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교환 살인이란 말 그대로 살인을 교환하는 일이라는 뜻이다.2. 설명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면식범의 소행이다. 그래서 사람이 갑자기 살해당하는 일이 일어나면 수사기관은 가장 먼저 피해자의 원한관계를 조사한다. 현실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죽이고 싶어할 만한 원한관계'가 손에 꼽을 정도일 테니, 묻지마 살인이나 강도살인 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원한관계 조사만으로도 범인을 잡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즉 이걸 반대로 말하면 피해자와 관계가 없는 사람은 수사 초반부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살인사건 당시 인근에 있었다는 증거가 드러나거나 하면 용의자가 되긴 하지만, 어떻게든 그것만 넘어가면 범행의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의심을 적게 받고, 이를 통해 완전범죄에 성공할 확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뭐하러 죽이냐는 것. 그렇다고 자신이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위장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더더욱 어려워졌고 말이다. 여기서 나온 발상이 교환살인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는 두 사람이 결탁, 서로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을 대신 죽여주고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사람이 있고, A는 C를 죽이고 싶어 하며 B는 D를 죽이고 싶어 한다 치자. 둘 다 그들을 죽이고 싶지만, 자신이 직접 죽이면 의심받을 확률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모종의 방법으로 만나 상황을 알게 된 A와 B가 결탁하여, A가 D를 죽이는 동안 B는 공공장소에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의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만들어 벗어나고, 이후 반대로 B가 C를 죽이는 동안 A가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마찬가지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로 인해 두 사건 모두 완전범죄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참고로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 A와 D, B와 C 사이에 일면식이 없어야 한다.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주변인물이라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A와 B 사이에도 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어떻게든 위장해야 한다. 만난 적조차 없는 것으로 위장하거나 최소한 경찰이 평범하게 조사해서는 드러나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 추가로 C와 D 사이에도 아무 관계가 없어야 가장 이상적이다. 만약 살해당한 C와 D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인간관계가 있었다면, 경찰이 조사하던 중 '어? 이 사람의 지인도 예전에 살해당했는데 미해결사건으로 되어있네?'라며 두 살인사건 사이의 연관점을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3. 현실은?
일단 교환살인에 '범행동기가 없어 용의선상에 오를 확률이 낮다'라는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쉬운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애초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완벽한 살인 자체가 어렵다. 나무위키 미제사건 문서 같은 걸 보면 의외로 안잡힌 범죄자가 많구나 싶겠지만 이는 착각으로, 그보다 압도적인 수의 사건이 제대로 해결이 되고 그저 미제사건 쪽이 좀 더 관심을 많이 받다보니 그런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1]심지어 교환 살인은 그런 완벽범죄를 한 사람이 하나씩 2번이나 해야 한다. 물론 살인계획을 짜는데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니 좀 더 교묘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렇더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지간히 머리가 좋지 않고서야 양쪽 다 완벽한 살인계획을 짜기란 쉽지 않다. 결국 교환 살인은 애초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완벽살인을 계획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니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자수를 하면 형을 감경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쪽이 배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자수한 쪽은 그나마 장기 징역[2]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배신당한 쪽은 최소 무기징역 확정이다.[3] 즉 배신을 하면 자신의 목적은 달성하면서도 형량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상대의 인생도 끝장낼 수 있다. 하지만 둘 다 범행을 중지하고 자수했다면 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살인은 실패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아래의 표는 교환 살인을 하고 발각되었을 때 100만큼의 처벌을 받고, 범행을 중지했을 때 1/2만큼 자수감경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 작성되었다.[4] 여기서 '형량: x'라 함은 징역 x년을 받는다는 뜻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해 표기한 상대적인 수치로 실제로는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A의 입장 | A 살인 중지 | A 살인 기수 |
B 살인 중지 | 목적 달성 실패, 형량: 25[살인미수2건] | 목적 달성 실패, 형량: 75[살인1건] |
B 살인 기수 | 목적 달성 성공, 형량: 50[자수감경] | 목적 달성 성공, 형량: 100[살인2건] |
B의 입장 | A 살인 중지 | A 살인 기수 |
B 살인 중지 | 목적 달성 실패, 형량: 25[살인미수2건] | 목적 달성 성공, 형량: 50[자수감경] |
B 살인 기수 | 목적 달성 실패, 형량: 75[살인1건] | 목적 달성 성공, 형량: 100[살인2건] |
참고로 교환살인을 실행하고 잡힌다면 양쪽 다 2개의 살인죄로 처벌된다. 혼자 하는 것보다 형량이 더블이 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양쪽이 각자 청부살인을 한 번 씩 한 거랑 마찬가지 아닌가' 할 수 있지만 목적성을 가지고 다수가 다수를 죽인 것으로 취급되기에 전혀 다르다. A와 B는 C와 D에 대한 살인을 공모, 즉 공모공동정범인 것으로 보아 2개의 살인죄로 처벌되는 것으로, 형량은 최소 무기징역, 최대 사형이다. 즉 죽이고 싶은 사람을 서로 대신 죽이면 둘 다 인생이 끝장난다는 것. 다시 말해 몇십 년을 건[14] 아주 무모한 도박이라는 소리다.
물론 현실에서 교환살인을 했고 완전범죄에 성공한 사례가 있을지도 모른다. 완전범죄니까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성공확률이 지극히 낮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나마 창작물에서처럼 아직 수사기법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시점에 교환 살인을 저지른다면야 그럭저럭 가능할 것이다.
4. 창작물
* 명탐정 코난
* 자동차 폭발 사건의 진상[15]
* 소년탐정 김전일*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사키하라 카즈오 → 타카하시 사치코
* 타카하시 히로마사 → 사키하라 메구미(실패)[16]
* 싱크로니시티 사건[17]* 타카하시 히로마사 → 사키하라 메구미(실패)[16]
* 안자이 마나부 → 히토미 타케히코
* 히토미 쇼이치로 → 미나미자토 카오루(실패)[18]
* 히토미 쇼이치로 → 미나미자토 카오루(실패)[18]
* Grand Theft Auto V[19]
[1] 대한민국의 3대 미제사건으로 2019년에 이춘재가 범인이라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 '화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이 유명한 이유는 이 사건을 뺀 모든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경찰이 잡았기 때문이다.[2] 살해 후 자수이면 감경사유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맡았던 살인을 중지하고 자수했다면 이건 100% 감경사유가 된다. 결과적으로 2개의 살인죄가 아닌 1개의 살인죄로 처벌받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받게 되는 형량은 10~15년 정도로, 목적 달성 이후 잡혔을 때에 비하면 자신이 맡았던 살인을 중지한 후 자수했을 때의 형량이 훨씬 낮다는 것이다.[3] 물론 이쪽도 자신이 맡았던 살인이 미수인 경우 무기징역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4] 미수감경은 실질적으로 둘 다 미수여야만 받을 수 있다. 살인죄 A는 기수이고, 살인죄 B는 미수이면 살인죄 A로 처벌받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살인죄 A, B 모두 미수여야만 미수범으로서 감경된 형량을 받게 된다.[살인미수2건] 2건의 살인미수로 처벌받고 미수감경과 자수감경을 받으므로 가장 약하게 처벌된다.[살인1건] 1건의 살인으로 처벌받고 별도의 법률 상 감경사유가 없으므로 두 번째로 무겁게 처벌된다.[자수감경] 1건의 살인으로 처벌받고 자수감경을 받으므로 두 번째로 약하게 처벌된다.[살인2건] 2건의 살인으로 처벌받고 별도의 법률 상 감경사유가 없으므로 가장 무겁게 처벌된다.[살인미수2건] [자수감경] [살인1건] [살인2건] [13] 예를 들어 A가 원한관계인 C를 칼로 찔러 죽였는데 그 칼에 지문이 묻어 있었다면 발뺌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C와 원한관계가 전혀 없는 B가 교환살인으로 그렇게 하고 그 칼에 자기 지문이 왜 묻어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하거나 다른 이유로 이전에 묻은 거라고 주장한다면 통할 확률이 좀 더 높다. 물론 이걸로 아예 증거불충분으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냐에 달려있지만 말이다. 성공하면 무죄지만 실패하면 비난 동기+조직적 범행+반성 없음 크리를 맞고 무기징역을 받게 된다.[14] 1개의 살인죄만으로 처벌받는 경우 죄질이 중하지 않으면 초범 기준으로 10~20년형이 나오지만 2개의 살인죄로 처벌받을 경우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로 보기 어렵고 우발적(물론 이 경우라도 피해자가 아동이면 형량이 조금 높아진다)이었거나, 처음부터 다수의 인명피해를 의도했던 범행은 아니었다(주로 2명이나 3명이 사망한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사건이 이렇다)는 등의 이유로 정상 참작이 되더라도 20년 밑으로는 거의 안 나오고 대부분 30년 이상의 형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 경우는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공동하여 살인 범행을 한 것이라 가중요소가 덕지덕지 붙어서 정상 참작이 될 가능성 자체가 극히 희박하다.[15] 남편끼리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서 서로의 아내를 대신 죽이기로 합의하고 교환살인을 했다.[16] 히로마사는 메구미의 자동차에 폭탄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죽이려고 했으나, 메구미는 남편의 교환살인계획을 도청해서 알아내고는 이를 역이용하기 위해 남편과 불륜관계에 있던 여동생 히로미한테 후진을 못한다는 핑계를 대서 폭탄이 있는 차를 운전하게 만들어서 여동생을 살해했다. 결론적으로 메구미는 과거의 스승이었던 모리 코고로가 자수를 권유하자 결국 자수한다.[17] 둘은 택시기사와 승객으로 우연히 만났다. 안자이는 사기피해자인 미나미자토를 입막음 목적으로 살해하고 싶었으며, 쇼이치로는 쌍둥이 동생인 타케히코가 자신을 해고한 것에 원한이 있었다. 사실 이 에피소드에서 교환살인은 안자이가 쇼이치로를 협박한 것에 가깝다. 쇼이치로가 합의를 안했으면 바로 안자이한테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높았다.[18] 쇼이치로는 미나미자토를 살해하는데 실패하고 아파트에서 추락사했다. 안자이는 이 사실을 알고는 자신이 직접 미나미자토를 살해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나중에는 결국 범행이 들켜서 체포된다.[19] 제3의 길(엔딩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