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오딘 스피어의 등장 인물. 성우는 히라마츠 신고(배우 출신).한때 에리온 대륙에서 크게 세력을 떨쳤다가 삽시간에 멸망하고 만 발렌타인 왕국의 통치자.
이 인물 자체가 본작의 핵심 내용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누설에 특히 주의를 요한다.
2. 행적
2.1. 작품 이전(생전)
비행선을 타고 머나먼 바다를 넘어와 에리온 대륙 서쪽에 새로이 정착했던 발렌타인 백성의 우두머리였다. 에리온에 기반을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달한 마법 기술을 바탕으로 고도의 발전된 문명과 군사력을 구축해, 짧은 시간만에 선주민족이 세운 라그나네이블과 타이타니아 등의 다른 에리온 여러 나라들을 압도하면서 대륙 영토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막강한 국세를 떨쳤다.왕 자신도 에리온에서 그 이전까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현명하고 강력한 마법사로서 그 과학기술을 집대성해 사이퍼를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콜드론을 만들어 냈으며, 정복 군주로서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동전에 자신의 마력을 담아 분배해 줄 만큼 어질고 사랑받는 군주였다.
이와 같이 팽창하는 발렌타인의 국력은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들의 시기를 사게 되었으나, 그들의 국력만으로는 발렌타인의 마과학 문명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콜드론의 힘을 당해내기 역부족이었으며[1] 발렌타인 왕국이 대륙 전토를 통일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이런 발렌타인의 영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바로 발렌타인 왕의 금지옥엽 외동딸 아리엘이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쌍둥이 남매, 잉베이와 벨벳을 낳으면서부터였다. 그토록 사랑하던 딸이 외간남자와 밀통해 아이를 얻었다는 사실에 경악한 왕은 딸을 별궁에 유폐했으며, 얼마 못 가 그 외간남자의 정체가 자신과 가장 치열하게 세력을 다투던 적국 라그나네이블의 왕, 오다인이라는 사실을 밀고로 알게 되자 왕의 배신감과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수도로 딸을 소환한 발렌타인 왕은 딸을 적국과 내통한 반역자로 몰아 주었던 모든 것을 빼앗고 심신에 온갖 고통을 안겼으며, 심지어 남매까지 별궁에서 불러올려 면전에서 '어머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맹세하도록 시키고 사형 집행인의 손에 넘길 것도 없이 직접 딸의 목을 졸라 죽이고 말았다.
혈육을 죽인 왕에게 '꼬리를 먹은 뱀' 이라는 별명[2]이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민심은 술렁거리기 시작했으며, 이미 광기에 물들기 시작한 왕은 딸과 닮아가기 시작한 벨벳에게 맨정신으로 돌아오면 귀여워해 주다가도, 광증이 머리를 지배하면 사정없이 손수 채찍질을 가했다.
갈수록 포악해지는 왕과, 자신이 피한 학대를 여동생이 대신 견뎌야 하는 것을 더 참지 못한 잉베이는 오다인이 군대를 끌고 발렌타인의 수도로 남하한다는 소문을 듣고 라그나네이블 군이 육박하는 것을 기다려 몰래 콜드론에 잠입해 마력이 영토 전역을 향해 퍼지도록 조준한 다음 폭주시켰다.
생각치도 못한 사이 콜드론이 뿜어내는 마력에 덮쳐진 수도는 순식간에 원형을 찾아보기 힘든 폐허가 되었고, 왕과 다른 발렌타인 국민들은 산 자나 죽은 자나 모두 콜드론에 걸어둔 푸카의 저주에 삼켜짐으로서 위세를 떨치던 발렌타인 왕국은 에리온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폭발에 휘말려 죽어서도 푸카의 저주 때문에[3] 명계에서 오데트의 감시를 받으며 영원히 방황하는 망령 신세가 된 발렌타인 왕이었으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2. 작중 행적(사후)
코르넬리우스가 엔델피아의 출구를 찾아 헤멜 때 접근해, 오데트의 신전까지 안내해 주는 대신 자신을 지상으로 함께 데리고 나가 달라고 요구한다.[4] 이때 코르넬리우스는 어두운 탓에 망령의 머리에 씌워진 왕관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명계를 빠져나오자 윈터호른 산에 자리잡은 용의 둥지에 숨어들어, 용의 알을 훔쳐내 숨긴 다음 발렌타인의 옛 수도로 돌아가 벨벳과 만난다. 손녀가 콜드론에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자 티트렐의 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한발 앞서 콜드론 근처에 숨어 있다가 기진맥진한 벨벳 앞에서 코르넬리우스를 마법으로 공격해 반지를 빼앗는다. 벨벳이 세계의 종말을 원하는 거냐고 절규하자 바로 그걸 바란다면서 모두 함께 사라지게 만들 거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코르넬리우스가 힘을 쥐어짜 검을 휘둘러 반지를 다시 빼앗는 바람에 콜드론을 손에 넣는 것은 실패하고 일단 물러선다.
고블린들을 부추겨 벨벳에게 반지를 빼앗으라고 지시한 뒤, 한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일리트 숲에서 말다툼하던 벨벳과 오다인 앞에 나타난다. 오다인이 아리엘을 죽게 만든 그를 가만두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자, 벨벳을 부추겨 오다인과 대신 싸우게 만들고 직접 분풀이를 하려 들지만 벨벳이 앞을 가로막는 틈을 타 오히려 오다인에게 잡아채여 으스러질 처지에 놓인다.
오다인의 손아귀에서 발렌타인 왕은 '네게 맹세한 사랑이 진실이라면 내게 맹세한 사랑은 거짓 아니겠느냐'라고 하다가, 왜 아리엘이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을 원망하지 않았는가를 언급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안 오다인은 그를 놓아주고, 그는 딸이 죽기 전 남긴 수기의 뒷부분을 보여주며 광기와 죄책감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오다인은 그가 세계에 재앙을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과 그의 입장을 겹쳐보면서 영원히 괴로움을 맛보라 말하며 놓아 준다.[5]
그 후 볼케네른에 숨어들어 고블린들에게 마력을 나눠준 동전들을 푸카 마을에서 빼앗아 오도록 시켰다가, 코르넬리우스와 세번째로 대면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숨기고 있던 용의 알을 꺼내 왕관을 씌워주고 레반탄을 부화시켜 싸우게 만든다. 코르넬리우스가 새끼 레반탄을 제압하자 그의 이름을 물어 가론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가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려준 뒤 레반탄을 데리고 자취를 감춘다.
그 다음 오스왈드와 오닉스가 싸우는 것을 엿보다가, 메르세데스가 브롬을 데리고 나타나자 그가 과거 자신의 신하였다가 도망쳐서 사이퍼의 비밀을 드워프에게 퍼뜨린 사실을 밝힌 뒤 다시 레반탄을 불러내 싸우도록 시킨다. 오스왈드와 그웬돌린이 레반탄과 창칼을 맞댈 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레반탄이 용암과 사이퍼의 강도에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판단되자, 3차 콜드론 전쟁을 통해 다시 가동을 시작한 콜드론에 레반탄을 데리고 나타나서 그 안에 레반탄을 집어넣은 다음 콜드론을 폭주시켜 세계의 모든 포존을 긁어모으게 만들고 이것이 에리온 종말을 여는 서막이 된다. 그 자리에 잉베이가 나타나서 다코바의 마수로 변신해 발렌타인 왕과 콜드론을 함께 없애려 들었으나, 박살나기 직전 마수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면서 위기를 모면해 콜드론을 계속 움직인다.
벨벳이 자신을 막으러 나타나 어머니도 이런 건 바라지 않을 거라 말하며 그만둘 것을 호소하자, 딸과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원인이 너희 남매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콜드론의 방어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중심핵 외의 모든 기관을 무력화시킨 벨벳에게 콜드론에 걸어둔 저주를 언급하고, 낙담과 탈진으로 쓰러진 벨벳을 직접 죽이려다 손녀와 죽은 딸의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다시 괴로워한다.
끝내 벨벳에게 손을 대지 못한 채 레반탄을 불러내 뿔 위로 타고 오른 다음[6], 자신이 초래한 재앙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취한 듯 바라보다가 레반탄이 불길을 뿜으면서 일어난 충격에 휘말려 남은 망령으로서의 모습도 산산이 흩어져 소멸한다.
"이 고통밖에 남지 않은 세상을... 쓸어 없애라! 이 어리석은 죄를 범한 몸도... 쓸어... 없애라......"
하지만 그의 마지막 외침은... 어리석은 죄를 범한 몸은 사라져 안식을 얻었으나,그에게 고통밖에 없던 세계는 종언과 싸울 숙명을 가진 자들과 왕관 없는 두사람의 왕의 노력으로 무산된다. 아이러니하게 서사시의 끝에서 세계를 상대로 다시 일으킨 종말의 전쟁에 죽어서까지 그를 이긴 것은 결국 숙적인 오다인이었다.
세계 재생 후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 벨벳과 코르넬리우스가 모든 발렌타인 동전을 모아 불러내자 생전의 모습으로 환영이 되어 나타난 뒤, 소원을 빌자 그들을 축복하며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주며 사라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벨벳과 코르넬리우스와 함께 온 플레이어를 언급하는 것은 덤.
"거기에 있는... 함께 걸어온 자도 들어라... 그대들의 노력은 마법보다도 훌륭하다... 멈추지 말고 그 일생을 걸어가거라."
캐릭터의 모델은 생전 에리온을 압도하던 마법왕이라는 설정으로 볼 때 우트가르트 로키. 티트렐의 반지와 관련해서는 뵐숭 사가에서 저주받은 반지의 원래 주인이던 안드바리, 광기와 그 원인이 딸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다는 점은 리어왕의 주인공 리어 왕의 모티브를 섞은 것으로 보인다.
[1] 단 한 번 예외가 있기는 했다. 가론 항목 참조.[2] 그가 나중에 부활시켜서 부리는 레벤탄의 모티브가 세계를 한 바퀴 둘러 자기 꼬리를 입에 물었던 요르문간드인 것을 생각하면 별명 자체가 일종의 예언이었던 셈.[3] 아래 이미지를 보면 두개골이 사람 두개골이 아니다. 토끼 두개골이다. 푸카의 저주는 영혼까지도 토끼 모습으로 바꾼다는걸 보여주는 예.[4] 여담으로 발렌타인 왕의 망령 모습을 잘 보면 두개골이 토끼의 그것이다. 푸카의 저주는 망령이 되어서도 따라다닌 모양(...)[5] 이 때 처리했으면 후환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다인이 감정적으로 굴어서 자비를 배푼 탓에 결국 예언의 방아쇠가 이 시점부터 당겨지고 말았다. 종언의 때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마저도 당연한 수순으로 흘러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오다인도 이때가 종언의 막을 마지막 기회일 줄 몰랐으니 죽어서도 고통받으라며 잔혹한 자비를 베푼 것이 화근이었다.[6] 이 과정에서 일어난 충격으로 얼굴 반쪽이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