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 |
<colbgcolor=#FDFCFA><colcolor=#232126> 발매일 | 1996년 9월 8일 |
장르 | 얼터너티브 록, 익스페리멘탈 록, 프로그레시브 록, 아방가르드 음악 |
스튜디오 | 서울스튜디오, 난장 스튜디오 |
재생 시간 | 46:00 |
곡 수 | 10곡 |
레이블 | 신촌뮤직 |
프로듀서 | 이적 |
타이틀 곡 | UFO |
||<tablealign=center><tablebgcolor=#fff,#191919><tablebordercolor=#4d3a93><width=80> ||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2007년 89위 ||
2007년 89위 ||
음악취향Y Best 100 |
멜론 선정 명반 밑(음반) |
<keepall> 100BEAT 선정 90년대 베스트 앨범 100 12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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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위 사진은 가사집
1996년 발매된 패닉의 두 번째 앨범.
앨범 전반에 대한 분석과 하술할 가사 논란 등을 논한 당시 기사
2. 특징
발매 당시부터 괴악함과 난해함, 그리고 파격적인 가사 때문에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시비가 일었던 앨범이다. 앨범의 제목 '밑'은 세상 밑바닥의 추악함과 지저분함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커버는 만화가 이우일[1]이 맡았는데, 좀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그림이 많이 들어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남궁연, 김동률, 삐삐밴드, 김세황이 작업에 참여했다.1995년 11월 "달팽이", "왼손잡이" 등 비교적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쉽고 멜로디가 착착 감기는 음악을 만든 이적을 보고 음악평론가들이나 팬들이나 모두 "다음 앨범에서도 1집 때와 비슷한 말랑말랑한 곡들을 내겠군."이라고 생각했으나 완전한 오산이었다.
1집으로 충분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2집에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한다. 이 앨범은 크게 "이적의 음악적 실험"과 "김진표의 파격"이 결합되어 있는데, 특히 이 앨범부터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한[2] 김진표의 파격은 당시 기준으로 도가 매우 지나치다 싶은 논란이 되는 가사의 집필로 나타났다. 이적도 그의 아이디어를 곧이곧대로 다 넣어 준 것을 보면 사실 논란을 즐겼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나마 음반 사전검열이 없어진 직후였길래 망정이었지, 안 그랬으면 앨범 전체가 빠꾸먹었을 수도 있었다.[3]
패닉 1집과 함께 아직까지도 패닉과 이적의 베스트 앨범으로 간주되는 수작이다. 2007년 발표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89위로 랭크되었다. 패닉 1집은 71위로 이 음반보다는 순위가 더 높은데, 아무래도 파격성만 추구한 이 앨범보다는 적절한 파격성과 (왼손잡이같은 노래만 해도 사랑타령인 당시의 대중가요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꽤 파격적인 노랫말을 담고 있었다) 대중성을 균형있게 조율한 점에 있어서 평론가들의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닐까 한다. 2010년 음악웹진 100BEAT가 선정한 1990년대 100대 명반에서 12위에 랭크되었다. 참고로 패닉 1집은 이 랭킹에서 본 앨범보다 낮은 39위에 랭크되었다. 그리고 100대 명반 2018년 버전에서도 61위에 올라 91위인 1집을 앞섰다!
안타깝게도 이적은 이 음반을 끝으로 더 이상의 파격적인 음악은 만들지 않는다. 그 후의 행보만 보더라도 패닉 3~4집, 카니발, 이적 1~5집으로 완전 발라드 가수다. 그나마 이적 1집이 패닉 2집처럼 파격적이었으나 이 앨범은 뜨지 못했다. 패닉의 초기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은 패닉 1, 2집이 원래 패닉의 색깔에 가깝다고 주장하지만, 아쉬운 점을 뒤로 하고 냉정하게 보자면 이미 이적은 파격에 방점을 둔 실험적인 가수보단 세련된 음악 잘 뽑아내는 중견 싱어송라이터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라고 방심하던 2013년, 근 20년이 지나 이적 5집에서 패닉 2집의 색깔을 드러냈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뭐가 보여>나 <병>에서는 패닉 2집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이적 왈 듣는 사람은 이것만 듣고 안 듣는 사람은 바로 패스하는 그런 곡이라고. 이런 마이너한 성향 덕분에 소극장 콘서트에서나 가끔 라이브를 접할 수 있다.
3. 가사 삭제 버전과 완전판에 대하여
패닉 2집 '밑'의 출시년도가 마침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던 해였으므로, 초판본에는 'mama' 포함해서 가사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신문에서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에 표현의 자유가 이래도 되는가 운운하면서 공격했고, 교총과 학부모 연합의 강력 반발로 판매 금지의 위기에 처해지자, '혀'의 일부 가사 삭제, '벌레'와 'mama'의 가사 완전 삭제 버전이 나오게 된다.즉 가사가 삭제된 버전이 초판이 아니라는 것. 일찍 앨범을 산 사람은 완전한 가사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는 패닉의 전집이 재발매되어 가사가 모두 들어간 완전판을 구입할 수 있다.
4. 트랙 리스트
4.1. 냄새 (intro) - 2:16
- 시작부터 파격이 느껴지는 인트로. 냄새를 맡는 효과음
습습하습습하과 이적의 기괴한 쥐어짜는 목소리가 곡 전체에 되풀이되면서 입맛을 다시는 소리, 헐떡이는 노파가 죽어가는 소리, 반음계로만 만들어진 미스테리한 피아노 선율이 이펙트로 들어간 곡이다. 가사는 김진표가 습습하습습하와 낮은 목소리의 내레이션을 맡았고 "이게 무슨 냄새야?"를 날카로운 이적의 목소리로 내레이션 했다. 어느 순간 "우릴 병들게 해."라는 내레이션이 계속 반복되는데 묘한 소름이 돋는다.[4]
냄새 (intro) |
"이게 무슨 냄새야?" |
4.2. UFO - 4:26
- 앨범의 타이틀곡. 이적 본인은 사람들이 UFO를 싸워 물리칠 대상이나 기괴하고 두려운 대상이 아닌, 오히려 세상의 구원자로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 사실 가사를 잘 들어 보면 곡의 초점은 외계인이 아니라 살찐 돼지들이 거짓놀음을 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콘서트에서는 앞부분의 피아노 선율 대신 드라마 시리즈 X-file의 타이틀 뮤직을 쓰기도 한다.
UFO |
⋯어느날 밤 이상한 소리에 창을 열어 하늘을 보니 |
4.3. 혀 - 4:29
-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언론을 "비린내 나는 상한 혀"에 빗대어 표현한 곡. 이 앨범의 가사 검열삭제 1호에 해당하는 곡 되시겠다. 검열삭제의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똥꼬를 핥는 장면이 연상되는 가사가 삭제되었으므로 결국 선정성이 문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새 기준으로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음반 사전심의제도가 사라진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적의 아방가르드한 보컬이 일품이다. 마지막에는 혀를 단칼에 잘라 버린다.
- 4분의 5박자라는 충격과 공포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5]
- 이죽거리는 기타는 당시 넥스트의 김세황의 솜씨. 이후 김진표와 김세황은 노바소닉을 만들어 같이 활동한다.
혀 |
날 찾지 마 (뭐?) 그 혀를 치워 (왜 이래) |
4.4. 江 - 4:35
- 그나마 이 앨범에서 가장 차분하고 서정적인 곡. 끝없이 흐르는 강물을 연상시키는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 위에 이적의 잔잔한 보컬이 얹혀 있다. 2집 콘서트 당시 기타 반주만으로 이뤄진 곡이 1집에 한곡, 2집에 한곡 수록되어 있다면서 조용한 한밤중에 잠들기 전 연주하기 좋은 곡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는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은 5년 뒤에야 등장하는 루시드폴의 음악을 연상시킨다. 이적은 나중에 인터뷰에서 이 곡의 가사와 선율을 만들기 위해 대낮에 소주를 억지로 몇 병씩 까고 골방에서 혼자 기타를 잡고 울었다고 한다.
江 |
내 마음속 강물이 흐르네 |
4.5. 어릿광대 (insert) - 0:54
- 바로 뒤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의 전주곡에 해당하는 곡. 현악 4중주가 연주하기 직전에 조율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김진표가 내레이션을 읊는다.
- 가사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으나, 마녀사냥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이 일부분이다. 이적 본인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어릿광대 (insert) |
거꾸로 매달린 광대가 춤을 춘다 |
4.6.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 5:40
- 경쾌한 현악 4중주의 연주로 곡이 시작된다.[6] 마을 사람들에게 억울하게 죽은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이 각자의 특기를 이용하여 복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복되는 멜로디와 한 편의 잔혹 동화를 연상케 하는 어둡고 몽환적인 가사, 그리고 가사의 마지막 부분[7]이 인상적인 곡으로, 이 앨범 최고의 곡으로 자주 꼽히는 노래이다. 또한, 초반 클래식한 악기와 국악기인 꽹과리의 편성과 왈츠 리듬으로 시작하면서 8분의 6박자의 스윙[8]으로 전환하는 (대중가요로서는) 묘한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
⋯이 노랜 그 어릿광대의 |
4.7. 벌레 - 4:03
- 이 앨범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곡이자 가사 검열삭제 2호. "혀"는 그나마 가사의 대부분이 살아남았지만, 이 곡과 뒤의 "mama"는 가사가 전부 짤렸다. 제목의 벌레는 체벌과 폭력을 일삼으며 강자에 비굴하고 위선적인 제자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만을 늘어놓는 교사에 대한 은유. 이적은 교사의 효과음만 내고 있으며, 멜로디가 없이 전 곡이 김진표의 랩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김진표 자신이 꼽은 최대의 걸작.
- "엿이나 처먹으라지" "한대 확 쳐버리고 싶지" "저런 냄새나는 것들을 우린 존경하는 '님'이라 부르고 무릎 꿇어야 하지" "중학교 고등학교 6년 어딜 가나 나타나는 미친 것들" "세게 때려놓고 살짝 쪼개는 당신은 미친" 등 아주 직설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방송불가 판정은 물론이고 신문과 PC통신에서도 논란이 벌어지는 등 해프닝이 많았던 곡이다. 2001년 무삭제판에서 온전한 가사로 재발매되었다.
- 여담이지만 이 가사가 나올 수 있던 배경으로 상문고등학교[9]가 거론되기도 한다.
벌레 |
벌레 당신이 우릴 잘 다루는 솜씨가 마치 |
4.8. 불면증 - 11:58
- 곡의 길이(11분 58초), 이적과 삐삐밴드 보컬 이윤정의 곡 후반부에 나오는 7분짜리 샤우팅과 괴성이 인상적. 이윤정이 "쿵" 이라고 하면서 곡이 끝나는 이 노래는 한큐의 라이브로 녹음한 곡이다. 이적이 곡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니까 이 곡의 후반부를 자를까 생각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놔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 곡에 대해서 반복되는 멜로디, 불면증에 걸린 사람을 묘사하는 감각적이고 파격적인 곡이라고 했다고. 잘 들어 보면 불면증에 걸린 사람이 끝내 지쳐 쓰러지는 장면을 시간의 순서대로 묘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난해한 곡이지만 이윤정이 노래를 괴상하게 불러서 그런 거고, 멜로디라인은 대중적이고 듣기 좋다. 반면에 "멜로디 괜찮네" 정도로 넘어가는 그저 그런 수록곡이 될 수도 있었던 노래가 후반부로 인해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는 평도 있다. 후반부를 부르면서 서로 언제 끝나냐는듯이 눈길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어느 순간 곡의 녹음이 끝나고 서로 굉장히 어색해했다고 한다. 민망해서 서로 얼굴도 못 쳐다볼 정도로. 곡이 이렇다보니 당연하겠지만 현재까지도 라이브로 부르고 있지는 않다.
불면증 |
날 놔줘 난 졸려 가만히 누워 |
4.9. mama - 5:03
- "벌레"보다 한 술 더 뜨는 패드립 가사. 당연히 검열삭제 3호. 가사가 깨끗이 삭제되어, 후에 발매된 앨범에서 이 곡을 들어 보면 랩은 하나도 없고 웬 MR(...)이 들어 있다. 반인륜적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곡으로, 당시 기준으로는 논란을 일으키기에도 너무 충격적인 곡이라 아예 수면 위로 올라오지도 않았다. 정작 작곡 및 작사 한 김진표 자신은 굉장히 뿌듯해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 곡의 가사는 김진표가 중고생 시절에 쓴 것이다) 직설적인 가사에 암울한 뮤직박스를 사용한 배경선율,[10] 웅얼거리듯 읊조리는 랩이 묘하게 설득력있는 곡이다.
- 이후 2001년 발매된 김진표 3집에는 이 곡의 후속작이라 불러야할지 리메이크라 불러야할지 애매한 성격의 Mama 2001 bounce ver.이 수록되어 있다. 주석, Shader, 랩퍼 悲(김영섭) 세 명이 피처링으로 참여했으며, 이 중 Shader는 스토니 스컹크의 S-Kush. 랩퍼 悲의 라이밍이 꽤 충격이었던 곡이다.
mama |
① |
4.10. 사진 (outro) - 1:43
에필로그 형식의 짧은 발라드. 떠나간 연인을 그리는 피아노곡이며 짦은 곡이지만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적의 보컬이 묘하게 호소력있다. 이 앨범에서 강과 함께 가장 얌전한 곡.
사진 (outro) |
너는 아직도 내게 남아 |
[1] 노빈손 시리즈, 도날드닭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하다.[2] 사실 패닉 1집에서 김진표의 색깔이 온전히 반영된 부분은 "다시 처음부터 다시"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적의 작품. 히트를 쳤던 "달팽이"와 "왼손잡이"의 경우는 각각 색소폰 연주파트와 랩을 김진표 가담 이후 끼워넣은 것이다. 게다가 김진표의 랩은 라이브에서나 볼 수 있고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지도 않다. 이는 이적 데뷔 사흘 전, 본래는 솔로 데뷔였던 이적의 집에 찾아간 김진표에게 이적이 권유해서 김진표와 동시 데뷔가 결정나, 끼워넣을 방법이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고로 김진표의 활동은 2집부터가 본격적이다.[3] 물론 보수적인 계층(예를 들면 학부모층 같은)에게는 사전 검열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논거가 되기도 했다. 뉴스에서는 폭력적인 가사의 가요를 문제 삼으며 이 앨범에서만 두개의 노래(벌레, 마마)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참고로 예로 들었던 다른 한 곡은 DJ DOC의 깡패천국.[4] 여담으로, 냄새를 맡는 효과음은 일정 부분만 녹음하고 그 부분을 반복한 게 아니라 쌩으로 2분 남짓한 시간동안 녹음을 한 것이라고 한다. 녹음 말미에는 두통이 났다고..[5] 사실 대중음악에서 간간히 쓰이긴 한다.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 라디오헤드의 15 Step, tool의 the grudge에서도 4분의 5박자가 쓰였다.[6] 이 현악 4중주의 편곡은 클래식 화성법을 공부한 친구 김동률이 맡았다.[7] "기억해 모두 다 오늘 하루만은 광대의 춤사위를 세상의 어떠한 서러운 죽음도 그냥 잊히진 않네." 난쏘공을 생각하며 작업했다는 이적의 인터뷰가 떠오르는 부분이다.[8] 잘 들어보면 6/8박자의 한 박 안에서 또 스윙으로 세 박을 쪼갠다.[9] 김진표가 다녔던 고등학교이자 그 유명한 말죽거리 잔혹사의 배경인 학교. 자세한 것은 해당 학교 문서 참조.[10] 모성의 상징인 뮤직박스를 일부러 비틀어 쓰고 싶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