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02-11 21:00:43

나는 수학이 좋다. 이건 우길 수가 없잖아.

북일고 42기 문과 타임지[1]에 기고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북일고 수학교사 조동현입니다.

1. 가사2. 귀류법


노래 하나를 소개한다. 2010년 11월 30일에 발매된 뜨거운 감자의 앨범에 수록된 곡, ‘수학이 좋다’이다. 1절 가사가 이렇다.

1. 가사

수학이 좋다
1더하기1이 2라는 건 누구나 알죠
답이 있다는 건 너무 기분 좋은 일이죠
네 말이 맞는다고 내 말이 틀렸다고
어떻게 알 수가 있겠어
너와 난 다르다고 넌 나를 틀렸다고
정답을 알고 싶을 뿐이야
당신과 나 사이에도 답이 필요해
객관식에 3번 같은 답
난 지쳐가는 중 너를 놓쳐버리고 싶어
난 수학이 좋다 이건 우길 수가 없잖아

마지막 가사를 다시 보자. ‘난 수학이 좋다. 이건 우길 수가 없잖아’ 그렇다. 다 알고 있듯이 수학은 우길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증명의 힘이다.

2. 귀류법

증명 중에서도 특이한 방법이 있다. 사실 수학자들은 처음에는 이 증명법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길 가는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라. 만약 어떤 사실이 참이라고 가정하고 논리적인 주장을 펼쳐나가다가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사실이 발견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그래 맞다. 처음 참이라고 했던 그 사실이 사실은 거짓이었던 거다. 반대도 가능하다. 처음에 거짓이라고 가정하고 생각해보다가 말도 안 되는 모순이 생긴다면? 그렇다. 역시 처음에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실이 사실은 참이었던 거다. 이정도면 이제 눈치를 챘겠지. 맞다. 귀류법 얘기를 하려는 거다.

귀류법으로 증명한 정말 대표적이고 유명한 명제가 있다. ‘소수(prime number)는 무한히 많다.’ 실제로 조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증명 중 하나라고 한다. 진짜다. 증명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다.

① 먼저, 소수유한하다고 가정하자.
② 그러면 소수를 크기 순서대로 p1,p2,p3,...,pn p_1, p_2, p_3, ... , p_n 이라 둘 수 있다.
③ 이제 이 소수를 모두 곱해서 1을 더한 새로운 수 K = p_1 × p_2 × p_3 × ... × p_n + 1을 생각하자.
④ 여기서 K = p_1 × p_2 × p_3 × ... × p_n + 1이라 두면 분명 K K pn p_n 보다 크므로 K K 소수가 아닌 합성수이다. (pn p_n 이 가장 큰 소수라고 처음에 약속했었다. 소수는 자연수니까 당연히 K K pn p_n 보다 크다.)
⑤ 그리고 K K p_1 × p_2 × p_3 × ... × p_n + 1 이므로 어떤 소수로도 약분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p1,p2,p3,...,pn p_1, p_2, p_3, ... , p_n 중에서 무엇으로 K K 를 나누어도 나머지가 1이 남기 때문이다.)
⑥ 그런데 ‘산술의 기본 정리’라는 게 있다. 모든 양의 정수는 유일한 방법으로 소인수분해 된다는 것인데, 이 정리에 의하면 합성수자연수니까 유일한 방법으로 소인수분해 되고, 합성수의 정의에 따라 반드시 특정한 소수를 약수로 가져야만 한다. 그런데 K K 합성수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소수로도 약분되지 않으니까 이는 모순이다.
⑦ 그러므로 맨 처음 가정했던 ①번의 가정, 즉 소수가 유한개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
⑧ 따라서 소수무한하다.

이렇게 증명이 끝났다. 어떤가? 집에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이 있다면 알기 쉽게 설명해보라. 분명 대부분 못 알아듣겠지만 구라라며 호기롭게 대드는 동생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수학의 힘이고, 증명의 힘이다. 우길 수가 없는 것이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수리논술대회[2]에서도 귀류법 증명 문제를 출제하였다. 여기서 그 증명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혹시 가족이나 친구와 논쟁하게 되었을 때, 귀류법을 써보자. 그러면 집에서 굶거나 혼자 급식을 먹게 되겠지만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 함수 f(x)=x32x+12 f\left(x\right) = x^3 - 2x + {1 \over 2} 에 대하여 f(x)=0 f\left(x\right) = 0 의 실근이 유리수가 아님을 보이시오.
(증명) f(x)=0 f\left(x\right) = 0 의 실근을 α=ab \alpha = {a \over b} (단, a,b a, b 서로소인 정수)라 하면
f(ab)=(ab)32(ab)+12=0 f\left(a \over b\right) = ({a \over b})^3 - 2({a \over b}) + {1 \over 2} = 0
2a34ab+b=0 2a^3 - 4ab + b^ = 0 ,
b3=4ab2a3=2(2ab2a3) b^3 = 4ab - 2a^3 = 2(2ab^2 - a^3) 이다.
마지막 식의 우변 2(2ab2a3) 2(2ab^2 - a^3) 이 짝수이므로 좌변의 식 b3 b^3 도 짝수이다. 그러므로 b b 도 짝수이다. 이제 b=2k b=2k 라고 두면
2a316ak2+8k3=0 2a^3 - 16ak^2 + 8k^3 = 0 , a38ak2+4k3=0 a^3 - 8ak^2 + 4k^3 = 0 ,
a3=8ak24k3=2(4ak22k3) a^3 = 8ak^2 - 4k^3 = 2(4ak^2 - 2k^3) 이다.
마지막 식의 우변 2(4ak22k3) 2(4ak^2 - 2k^3) 이 짝수이므로 a3 a^3 짝수이다. 그러므로 a a 짝수이다.
a,b a, b 서로소이면서 a,b a, b 가 모두 짝수라는 것은 모순이므로, 따라서 f(x)=0f\left(x\right)=0실근유리수가 아니다.[3]
이렇게 증명이 끝났다. 어떤가? 집에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이 있다면 알기 쉽게 설명해보라. 분명 대부분 못 알아듣겠지만 구라라며 호기롭게 대드는 동생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수학의 힘이고, 증명의 힘이다. 우길 수가 없는 것이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수리논술대회에서도 귀류법 증명 문제를 출제하였다. 여기서 그 증명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혹시 가족이나 친구와 논쟁하게 되었을 때, 귀류법을 써보자. 그러면 집에서 굶거나 혼자 급식을 먹게 되겠지만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경험담?

(문제) 함수 f(x)=x32x+12 f\left(x\right) = x^3 - 2x + {1 \over 2} 에 대하여 f(x)=0 f\left(x\right) = 0 의 실근이 유리수가 아님을 보이시오.
(증명) f(x)=0 f\left(x\right) = 0 의 실근을 α=ab \alpha = {a \over b} (단, a,b a, b 서로소인 정수)라 하면
f(ab)=(ab)32(ab)+12=0 f\left(a \over b\right) = ({a \over b})^3 - 2({a \over b}) + {1 \over 2} = 0
2a34ab+b=0 2a^3 - 4ab + b^ = 0 ,
b3=4ab2a3=2(2ab2a3) b^3 = 4ab - 2a^3 = 2(2ab^2 - a^3) 이다.
마지막 식의 우변 2(2ab2a3) 2(2ab^2 - a^3) 이 짝수이므로 좌변의 식 b3 b^3 도 짝수이다. 그러므로 b b 도 짝수이다. 이제 b=2k b=2k 라고 두면
2a316ak2+8k3=0 2a^3 - 16ak^2 + 8k^3 = 0 , a38ak2+4k3=0 a^3 - 8ak^2 + 4k^3 = 0 ,
a3=8ak24k3=2(4ak22k3) a^3 = 8ak^2 - 4k^3 = 2(4ak^2 - 2k^3) 이다.
마지막 식의 우변 2(4ak22k3) 2(4ak^2 - 2k^3) 이 짝수이므로 a3 a^3 짝수이다. 그러므로 a a 짝수이다.
a,b a, b 서로소이면서 a,b a, b 가 모두 짝수라는 것은 모순이므로, 따라서 f(x)=0f\left(x\right)=0실근유리수가 아니다.
[1] 북일고등학교 42기 문과 학생들이 만든 잡지이자 온, 오프라인 커뮤니티로 편집장은 조준형이다.[2] 증언에 따르면 난이도가 헬이었다고...[3] 역쉬 조동현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