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4 18:41:52

유표성

무표적에서 넘어옴

문법 개념
명사 인칭
동사 시제 (어휘상) 서법
통사 어순 품사 굴절
의미 의외성 유표성

1. 개요2. 용어3. 종류4. 특성5. 형태통사론적 표지6. 관련 문서

1. 개요

/ Markedness

언어학의 개념 중 하나로, '두드러지는 자질(feature)'을 말한다. 프라하 학파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라고 한다.

2. 용어

유표성을 지닌 자질은 '유표적'(marked), 그렇지 않은 것은 '무표적'(unmarked)이라고 한다. 한편 (주로 유표적인 자질에) 통사론/형태론적 형식을 추가하는 것을 '표시'(標示, marking)라고 하며, 그러한 방식으로 추가된 형식을 '표지'(標識, mark)라고 한다.[1]

3. 종류

Haspelmath(2006: 26)[2]는 유표성을 검증하는 12개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 복잡성에 따른 유표성
    • 음소적 구별에 따른 Trubetzkoy식 유표성
      인용 본문에서도 언급하듯 이것이 제일 처음으로(1930년대) 등장한 용법이다. 본래 '유표성'이라는 말은 지극히 음운론적인 차원에서 논의되던 개념이었다.
      • 독일어에서 t/d는 단어 말에서 t로 중화되므로, 독일어에서 d는 t에 비해 유표적이다.
    • 의미적 유표성
      • dog/bitch 중 dog이 일반적인 ''를 의미하므로 더 무표적이다.
    • 형식적 유표성
      • 영어에서 과거 시제는 'ed'로 표지되어 유표적이고 현재 시제는 무표적이다.
  • 어려움에 따른 유표성
    • 음성적 유표성
      • b > d > g 오른쪽으로 갈수록 (음성적으로 어려운 발음이라) 유표적이다.
    • 형태론적 어려움/부자연성에 따른 유표성
      • book/books와 같은 단-복수형은 sheep/sheep에 비해 덜 특징적이기에 더 무표적이다.[3]
    • 인지적 유표성
      • 복수 범주는 단수보다 심적 과정을 더 많이 거치므로 유표적이다.
  • 희귀성에 따른 유표성
    • 텍스트에서의 희귀성에 따른 유표성
    • 상황적 희귀성에 따른 유표성
    • 유형론적 희귀성에 따른 유표성
    • 제한된 분포에 따른 유표성
      • OV 어순은 부정문에서만 등장하므로 더 유표적이다.
    • Markedness as deviation from default parameter setting
    • Markedness as a multidimesional correlation

이처럼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언어학 논문에서 '유표적이다'라는 표현이 쓰일 때에는 저자가 어떠한 의미에서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인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인용한 Haspelmath(2006)은 "이렇듯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유표성'이라는 용어 대신 다른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을 써보자는 것이 앞서 인용한 논문의 요점이다. 제목부터 Against Markedness (and what to replace it with)로 "유표성에 맞서 (그리고 뭘로 대신할 것인가)"이다.

4. 특성

위에서 보듯 유표성이라는 표현은 다소 모호한 용어여서 '의미상의 유표성'과 '형태상의 유표성' 등 다양한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의미적으로 유표적인 것 역시 '어떤 관점에서 유표적이냐(두드러지느냐)는 것이 모호하다.

긍정문과 부정문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발화하게 되는' 자질은 [긍정]이다. 대부분의 발화는 긍정문으로 이루어지고, '유독 그렇지 않을 때에만' 부정문을 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때 [긍정]은 무표적(unmarked)이며 [부정]은 유표적(marked)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도 아래에서 다룰 '흔한 것에는 형태 표지를 붙이지 않는다'라는 원칙이 적용되어, 부정문을 나타내는 '부정소'(negative element)는 있지만(영어의 not, 한국어의 '안' 등) 긍정문을 나타내는 '긍정소' 같은 것은 없다. 부정소가 없으면 긍정문이기 때문이다.[4]

무엇이 유표적인가는 언어 보편적이기도 하지만 (특히 의미론적인 유표성은) 사회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컨대 그냥 '경찰'하면 모든 성을 포괄하나 '여경'으로 [여성]을 표시하는 것도 [여성]이라는 의미 자질이 유표적임을 드러내는 것인데, 이는 여성인 경찰이 드물어 [여성]이라는 의미 자질이 유표적인 사회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단어는 정치적 올바름 측면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또 다른 예로 척도성 형용사가 있을 때 "책이 얼마나 두껍니?"라고 주로 묻고, 얇은 것은 얇다는 점이 강조될 때만 쓰이기에 [+두꺼움]이 [-두꺼움](얇음)보다 더 무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5. 형태통사론적 표지

의미/음성에서의 유표성보다는 좀 더 기준이 명확하다. 원형이 무표지이고 무엇인가가 추가/삭제된 것이 유표지이다.[5] 그리고 이때 추가/삭제된 것을 '표지'(mark)라고 부른다. 이들 표지는 대체로 형태론적으로 의존적인 의존소(dependent)이지만 그렇지 않고 독립적인 개별 어휘일 때도 있다.

의미론적으로 유표적인 것은 대체로 형태적으로도 표지가 부착된다. 일례로 '남경'이라는 말이 잘 쓰이지 않고 '여경'이 주로 쓰인 것은 경찰 직종에 남자가 적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남자 경찰'에는 그동안 '남'이라는 형태 표지를 붙이지 않았던 것이다. 영어 'honest'(정직하다)와 'dishonest'(정직하지 못하다) 역시 더 유표적인 '정직하지 못하다'에 부정 접두사 'dis-'로 표시가 된 예이다.

이에 따라 언뜻 생각하기엔 의외일 수 있겠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것에는 오히려 형태 표지가 없다"라는 언어학적 현상이 일어난다. 인간 사회에서 보다 더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두드러지지 않고(무표적), 형태적으로도 표지를 붙이지 않는 것이다. 즉, '당연한 것에는 굳이 구별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위에서 든 [+두껍다]와 [-두껍다]의 예처럼 더 유표적인 [-두껍다]에 해당하는 '얇다'처럼, 무표적 형식의 파생형이 아닌 별개의 어휘가 쓰이는 경우도 있다.[6]

6. 관련 문서


[1] 단, '표지'는 의미론과 무관하게 통사론적인 영역에서 '문법 표지'(grammatical mark)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2] Haspelmath, M. 2006. "Against Markedness (and what to replace it with)", Journal of Linguistics 42: 25-70.[3] 복수형이면 단수형으로부터 무언가 형태론적 표지가 붙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sheep-sheep과 같은 무표지 형태는 부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이 경우 복수형 sheep은 복수형을 나타내는 형태론적 표지는 없으나 복수형을 만드는 규칙상으로는 유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유표적이다'라는 말의 다양한 의미가 드러난다.[4] 긍정문의 의미를 더 강화하는 강조의 용법으로 긍정문의 형식 일부가 부정소처럼 추가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 가령 영어의 do는 I do like chicken. 식으로 do 없이도 이미 긍정문인 문장에 쓰여서 I like chicken의 의미를 강조한다. do의 이런 강조적 용법은 I don't like chicken의 부정소 don't와 맞대응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do가 있어야지만 긍정문인 것은 아니므로 이를 '긍정소'라고 할 순 없다.[5] 대개 형식이 추가된다. 원형이 A이고 문법 표지 B가 부착되는 식이다. 다만 원형 A로부터 형식이 삭감되어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예도 있다.[6] 한국어에서 또 다른 예로는 '알다'-'모르다'를 들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역사적으로 '모르다'는 ' 알다' 꼴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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