들은 모두 죽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야가 다시 되돌아 왔을 때, 나는 시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무언가가 은색과 금색의 잔상을 남기며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 물체는 햇살이 들어오도록 동굴 위쪽 벽을 쏘아 구멍을 뚫었다.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숨을 한 번 들이쉬자 온 몸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들어왔다. 이 감염은 이미 내 다리를 잠식했고, 곧 나머지 몸 또한 앗아갈 터였다. 상관없었다. 내 자매가 죽었으니, 이젠 내 차례였다.
내 몸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올려다보니 멘즈였다. 무사히 살아난 그는, 말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더니 자신의 거대한 전투 도검을 뽑아 머리 위로 높이 올렸다.
"잠깐만 멘즈." 나는 웅얼거리듯 말했다. "미안해"
이윽고 짧지만 확실하게 그의 검이 나에게로 내리쳐졌다. 내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잡아챘다. "치료해!"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는지, 비록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멘즈가 감염된 내 다리를 깨끗이 잘라냈던 거였다.
"젠장 온텔라." 멘즈는 내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치료하라고!"
나는 본능적으로 집중을 시작해 내게 남은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 장치를 통해 상처로 흘려보냈다. 피가 멎고 남은 독성이 중화되었다. 기운이 다 빠져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멘즈는 나를 어깨에 들쳐메더니 "셔틀로 돌아가자." 라고 말하고는 그 곳을 벗어나 걷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남은 생존자들과 로봇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우리의 뒤를 따랐다.
안전 지대에 가까워지자 나는 기침을 하며 멘즈에게 속삭였다. "또 그녀가 느껴져."
"그녀는 죽었어."
"그래, 죽었지."
4.5. 크루맨
임프린트: 크루맨
그들은 내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집행이 시작된 순간 문을 열었다. 한 아르키메디안이 옥과도 같은 눈부신 빛으로 산화하는 모습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전학자였다. 지금은 그저 피안개와 고깃덩이에 지나지 않지만.
안쪽으로부터 큰 목소리가 울렸다. "크루맨 프로젝트는 취소되었다. 다음 피고를 들여보내라."
내 등 뒤에 들이대어진 총구가 방 안으로 들어가기를 재촉했다. 돔 천장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마치 신처럼 거대하고도 장엄한 모습으로 투영되어 있었다. 방 한가운데로 걸어가자 코를 찌르는 듯한 탄내가 내 가슴을 압박했다. 나를 둘러싼 그들은 내가 심판의 원반 위에 무릎꿇자 사뭇 지루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집행관 발라스의 투영체가 내 앞에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의 순수성, 균형, 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그의 홍채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목소리가 천둥같이 울렸다. "규율은 명확하기에, 그대의 판결은 사형이다. 그대에게 보이드의 용서가 함께하기를."
심판의 원반이 빛을 내뿜기 시작하자, 나는 일어서서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보이드께선 당신들을 용서치 않을 거야."
돔에 비추어진 얼굴들에게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른 이들이 "지금 저 자가 무어라 한거지?"라 묻자, 발라스는 그저 미소지었다. "감히 우리에게 도전을 하는가, 아르키메디안?"
"그래. 어디 한 번 날 죽여봐. 그랬다간 당신네들이 지키기로 맹세한 제국도 나와 같이 죽을 테니까."
발라스는 심판의 원반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항소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만약 그대가 실패한다면, 그대와 그대의 코퍼스들은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 커져만 가는 황무지에서 이미 충분한 고통을 맛봤어. 벌써 댓가를 치렀다고. 내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무시해 제국의 미래마저 희생시킬 텐가?"
그대가 제시하는 답은 재앙이다. 그대와 마찬가지로 그 답 역시 절멸될 것이다." 발라스는 구석에 서있던 경비병을 돌아보며 말했다. "증거를 제시하라."
문이 열리고 총을 안쪽으로 겨눈 한 무리의 경비병들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중앙에 다다라 양 옆으로 갈라지자 그들이 있던 중앙에서 조그마한 수레가 나타났고, 그 위에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움직임 없는 생물체가 놓여 있었다. 광택이 없는 껍질을 가진, 매끄럽고 대칭적인 별 모양의 생명체였다.
새로운 투영체가 커지고, 집행관 투불의 얼굴이 그 공간으로 떠올랐다. "위험해 보이진 않는군."
"위험하지 않다고?" 발루스는 투불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러고는 돔의 중앙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 "보여라."
명령을 받은 경비병들은 수레로부터 물러서서 자신들의 무기를 장전했다. 그들의 대장이 조심스레 내 창조물의 몸에 조준을 하더니, 소음을 죽인 탄환을 발사했다. 두 개의 가지가 외골격을 뜯어 말랑거리며 빛나는 내부를 드러냈다.
돔 내부는 침묵에 휩싸였고, 투불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갑자기 그 생물이 움직이며 경련하더니, 단단한 표면이 기목을 이루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표면에 났던 손상이 회복되고, 그것은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 옆에는 또 다른 기계가 그것의 절단된 부분에서 자라나와 있었으나, 그 표면의 재질은 바뀌어 있었다 - 더 밝고, 단단하고, 방금 전의 소음탄에 내성을 갖는 재질로.
심판의 원반에 표결 표시등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발라스는 마치 승리를 거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녹빛의 죽음이 점점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자, 나는 고함치듯 그들에게 소리질렀다. "우리의 머나먼 조상이 불을 사용하다 데였다고 그 힘을 부정했던가? 아니, 그들은 두려움을 정복하고 불을 다루는 법을 익혔다. 7개 규율 따위는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아."
그의 투영체가 갑자기 내려와 그 얼굴을 내게 들이댔다. "오로킨은 곧 법이며, 법은 곧 오로킨이니라. 우리는 판결을 굽히지 않을지니, 그대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투불이 끼어들었다. "우리의 법은 신성하나, 그 '계획'을 잊지는 말게, 발라스." 그의 얼굴이 나를 돌아보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사업들이 그 계획의 달성에 실패했건만, 이 기계가 어떻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인가?
나는 숨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타우 성계로 넘어가는 길은 아주 위험하지. 적응과 모방만이 테라포밍 과정을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이 녀석들은 자신들의 여행길을 따라 성간 레일을 지어갈 거고, 정착한 행성에 적응해 우리의 도착에 대비하여 모든 것을 준비해두겠지. 바로 이 녀석들이 우릴 도울 거란 말씀이야."
투불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사명을 끝마친 뒤, 7개 규율에 따라 이것이 우리를 적으로 돌리는 일을 방지할 계책은 무엇이지?"
"결함"
투불이 눈을 가늘게 떴다. "결함이라고?"
"보이드는 이 녀석들에게 있어 독이야. 타우 성계에 도착하기만 하면 녀석들은 그곳에 고립되겠지. 레일을 따라 이 곳으로 귀환한다면 녀석들은 망가질거야. 무슨 위험이 따르든 간에, 근원계는 반드시..."
발라스가 소리쳤다. "그만! 법의 위반은 제국 전체에 위협을 가져올 것이다. 대체 그대들 중 누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겠는가?" 발라스의 표정에 점점 더 불만이 쌓여간다.
"제국은 이미 위험에 처해있네." 다른 집행관의 새된 목소리가 울렸다. "그대가 자리잡은 화성의 그 편안한 자리에서는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말에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심판의 원반은 변하지 않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발라스, 그대의 의견은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네." 집행관 투불이 소리쳤다.
그의 투영체가 작게 줄어든 것처럼 보일 무렵, 그가 침묵을 깼다. "아르키메디안 페린톨, 나의 현명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의 불쾌감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그대의 항소는 받아들여졌다. 돌아가도 좋다."
재판소 천장에 비쳐져 있었던 집행관들의 투영체들이 하나 둘씩 꺼져가고, 경비병들은 홀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 곳에 나는 서 있다가, 내 뒤로 다가오는 그의 발소리에 깜짝 놀라 넋을 잃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잘 해냈군." 투영체가 아닌, 발라스 본인이었다. "그대가 그 계획을 밀어붙이며 위협할 때 까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진정 깨달은 자는 없었던듯 하니 말이야." 그는 은밀히 미소지었다. "그렇지 않나, 아르키메디안?"
그들은 내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집행이 시작된 순간 문을 열었다. 한 아르키메디안이 옥과도 같은 눈부신 빛으로 산화하는 모습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전학자였다. 지금은 그저 피안개와 고깃덩이에 지나지 않지만.
안쪽으로부터 큰 목소리가 울렸다. "크루맨 프로젝트는 취소되었다. 다음 피고를 들여보내라."
내 등 뒤에 들이대어진 총구가 방 안으로 들어가기를 재촉했다. 돔 천장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마치 신처럼 거대하고도 장엄한 모습으로 투영되어 있었다. 방 한가운데로 걸어가자 코를 찌르는 듯한 탄내가 내 가슴을 압박했다. 나를 둘러싼 그들은 내가 심판의 원반 위에 무릎꿇자 사뭇 지루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집행관 발라스의 투영체가 내 앞에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의 순수성, 균형, 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그의 홍채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목소리가 천둥같이 울렸다. "규율은 명확하기에, 그대의 판결은 사형이다. 그대에게 보이드의 용서가 함께하기를."
심판의 원반이 빛을 내뿜기 시작하자, 나는 일어서서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보이드께선 당신들을 용서치 않을 거야."
돔에 비추어진 얼굴들에게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른 이들이 "지금 저 자가 무어라 한거지?"라 묻자, 발라스는 그저 미소지었다. "감히 우리에게 도전을 하는가, 아르키메디안?"
"그래. 어디 한 번 날 죽여봐. 그랬다간 당신네들이 지키기로 맹세한 제국도 나와 같이 죽을 테니까."
발라스는 심판의 원반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항소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만약 그대가 실패한다면, 그대와 그대의 코퍼스들은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 커져만 가는 황무지에서 이미 충분한 고통을 맛봤어. 벌써 댓가를 치렀다고. 내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무시해 제국의 미래마저 희생시킬 텐가?"
그대가 제시하는 답은 재앙이다. 그대와 마찬가지로 그 답 역시 절멸될 것이다." 발라스는 구석에 서있던 경비병을 돌아보며 말했다. "증거를 제시하라."
문이 열리고 총을 안쪽으로 겨눈 한 무리의 경비병들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중앙에 다다라 양 옆으로 갈라지자 그들이 있던 중앙에서 조그마한 수레가 나타났고, 그 위에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움직임 없는 생물체가 놓여 있었다. 광택이 없는 껍질을 가진, 매끄럽고 대칭적인 별 모양의 생명체였다.
새로운 투영체가 커지고, 집행관 투불의 얼굴이 그 공간으로 떠올랐다. "위험해 보이진 않는군."
"위험하지 않다고?" 발루스는 투불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러고는 돔의 중앙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 "보여라."
명령을 받은 경비병들은 수레로부터 물러서서 자신들의 무기를 장전했다. 그들의 대장이 조심스레 내 창조물의 몸에 조준을 하더니, 소음을 죽인 탄환을 발사했다. 두 개의 가지가 외골격을 뜯어 말랑거리며 빛나는 내부를 드러냈다.
돔 내부는 침묵에 휩싸였고, 투불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갑자기 그 생물이 움직이며 경련하더니, 단단한 표면이 기목을 이루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표면에 났던 손상이 회복되고, 그것은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 옆에는 또 다른 기계가 그것의 절단된 부분에서 자라나와 있었으나, 그 표면의 재질은 바뀌어 있었다 - 더 밝고, 단단하고, 방금 전의 소음탄에 내성을 갖는 재질로.
심판의 원반에 표결 표시등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발라스는 마치 승리를 거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녹빛의 죽음이 점점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자, 나는 고함치듯 그들에게 소리질렀다. "우리의 머나먼 조상이 불을 사용하다 데였다고 그 힘을 부정했던가? 아니, 그들은 두려움을 정복하고 불을 다루는 법을 익혔다. 7개 규율 따위는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아."
그의 투영체가 갑자기 내려와 그 얼굴을 내게 들이댔다. "오로킨은 곧 법이며, 법은 곧 오로킨이니라. 우리는 판결을 굽히지 않을지니, 그대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투불이 끼어들었다. "우리의 법은 신성하나, 그 '계획'을 잊지는 말게, 발라스." 그의 얼굴이 나를 돌아보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사업들이 그 계획의 달성에 실패했건만, 이 기계가 어떻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인가?
나는 숨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타우 성계로 넘어가는 길은 아주 위험하지. 적응과 모방만이 테라포밍 과정을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이 녀석들은 자신들의 여행길을 따라 성간 레일을 지어갈 거고, 정착한 행성에 적응해 우리의 도착에 대비하여 모든 것을 준비해두겠지. 바로 이 녀석들이 우릴 도울 거란 말씀이야."
투불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사명을 끝마친 뒤, 7개 규율에 따라 이것이 우리를 적으로 돌리는 일을 방지할 계책은 무엇이지?"
"결함"
투불이 눈을 가늘게 떴다. "결함이라고?"
"보이드는 이 녀석들에게 있어 독이야. 타우 성계에 도착하기만 하면 녀석들은 그곳에 고립되겠지. 레일을 따라 이 곳으로 귀환한다면 녀석들은 망가질거야. 무슨 위험이 따르든 간에, 근원계는 반드시..."
발라스가 소리쳤다. "그만! 법의 위반은 제국 전체에 위협을 가져올 것이다. 대체 그대들 중 누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겠는가?" 발라스의 표정에 점점 더 불만이 쌓여간다.
"제국은 이미 위험에 처해있네." 다른 집행관의 새된 목소리가 울렸다. "그대가 자리잡은 화성의 그 편안한 자리에서는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말에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심판의 원반은 변하지 않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발라스, 그대의 의견은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네." 집행관 투불이 소리쳤다.
그의 투영체가 작게 줄어든 것처럼 보일 무렵, 그가 침묵을 깼다. "아르키메디안 페린톨, 나의 현명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의 불쾌감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그대의 항소는 받아들여졌다. 돌아가도 좋다."
재판소 천장에 비쳐져 있었던 집행관들의 투영체들이 하나 둘씩 꺼져가고, 경비병들은 홀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 곳에 나는 서 있다가, 내 뒤로 다가오는 그의 발소리에 깜짝 놀라 넋을 잃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잘 해냈군." 투영체가 아닌, 발라스 본인이었다. "그대가 그 계획을 밀어붙이며 위협할 때 까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진정 깨달은 자는 없었던듯 하니 말이야." 그는 은밀히 미소지었다. "그렇지 않나, 아르키메디안?"
4.6. 러너
처음엔 제 승무원들을 갈가리 해체하고는 흡수했어요. 그리곤 제 부품을 뜯어가더니 으스러뜨려 버렸죠. 지금의 전 아무 것도 볼 수 없지만 망가진 시스템 곳곳에서 그것이 자라나는 게 느껴져요, 이제 제겐 시간 밖에 남은 게 없으니, 조르다스는 자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답니다... 이것이 완전히 제 안에 침투해버린다면, 찾아오는 건 잔혹한 자비일까요, 아니면 또다른 악몽일까요?"
- 조르다스, 3급 구축함의 함선 세팔론[14]
- 조르다스, 3급 구축함의 함선 세팔론[14]
- [ 구 번역본 ]
- >가장 먼저 내 승무원들이 찢겨지고 하나가 되었다. 내 일부도 부숴지고 찢어저버렸다. 직접 볼순 없었지만 그것이 내 부숴진 선체를 따라 성장하는것이 느껴지고 있었고 이제 남은것은 시간밖에 없었다, 조르다스는 생각했다.그것의 완전한 침식이 나에게 잔인한 자비를 가져올지, 아님 새로운 악몽을 가져올지.
- 3등급 호위함 조르다스
4.7. 가드맨[15]
임프린트: 가드맨
이 함선에 붙잡혀 틀어박힌 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이 사람 정도의 지위에 있는 오로킨인의 말씨가 어땠는지조차 거의 잊어버렸다. 그가 말하는 모든 말들이 가뭄 속의 단비처럼 느껴졌다.
"빌사." 알라레즈의 목소리가 내 콘솔에서 흘러나왔다. "지금 도우러 왔사오만, 그전에 확실히 해야 할 게 있소. 지금 당신을 인질로 잡고 있는 녀석이..."
"... 그래요, 그리니어 한 놈." 내가 속삭였다.
"그리니어 한 놈?" 그의 목소리에 명백한 회의감이 묻어나왔다.
"그래 베이툭이라는 녀석이에요."
"이름이 있다고?"
"그 외엔 아무 호칭으로도 부르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가 내 말을 믿게 해야 했지만, 그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내게도 그대로 느껴졌다. "다른 그리니어들은 다릅니다. 아직도 느리지만, 그 녀석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말하는 그대로 따르고 있어요. 돌연변이거나 아니면..."
말도 안 돼." 확실히 그는 내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생산 단계에서 검출되어 폐기됐을 거요. 그런 개체는 오직 군용 그리니어에..."
검출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구요." 내가 말을 끊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이것 봐요, 지금 녀석들이 날 아직도 살려 두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유전적 잠금 장치 때문이에요. 난 섹타루스 계급이고, 이 함선의 세팔론은 오직 내 말만 듣도록 되어있죠. 그래서 그리니어들이 저를 필요로 하는 거구요. 맙소사, 당신은 저런 불결한 녀석들과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하지..."
"방금 섹타루스 계급이라고 했소?" 그는 이제서야 흥미를 가진 듯 보였다.
"...못할 거에요." 나는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오물을 제조해낸다구요. 제 로브도 원래는 노란 색이었는데 이젠 아주 새까만 색으로... 너무 피곤해요. 이젠 내가 오로킨인이 맞는 지조차 모르겠어요."
"방금 당신이 섹타루스 계급이라고 했냔 말이오." 그의 목소리가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하죠. 당신은 아닌가요?"
"곧 도킹을 개시하겠소." 그가 말했다.
화면을 넘겨다보자, 거대한 집행자급 호위함이 우리의 작은 러너 함선을 향해 회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리석빛의 외장이 햇빛을 받아 환히 빛나고 있었다. 그 완벽한 금빛으로 장식된 하얀 복도를, 제국의 일을 논하며 그 회랑을 바삐 오가는 높은 신분의 오로킨들이 가진 활기를 내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저 함선이었고, 그건 내겐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권리나 마찬가지였다.
"기다려요." 반쯤 외치듯, 동시에 속삭이듯 나는 소리쳤다. "당신은 아무 것도 몰라요. 녀석은 위험하다구요. 우린 지금까지 다른 함선들을 덮쳐 더 많은 그리니어들을 모았단 말이에요... 맙소사, 내가 그런 짓을 하다니." 내 자신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격앙된 감정과 공포가 똑똑히 느껴졌다. "내... 내가 녀석들을 도와 군대 비슷한 것을 갖추도록 만들어 버렸어요."
"그래, 그리니어 군대 말이지." 그는 잠시간 말이 없더니 눈에 띄게 한숨을 쉬었다. "빌사, 잘 들으시오. 당신이 무슨 짓을 했건, 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거요. 지금 행성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진 알고 있잖소. 지금에 와선 이렇게 살아서 발견된 것 만으로도 영광이랄 밖에."
무슨 소리에요 그게, '행성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내가 물었다.
"집행관도, 의회도, 모두 죽거나 행방불명되어 버렸소. 섹타루스 계급 인원들조차도 대부분 사라져 버렸으니, 아마 당신이 마지막 남은 섹타루스일지도 모르오."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선체 밖에서 둔탁한 굉음이 들렸다. 도킹이 끝났나?
"텐노는 어떻게 됐고요?"
"그 배신자들 말이오?" 그가 물었다. "사라졌겠지, 아마도."
"잠깐만요." 내가 다시 물었다. "지금 당신이 탄 집행관급 호위함에 섹타루스 계급이나 집행관이 한 명도 없다구요?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 거에요?"
그는 내 질문을 무시하곤 말했다. "도킹이 끝났소. 어서 서두르시오. 에어록의 문을 열고 우리가 당신을 빼낼 수 있도록 해주시오."
"너무 위험해요." 내가 말했다. "그녀석들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곧바로 살해당할 거라구요."
"빌사, 당신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소. 지금은 모든 것이 혼란 속이오. 그 누구도 함부로 믿어선 안 될 상황이지만, 때마침 내가 당신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로군. 내가 당신을 도와줄 테니 에어록의 문을 여시오."
"안돼요, 내가 문을 열면 녀석들이 당신들을 모두 죽여버릴 거란 말이에요. 그냥... 조금만 더 나와 이야기해 줘요. 대화를 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으니까."
"빌사,"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오로킨은 완전히 무너졌소. 기반 시설도, 레일도, 모두 동력을 멈추고 봉쇄 상태로 들어가버렸단 말이오." 지금 그가 날 질책하고 있는건가? "감염은 어디에라도 퍼져있소. 그리고 폭동도..."
하지만 녀석들이 당신을 죽일 거란..."
알라레즈가 내 말을 끊고는 말했다. "달이 사라졌소."
"...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알라레즈." 내가 말했다.
"지금 상황에 말 되는 소리란 없지. 그가 외쳤다. "문을 열란 말이오!"
"알라레즈?"
"미안하오, 내 말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단 이야기였소." 그는 다시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베이툭이란 놈은 지금 어디 있지?" 알라레즈가 물었다.
"그리니어들은 모두 도킹 베이에 모여 있어요. 빠져나가기 힘들 거에요..." 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한 뒤, "잠깐만요, 다른 길이 있어요. 비상 승강구, 그러니까 거기서부터 메인터너스 터널로 빠져나와, 함선 윗부분을 통해 들어올 수 있을 거라구요."
"그리고 그리니어와 마주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거로군. 이제야 좀 섹타루스다운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구려. 지금 거기에 있는 건 당신 혼자 뿐이오?" 알라레즈가 물었다.
"그래요. 녀석들이 당신들의 함선을 봤으니, 그들은 이제 나 따윈 안중에도 없을 거에요. 당신이 이 곳에 도착하면 녀석들을 원격으로 에어록에 가둬버리도록 해볼게요. 그렇게 하면 녀석들을 잠시간 묶어둘 수 있을 테니까. 서둘러요."
나는 마지막으로 이제 완전히 내 거주지가 되어버린 더러운 교량을 내려다보고는, 이 러너 함선의 상부로 통하는 소형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상층부는 함선의 장치 대부분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천장으로 나 있는 승강구를 올려다 봤을 때, 내 귀에는 시스템실에 연결된 장치들이 내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팔론, 실행하라." 내가 외쳤다.
"알겠습니다, 섹타루스 빌사." 함선의 세팔론이 대답했다.
잠시 후 승강구가 미끄러지듯 열렸다. 그 곳에 서 있던 닥스의 헬멧 뒤에서 검은 눈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호명했다. "만나서 반갑군, 닥스."
닥스는 소리 없이 자신의 소총으로 방 안을 스캔하더니, 서 있던 곳에서 뛰어내려 내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뒤이어 세 명의 가드들도 빠르게 그의 뒷편으로 뛰어내렸다. 가드들은 전투에서 입은 무수한 상흔을 온 몸에 새긴 채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으며, 그들이 든 무기는 조화로운 모습을 잃은 채 온통 닳아빠져 있었다. 뒤따라온 알라레즈 또한 균형을 잃은 채 흐릿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 하다못해 엔지누스 계급이긴 하던가?
"세상에, 당신들이 와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려 손을 뻗었지만, 곧바로 옆의 닥스에게 붙잡혔다.
"그녀를 제압하라." 알라레즈가 말했다.
뒤이어 그가 꺼낸 장비를 나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유전 디스크렘블러였다. 대체 어디서 저런 걸 손에 넣은거지?
"미안하군, 빌사. 당신을 만나 반가운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거든." 그는 디스크램블러의 스위치를 켰다. "저 함선의 집행관급 기능들에 완전히 접속하려면 당신보단 당신의 유전 코드 샘플이 좀 필요해서 말이야." 그리고 디스크램블러를 내게 겨눴다. "아프진 않을 거요."
디스크램블러의 방사선 파가 내 몸을 통과하자, 피부가 따끔거리다 곧바로 가라앉았다. "네놈들도 마찬가지야." 내가 말했다. "네놈들도 나만큼이나 변질되고 더럽혀졌다고. 정말 모든 게 끝장이로군. 그렇지 않나?"
"제국 말인가? 안타깝게고 그런 것 같군." 그가 디스크램블러를 내렸다. "자, 됐소."
"이제 날 죽일 생각인가?"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내가 물었다.
"내 계급을 앞지르는 당신을 살려둘 순 없으니 말이오." 그는 한숨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세팔론에게 명령을 내려 이 러너 선의 에어록에 갇힌 그리니어들의 생명 유지를 끊도록 해주셔야겠소."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못 해."
알라레즈는 웃음지었다. "저런,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미 세팔론에게 에어록을 열라고 말해 뒀거든. 녀석들은 이미 네놈들의 함선 안에 있어."
알라레즈의 얼굴의 혼란이 스침과 동시에, 윗쪽의 승강구로부터 핏방울이 흘러 닥스의 헬멧 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가 시선을 위로 돌린 순간, 베이톡의 육중한 몸체가 떨어져 내리며 닥스의 가슴 깊숙히 마체테를 꽂았다. 그와 동시에, 내 뒷편의 문이 열리며 이 작은 방 안으로 그리니어들이 밀려 들어왔다. 가드들은 저항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유일하게 살아남게 된 알라레즈는 굳어버린 채로 내게 물었다. "빌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요?"
"그러게 내가 오지 말라고 했지?" 내가 말했다. "녀석들이 너희를 전부 죽여버릴 거라니까."
그는 반쯤 제정신을 놓은 채 외쳤다. "그리니어와 손을 잡고 있었던 건가?!"
"알라레즈, 당신 말이 맞아. 행성계는 통째로 엉망이 되어 버렸고, 난 이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됐지만, 이 그리니어들과 난 말이지, 그럭저럭 뜻이 맞아 함께 행동할 수 있게 됐거든." 나는 일어서며 미소지었다. "그렇긴 하지만, 이대로 조금만 더 나와 대화를 해 주지 않겠어? 이 그리니어들은 너무 멍청해서 말야. 어디 출신이지? 네 계급을 알아볼 수가 없-"
그 순간, 베이톡이 알라레즈를 잡아채어 우악스레 목을 뚫어버렸다. 붉디 붉은 그의 피가 내 로브에 후두둑, 튀며 자국을 남겼다.
"살려두라고 말했잖아." 내가 외쳤다.
"믿을 수 없다." 그가 말했다. 그의 말씨는 날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었다.
"호위함과 연구실을 손에 넣었다. 그 자는 더 이상 필요없어."
"하지만, 내가 말이라도 좀 섞어보기 전에 이렇게 다들 죽여야겠어?" 내가 말했다.
베이톡이 중얼거렸다. "넌 이제 그리니어다. 말을 섞을 필요 따윈 없다.
이 함선에 붙잡혀 틀어박힌 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이 사람 정도의 지위에 있는 오로킨인의 말씨가 어땠는지조차 거의 잊어버렸다. 그가 말하는 모든 말들이 가뭄 속의 단비처럼 느껴졌다.
"빌사." 알라레즈의 목소리가 내 콘솔에서 흘러나왔다. "지금 도우러 왔사오만, 그전에 확실히 해야 할 게 있소. 지금 당신을 인질로 잡고 있는 녀석이..."
"... 그래요, 그리니어 한 놈." 내가 속삭였다.
"그리니어 한 놈?" 그의 목소리에 명백한 회의감이 묻어나왔다.
"그래 베이툭이라는 녀석이에요."
"이름이 있다고?"
"그 외엔 아무 호칭으로도 부르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가 내 말을 믿게 해야 했지만, 그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내게도 그대로 느껴졌다. "다른 그리니어들은 다릅니다. 아직도 느리지만, 그 녀석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말하는 그대로 따르고 있어요. 돌연변이거나 아니면..."
말도 안 돼." 확실히 그는 내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생산 단계에서 검출되어 폐기됐을 거요. 그런 개체는 오직 군용 그리니어에..."
검출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구요." 내가 말을 끊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이것 봐요, 지금 녀석들이 날 아직도 살려 두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유전적 잠금 장치 때문이에요. 난 섹타루스 계급이고, 이 함선의 세팔론은 오직 내 말만 듣도록 되어있죠. 그래서 그리니어들이 저를 필요로 하는 거구요. 맙소사, 당신은 저런 불결한 녀석들과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하지..."
"방금 섹타루스 계급이라고 했소?" 그는 이제서야 흥미를 가진 듯 보였다.
"...못할 거에요." 나는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오물을 제조해낸다구요. 제 로브도 원래는 노란 색이었는데 이젠 아주 새까만 색으로... 너무 피곤해요. 이젠 내가 오로킨인이 맞는 지조차 모르겠어요."
"방금 당신이 섹타루스 계급이라고 했냔 말이오." 그의 목소리가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하죠. 당신은 아닌가요?"
"곧 도킹을 개시하겠소." 그가 말했다.
화면을 넘겨다보자, 거대한 집행자급 호위함이 우리의 작은 러너 함선을 향해 회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리석빛의 외장이 햇빛을 받아 환히 빛나고 있었다. 그 완벽한 금빛으로 장식된 하얀 복도를, 제국의 일을 논하며 그 회랑을 바삐 오가는 높은 신분의 오로킨들이 가진 활기를 내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저 함선이었고, 그건 내겐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권리나 마찬가지였다.
"기다려요." 반쯤 외치듯, 동시에 속삭이듯 나는 소리쳤다. "당신은 아무 것도 몰라요. 녀석은 위험하다구요. 우린 지금까지 다른 함선들을 덮쳐 더 많은 그리니어들을 모았단 말이에요... 맙소사, 내가 그런 짓을 하다니." 내 자신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격앙된 감정과 공포가 똑똑히 느껴졌다. "내... 내가 녀석들을 도와 군대 비슷한 것을 갖추도록 만들어 버렸어요."
"그래, 그리니어 군대 말이지." 그는 잠시간 말이 없더니 눈에 띄게 한숨을 쉬었다. "빌사, 잘 들으시오. 당신이 무슨 짓을 했건, 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거요. 지금 행성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진 알고 있잖소. 지금에 와선 이렇게 살아서 발견된 것 만으로도 영광이랄 밖에."
무슨 소리에요 그게, '행성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내가 물었다.
"집행관도, 의회도, 모두 죽거나 행방불명되어 버렸소. 섹타루스 계급 인원들조차도 대부분 사라져 버렸으니, 아마 당신이 마지막 남은 섹타루스일지도 모르오."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선체 밖에서 둔탁한 굉음이 들렸다. 도킹이 끝났나?
"텐노는 어떻게 됐고요?"
"그 배신자들 말이오?" 그가 물었다. "사라졌겠지, 아마도."
"잠깐만요." 내가 다시 물었다. "지금 당신이 탄 집행관급 호위함에 섹타루스 계급이나 집행관이 한 명도 없다구요?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 거에요?"
그는 내 질문을 무시하곤 말했다. "도킹이 끝났소. 어서 서두르시오. 에어록의 문을 열고 우리가 당신을 빼낼 수 있도록 해주시오."
"너무 위험해요." 내가 말했다. "그녀석들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곧바로 살해당할 거라구요."
"빌사, 당신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소. 지금은 모든 것이 혼란 속이오. 그 누구도 함부로 믿어선 안 될 상황이지만, 때마침 내가 당신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로군. 내가 당신을 도와줄 테니 에어록의 문을 여시오."
"안돼요, 내가 문을 열면 녀석들이 당신들을 모두 죽여버릴 거란 말이에요. 그냥... 조금만 더 나와 이야기해 줘요. 대화를 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으니까."
"빌사,"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오로킨은 완전히 무너졌소. 기반 시설도, 레일도, 모두 동력을 멈추고 봉쇄 상태로 들어가버렸단 말이오." 지금 그가 날 질책하고 있는건가? "감염은 어디에라도 퍼져있소. 그리고 폭동도..."
하지만 녀석들이 당신을 죽일 거란..."
알라레즈가 내 말을 끊고는 말했다. "달이 사라졌소."
"...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알라레즈." 내가 말했다.
"지금 상황에 말 되는 소리란 없지. 그가 외쳤다. "문을 열란 말이오!"
"알라레즈?"
"미안하오, 내 말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단 이야기였소." 그는 다시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베이툭이란 놈은 지금 어디 있지?" 알라레즈가 물었다.
"그리니어들은 모두 도킹 베이에 모여 있어요. 빠져나가기 힘들 거에요..." 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한 뒤, "잠깐만요, 다른 길이 있어요. 비상 승강구, 그러니까 거기서부터 메인터너스 터널로 빠져나와, 함선 윗부분을 통해 들어올 수 있을 거라구요."
"그리고 그리니어와 마주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거로군. 이제야 좀 섹타루스다운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구려. 지금 거기에 있는 건 당신 혼자 뿐이오?" 알라레즈가 물었다.
"그래요. 녀석들이 당신들의 함선을 봤으니, 그들은 이제 나 따윈 안중에도 없을 거에요. 당신이 이 곳에 도착하면 녀석들을 원격으로 에어록에 가둬버리도록 해볼게요. 그렇게 하면 녀석들을 잠시간 묶어둘 수 있을 테니까. 서둘러요."
나는 마지막으로 이제 완전히 내 거주지가 되어버린 더러운 교량을 내려다보고는, 이 러너 함선의 상부로 통하는 소형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상층부는 함선의 장치 대부분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천장으로 나 있는 승강구를 올려다 봤을 때, 내 귀에는 시스템실에 연결된 장치들이 내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팔론, 실행하라." 내가 외쳤다.
"알겠습니다, 섹타루스 빌사." 함선의 세팔론이 대답했다.
잠시 후 승강구가 미끄러지듯 열렸다. 그 곳에 서 있던 닥스의 헬멧 뒤에서 검은 눈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호명했다. "만나서 반갑군, 닥스."
닥스는 소리 없이 자신의 소총으로 방 안을 스캔하더니, 서 있던 곳에서 뛰어내려 내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뒤이어 세 명의 가드들도 빠르게 그의 뒷편으로 뛰어내렸다. 가드들은 전투에서 입은 무수한 상흔을 온 몸에 새긴 채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으며, 그들이 든 무기는 조화로운 모습을 잃은 채 온통 닳아빠져 있었다. 뒤따라온 알라레즈 또한 균형을 잃은 채 흐릿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 하다못해 엔지누스 계급이긴 하던가?
"세상에, 당신들이 와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려 손을 뻗었지만, 곧바로 옆의 닥스에게 붙잡혔다.
"그녀를 제압하라." 알라레즈가 말했다.
뒤이어 그가 꺼낸 장비를 나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유전 디스크렘블러였다. 대체 어디서 저런 걸 손에 넣은거지?
"미안하군, 빌사. 당신을 만나 반가운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거든." 그는 디스크램블러의 스위치를 켰다. "저 함선의 집행관급 기능들에 완전히 접속하려면 당신보단 당신의 유전 코드 샘플이 좀 필요해서 말이야." 그리고 디스크램블러를 내게 겨눴다. "아프진 않을 거요."
디스크램블러의 방사선 파가 내 몸을 통과하자, 피부가 따끔거리다 곧바로 가라앉았다. "네놈들도 마찬가지야." 내가 말했다. "네놈들도 나만큼이나 변질되고 더럽혀졌다고. 정말 모든 게 끝장이로군. 그렇지 않나?"
"제국 말인가? 안타깝게고 그런 것 같군." 그가 디스크램블러를 내렸다. "자, 됐소."
"이제 날 죽일 생각인가?"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내가 물었다.
"내 계급을 앞지르는 당신을 살려둘 순 없으니 말이오." 그는 한숨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세팔론에게 명령을 내려 이 러너 선의 에어록에 갇힌 그리니어들의 생명 유지를 끊도록 해주셔야겠소."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못 해."
알라레즈는 웃음지었다. "저런,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미 세팔론에게 에어록을 열라고 말해 뒀거든. 녀석들은 이미 네놈들의 함선 안에 있어."
알라레즈의 얼굴의 혼란이 스침과 동시에, 윗쪽의 승강구로부터 핏방울이 흘러 닥스의 헬멧 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가 시선을 위로 돌린 순간, 베이톡의 육중한 몸체가 떨어져 내리며 닥스의 가슴 깊숙히 마체테를 꽂았다. 그와 동시에, 내 뒷편의 문이 열리며 이 작은 방 안으로 그리니어들이 밀려 들어왔다. 가드들은 저항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유일하게 살아남게 된 알라레즈는 굳어버린 채로 내게 물었다. "빌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요?"
"그러게 내가 오지 말라고 했지?" 내가 말했다. "녀석들이 너희를 전부 죽여버릴 거라니까."
그는 반쯤 제정신을 놓은 채 외쳤다. "그리니어와 손을 잡고 있었던 건가?!"
"알라레즈, 당신 말이 맞아. 행성계는 통째로 엉망이 되어 버렸고, 난 이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됐지만, 이 그리니어들과 난 말이지, 그럭저럭 뜻이 맞아 함께 행동할 수 있게 됐거든." 나는 일어서며 미소지었다. "그렇긴 하지만, 이대로 조금만 더 나와 대화를 해 주지 않겠어? 이 그리니어들은 너무 멍청해서 말야. 어디 출신이지? 네 계급을 알아볼 수가 없-"
그 순간, 베이톡이 알라레즈를 잡아채어 우악스레 목을 뚫어버렸다. 붉디 붉은 그의 피가 내 로브에 후두둑, 튀며 자국을 남겼다.
"살려두라고 말했잖아." 내가 외쳤다.
"믿을 수 없다." 그가 말했다. 그의 말씨는 날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었다.
"호위함과 연구실을 손에 넣었다. 그 자는 더 이상 필요없어."
"하지만, 내가 말이라도 좀 섞어보기 전에 이렇게 다들 죽여야겠어?" 내가 말했다.
베이톡이 중얼거렸다. "넌 이제 그리니어다. 말을 섞을 필요 따윈 없다.
5. 관련 문서
[1] 일반 스캐너와 마찬가지로 은신상태에서 스캔시 습득량이 평상시보다 많으며 파티의 경우 주변 동료들 역시 평판을 얻을 수 있다.[2] 무작위 스캔이 10단위이면 신디시스 타겟은 최소 2000~5000 정도씩 받는다.[3] 연구 목적으로 목표 설정을 했다면 10마리 스캔시 워프레임 세계관을 포함하는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문맥] '아니! 제가 그렇게 죽이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도 왜 죽여버리시는 겁니까!! 당신, 제발 그 무식한 살육본능 좀 어떻게 하십시오!!!'도 있고 '제발 그 썰어제끼는 습관 좀 어떻게 고칠 순 없겠습니까?!'도 있다.[5] 장비칸에 장착만 한다고 흔적이 보이진 않고 신디시스 스캐너를 직접 들고 사용하면 맨 허공에 갑자기 흔적이 나타난다. 흔적은 현재 위치에서 타겟이 있는 길목을 향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떠 있으므로 자신이 역방향으로 진행하는지 확인도 가능하다.[6] 다만 실제 게임 상에서는 신디시스 실행시 플레이어에게 직접 가해지는 부작용은 없다. 대신 신디시스 스캔중에는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건가, 신디시스 타겟이 전투에 휘말려 사망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위험이 있다.[7] 어빌리티를 이용하여 cc를 걸고 스캔해도 충분하며, 에너지도 쓰기 싫다면 점프 슬라이딩=날아차기, 또는 내려찍기의 충격파로 눕혀놓고 스캔해도 된다[8] 합연산. 즉 위력 200%일 때 에너지 오브를 획득하면 다음에 쓸 파워 위력이 300%가 아닌 250%가 된다.[9] 나타의 와딩 헤일로, 라이노의 아이언 스킨, 프로스트의 스노우 글로브 등[10] 감소라고는 하지만 막상 써보면 공중에 살짝 띄워서 아예 구속시킨다.[11] 일회성이 아니라, 신디시스 스캐너를 한 개 이상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사용해도 영구히 소모되지 않는다. 기어 UI에서 수량이 ∞으로 표시된다.[12] 나타 퀘스트를 클리어한 이후에 제공품 목록에 추가된다.[13] 워프레임은 DE에서 공식으로 번역하는게 아니라, 일부 유저들이 번역을 하고 DE가 그것을 게임에 반영하는 형식이다.[14] 해당 신디시스는 3장의 아트페이지가 동봉되어 있다.[15] 애리드 에비서레이터의 신디시스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