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4 13:07:46

가스파르 카드루스

1. 개요2. 작중행적
2.1. 루이 당테스의 비극을 막지 못하다2.2. 루이 당테스의 마지막을 배웅하다2.3. 소시민의 삶2.4. 타락2.5. 최후
3. 기타

1. 개요

Gaspard Caderousse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가 뒤집어 쓴 누명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원수는 아니나, 그것을 지켜보았던 목격자.

2. 작중행적

2.1. 루이 당테스의 비극을 막지 못하다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와 같은 건물에 살던 이웃이자 재단사다. 그러나 돈을 지나치게 밝히면서도 낭비가 심한 등, 행실이 썩 좋지 않아 에드몽은 그를 기피했고, 카드루스도 매사에 올곧은 청년인 당테스가 껄끄러워서인지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페르낭 몽데고당글라르가 술자리에서 당테스에게 누명을 씌울 모략을 꾸미고 있을 때 그 자리에 있었으며, 친구들끼리 이래서는 안 된다고 올바른 의견을 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반대였던 데다 술에 심하게 취해 결국 이를 막지는 못했다. 사실 당글라르가 쓴 밀고서는 분명히 쓰자마자 장난이었다고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세 사람이 술자리에서 일어선 후 페르낭이 그 편지를 주워 다시 펴서 헌병대에 고발했다.[1] 카드루스는 페르낭이 편지를 주워가는 것은 보았지만 고발까지 한 줄은 몰랐고, "어, 저 녀석 그 고발장인가 뭔가 하는 걸 주워서 헌병대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하던 것을 당글라르가 "무슨 말이야, 그냥 쓰레기를 주워서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자네가 잘못 본 거야."라고 둘러대자 너무 취해서 그대로 믿어버린 것. 그렇게 카드루스는 다음날 술이 깬 뒤에는 그 때 있었던 일을 말끔히 잊었으나, 당테스와 메르세데스의 결혼식장에 헌병들이 나타나 당테스를 체포하는 광경을 목격하고서야 전날의 일을 기억해낸다.

이에 당황한 그는 처음에는 경찰에 찾아가 호소하려 하지만 당테스와 한 패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당글라르의 협박에 그냥 입을 다물고 만다. 나중에 탈옥 후 변장하고 찾아온 당테스에게 털어놓기를 당시는 워낙 정치 바람이 거셌던 시기여서 겁이 났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딱 소시민형 인물상. 이후 한 말을 볼 때 당테스가 그냥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2. 루이 당테스의 마지막을 배웅하다

에드몽 당테스가 체포된 이후 가스파르 카드루스는 에드몽 당테스가 감옥에서 그대로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피에르 모렐, 메르세데스와 함께 책임감을 느껴 그의 아버지, 루이 당테스의 마지막을 보살폈으며 그의 장례식에도 참석했지만 무덤까지 관리해주지는 못했다.

2.3. 소시민의 삶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다른 원수들이 모두 출세하여 귀족 작위를 얻어 잘 나갈 때, 가스파르 카드루스는 초라한 여관을 운영하며 궁상맞게 살고 있었다. 매우 세속적인 인물로, 권력에 눌리고 이익만을 쫓아 살아간 전형적인 소시민이었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있어서, 터무니없는 죄를 덮어 씌워 에드몽을 파멸로 몰아간 인물들은 다 떵떵거리고 살아가는데 착한 에드몽 당테스는 감옥에서 죽어버렸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과거 에드몽의 아버지인 루이 당테스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만 봐도 당글라르, 페르낭 몽데고처럼 파렴치한 악당은 확실히 아니다.

이후 카르콩트 카드루스를 만나 결혼해서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아왔으나 이마저도 삶이 점점 궁핍해져서 가난한 처지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카르콩트와의 사이에 자녀는 없었는데, 아이를 키울 만한 생활 형편이 안 되면 안 낳기도 하는 현대와 달리 당시는 아이도 일종의 일손으로 생각해 가난하든 부유하든 일단 결혼을 하면 가능한 한 많이 아이를 낳는 시대였던 만큼 안 가진 것이 아니라 못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내 카르콩트가 병약해 자주 아프다는 언급이 많이 있기도 했고.

이후 부조니 신부로 변장한 백작이 찾아왔을 때 그가 물어본 질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며 루이 당테스의 죽음과 메르세데스의 결혼을 이야기해준다. 이때 루이 당테스의 최후를 듣고 부조니 신부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 슬퍼하는 동시에 격노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시민이었기 때문에 귀족에 검사였던 제라르 드 빌포르에 관한 얘기만은 알지 못했다.[2] 다른 원수인 당글라르와 페르낭과는 같은 고향 출신인데다 함께 술자리도 할 정도의 친분은 있었지만, 빌포르와는 애초에 전혀 모르는 사이였으니 대충 소문만 들은 것이다.

그래도 부조니 신부, 즉 백작은 카드루스에 대해서는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해 그를 용서하기로 마음먹고[3] 정보료 삼아 다이아몬드를 넘겨준다. 이 다이아몬드는 약 5만 프랑의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가난한 카드루스 부부라도 잘 팔면 한몫 잡아 여생을 편히 보내기에는 충분한 보물이었다.[4]

2.4. 타락

그러나 갑자기 분에 맞지 않는 큰돈을 얻은 것이 화가 되었는지, 탐욕에 물들어 타락하여 다이아몬드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살해하여 감옥에 들어간다.

엄밀히 말하자면 타락의 시작점은 막장스러운 아내 카르콩트 때문이었다. 다이아몬드를 보석상에게 팔아넘긴 후 카르콩트가 남편에게 '보석상을 죽이고 다이아몬드와 돈을 모두 챙기자'고 꼬드기는데, 처음 가스파르 카드루스는 하느님이 노하실 일이라며 아내를 꾸짖었지만 바로 그 때 보석상이 궂은 날씨 때문에 여관으로 다시 돌아오자 카르콩트는 보석상의 총을 몰래 빼앗아[5] 그 총으로 보석상을 살해하고 다이아몬드를 다시 뺏으려다가 보석상의 권총에 맞아 죽고 말았다.[6]

그러나 돈과 다이아몬드를 둘 다 들고 외국으로 도망쳤다가, 결국 붙잡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툴롱 감옥에 수감되면서 그의 타락은 본격화된다. 이때 같은 감옥의 죄수로서 베네데토와 아는 사이가 된다. 나중에 탈옥수라는 게 들통나 도피하게 된 베네데토가 카드루스로부터 배운 변장 수법이나 범죄자들 사이의 암호를 떠올리는 걸 보면 이 시기 다른 범죄자들과 어울리면서 여러 범죄 수법을 익히고 더욱 타락한 듯하다. 백작은 그래도 카드루스가 아버지의 마지막을 돌봐준게 고마워서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했는지, 베네데토와 함께 탈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아주 부유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개심만 하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만한 규모의 연금을 보장해주려 했지만...

이후에는 완전히 범죄자로 전락[7]하여 베네데토와 작당하여 백작의 집을 털려고까지 한다.

2.5. 최후

하지만 백작은 이를 미리 알아챘고[8], 부조니 신부로 변장해 카드루스를 제압하고 훈계한다. 그러나 카드루스는 풀려나 도망치던 도중 본래부터 그를 죽일 생각이었던 베네데토의 칼에 찔려 치명상을 입고 만다.

마지막 순간에는 부조니 신부에게 거두어져 베네데토를 범인으로 지목한 후, 에드몽 당테스는 죽고 다른 놈들보다 상대적으로 별로 나쁘지 않은 자신은 이 꼴이 되었다며 하느님을 부정하고 원망한다. 그러나 죽기 직전 부조니 신부가 정체를 밝혀 백작=에드몽 당테스라는 것을 알아챈 다음에는 경악하여 늦게나마 하느님께 자기 자신의 죄를 참회하면서 빌다가 죽음을 맞는다.[9][10]
  • 더 정확히는 카드루스는 "베네데토가 자신을 찔러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부조니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날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걸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고) 가만히 죽도록 내버려두다니, 무슨 신부가 그러냐"라고 원망하면서 다른 놈들보다 별로 나쁘지 않은 자신은 이렇게 비참하게 죽는데 훨씬 더 나쁜 짓을 한 놈들은 떵떵거리고 살아가니 하느님의 심판 따위는 없다며 주절거렸다. 하지만 부조니 신부가 정체(에드몽 당테스)를 드러내자 <죄가 없는 에드몽 당테스는 살아있고, 과거 죄를 지은 자들은 복수를 당할 것이다> 라는 것을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신의 섭리에 의해 심판이 이루어질 것이다> 라고 받아들여 참회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부분에서 다른 세 원수와는 달리 카드루스에 대해서는 백작(에드몽 당테스)이 직접 복수하여 파멸시킨 것이 아니라 카드루스가 자신의 안위를 염려하여 당테스를 구해주지 않은 것처럼 똑같이 카드루스를 구해주지 않은 것야 뿐이다. 에드몽에게 약혼녀를 빼앗은 페르낭이 가족을 잃고, 에드몽이 미칠 때까지 가둬두었던 빌포르가 미쳐서 파멸했으며 에드몽의 아버지를 굶어죽도록 만든 당글라르가 굶어죽을 뻔 한 것과 마찬가지로 카드루스 자신도 자신이 행한 대로 돌려받은 것.
    즉, 카드루스와 부조니 신부(에드몽)의 마지막 대화를 요약하자면 "난 억울하다. 잘못에 비해 너무 큰 대가를 치루었다"라고 징징대는 카드루스에게 에드몽(부조니)이 그렇지 않고 그가 당한 모든 징벌은 그의 잘못에 대한 정당한 대가임을 지적[11]하는 것이다.[12]
이후 에드몽 당테스는 그를 죽인 살해범인 베네데토를 법정에 넘기는 김에 제라르 드 빌포르의 치부를 들춰내 몰락시킨다.

3. 기타

이 사람이 에드몽 당테스의 원수인가 아닌가 독자들 사이에 다소 갑론을박이 오가는 편인데, 일단 작중에서 그의 누명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며 카드루스가 죽었을 때 당테스는 "하나"(혹은 번역본에 따라 "첫 번째")라고 말하기도 한다. 즉 당테스가 그의 죽음을 자신의 복수, 곧 자기 원수들에게 내려진 벌 중 하나로 세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의 죄들을 꾸짖으면서 "넌 술독에 빠져서 네 가장 좋은 친구를 배신하지 않았나!"라는 말을 하는 것을 봐도 원한이 전혀 없지는 않았던 듯하다.

다만 타락하기 전까지는 그 선악의 정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반인 수준이었다. 만취한 와중에도 페르낭과 당글라르를 말리려고는 했고, 당테스가 잡혀갔을 당시에는 겁이 나서 입을 다물긴 했지만[13] 이후 십여 년을 후회하며 산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명백히 악의를 갖고 당테스를 묻어버린 세 원수에 비하면 충분히 상황을 참작해줄 수 있을 만한 죄질이었고, 실제로 백작은 그럴 생각으로 카드루스에게 손을 대기는커녕 정보료 명목으로 다이아몬드까지 줘서 재기해서 잘 살아보라는 나름의 응원도 해줬던 편이다. 물론 저 다이아몬드에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돌봐주었던 것에 대한 고마움의 몫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이후 카드루스가 베네데토에게 당해 살아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도 백작은 그를 몇 분 동안이나마 생명을 연장시켜 줬다. 진술을 받아두어 후일 베네데토를 잡을 덫을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카드루스에게 최소한 참회할 시간을 잠시나마 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서구 문화권의 기반이자 본작에서도 종종 인용되는 성경에서는 '설령 죄를 저질렀더라도 진심으로 회개하고 참회하면 신벌을 피할 수 있다'[14]고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카드루스에게 최후의 구원을 받을 기회는 준 셈이다.

즉 정리하자면, 분명 당테스의 모함을 알면서도 침묵한 죄가 있지만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참작해서 넘어가줬고, 이후에 여러 죄를 저질렀다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 자신의 복수가 곧 신의 뜻이라고 믿는 당테스는 "그가 받은 인과응보도 신의 뜻이니, 곧 나의 복수에 포함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해 그의 죽음을 첫 번째 복수로 세었지만, 다른 원수들에 비하면 선행도 있었고 이해해줄 만한 사정도 있었기에 참회의 기회를 주는 등 마지막까지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고 볼 수 있다.[15]

인간성을 비롯해 이래저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곰곰히 따져보면 이런 유형은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인간상이다. 덧붙이자면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 해도 쪽 주변 상황과 인물에게 휩쓸려 이래저래 운도 안 따라준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원수라고 하기에 애매한 사람이었고 이래저래 에드몽 당테스에게 민폐를 끼쳤지만 남아있던 사람의 양심과 내내 책임을 지면서 살았던 점, 마지막에 죽은 줄 알았던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죄를 참회한 점에서 선한 인물은 아니었을 지언정, 그렇다고 정도 이상으로 사악한 인물은 더더욱 아니었던 포지션의 인물이다.

에드몽이 그를 탐탁잖아 했다지만 항해중에 보수를 줄테니 가끔씩은 홀로 기다릴 아버지를 보살펴달라고 했다는 장면이나, 본인이 페르낭과 당그라르의 거짓고발 계획을 듣고 친구끼리 그러면 못 쓴다고 말렸다는 행적을 보면 질이 나빠봤자 '껄렁대는 동네 양아치' 수준에 불과했을 것이고, 이래저래해도 서로간을 이웃이자 데면데면해도 항해 중 보수를 주기만하면 아버지를 잘 보살펴 줄 정도의 선량함은 있는 같은 동네 사는 친구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에드몽이 체포되고 잠시나마 그의 아버지를 돌봐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스로 아사의 방식으로 자살한 당테스의 아버지를 최후까지 지켜본 것을 생각하면 자기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노력해서 돌봐줬다고도 볼 수 있다. 어찌보면 이 양반도 에드몽만큼이나 불행한 인물이었다.[16]

80년대 국내에서도 더빙 방영된 단편 애니메이션[17]에서는 각색 과정에 축약이 들어갔기에, 카드루스는 이미 과분한 재산에 의해 타락한 악랄한 여관주인으로 나온다. 여관을 운영하며 돈많은 손님이 들어오면 몰래 죽여서 돈을 훔치고 시체를 매장해버리곤 했는데, 백작이 보석을 주자 당연히 좋아라하며 백작을 죽이려 들지만, 이미 이 자에 대해 파악한 백작은 으슥한 밤길에서 그를 제압해서 절벽으로 떠민 뒤, 겨우 절벽 끝에 매달려 올라오던 그에게 정체를 밝힌다. 놀란 카드루스는 품에 있던 보석이 떨어지자 그걸 집으려던 터에 그만 보석과 같이 절벽으로 떨어져 죽는 것으로 각색했다.[18]

범행 가담 정도가 약하고 억만장자인 백작에 비해 별 볼일 없는 가난뱅이라는 점[19] 때문에 상영 시간의 압박을 받는 영화나 뮤지컬 같은 매체에선 아예 삭제되곤 한다. 원작에서 맡은 주요 역할인 악당들 근황 설명해주는 건 피에르 모렐이 대신 해주거나 백작이 부하[20]를 시켜 알아오는 식.


[1] 당글라르가 은근히 부추겼었다[2] 분량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빌포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는 축약본도 있지만, 일단 완역본을 보면 소문 두어 개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건 모른다.[3] 적극적으로 음모에 가담한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자기 아버지 장례식에 와준 몇 안 되는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4] 여담으로 그간의 이야기를 해 주면서 카드루스는 '모렐 씨가 에드몽의 아버지를 위해 돈이 든 비단 지갑을 두고 갔는데, 노인의 장례를 치른 후 제가 그 비단 지갑을 챙겨두었다'고 말했는데, 지갑을 챙긴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추측하자면 혹시나 당테스가 돌아오게 된다면 옛 지인들을 수소문해 찾아올 것이 분명하니 그때 아버지의 최후와 모렐의 호의를 말해줄 증거물로 보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신부로 변장했던 당테스는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다이아몬드를 내주면서 '이 다이아몬드는 당신 것이니 받으시고, 모렐 씨의 지갑을 내게 주시겠소?'라고 청해 모렐의 지갑을 받았다. 카드루스 본인은 몰랐지만 결과적으로는 당테스에게 다 전해준 셈. 그리고 이 지갑은 나중에 당테스가 파산한 모렐의 빚을 모두 다 갚아줄 때 쓰이면서 본래 주인인 모렐 가에 돌아오게 되었다.[5] 카드루스가 보석상이 잠든 사이 얼굴을 손에 파묻고 있다가 아내가 다시 접근하자 몸서리를 치는데, 정황상 자기 아내가 보석상으로부터 총을 빼앗은 것을 봐서라는 것이 제일 타당하다. 이후 카르콩트가 자기 남편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그 장면은 소설에서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으나 분명 카르콩트가 보석상의 총으로 보석상을 죽이겠다고 하는 내용의 말이었을 것이다.[6] 당시 카드루스의 집에 온 보석상은 총을 항상 두 자루씩 들고 다녔으며 카드루스 부부 앞에서 그걸 자랑하기까지 했다. 카르콩트가 흉계를 꾸미는데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했던 요소. 보석상은 카르콩트가 자신의 총을 한 자루 뺏어서 그 총으로 자기를 쏘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나머지 총 한자루로 카르콩트에게 반격한 것이다.[7] 사실 이 대목에서 변호의 여지가 없어졌다. 개과천선만 하면 더 이상의 범죄를 저지를 유인이 없는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줘도 그걸 꾸준히 더 늘리려고 범죄를 저질렀다. 아내의 악행 때문에 도망자가 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그 이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점에서 이미 끝난 것이다.[8] 누군가가 편지로 백작에게 제보를 했는데, 자신의 정체를 아는 가스파르 카드루스가 입을 다물어주는 대신 자꾸 돈을 요구하는 등 귀찮은 걸림돌이 되어가자 그를 제거하려는 베네데토의 책동이었을 공산이 매우 높다. 완역본 기준으로 베네데토의 짓이라는 것이 작중 명확히 묘사되지는 않으나, 베네데토는 카드루스가 그날 그곳에 침입할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자 작중 카드루스를 제거해야 할 이유가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니 쉽게 유추 가능하다.[9] 백작의 입장에서 볼 때 카드루스가 복수의 대상까지는 아니라 해도 원수는 원수라 생각했고 베네데토가 그를 죽이려 하는 걸 알면서도 막지는 않았으나,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불쌍한 마음은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죽어가는 그에게 특수한 강장제를 먹여 몇 분이나마 숨을 더 붙어있게 해 주었고, 목이 탄다고 하자 물을 갖다주며 마지막까지 참회를 권유한다. 결정적으로 그가 왜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냐고 항변하자 "네 상처는 어차피 치명상이다. 내 아버지의 무덤에 걸고 맹세하지만 네가 조금이라도 살아날 가망이 있었다면 나는 그것을 하느님의 마지막 자비로 여기고 어떻게든 너를 살려서 참회시키려 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10] 백작이 굳이 죽어가는 카드루스에게 강장제를 먹여 잠시나마 수명을 연장시켜준 이유는 물론 베네데토가 자신을 죽였다는 내용에 서명을 받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백작 나름대로 자비임에는 틀림없다. 당시 사람들의 신앙심을 생각하면 죽어가는 죄인, 그것도 믿지 않는 자에게 참회를 하게 한 것은 원래 지옥에 떨어져야 할 인간을 천국으로 끌어올린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 즉 곱지 않게 볼 지라도 그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같은 원수인 페르낭은 자살했는데, 자살도 지옥에 떨어질 죄라는 것을 감안하면 백작이 두 사람을 다른 시선으로 봤음을 짐작할 수 있다.[11] 사실 당테스에게 저지른 죄의 시작점이던 당그라르, 증거를 태우고 그저 겁을 먹었을 뿐인 당테스를 죄 없이 감옥에 가두어 유망한 청년의 일생을 바꿔버린 빌포르, 군인으로서 하면 안 될 짓을 지속한 페르낭이 저지른 죄의 규모에 카드루스의 죄는 작은 편이지만, 범죄를 더 저지를 유인 자체가 없도록 먹고살 만큼의 소득을 보장해 주었어도 카드루스는 오히려 타락해서 강력범죄를 저질렀기에 정당화되긴 힘들고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그 요지이다.[12] 예를 들어, 가스파르는 '보석상을 죽이자고 한 것은 아내인 카르콩트이고, 난 아내의 꼬드김에 넘어간 것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부조니 신부는 “너의 그 주장이 재판정에서 받아들여져 재물을 강탈하려는 목적의 의도적인 살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자비롭게도 사형을 면제받았다”라고 대답한다. 카드루스가 “그래봐야 종신형이었는데 뭐 그리 대단한 자비냐”고 다시 항변하자 신부는 “이 덜되먹은 인간아 그 선고를 받던 당시에는 너 자신도 '무덤에는 문이 없지만 감옥에는 문이 있다'는 이유로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한다.[13] 이 부분도 이해 못할 것도 없는 게, 당시는 나폴레옹이 막 몰락한 시점이라 나폴레옹 지지자를 함부로 옹호했다가는 그 사람도 인생이 끝장날 수 있을만큼 서슬퍼런 정국이었다. 카드루스처럼 겁을 먹어 입을 다문 것이 특별히 비겁하다고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시기에 당테스를 대놓고 옹호했던 메르세데스나 모렐이 그만큼 올곧은 인물이었을 뿐이다.[14] 다윗이 무려 유부녀를 탐하는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용서받은 것 역시도 진심으로 싹싹 빌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그 아합조차도 그동안 지은 죄가 너무 많아 완전히 용서받진 못했지만,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은 일을 뒤늦게나마 참회한 덕으로 자기 집안에 닥칠 재앙을 한 대 미룰 수 있었다. 다만 이걸 오독해서 죄는 저질러 놓고 '난 회개기도 했으니 용서받았다' 같은 망언을 하는 자들이 있는 것이 문제지만.[15] 다른 원수들 중 페르낭은 참회할 기회를 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최악의 대죄 중 하나로 여겨지는 자살을 했고, 빌포르는 미쳐버렸기에 맑은 정신으로 자신의 죄를 돌아보고 참회할 가능성이 없어져버렸다. 그나마 백작이 자비를 베풀어 재산만 빼앗기고 내버려진 당글라르에겐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역시 작중에서는 알 수 없는 열린 결말.[16]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근묵자흑이라 보는 게 알맞다. 착실하게 살며 인생의 승리자 포지션이었던 에드몽 당테스가 부조리하게 죽었다고 생각했고, 그 아버지인 루이 당테스가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곡기를 끊고 자살을 하는 모습도 지켜봤으며 그 과정에서 적어도 본인 능력 범위 내에서는 루이에게 꽤 신경을 써 주었기에 그 비통함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악한 인물인 당글라르나 페르낭 같은 인물들이 승승가도를 달리는 것을 보고 신을 믿지 않게 되고, 주변 인물들도 돈이라면 얼마든지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 투성이였으니 결국 그 모든 걸 지켜본 끝에 그 자신도 악행을 과소평가하게 된 것이다. 결국 죽은 줄 알았던 에드몽 당테스가 사실은 살아있었고 자신을 도와줬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자신이 신이 주신 기회를 걷어찼다는 점을 깨닫고 참회하며 죽었다.[17] 호주 Air Programs International에서 만든 작품으로 여기선 세계명작소설을 60분~90분 정도 시간으로 애니메이션을 간추려 만들었다. 이 시리즈에 들어가는 벤허, 모비 딕, 지킬 박사와 하이드, 삼총사, 노틀담의 꼽추, 슬리피 할로우, 립 반 윙클 등등도 국내에서 방영했는데 노틀담의 꼽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각색도 되었다.[18] 원작에서는 백작이 당테스의 유언을 들었다는 설정의 부조니 신부로 변장하고 온 데다 자신이 가진 보석을 다 주었으니, 설령 카드루스가 정말로 나쁜 놈이라도 죽여봤자 다른 보석이 없을 신부를 굳이 죽이려 들 이유가 없었다.[19] 은행장인 당글라르, 고위장교 페르낭, 검찰총장 빌포르 같은 적들을 백작 발가락 때만도 못하긴 해도 상당한 권력자들이기 때문에 무너뜨리는데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지만 카드루스 같은 잡졸을 백작이 직접 손대기엔 맥이 빠진다. 실제로도 백작이 직접 손댄 게 아니라 욕심으로 자멸한 쪽에 가깝다.[20] 탈옥 후 처음으로 얻은 심복인 자코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