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27 10:37:36

루이 당테스

1. 개요2. 작중 행적3. 기타

1. 개요

Louis Dantès.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 작중 행적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의 아버지. 아들이 집에 오고 좋아했을 때 기뻐하는 장면이 나오며[1] 아들이 결혼식 날 잡혀가고 죽었다는 소문까지 돌자 슬퍼한다.

에드몽 당테스가 훗날 이프 성에서 탈옥한 뒤 "아직 아버지가 살아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지만 이미 죽은 뒤였다. 사실 여기까지는 놀랄 일이 아닌데 에드몽 당테스는 14년 동안 수감되어 있었고 수감 전에 이미 70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 요즘에도 그 나이대 되면 죽는 사람이 많은데 19세기면 오죽했을까. 만일 살아있었다 해도 이미 80이 넘었을 테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아들을 알아보기나 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자신만큼이나 아들도 변해 있어서[2] 더더욱 알아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사인이다. 고작 5개월 뒤 굶어죽었다는 것이다. 에드몽 당테스는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듣지 못했기 때문에 감옥에서 날짜를 세면서 아버지가 지금 몇 살이실지 생각하며 살아있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날짜를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 수감된 지 17개월째 되던 때부터이니, 그때 이미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 지 오래였던 것이다. 오히려 에드몽은 전후사정을 모르고 빌포르가 보여준 행동 때문에 뭔가 착오가 있는 모양이니 기다려보자라며 버티는 게 가능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반정부 세력인 나폴레옹파라고 들었을테니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삶을 포기했을 것이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는 셈.

자세한 사정이 가스파르 카드루스의 입으로 설명되는데, 에드몽이 끌려간 후에도 에드몽의 약혼자였던 메르세데스와 선주 피에르 모렐은 루이 당테스를 극진히 보필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는 본인도 가난한 사정이었고, 더 나은 환경으로 거처를 옮겨 주려는 모렐의 도움도 당테스 노인이 "에드몽이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데 내가 집에서 그 아이를 기다려야 한다"며 거부해 결국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아들의 소식도 알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들이 죽었으리라는 절망에 빠져들고 말고, 설상가상으로 몸에 병까지 들자 결국 일부러 식음을 전폐하고 죽었다고. 그나마 메르세데스가 곁에서 임종을 지켜주었고, 모렐이 남몰래 집에 자신의 지갑을 놓고 가 밀린 집세와 장례 비용을 치를 수 있게 해 주었다.[3]

사후에도 비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나마 소박하게라도 장례를 거쳐 매장은 되었지만, 그의 무덤은 초라한 데다 사람들의 돌봄을 받지 못했는데, 메르세데스도 18개월 뒤 재혼했기 때문에 보살필 여유가 없었다. 사실 신경쓰고 싶어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했다. 이 시기 프랑스가 유배된 나폴레옹이 다시 복귀하고 또 워털루 전투로 패하고 물러나는 등 급박한 환경인데 이 상황에 대외적으로는 나폴레옹 지지파로 알려진 에드몽 부친의 무덤을 돌보다 아차하면 나폴레옹파로 몰려 큰 고초를 겪을 가능성이 큰데 소시민 입장에서 나설 수 없을 것이다. 재력이 충분한 피에르 모렐도 안그래도 이전부터 황제 지지파로 유명한데다 직원인 에드몽이 그런 일까지 저질렀으니 옴짝달싹 못했을 것이고. 그러다 도중 세워둔 나무 십자가가 쓰러져 불쏘시개가 되고 십자가가 없어지자 무덤인지 뭔지 알 수 없어져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게 되고 그러면서 세월이 흐르자 어느새 거기에 무덤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사라져버린다. 그 무덤자리는 아마 그 밑에 시신과 관이 묻혀있다는 사실조차 잊혀진 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 때문에 아들이 나중에 아버지의 무덤이라도 찾아뵈려고 애썼지만 끝까지 찾을 수 없었다.[4] 그나마 아버지가 살던 집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추억이 깃든 가구나 가재도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채 같은 것이라곤 벽뿐이었으며 이미 다른 사람들이 세들어 살고 있었다. 이 새 세입자가 또 마침 신혼부부였기에 옛일이 떠오른 당테스가 깊은 한숨을 쉰 것은 덤. 이 신혼부부는 당테스가 집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으나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음을 느꼈는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 그 날이 저물기도 전에 그 건물은 주인이 바뀌었고[5], 저녁 무렵 그 신혼부부에게는 '그 꼭대기 방을 비워 주면, 지금 집세 그대로 그 건물에서 더 좋은 방 어디든 원하는 곳을 고르게 해 주겠다'[6]는 새 건물주의 전언이 전해졌다고.

이후 에드몽 당테스는 아버지에 대해 무척 불행한 사람이라고 회상했으며 본래 당글라르를 굶겨죽일 생각이었지만 빌포르 가문의 비극을 떠올리고 그만두기도 했다.[7]

3. 기타

당시 시대로서는[8] 드물게 아들인 에드몽 당테스가 19살이던 당시 이미 70을 앞둔 노인으로 나온다. 즉 50살이 가까운 나이에 에드몽 당테스를 얻었다는 소리. 요즘 시점에서도 부자간에 나이 차이가 저 정도면 늦게 태어난 걸로 취급하는데 당시로서는 할아버지와 손자뻘인 셈이다. 작중 초반부에 아들에게 "나와 네 엄마는 자식을 많이 가졌는데 살아남은 건 너뿐이구나"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에드몽이 늦둥이 막내고 위의 자식들은 영아 사망률이 높던 시대라 모두 일찍 죽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식을 여럿 앞세우고 마지막 남은 유일하게 장성한 아들까지 그렇게 되었다면, 그가 아들이 죽었다 여기고 보인 행동도 이상하지는 않은 셈.

작중 묘사를 볼 때 에드몽 당테스는 아버지에게 상당히 효자였다. 초반부에도 아버지와 매우 사이가 좋았고 극진히 공경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늙은 아버지가 살아있기를 감옥 속에서 계속 기원했다.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냥 슬퍼했을 뿐이지만, 부소니 신부로 변장하고 가스파르 카드루스에게 5만 프랑의 보석으로 정보를 캐낼 당시 정확한 사인이 아사였다는 걸 듣고는 평소 연기력이 뛰어난 그가 순간적으로 분노를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굶어죽다니! 동물들도 굶어 죽지 않는데 굶어죽다니!"
천수를 누렸어도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슬픈데[9] 다른 것도 아니고 저런 식으로 비참하게 죽었으니[10], 아버지의 운명을 알게 된 이후로는 한이 되었던 모양이다. 아들 알베르 드 모르세르와의 결투를 앞두고 아들을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메르세데스에게 자신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겠지만, 아버지의 비극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고 살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에게 누명을 씌운 것? 용서하지. 나를 그 감옥에 처넣은 것? 용서하지. 날 감옥에 처넣고 당신과 결혼한 것? 용서하겠어. 얼마든지 용서하겠다고! 하지만, 하지만 내 아버지는! 내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모르지는 않겠지! 들짐승도 굶어죽지 않는다는데 굶어죽다니! 내 모든 것을 용서해도, 모든 것을 잊고 넘기더라도, 그것만은 용서하지 않겠어. 당신이 아무리 애원하고, 날 감옥에 처넣은 모든 자들이 내게 무릎 꿇고 빌더라도, 난 아버지의 비극만큼은 결코 넘기지 않겠어."[11][12]

이후 빌포르 가의 몰락과 비극, 특히 어린 아이인 에두아르까지 죽은걸 보고 잠시 복수심은 흔들리지만[13] 이프성에서 자신이 남긴 흔적들 중 일수를 세었던 표식을 보고 "이때는 희망을 가졌지. 메르세데스가 페르낭과 결혼하고 아버지가 굶어죽은줄 모른채 말이야"하며 다시 복수심을 되새긴다.

당테스는 언제나 맹세를 강조할 때마다 내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라는 표현을 쓴다.[14] 그의 아버지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 완역판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아니라 <내 아버지의 무덤에 걸고>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온다. 단순히 이름을 거는 맹세보다 더 무겁고 음산하기까지 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수백 만의 재산을 두르고서도 아버지의 무덤만은 찾지 못했다는 백작의 한스러움이 담겨있어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표현.


[1] 이때 이미 장래가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에드몽이 3개월 출항을 나가기 전에 생활비로 200프랑을 두고 갔는데, 옆집 카드루스가 전에 빌려준 140프랑을 갚으라고 독촉하며 아니면 모렐 선주에게 가서 직접 받겠다고 위협하자 자기 생활비로 그걸 갚고는 60프랑으로 쪼들리며 살아간 것이다. 마음씨가 착하긴 하지만 잘난 아들이 돌봐주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 능력은 부족한 노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2] 일단 피부빛부터가 완전히 새하얗게 변했다.[3] 이후 탈옥하고 보물의 주인이 되어 돌아온 에드몽은 모렐이 그새 사업이 크게 망해 파산할 지경에 처한 것을 알고 이 지갑을 이용해 은혜를 갚는다. 피에르 모렐 참조.[4] '수백억의 재산을 몸에 두른 에드몽도 굶어 죽은 아버지의 무덤을 찾지는 못했다'라고 묘사된다.[5] 물론 당테스가 사들인 것이다.[6] 이 집은 일종의 빌라 같은 다세대 주택이었고, 당테스 부자는 본래 집세가 가장 싼 꼭대기 방('OO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 현대와 달리, 엘리베이터가 상용화되기 이전 시대에는 위에 있는 층일수록 방값이 쌌다. 오르내리며 드나들기가 힘들기 때문)에 살고 있었다. 즉 가장 싼 집세로 더 좋은 방 어디든지 내줄 테니 자신의 가슴아픈 추억이 깃든 방을 돌려주기를 청한 것.[7] 빌포르 가문의 파국(원수 본인은 실성해버리고 원수의 부인아들은 동반자살)이 자신이 원했던 것 이상으로 끝난 것을 보고, 백작은 복수를 접을까 생각할정도로 의기소침해했다. 그러나 관광객으로서 찾아간 이프 성을 보며 복수심을 다시금 불태우고, 용서해주기는 하겠지만 그냥 보내줄 수는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모양. 이후 백작은 루이지 밤파를 시켜 파산 후 횡령한 돈을 들고 달아나는 당글라르를 붙잡아 아사 직전까지 몰아간 뒤 풀어준다.[8] 작가인 뒤마 본인도 15세에 첫경험을 했고, 당테스의 약혼자 메르세데스가 에드몽 당테스와 결혼하게 되었을 때 나이가 15~17세인 것처럼 당시에는 조혼 풍습이 있었다.[9] 설령 천수를 누렸다고 해도 말년에 아들이 누명쓰고 어딘가로 끌려가고 자신은 그 이유도 모른채 강제로 아들과 이별한 채 죽었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10] 동물들도 그렇게 죽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도(사실 동물도 먹이가 없으면 굶어 죽는다.) 동물보다 비참하게 죽었다는 한탄에 가깝다.[11] 물론 행보를 보면 알겠지만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당글라르조차 아사 직전으로 몰아붙인 것이 '용서했다'고 할 정도로 처절하게 앙갚음했다. 때문에 진짜 용서했다기보다는 다른건 몰라도 아버지가 아사했다는 것에 빡돌아서 내뱉은 말에 가깝다.[12] 나중에 페르낭 자살후 수도원에 들어가려는 메르세데스를 위해 옛날에 에드몽으로서 메르세데스와 결혼하기 위해 마당에 묻었던 재산을 메르세데스에게 주는 편지에 당신 아버지 때문에 무서운 굶주림으로 죽어간 사람으로 언급된다.[13] 평소 냉정하고 여유로웠던 백작조차 모친 손에 죽은 에두아르를 보고 이미 죽은 시체인데도 발랑틴의 방에서 살리려고 애를 썼다고 묘사된다.[14] 가스파르 카드루스가 죽어갈 때 그걸 방관하던 부소니 신부(=백작)을 보고 '당신도 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원망하자, '네가 조금이라도 갱생될 여지가 있었다면 나는 내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너를 살릴 것이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고, 막시밀리앙 모렐이 자살을 시도할 때도 말리면서 아버지의 이름을 건다. 또한 자신의 숙적 제라르 드 빌포르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서도 당신은 또 내 아버지를 죽였소라는 대사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본인의 한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