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민들레

90년대 말, 2천 년대 초, 교실붕괴, 학교붕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상황이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등지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9년, 2000년, 2001년에 걸쳐 교육관련 책을 내는 민들레출판사로, 학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청소년이 다수 찾아와 자발적인 모임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씨앗이 되어 탈학교 청소년 학습커뮤니티 <민들레사랑방>이 만들어진다.

자발적 학습커뮤니티 방식으로 운영되어온 <민들레사랑방>이 <교육공간민들레>로 전환되게 된 데는 찾아오는 청소년의 성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무기력하고, 다양한 이유로 상처 받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어려워하는 청소년이 다수가 되었다. 이런 변호를 감안해 새로운 교육과정과 시공간이 탄생했고, 지금도 이런 성격의 청소년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자유 과정은 민들레 사랑방 시절부터 진행해 왔던 학교 밖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징검다리 교육과정이다.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이유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이 각자의 욕구와 관심에 따라 다양한 소모임을 자유롭게 만들어 또래들과 또는 마을의 어른들과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14세부터 19세 학교 밖 청소년 10~15명이 해마다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민들레에 소속된 청소년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행히 보호자는 민들레에서의 교육활동을 통해 아이가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 보호자 또는 부모가 교육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편이다. 그 결과 통학형으로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다른 대안교육기관과는 달리 1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설립 당시 많은 학교 밖 청소년과 그 보호자들은 3년 6년의 교육과정이 아닌 다른 교육과정에 대한 요구를 해왔다. 특히 학교 부적응으로 단기간 소속되어 활동할 교육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당장 진학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고 지원해줄 교육기관을 찾았다. 이에 부응해 민들레는 1년제 교육과정을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이 경험은 오디세이 학교로 연결되기도 했다.) 1년의 교육과정은 진로교육과정으로 특화해 ‘나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 나와 세상을 연결하기’라는 내용적 흐름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일반학교에서의 교육은 학생을 ‘가르침을 받는 자’로 존재하게 한다. 학생은 모름지기 착실하게 가르치는 것을 받으면 된다. 자기주도학습을 말하지만, 그 또한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민들레의 교육은 학생들이 ‘가르침을 받는 자’에서 ‘배우는 자’로 전환하게 하는 과정 그 자체이다. 모든 교육활동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배우는 자로 전환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고 실행된다. 이 교육과정의 중심에는 프로젝트 활동이 있다.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서 출발해 목표를 정하고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주체로 서보는 경험은 바로 ‘배우는 자’로 전환해 나가는 과정이다. 프로젝트 이외의 수업 등은 프로젝트의 목표를 더욱 원활하게 또는 풍성하게 이뤄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룹활동, 기획활동, 프로젝트 활동, 커뮤니티 댄스 등 민들레의 많은 교육활동은 ‘공동체의 성취’가 곧 ‘개인의 성취’로 연결됨을 알게 한다. 이는 ‘단체기합이나 다함께 책임지기’ 와는 다르다. 이는 잘 안 되는 사람을 주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면 공동체나 협력을 부담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민들레의 교육활동은 ‘다 같이 힘을 모아 하는 것이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잘 되고, 즐겁다’는 경험이 가능하도록 기획한다. 개인 활동보다는 팀 활동이 중심이되, 팀끼리 줄을 세우거나 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결과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주위에서는 격려하고 응원해준다.

민들레의 교육과정은 다른 현장과 달리 1년제 틈새학교 또는 전환학교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의 성장을 이뤄내려면, 이 과정에 걸맞은 몸과 마음뿐 아니라, 배움에 대한 생각, 생활에 대한 생각들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전환’의 과정은 조금 낯선 곳에서 일상을 살아내고, 집약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곳에서 자신의 일 년의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일상을 살아내면서 ‘전환’을 몸과 마음으로 하나씩 해 나간다. 그리고 일 년 동안 함께 살아갈 어른과 동료와의 관계 형성도 이 안에서 이루어낸다.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활동이다. 이 과정은 일상의 배움을 자신과 연결해 맥락화 하고 해석하고 연결하고 기록하기를 주요하게 한다. 10명 내외의 그룹 단위의 활동으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 나간다가 중요한 핵심이다. 각자의 교육활동을 그룹 구성원들과 주고받으며, 자신의 학습과 성장을 객관화하고 검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 타인의 학습과 성장을 지켜보면서, 배움이라는 것이 개인적 행위이기도 하지만,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동체적 경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교육활동이다. 민들레는 ‘스스로 배우고, 서로 배우고, 하면서 배우고, 넘나들며 배우기’라는 교육원리를 명심하고 운영하는데, 이 교육원리를 가장 잘 녹여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로젝트 활동이다. 프로젝트 활동은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한 다양한 실행과 배움이 연결한다. 그리하여 ‘배우는 자’로서의 태도나 힘을 키워나간다.

“기록해야 기억한다.” 비인가 대안학교의 교육 경험은 학력이 인정되지도 않고, 사회적 인증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학생도 보호자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정도로 인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학생 당사자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장을 확인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것이 충족될 때 그 다음 계단을 오를 수 있다. 그래서 민들레는 우리 스스로 배움의 경로와 내용을 인정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그래서 각자 한 권의 책을 만든다.

·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진행 중인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