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4 11:53:35

농담


1. 2. 3.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작품, 농담

1.

Joke

장난으로 하는 말. 농이라고도 한다.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하면 사람들을 웃길 수 있으며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 욕하려는 의도나 진심이 없는 경우가 많으나, 가끔씩 진심을 담은 뼈 있는 농담을 할 때도 있다. 뼈 있는 농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웃기만 하거나 돌연 정색을 한다면 그 사람의 대인관계는 약간 금이 갈 수 있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하는 선을 넘은 너무 과한 농담도 환영받지 못한다. 진지하게 뭔가 부탁하는데 되레 농담이나 하거나 경고를 주는데도 농담을 안 멈추면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시비가 붙으며, 마침내는 몸싸움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말을 꺼낸 의도가 농담이었더라도 상대방이 진심으로 화를 내거나 분위기가 나빠지려고 한다면 농담이라고 둘러대지 말고 말실수를 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이를 악용해 일부러 상대가 화낼 만한 가시 돋힌 말을 던지고는 농담이라며 비아냥대는 화술도 있다. 당하는 쪽에서는 화내면 속좁고 진지하고 눈치/센스/재치 없고 사회생활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인간으로 몰리기 쉽고, 그렇다고 화를 안 내면 그건 그것대로 속앓이하게 됨은 물론 호구로 취급당한다. 당연히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으로부터 미운털 제대로 박힌다. 너무 심각한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에 걸렸거나 처음 만나는 사이에는 조심하는 게 더 좋다.

일반적인(전형적인) 농담은 셋업(setup)과 펀치라인(punchline)으로 구성된다. 셋업은 상황을 설정하는 부분이고 펀치라인은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 셋업: 한 남자가 술집에 갔는데 바텐더가 말이었다. 남자가 깜짝 놀라 말을 바라보자 말이 “왜요? 말이 바텐더 하는 거 처음 봐요?“라고 물었다.
  • 펀치라인: 그러자 남자의 대답: “전에 바텐더 하던 소는 어디 갔어요?“

이는 물론 일반적인 형태일 뿐이며, 셋업+펀치라인 없는 농담도 많다. 대개 수수께끼의 포맷이며, 농담을 하는 사람이 듣는 이에게 질문을 하는 전개로 시작된다. 가장 유명(?)한 것이 “왜 닭이 길을 건넜을까?“(why did the chicken cross the road?)[1]이며, 낡은 농담의 대명사인 “똑똑“(knock knock) 시리즈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20세기에 유명한 농담 시리즈가 많았다. 참새 시리즈, 입 큰 개구리 시리즈, 덩달이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등이 그 예다. 21세기에는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구전 대면 농담은 사실상 사멸한 듯 하다.

고인 관련 내용, 상대의 부모, 트라우마,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로 농담하면 사회적 매장을 당할 수도 있다.

SF 미디어에서는 거짓말과 함께 인간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도 한다. 기계적인 기능에 충실한 인공지능이나 로봇 캐릭터가 정신적 성장 끝에 인간성을 획득하였다는 의미로 농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2010년대에 등장한 드립이라는 속어도 농담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데, 원래 애드립에서 유래한 속어라 본디 의미는 다르다.
...펠스는[2] 인종적이고 차별적인 발언이 사람들 간에 빈번하게 공유되고 농담으로 소비되면서 점차 "정상"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차별은 사회적으로 용인된다.
{{{#!folding [ 독일어 원문 펼치기 · 접기 ]
Durch häufiges Teilen und die vermeintlich scherzhafte Verarbeitung "normalisieren" sich rassistische und diskriminierende Aussagen, sagt Fels. Sie werden salonfähig.}}}

- 독일 언론 WDR의 기사, "학급 내 채팅 속의 히틀러(Mit Hitler im Klassen-Chat)"에서 발췌.

한편 소수자와 인종, 장애인에 대한 농담은 차별의 일환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농담의 형태로 차별을 가하고, 농담이었다며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 차별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올라가는 가운데, 농담은 극단주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면책 방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

소묘, 서예 등 미술 쪽에서 색의 옅고 진하기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소묘는 이 농담만으로 표현하는 그림기법이다. 진한 순으로 초묵, 농묵, 중묵, 담묵, 청묵으로 불린다. 붓의 먹물을 적당히 덜어내거나 물에 담가놓는 방식으로 농담 조절이 가능하다.

초등미술부터 수묵화(농묵, 중묵, 담묵)가 대표적으로 언급되지만 예술계가 아닌 물리학, 화학 등 여러 과학 분야에서도 쓰는 용어가 바로 이 농담이다. 의미는 미술에서 쓰는 바와 같이 옅고 짙음을 뜻한다. 애초에 한자가 같으니 의미가 통할 수밖에 없다.

3.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작품, 농담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문제 작가 밀란 쿤데라의 첫 작품으로, <농담>은 쿤데라 문학의 사상적 근원을 보여 주는 대표작이다. 쿤데라는 사랑, 우정, 증오, 복수 등 사소하고도 사적인 삶에서 시작된 운명이 결국 어떻게 그 모습을 바꾸는지, 우리 의지와는 달리 인생이 결국 어디로 흘러가는지, 정치적, 사회적 이념 같은 절대 신념이 인간 개인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자유를 그리워하는 한 지성인이 자신을 둘러싼 역사와 정치 상황을 향해 던지는 질문인 동시에 탈이념의 시대라는 현대 시대정신의 구현으로 다가온다.

(줄거리)
평소 농담 하기를 즐기는 루드비크는 혁명에 동참한 첫 세대이다. 스무 살 대학생이었던 그는 같은 대학을 다니는 마르케타를 좋아한다. 방학 때 당의 교육 연수에 참여하러 떠난 그녀에게 루드비크는 그녀의 관심을 얻기 위해 가벼운 정치적 농담을 담은 엽서를 보낸다. 그러나 엽서의 내용이 빌미가 되어 루드비크는 당에서 제명되고 학업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죄과를 시인하면 끝까지 곁에 있어 주겠다는 마르케타의 제의를 거절한 루드비크는 그녀마저도 잃게 된다. 15년 후 루드비크는 자기를 제명시킨 회의의 의장이었던 제마네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 헬레나를 유혹하는데… .

훗날 발레리에의 이상한 일주일을 만든 야로밀 이레쉬가 쿤데라랑 같이 각색해 1968년 영화로 만들었다. 국내에는 지학사(벽호) 출판사에서 체코어 판본을 번역 출간, 민음사에서 프랑스어 판본을 번역해 출간되었다.
[1] 답: 건너편으로 가려고.[2] 독일의 시민단체인 "우익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모바일 상담센터(Mobilen Beratungsstelle gegen Rechtsextremismus)"의 상담사 패트릭 펠스(Patrick Fels)를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