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6 22:41:16

애드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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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음악 연주 시 악보 외의 연주 등을 선보이는 것3. 대본에 없는 즉흥 대사를 뜻하는 말

1. 개요

Ad Lib

'하고 싶은대로'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 ad libitum을 줄인 표현. 한국에서 쓰는 뜻은 즉흥 정도의 뜻이다.

그런데 사실 영미권에서는 '즉흥'이라는 뜻으로 'ad lib'보다는 영단어 improvisation, 혹은 이 단어의 축약어 improv라는 단어를 더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후술할 음악, 연기 영역 모두 마찬가지이다. 왜냐면 애초에 '애드립'이라는 표현은 악보에서나 드물게 쓰이던 축약어가 20세기 이후 뒤늦게 재발견되어 쓰이게 된 것 내지 라틴어 표현을 영어식으로 축약해서 쓴 것이라는 기묘한 입지의 단어인데, 그렇다고 제대로 된 표현인 '아드 리비툼'이라는 표현을 쓰자니 라틴어를 모르는 일반 대중들에게 통하지 않아 그럴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애드리브'라는 단어를 아예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임프로비제이션' 쪽이 표준어 취급이고, '애드리브' 쪽은 은어속어는 아니지만 예전에 유행해서 아직까지도 쓰이는 유행어 정도의 취급이다.[1]

이런 독특한 입지의 단어가 한국에서 정식 용어처럼 들어와 쓰이게 된 이유는 불명. 다만 일본에서도 한국과 거의 똑같은 용법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 단어가 영미권에서 쓰이기 시작했다는 19세기 말~20세기 초반 이후 일본이 들여와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을 한국이 그대로 들여와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유래는 어찌되었든 애시당초 외래어인 것을 같은 외래어인 영단어 'improvisation'이나 라틴어 'ad libtum'으로 대체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즉흥'이라고 번역하자니 이것 또한 한자 조합어인데다 그 뜻이 바로 와닿지도 않기에 일반적으로 계속 쓰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애드립이라고 많이 쓰지만 외래어 표기법의 영어 부분에서 '유성음 자음으로 끝나는 글자는 받침이 아닌 끝에 ㅡ를 붙인다'는 규칙 때문에 애드리브가 표준 표기이다.

애드립은 대부분 작품 제작에 있어 좋게 보이는데,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나 가수가 그만큼 해당 작품의 흐름에 몰입해 보이는 개인기이기 때문이다.

2. 음악 연주 시 악보 외의 연주 등을 선보이는 것

음악 용어. 특히 재즈(비밥) 등에서 즉흥연주를 뜻한다. 원래는 '자유롭게'를 의미하는 라틴어 아드 리비툼(ad libitum)을 줄인 것이며 클래식 음악 용어이다. 협주곡에서의 카덴차(cadenza)와 같은 뜻이다. 예를 들면 헝가리 광시곡 2번 마지막 Prestissimo 돌입 전에 ‘ad lib.’ 이 적혀 있으며 여기서 카덴차로 연주한다. 마제파에서도 7감화음 뒤에 ‘Cadenza ad libtium’이라 적혀 있는 스케일 부분이 등장한다. 이 경우에는 ‘카덴차는 임의대로 연주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다만, 위에서 설명한대로 미국 등지에서 음악, 특히 재즈, 락, 힙합 등 대중 음악의 즉흥 연주를 가리킬 때 널리 쓰이는 용어는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이다. 보통 줄여서 임프로브 (Improv) 라고 쓰인다. 원래 ad libtum 내지 ad lib라는 표현 자체가 클래식 쪽에서도 많이 쓰는 용어가 아니었는데다가, 현대 대중음악 즉흥연주의 기원인 초기재즈음악가들 대부분이 아예 악보를 읽을 줄 몰라서 이런 표현을 접할 일도 없었기에, 특별히 'ad lib'라는 용어를 쓸 필요 없이 일반적인 영단어 'improvization'을 쓴 것이 그대로 음악 용어로 굳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 클래식 쪽에서도 라틴어 '아드 리브툼'의 축약어 '애드립'을 같은 뜻으로 써왔다는 것. 그로 인해 20세기 이후 대중 음악쪽에서도 '애드립'이라는 표현을 다시 받아 들여 쓰게 되었다.

그런데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 'improvization'이라는 용어는 쓰이지 않고 애드립이라는 용어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연기 용어로서 애드립이 먼저 소개되고 인지도를 쌓은 덕분에 비슷한 뉘앙스의 음악 용어로도 정착된 것일 수도 있고, 특히 애드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한국, 일본이 서양 대중 문화를 활발하게 들여오고 번역하던 20세기 초중반에 활발하게 쓰였기 때문에 유독 이 단어만을 자연스럽게 정식 용어로서 접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용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improvization은 단순한 일반 명사 쯤으로 알아들었고, ad lib은 특수한 음악 용어로 알아들었을 가능성 또한 있다. 어쨌든 없는 단어도 아니고 현지에서도 쓰이기 때문에 콩글리시는 아닌 셈. 다만, 이처럼 유별나게 한국 대중 음악계에 특수한 용어로 정착한 바이브레이션의 경우는 콩글리시이다.

어쨌건 재즈에서는 매우 매우 중요하다. 재즈를 이루고 있는 가장 주요한 기본 요소가 바로 즉흥 연주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재즈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코드 안에서 어떤 연주자가 더 개성있고 더 훌륭한 즉흥 연주를 할 수 있는가"를 겨루는 배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 재즈에서의 공연용 퍼포먼스 혹은 연주실력 자랑용이었으나, 점차적으로 음악가의 소양이자 실력테스터가 되었으며 후대에 대중 음악 연주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록 음악 등에서도 보컬 없이 기타가 메인으로 나와서 연주하는 경우도 애드리브라고 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건 기타 솔로이며 이게 애드리브가 되는 경우는 라이브 등에서 즉흥적으로 변화시켰을 경우다.

당연히 목소리가 악기인 가수에게도 적용된다. 이걸로 해당 가수의 가창력을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단, 보컬의 애드립, 즉 가사 없는 흥얼거림의 경우, 스캣(Scat Singing)이나 멜리스마라는 용어가 따로 있다. 이 쪽도 재즈에서 유래한 것이 R&B 계열로 넘어간 것이다.

최근의 대중음악, 특히 Kpop 계열의 노래들에서는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터져나오는 고음 파트들을 애드리브라고 칭하곤 한다. [3]

3. 대본에 없는 즉흥 대사를 뜻하는 말

더스틴 호프만: 야! 사람 지나가잖아! 나 지나가잖아!
(택시기사와 말 싸움을 하고 난후 다시 길을 가던 중.)
더스틴 호프만: 신경쓰지마, 다친 척 하고 보험금좀 타낼수도 있었어.
미드나잇 카우보이 中[4]

어원은 1.

위의 의미가 확장되어서, 영상업계에서 애드리브/애드립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때에는 주로 세가지 상황 있다. 하나는 각본가가 배우의 행동이나 대사를 세세하게 지정하기 어려운 장면이라 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본에다 '애드립'이라고 적어놓는 경우[5]. 또 하나는 배우가 배역에 심취한 나머지 대본에도 없는 행동이나 대사를 하는 경우,[6] 마지막은 대본의 대사를 잊거나 촬영 상의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출연자가 임기응변으로 대사나 행동을 만들어 내어 흐름을 이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영화나 TV 드라마라면 NG 내고 그냥 다시 찍으면 되지만,[7]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연극이나 TV 생방송[8]에서는 실수가 발생했을 때 돌이킬 방법이 없다. 심각한 경우 극의 흐름을 끊거나 공연을 망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배우가 즉흥적으로 극을 이어가는 애드리브 능력 또한 중요한 요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각본에 없는 내용을 즉석해서 연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감독이나 각본가가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여 각본을 변경하기도 한다. 배역에 심취한 배우의 애드립이 해당 캐릭터를 창조한 당사자인 감독의 마음에 들면 대본에 상관없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타카기 와타루는 애드립 한 번으로 기억에 남을 등장인물을 만들어냈다. 초신성 플래시맨대박사 리 케프렌 역을 맡은 시미즈 코지나 다크 나이트조커 역을 맡은 히스 레저도 그 예시다.[9] 양들의 침묵[10]이나 블레이드 러너[11]의 애드리브는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버리기도 했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거울을 보고 말하는 것도 희대의 애드립 중 하나로 꼽힌다. 로빈 윌리엄스굿 윌 헌팅에서 애드립으로 맷 데이먼은 물론 촬영감독까지 웃기는 바람에 자세히 보면 그 장면이 흔들린다는 것을 볼 수 있다.

TV 생방송 중 임기응변으로 사용되는 애드립의 예로는 개그 콘서트 집중토론 코너에서 박성광기러기 아빠갈매기 아빠로 NG를 낸 상황에서 황현희가 "신조어가 탄생했습니다!"라는 애드립을 쳐 모면한 사례가 있다. 참고로 개그 콘서트에서는 한 때 아예 이 애드립을 전면으로 내세운 애드리브라더스라는 코너도 있었고, 마빡이도 등장 멘트를 제외하면 전부 애드립으로 진행했다. 봉숭아 학당에서는 한 때 옥동자가 전기충격을 치는 시늉을 하려고 전기가 흐르는 지 봤는데, 진짜 흘렀기에 출연진들이 당황한 상태에서 "아깝다! 보내버릴 수 있었는데!"라는 애드립으로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을 잘 모면했다. 반면 상황을 수습한답시고 날린 애드립이 오히려 수습불가 사태를 일으키는 사례도 있다.

정치권에서 가장 유명한 애드리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쳐놓겠다"였다. 원래는 대본에 없었다고.

이후 디시인사이드 코미디프로그램 갤러리에서는 이 애드리브를 변형한 인터넷 은어인 전천후 접미사 '~드립'을 탄생시켰다. 예컨대 개드립, 패드립, 소송드립 등등. 보다 많은 파생 용례를 검색하기를 원한다면 드립 항목을 참조할 것. 그 밖에 관련 항목으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애드립 등이 있다.

한국 영화계에선 마동석[12] 성우계에선 이인성[13], 예능계에서는 이수근[14]이 이 분야의 본좌로 뽑힌다.

누벨바그에 영향을 끼쳤다.
[1] 굳이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쓰이는 따봉 정도의 취급이라고 할 수 있다.[2] 아버지뻘인 블루스의 특징에서 유래한 것으로 수많은 블루스 음악가들도 블루노트의 정해진 프레이즈에서 개성있는 즉흥을 만들어 내기위해 고군분투한다. 넘어서 계통의 자식들 그러니까 재즈, 락 심지어 힙합까지 어떻게 말하면 현대음악들의 모태는 블루스노트를 적극 수용하기에 즉흥 연주는 장르의 음악가들마다 가지는 기본 소양 정도로 인지된다. 당장에 비비킹, 스티비 레이 본의 몇십분짜리 즉흥 블루스나 지미 페이지의 즉흥으로 연주해 녹음을 끝내는 기행, 프리스타일 랩을 상기해보자.[3] 대부분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정해져 있는 파트이고, 음원에도 똑같이 녹음돼있지만 애드리브라고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4] 거리를 차단하고 촬영할 허가를 못받자 별 수 없이 거리 곳곳에 카메라를 숨겨둔 후, 배우들만 촬영하다 한 택시기사가 호프만을 칠 뻔하자 화가 난 호프만이 화를 낸 후 즉흥적으로 애드립을 친 것.[5] 보통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상 대화 파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6] 대표적으로 오렌지 주스 드립이 있다.[7] 예외적으로 I am Iron Man이 있다.[8]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는 가벼운 애드립 외에는 제작진과 합의 된게 아니면 방송에 흐름이 끊길 수도 있어서 심하면 출연금지까지 당한다.[9]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애드립을 선호하지 않는데, 고든 서장이 승급해서 박수갈채를 받을 때 레저가 감빵에서 박수 치는 애드립만큼은 놔뒀다.[10] 양들의 침묵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헐리우드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사실 영국 연극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양들의 침묵 촬영장에서 만난 조디 포스터에게서 어릴 때에 이룬 성공에서 오는 자만심과 집안 배경 등에서 오는 열등감을 읽어낸 안소니 홉킨스는 대사에도 없었던 조디 포스터의 배경과 가족, 패션 등을 들먹였고 조디 포스터는 진짜로 화가 나서 촬영 후 따졌으나 나중에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해 보고는 오히려 고마워하였다...라는 말이 사실처럼 알려져있지만 이건 세간에 떠도는 소문일 뿐이다. 원래 있던 대본을 읽은 것 뿐이고 사실 안소니 홉킨스의 애드리브는 그 다음에 나온 뱀처럼 내는 소리이다.[11] 블레이드 러너에서 룻거 하우어가 말한 "빗속의 눈물(Tears in rain)"은 지금도 감각적인 명대사로 꼽힌다.[12] 액션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지만 그의 진가는 즉흥 연기에서 드러난다. 심지어 상대 배우가 구사한 애드리브에도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로 받아치는 능력으로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에는 애드리브로 탄생한 명장면이 많은데, 가장 유명한 일화로 범죄도시에서 장첸 역을 맡은 윤계상이 날린 "혼자야?"라는 애드리브에 마석도 역을 맡은 마동석이 "어, 아직 싱글이야."라고 태연하게 애드리브로 받아친 것이 있다.[13] 네모바지 스폰지밥, 개구리 중사 케로로 등 출연한 작품마다 하나씩은 애드립을 날렸다. 특히 스폰지밥은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수준.[14] 특히 1박 2일 단합대회 편에서 선보인 애드립 강의와 창문 넘어가기 몸개그 장면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다만 후자는 애드리브보다는 슬랩스틱으로 보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