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6 15:51:25

능력과 인간성이 별개인 사람

1. 개요2. 유형
2.1. 능력이 뛰어난 악인2.2. 능력이 모자란 선인

1. 개요

힘 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블레즈 파스칼
창작물과 현실에서 나타나는 캐릭터의 유형 중 하나로, 말 그대로 능력과 인간성이 별개인 인물상.

2. 유형

먼 옛날 이야기라는 것이 생겨난 이래, 현대 시점에서 수백 년도 채 지나지 않은 근대까지만 해도 권선징악적인 이야기들이 절대적으로 주류를 차지해 왔다. 이런 시류에 따라 '주인공이 선하다 = 그만큼 원래 강하거나 어떻게든 강해지는 게 확정되어 있다'라는 공식이 꽤나 뚜렷했다.

이른바 군담소설 계통의 고전 문학이나 신화를 아무거나 골라잡아도 거의 다 이런 유형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환웅 설화처럼 시작부터 먼치킨 타입의 주인공이 아닌 순혈 인간이 주인공인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그를 따르는 인물들은 외면이든 내면이든 실력이든 빠질 게 없는 팔방미인이 넘쳐나지만 하늘의 뜻을 아직 받들지 못해 작품 초반엔 여러 사회적 악이나 아니면 적대자들에게 위협받고 빈궁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 위기와 역경에도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착실히 강해지며, 그 과정 동안 얻은 기연들과 자신이 원래 지닌 재능으로 적대자와 사회의 악을 부수면서 악당들처럼 하면 잠시는 흥할지 모르나 얼마 안 가 망하게 되고 결국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 이것이 정도가 지나쳐 과도한 민족주의적 기질이 묻어나거나 파시즘적인 선동용으로 이런 설화들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근거삼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위대한 핏줄을 물려받은 후손들이며, 따라서 우리는 단지 너희들이 악하기에 처벌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내놓을 것 다 내놓고 얌전히 정의의 편인 우리에게 당하는 것이 올바르다라는 제국주의적인 주장이 정치극단주의자들에게 애용받는 레퍼토리다.

최근에는 세상이 점점 다변화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고리타분하고 정형화된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과 입체적인 설정 등 단순히 '교훈을 얻기 위한 행위'에서 벗어난 '좀 더 문학적으로 즐길 수 있는 행위'에 중점을 두게 되면서 그런 소비자들에게 맞춘 결과 중 하나가 위의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일그러뜨린 인물들의 등장이다. 즉, 본 문서의 제목이기도 한 '능력과 인간성이 같지 않은 경우'가 등장한다.

이런 사람을 지칭하는 사자성어도 있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 하는데, "재주는 뛰어나지만 덕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2.1. 능력이 뛰어난 악인

점차 이야기의 팽팽한 긴장감과 자극을 위하여 이야기의 악인들이 단순히 설정뿐만 아니라, 실제 작중에서도 자신의 우월한 능력과 지능을 마음껏 뽐내며 주인공에게 일시적으로 패배를 안겨준다. 또는 최종 악역도 작가가 아무런 생각 없이 단순히 그 자리에 배치해 놓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시련을 가하는 강대한 세력을 가진 악역이 되기까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가는 심오하고 정교한 스토리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대 창작물에서 이렇게 입체적이면서도 강대한 능력을 지닌 악역 캐릭터는 작품의 대중성과 완성도를 좌지우지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선인인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는 악인이라면, 응당 능력이 뛰어나야 위에서 말하는 고전소설식 원사이드 관광 스토리가 아닌 균형과 긴장감이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가 점점 변화하면서, 현실적으로 자신과 동질감을 느끼기 어려워지며 답답함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 착하고 순한 주인공과 정반대로 탐욕과 야심을 가지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도덕관을 가진 인물들 사이에서 많은 것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전진하는 악역의 모습이 오히려 동질감과 통쾌함을 느끼게 만들 수 있기도 하다. 주인공을 악인으로 설정한 장르인 피카레스크가 흥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창작물과 현실은 철저한 안티테제인 법이므로, 실존인물이 이런 성격을 지녔다면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유형이다. 대표적으로 초한지에 등장하는 초패왕 항우 같은 경우, 무공은 천하제일이었으나 포로 수만 명을 생매장하는 등 성정이 지나치게 무식하고 가혹했기에 인심을 잃었고 역사적인 평도 나빴다. 그나마 자기 분야에서 여태껏 쌓아온 실적이 충분한 사람이 자신의 고집으로 인해 주변을 혹독하게 대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 같은 식으로 바라볼 여지는 있다만...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내가 비리는 저질렀지만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나므로 그 자리에 어울린다는 말을 동원하는 경우에는 답이 없다.

다만 스폰지밥처럼 본래 성향과 의도가 악하지는 않으나, 악의가 아닌 단순한 무지로 인한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잼민이

현실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악인을 중용해서도 신뢰해서도 안 된다는 이치의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로 제환공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간신배들인 역아, 수초, 개방을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 충신인 관중유언[1]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 아쉽다는 이유로 이들을 신임하다가 결국 이들의 역모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현실에서의 대표적인 예는 악마의 재능 문서 참조, 창작물에서의 예시는 악당/캐릭터/지능형 문서 또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창작물 참조.

2.2. 능력이 모자란 선인

상술되었듯, 현대 창작물에서는 권선징악이 필수적이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악역보다는 선한 마음을 가진, 작중에서 상대적으로 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 그 주변 집단을 중심인물로 설정하는 것이 더 대중적인지라 악인보다 묘사와 유형이 다양하다.

군담소설 식으로는 한고조식 무위의 치, 현대에는 덕장이라 불리는 유형이다. 이런 인물은 선량한 마음만을 가지고 있을 뿐, 별로 유능하지 않은데도 주변에 능력도 뛰어나고 선한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상사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으나, 무능력한 상사와 비슷하게 자리 자체가 실무능력이 아닌 인물간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자리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경우로 주변 히로인들에 비해 아무런 능력이 없지만, 오직 착하고 올곧은 마음 하나로 주변 모두를 이끌어가는 다수의 하렘물의 주인공 또한 이런 유형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착하기만 할 뿐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나중에는 어떠한 상황에도 꺾이지 않는 착한 마음 자체가 하나의 능력 취급을 받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현대에서는 능력이 모자란 부분이 전체가 아닌 일부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고지식한 면이 있는 착한 성격에 무예가 뛰어나나 왕으로서 나라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능력은 모자란 선인,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겠다는 높은 꿈이 있으나 현실은 시궁창이라 주변 누구도 상대하지 못하는 빼어난 무력만을 가졌을 뿐 과연 어떠한 식으로 그 세상을 이룰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선인이라는 식. 이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 적으로 위의 능력이 뛰어난 악인이 거의 반드시 등장하고 이 둘이 작품의 주제를 보여줄 수 있도록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둘이 같은 편으로 시작해서 콤비를 이루며 티격태격하면서 서로가 성장을 이루는 경우도 많다.

이런 유의 캐릭터가 주인공인 경우 주인공이 자신의 모자람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잘 묘사하는 데 성공하면 주제의식을 가진 완성도 높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으나, 능력이 뛰어난 악인보다도 묘사하기가 훨씬 어려워서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신나게 까이는 캐릭터가 되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대비를 이루기 위해 넣은 능력이 뛰어난 악인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면 그만큼 반대급부로 선인 캐릭터의 까임지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런 경우 "착하기는 한데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나 '그저 착하기만 할 뿐인 무능한 쓰레기'라는 평가부터, 심하면 "할 줄 아는 건 착한척 밖에 없는 무능한데다 주둥이만 산 위선자"라고 발암인물로 찍혀 까이는 경우도 있다. 아군 측의 고구마 연출을 담당하는 유형중 하나인 선하지만 무능한 인물 유형이다.

창작물에서 내적으로 혹은 외적으로까지 까이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에서는 위의 유형보다는 평가가 좋을 확률이 높다. 다만 역시 좋은 평가를 줄 요소가 없어서 그래도 성격은 좋다고 불리는 경우는 역시 답이 없다.

현실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미국의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 일본군 장성 도미나가 교지, 청나라의 도광제를 들을 수 있다. 그래도 성격은 좋다 참조.

다만 이런 유형의 캐릭터가 무조건 위선자나 무능자로 평가 받기만 하는 건 아니다. 인성이 매우 올바르고 노력 또한 하는데도 재능이나 능력이 그에 미치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대중들로부터 동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화매체에서 이렇게 안타까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유형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가 원펀맨이다. 이 작품에는 무면허 라이더, 탱크톱 마스터 등이 이 문항에 해당하는 능력없는 선역 이라 할 수 있는데,[2] 이 둘은 인성과 히어로로서의 마음가짐은 매우 올바른데도 불구하고[3]강대한 적을 상대로 패배하고 좌절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때문에 이 둘은 원펀맨의 팬덤들로부터 위선자나 무능자라기보다는 이런 녀석들이 진짜 강한 힘이 있어야 하는데... 라며 안타까워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1] 짧게 요약하면 포숙아는 믿고 맡길 만한 재상이지만 자신과 달리 너무 올바르기만 해서 악인을 보고 참을 줄을 모르니, 세 명의 간신배들을 절대 가까이 하지 말고 빨리 쫓아내라는 식으로 조언했다.[2] 둘이 차이점이 있다면 C등급으로 하급 히어로인 무면허 라이더와는 달리 탱크톱 마스터는 S등급으로 최상위 레벨의 히어로이다. 하지만 원펀맨에서는 S급 히어로들 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탱크톱 마스터는 S급이긴 하나 같은 S급 내에서는 최하위권이기 때문에 이런 강적과의 싸움에서 전투력 측정기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즉, 무면허 라이더는 그냥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면 탱크톱 마스터는 능력은 선역 측에서도 상위권이지만 상대와 상황이 너무나도 나쁘다는게 문제인 것.[3] 참고로 이 작품에서는 민간인들을 지키는 히어로들 중에서도 성격적으로 문제를 가진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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