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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Who is it that can tell me who I am?”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는 자가 누구란 말이냐?”
─Act 1, Scene 4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는 자가 누구란 말이냐?”
─Act 1, Scene 4
<King Lear>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1606년 집필되어 1608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영국을 다스리는 리어왕과 그의 세 딸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국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처절한 비극성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2. 특징
셰익스피어의 다른 4대 비극이 인간적인 관계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몰락을 다루고 있다면, 리어왕은 매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극의 중심에는 리어왕과 그 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들 이상으로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군상극과 같은 양상을 띤다. 즉, 셰익스피어의 다른 희곡들이 주로 몇몇 인물의 갈등을 중심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본작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다층적인 갈등 관계를 맺으며 공간적 배경 또한 여러 영지를 오고 가기 때문에, 매우 스케일이 크고 권선징악적이며 장엄한 이야기가 되었다.셰익스피어의 주인공들은 타인의 악덕이나 내부의 갈등으로 몰락한다. 그러나 리어왕은 자신의 실책이 있었기는 하지만, 정치적 문제가 결정타로 작용하여 몰락한다는 차이가 있다. 작품은 왕이기에 앞서 인간이었던 한 늙은이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집중한다.
햄릿이나 오셀로가 인간관계에서 온 비극으로 죽었다면 그의 죽음은 성격이 다르다. 맥베스 또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다 죽고 말지만(왕이 된다는 목적) 그는 어디까지나 부와 명예에 대한 욕구 탓에 멸망하는 것이다. 리어왕은 오히려 부와 명예에 대한 집착이 적다. 다만 혈육의 정과 안락한 노후를 요구할 뿐이다. 그러나 그는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었고, 자신이 언제나 권력 투쟁의 위험에 노출된 존재임을 간과했다. 그는 모든 권력과 재화를 포기하고 편안한 삶을 원하였지만 결국 광야를 헤매다 비통한 죽음을 맞는다.
작중에서 리어왕과 정말 유사한 캐릭터인 글로스터 백작이 등장한다. 켄트 백작처럼 리어왕에게 충신인 글로스터 백작은 세 딸 대신 두 아들을 뒀지만 사악한 자식에게 속아 자신에게 효심을 다하는 자식을 내친다. 착하고 효심 깊지만 아버지들에게 내쳐졌던 자식들(코델리아, 에드거)이 돌아와 아버지를 몰락시킨 사악한 자식들(고네릴, 리건, 에드먼드)과 대립하는 것도 비슷하지만 오랜 정치에 지쳐서 안식만을 원했으나 외적인 이유로 불행에 처한 리어왕과는 달리, 글로스터 백작은 한 인간으로서의 관점으로 봐도 매우 문제적인 인물이다. 아무리 서자라지만 엄연히 자기 자식인 에드먼드의 출생을 동료 조신과의 대화에서 농담거리로 삼거나, 혹은 별자리 이야기로 자주 안 좋은 이야기를 듣는 에드먼드에게 별자리 점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등 아버지로서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만을 보인다.
사실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양심 대신 다른 방법의 대응이 가능했던지라 리어왕과의 대담 당시 양심에만 충실했던 응답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코딜리어와는 달리, 본인이 뭘 어떻게 해 볼 여지조차 없이 첫 등장부터 이복동생 에드먼드의 음모에 휘말려 본인의 안위를 위협받는 이 작품에서 순수한 선의의 피해자 에드거는 상반된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또 두 인물은 본인 아버지에 대한 감정도 그만큼이나 상반되기에 두 아버지들의 행동과 심리가 비슷한 듯 또 다른 것처럼 두 명의 아버지 각각의 선역 포지션의 자식들의 행동도 비슷한 듯 또 다르다. 육체적 고생을 겪고 본인 손으로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며 탄생의 정통성에 능력을 겸비한 등장인물로 거듭난 에드거는 엄정한 평가를 모두에게 내리는 냉철한 모습으로 본인 아버지의 부도덕한 잠자리와 비참한 결말과의 인과 관계로써 평가하며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음모로 침해한 에드먼드에게도 본인의 정체를 밝히며 정통성이 본인에게 있음만 주장하고 더 이상의 비판을 하지 않으며 '서로 자비를 주고받자'는 언급을 하며 매우 재능이 출중했지만 출신 성분의 제약과 아버지의 무신경한 언행에 노출되어 성장했던 에드먼드가 심리적 안식 속에서 눈을 감도록 배려를 해 주는 등 본인 자체가 명백한 선의의 피해자임에도 시종일관 냉정을 잃지 않고 이성에만 입각하여 행동한다.
반면 코딜리어는 본인의 아버지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에만 충실하다. 그렇기에 민음사판에서 리어왕-코딜리어의 대담에는 그 근저에 깔린 부녀 상호 간의 심리적 감정적 욕구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주로도 달리며 작품 해설에서도 심층적인 분석이 되지만 글로스터 노백작-에드거의 관계는 오히려 글로스터 노백작-에드먼드의 관계보다 주목을 적게 받는다.] 그리고 그 사악한 자식에게 배반당해 자신도 비참하게 몰락하는 등 두 인물은 매우 비슷한 행보를 밟는다. 해석에서도 리어왕의 이야기를 주된 플롯으로 보고 글로스터 백작 일가의 이야기를 부플롯으로 간주하는 해석들이 있다.
현대의 문외한들에게는 햄릿과 함께 고전 막장 드라마라고 폄하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 두 작품의 스토리는 중세 시대에 실제로 벌어졌던 귀족들의 온갖 추악하고 야비한 싸움에 비하면 오히려 크게 순화된 수준이다. 셰익스피어 당시 영국에서는 '잔혹극(revenge play)'이라고 불리는, 요새로 치면 19금 영상물에 해당되는 자극적이고 잔인한 내용의 연극이 유행했는데[1],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당시의 잔혹극에 비해 선정성과 자극성이 상당히 많이 다듬어지고 순화되어 있다.
이처럼 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감칠맛 나는 대사와 복잡한 스토리, 온갖 암투와 음모가 난무하는 이 연극은 귀족 사회의 혼란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당시의 일반 대중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다만 작중 대부분의 선역들이 사망하는 처참한 내용이 대중들의 반감을 샀고, 이런 대중의 열망을 반영해서 결말을 뜯어 고친 수많은 극본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거의 공연이 안 되었고 개작본들만 무대에 올랐던 부끄러운 시기가 있었다.
물론 이 개작 버전들은 작품성 측면에서 원작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는 거의 상연되지 않는다. 현재의 관점에서 리어왕의 가장 큰 매력은 오히려 끝을 모르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극성에 있는데, 정점에 올랐던 한 인간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정말 훌륭하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2.1. Leir of Britain
영국의 전설 속 인물인 레이르(Leir)왕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 레이르왕 전설이 기록된 문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몬머스 제프리의 브리타니아 열왕사[2]인데 이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스토리에 차이가 있다.레이르왕이 3녀 중 두 딸에게 땅을 물려주었다가 이 딸들에게 괄시를 받은 것까지는 리어왕의 스토리와 같지만, 이후 열왕사 속의 레이르왕은 잉글랜드에서 도망쳐 프랑크족에 시집간 코델리아에게 몸을 의탁하게 되고 코델리아의 남편이던 프랑크족의 왕으로부터 군대를 지원받고 프랑크족은 레이르왕을 복권시키기 위하여 잉글랜드를 침공한다. 그 전투에서 고네릴과 리건의 군대는 프랑크족의 군대에 처절히 패배하여 고네릴과 리건, 그리고 그들의 남편까지 전부 사망한다. 이후 다시 왕위를 되찾은 레이르왕은 3년간 나라를 통치하다가 사망하고 코델리아가 레이르왕의 뒤를 이어 나라를 통치하게 된다. 그러나 5년 후 코델리아의 조카들, 즉, 고네릴의 아들인 '마르가누스'와 리건의 아들인 '쿠네다기우스'가 군대를 이끌어 코델리아를 공격하고, 코델리아는 전투에서 패하여 감옥에 갇힌 채 비통하게 자결한다. 이후 마르가누스와 쿠네다기우스는 브리튼 왕위 계승권을 놓고 내전을 치르고 결국 쿠네다기우스가 최종 승리자가 된다. 이후 쿠네다기우스는 수 대에 걸쳐 브리튼을 지배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레이르왕 전설의 작중 배경[3]을 중세 후기로 바꾸고 등장인물을 추가하는 동시에 스토리를 각색하고 주제 의식 등을 넣어 창작한 것이다.
참고로 열왕사 스토리에 기반을 둔 레이르왕 전설에 관한 연극이 셰익스피어 이전 영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는데, 이 연극에서는 상술하였듯 코델리아가 죽지 않으며 리어왕이 왕위를 되찾은 뒤 코델리아에게 왕국을 물려준다.[4]
3. 줄거리
브리튼 왕국의 리어왕은 늘그막에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 슬하의 세 딸들을 불러모아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장녀 고너릴 공주는 아버지를 무척 사랑한다며 갖은 아부와 아양을 다 떨어서 재산의 ⅓을 받는다. 차녀 리건 공주도 고너릴의 행동을 모방해서 똑같이 ⅓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왕의 총애를 받는 막내딸 코델리아 공주만 남았다. 그녀는 언니들의 말이 거짓말이며 아첨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자신만은 정직하게 말하기로 마음먹고 "드릴 말이 없습니다"라고만 하며, 당황한 리어왕은 몇 번의 기회를 더 주었으나 코델리아의 답은 변함이 없고 이렇게 덧붙인다."아버지는 저를 태어나게 해 주셨고, 키워 주셨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 은혜를 당신에게 복종하고, 사랑하고, 존경함으로써 되갚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니들이 당신을 그리 사랑한다면 어찌 남편을 두었을까요? 만약 제가 결혼한다면, 저의 남편은 제 사랑의 반과 함께 책임과 의무 또한 가져갈 것입니다. 확언컨대, 저는 당신만을 사랑하기 위하여 언니들처럼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Good my lord, you have begot me, bred me, loved me: I return those duties back as are right fit, obey you, love you, and most honour you. Why have my sisters husbands, if they say they love you all? Haply, when I shall wed, that lord whose hand must take my plight shall carry half my love with him, half my care and duty: Sure, I shall never marry like my sisters, to love my father all."
라고 말한다. 이에 심기가 불편해진 리어왕은 크게 역정을 내며 재차 "정녕 네 뜻이 그리하다는 것이냐?"(Doth your heart goes with this?)라고 묻는다.[5] "Good my lord, you have begot me, bred me, loved me: I return those duties back as are right fit, obey you, love you, and most honour you. Why have my sisters husbands, if they say they love you all? Haply, when I shall wed, that lord whose hand must take my plight shall carry half my love with him, half my care and duty: Sure, I shall never marry like my sisters, to love my father all."
이에 코델리아는 끝까지 그렇다고 답하고, 리어왕은 코델리아가 끝내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자 배은망덕한 후레자식이라고 욕을 하며 코델리아의 몫으로 예정된 재산을 언니들에게 각각 나눠 줘 버리고 한 푼도 주지 않는다.[6] 이때 코델리아에게 동시에 구애하여 경쟁하던 구혼자들이 둘 있었는데, 버건디[7] 공작은 유산이 없으니 떠나 버리고 코델리아를 진심으로 사모하던 프랑스 왕이 데리고 가 결혼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막내를 내쫓아 버린 왕에게 직언을 하던 충신 켄트 백작은 덩달아 미움을 사 영국에서 영원히 추방당하는 벌을 받는다. 사실상의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리어왕을 다시 보필하기 위해 광대 카이어스라는 신분을 위장하고 그의 시중을 들며 살아간다.
또한 리어왕의 신하 중 한 사람인 글로스터 백작의 서자인 에드먼드는 충분히 능력이 있음에도 서자라는 이유로 적자보다 차별을 받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음모를 꾸며 적자인 형 에드거를 제거[8]하려 한다. 에드거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쳐 톰이라는 가명을 쓰며 미치광이로 위장해 살아간다.
한편, 애초에 자신들이 받을 재산에만 관심이 있었고 아버지에게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던 고너릴과 리건은 유산을 받자마자 아버지를 점점 홀대하며 괴롭히고, 결국 대놓고 아버지를 비난하기 시작한다.[9] 믿었던 두 딸이 자신을 홀대하자 얼마 남지 않은 기사들과 함께 밖으로 쫓겨난 리어왕. 왕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다 못해 그만 미쳐 버리고 만다.[10]
글로스터는 에드먼드의 음모에 휘말려 두 눈을 잃고 나서 죽고 아버지의 소식을 들은 코델리아는 이미 프랑스 왕가에 속했음에도 광야 속에 비참하게 죽어가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하여 영국에 선전 포고를 하고 목숨을 바쳐 전투에 참전하나 결국 우세한 영국군에게 패한 후 포로로 잡혔다가 에드먼드에 의해 감옥에 갇혀 자살로 위장된 타살로 허무하게 죽어 버린다. 리어왕의 장녀 고네릴과 차녀 리건은 에드먼드를 두고 연적이 되어 싸우다가 결국 고네릴이 리건을 독살하고 고네릴은 자살해 버린다. 에드먼드는 자신의 신분을 속여 가며 이를 갈던 에드거의 손에 죽는다.
리어왕 역시 막내딸 코델리아의 죽음을 접한 후 충격과 슬픔에 빠져 죽고 만다. 늘 그렇듯이 모든 것이 끝난 뒤 살아남은 선인들인 켄트 백작[11]과 에드거, 리어의 맏사위 올버니 공작[12]이 서로를 위로하고 뒷일을 수습한다.
4. 등장인물
- 리어왕
브리튼의 왕. 재위 기간 동안에는 누구도 그에게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으나, 은퇴를 결심한 이후 그 즉시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게 된다. 세 딸들에게 유산을 물려주고자 딸들에게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질문했다가 거짓 대답을 한 두 딸에게만 유산을 물려주고 정직하게 말한 셋째 딸 코델리아를 밉게 봐서 쫓아내 버린다. 고령임에도 검술에 뛰어난지 코델리아를 암살한 대장을 검으로 죽인다.
- 고네릴(고너릴)
리어왕의 장녀. 위선적인 성격으로 동생 리건과 함께 아버지의 재산을 얻고자 거짓말을 한다. 나중엔 동생처럼 아버지를 폭풍우 속으로 쫓아내 버린다. 글로스터 백작의 사생아 에드먼드를 사이에 두고 동생 리건과 연적이 되었다가 동생을 독살한다. 후에 악행이 드러나 궁지에 몰리자 자살한다.
- 리건(리간)
리어왕의 차녀. 언니처럼 위선적인 성격으로 언니와 함께 아버지의 재산을 얻고자 거짓말을 한다. 나중엔 언니처럼 아버지를 폭풍우 속으로 쫓아내 버린다. 글로스터 백작의 사생아 에드먼드를 사이에 두고 언니와 연적이 된다. 언니에게 독살당해 먼저 죽는다.
- 코델리아(코딜리어)
리어왕의 삼녀.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막내이자 효녀. 성격이 좋지 않은 두 언니와 달리 아버지에게 정직하게 굴었다가 밉보여서 쫓겨난다. 아버지를 위해 훗날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오지만 영국군에게 패배해 감옥행. 이후 에드먼드의 사주를 받은 대장에게 암살당한다.
- 올버니 공작
고네릴의 남편. 고네릴의 사악함을 알고 나서 그녀 곁을 떠나 리어왕의 복귀에 힘쓰며 리어왕 사후 켄트, 에드거와 함께 사태를 수습한다.
- 콘월 공작
리건의 남편. 아내처럼 사악한 성격이다. 아내 및 처형과 합세해서 리어왕을 내쫓는 데 기여하고 이런저런 악행을 벌인다. 글로스터의 눈을 뽑는 잔인한 짓을 저질렀으며 이를 보다 못한 하인이 말리다가 이게 싸움으로 번진다. 결국 칼부림 끝에 그 하인을 죽이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도 치명상을 입어 곧 죽게 된다.
- 글로스터 백작
리어왕의 신하. 적장자 에드거와 사생아 에드먼드를 두었다. 리어왕과 비슷하게 효자인 에드거를 사악한 자식인 에드먼드 때문에 오해해서 내쫓는다. 나중에 그가 몰락한 리어왕을 도왔다는 이유로 에드먼드와 고네릴, 리건에게 찍혀서 눈을 잃고 맹인이 되어버린다. 자살을 시도하다가 에드거가 정체를 숨기고 보필하면서 겨우 구사일생하지만[13] 극의 막바지에 에드먼드의 진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급사한다.
작중에서는 피해자이지만 선역이라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민음사 번역본 기준으로 그에게 두 아들은 에드거든 에드먼드든 출생조차도 그저 동료 조신인 켄트 백작과 대화를 좀 더 재밌게 하는 대화 주제일 뿐이다.(오히려 켄트 백작이 에드먼드의 친아버지인 글로스터 백작 대신 에드먼드가 능력 있게 성장한 젊은이라고 언급하며 에드먼드 본인의 능력 그 자체만으로 에드먼드의 성과를 인정하며 덕담을 해 준다.) 게다가 에드먼드의 출생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된 에드거에 대해서도 그를 존중하는 언급은 일절 하지 않는다.
- 켄트 백작
리어왕의 신하. 충신으로 리어 왕에게 코델리아 건으로 직언을 하다가 밉보여서 추방당한다. 그래도 왕을 보필하려고 광대로 변장해서 왕의 주변에 머무른다. 극 초반에서 코딜리어의 가치를 알아보고 왕에게 직언하는 모습에 더하여 글로스터 백작이 자신의 아들 에드먼드를 깔보는 무책임한 언행에 대해 '에드먼드는 적어도 능력만큼은 출중하게 성장[14]했다'고 덕담을 하는 등 현명함과 품성을 모두 갖춘 캐릭터이다. - 에드거
글로스터 백작의 아들. 착하고 효심 어린 성품[15]을 지녔다. 글로스터의 정실의 장남이기에 정통 후계자지만 이복동생 에드먼드 때문에 추방당해서 미친 거지로 가장하여 살다가[16] 나중에 음모를 꾸민 이복동생 에드먼드를 결투에서 이겨서 죽이게 된다. 이후 올버니 공작과 함께 뒷수습을 맡게 된다. 에드먼드에 의해 궁에서 쫒겨나서도 거지 생활을 잘 견뎌내는 등 강건한 육체와 멘탈을 갖추고 있으며, 아버지의 최후에 대해서도 굉장히 중립적인 가치 판단을 한다. 그리고 결투에서 애드먼드를 이겼으며, 생명이 다해 가는 에드먼드의 죄를 곱씹기보다는 본인의 이복동생 에드먼드에게 서로 자비를 주고받자며 매우 온건한 태도를 보인다. 물리적으로 본인의 정당한 몫을 지키기 위해 동생의 생명을 박탈했지만, 태생적인 신분과 아버지의 무관심 때문에 많이 상처받아 온 에드먼드의 정신적인 고통만큼은 가는 길에 덜어 주려는 배려까지 해 주는 등 능력 측면에서는 작품 내 완전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성장했지만 감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본인과 친부, 그리고 이복동생 간의 문제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치우침도 작중 거의 드러나지 않고 원한 등의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초월한 모습을 보인다. 에드먼드와의 결투에서 이긴 직후 죽어가는 에드먼드와의 대담을 통해 서자를 낳은 아버지 글로스터 노백작의 '잠자리가 부도덕했다'는 언급을 통해, 아버지의 비참했던 최후를 애통해하는 것과 별개로 아버지에게 냉정한 평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마냥 착하기만 한 인물이 아님을 입증한다. 그리고 첫 등장부터 점성술의 비과학성을 에드먼드[17]에게 말하는 사려 깊은 모습[18]을 보였으며 죽어가는 에드먼드에게 '서로 자비를 주고받자'는 언급을 통해 그나마 마지막은 편히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 에드먼드
글로스터 백작의 사생아. 능력은 있으나 사생아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서[19] 열등감을 품게 되고, 형 에드거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더하여 본인의 출생에 대해 비아냥을 일삼는 글로스터 백작의 말을 들었는지는 민음사 번역본 기준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본인을 동반했던 자리임에도 그 어느 조심성도 없이 이 등장인물의 본연의 능력 발휘 기회를 가로막는 출생을 동료 조신인 켄트 백작에게 농담의 주제로나 생각하는 글로스터 백작의 태도를 감안할 만하다. 물론 작중 안 좋은 쪽으로 본인의 좋은 머리를 썼지만 에드먼드 본인의 경우 글로스터 백작의 그 발언은 못 들었다고 해도 태도를 감지할 능력이 충분히 되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본인을 낳고 별 존재감 없이 죽은 친모에 대한 감정이 있다면 충분히 화가 날 상황은 맞다. 물론 그 분노의 선의의 피해자가 에드거가 된 시점에서 그 음모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 더하여 본인에 대한 최소한의 명예가 존중받지 못하는데 대한 감정이 누적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20]
민음사 번역본 기준 엄밀히 자기 손으로 이복형을 직접 죽일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귀족집 아들이 노숙하면 쉽게 적응이 힘들어서 객사하기를 바랐을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주목표는 글로스터 백작 가문의 계승일 뿐이었고 이복형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해할 의도는 없었다. 이 에드거에게 아버지를 피해 멀리 달아나라고 말한 사람도 에드먼드 본인이고 에드거를 잡다 본인이 다쳐서 놓치는 연극을 연출해 에드거가 살아서 도망치는 걸 글로스터 백작 앞에서 연출해서 형을 살려서 보내준 것도 에드먼드 본인이다. [21] 이 음모에 당할 뻔한 에드거는 도망쳐 거지로 살게 된다. 에드먼드는 이후 리어왕의 딸들인 고네릴, 리건과 양다리를 걸치는 내연 관계가 된다. 그러나 고네릴과 리건이 먼저 죽고, 에드먼드도 형 에드거와의 결투에 패배해 사망하게 된다.
- 오스왈드
고네릴의 집사. 고네릴을 충실히 따르기에 주인처럼 악역이다. 리어왕이 충신 켄트를 내쫓는 데 일조하며 고네릴의 명령으로 글로스터 백작을 죽이려는 순간 글로스터의 아들 에드거에 의해 죽는다.
- 광대
리어왕이 귀여워하며 데리고 다니는 궁정 광대. 리어왕이 몰락해 거지꼴로 떠돌게 된 후에도 함께 떠돌아다니며 그의 곁을 지킨다. 이 과정에서 리어왕이나 그의 딸들, 당시 사회 등에 대한 풍자를 한다. 하지만 작품 종반부엔 어느샌가 사라져서 더 이상 등장이 없는데, 이에 대해 결국은 고된 여정에 죽어버렸거나 미친 주인을 포기하고 버리고 떠나버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22]
- 프랑스 왕
코델리아의 남편. 코델리아가 재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프랑스로 데려간다.
- 버건디 공작
코델리아의 구혼자. 속물적인 심보로 코델리아에게 접근했기에, 코델리아가 리어왕에게 영토도 못 받고 쫓겨나자 미련 없이 그녀를 포기한다.
- 큐란
글로스터의 하인
- 노인
글로스터의 소작인
- 대장
코딜리아를 암살하면 계급을 높여주겠다는 에드먼드의 사주를 받아서 이를 실행한다. 이때 '본인은 마차를 끌지 못하며[23] 귀리를 먹지 못한다[24]'며 군대에서 계급을 높여 성공하겠다며 에드먼드의 명령을 수행하나 그 직후 분노한 리어왕의 칼에 죽고 말았다고 언급된다. 물론 명령을 내린 당사자인 에드먼드가 에드거와의 결투로 인해 사망하고 친 코딜리어계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기에, 리어왕에게 죽지 않았다고해도 코딜리아를 암살한 것이 경력에 플러스 요소가 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 그 외: 전령, 장교, 기사, 신사, 시종, 하인 및 사자들
5. 대중 매체에서
대다수가 명작, 못해도 수작 취급을 받는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1905년 독일의 무성 영화를 시작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한 영국의 2018년작까지 총 십수 번이 넘도록 영화화되었으며 이외에도 드라마부터 라디오, 소설, 그림, 음악까지 리어왕을 모티브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여럿 쏟아져 나왔다.리어왕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란(1985)'이라는 영화인데 일본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딸이 아니라 아들이 나오도록 각색하였다. 물론 결말은 동일하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엑토르 베를리오즈, 클로드 드뷔시는 리어왕을 주제로 한 음악을 작곡했다.
비틀즈의 앨범 Magical Mystery Tour에 수록된 노래 I Am the Walrus 마지막 부분에 존 레논이 리어왕의 구절을 그대로 녹음했다.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의 금사슴반 귀족 학생들의 가문명이 리어왕의 등장인물들에게서 따왔다.
6. 기타
- 축구에 대한 언급이 있다. 작중 제1막 4장에서 켄트 백작이 하인 오스왈드에게 "축구나 하는 천한 놈아(you base football player)"라고 하는 대목이 그것으로, 맥락상 욕으로 사용한 것이다. 정확히는 당시 서민층에서 유행하던 몹 풋볼(mob football)이라는 축구의 조상 격 스포츠를 가리키는 것인데, 바람을 채운 돼지 방광을 발로 차며 난폭한 몸싸움을 벌이던 스포츠라 귀족층에게는 인식이 영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세 유럽의 축구 경기는 걸핏하면 선수들끼리 몸싸움이 집단 패싸움으로 변질될 만큼 난폭하고 거친 스포츠여서 국왕들이 자주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
[1]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인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가 바로 당시의 유행에 맞춰서 쓴 잔혹극이다.[2] 브리튼의 전설의 왕들을 정리한 것으로, 아서왕의 일대기가 처음으로 기록된 문헌으로도 유명하다.[3] 전설 속 레이르왕은 기원전 8세기경 인물로 추정한다.[4] 물론 실제 전설에 따르면 이후 코델리아는 조카에게 패배해 왕위를 빼앗기고 감옥 속에서 홀로 자살하는 지극히 비극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연극에서는 굳이 이후의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도 너무 비극적인 스토리 때문에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꾼 판본으로 자주 시연되었으니....[5] 리어왕은 이미 이전에 자신의 딸에게 결혼하는 귀족에게 땅을 주겠다고 명시했다. 즉, 리어왕이 왕으로서 공주들에게 내린 마지막 명령은 결혼하는 것이었고, 이에 코델리아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니 항명하는 것이냐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6] 이는 절대적인 왕권에 대한 도전의 처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로서 코델리아의 정직하고 꾸밈 없는 성격을 몰랐을 리가 없었을 텐데, 아무리 명령을 거역했다지만 과도할 정도로 큰 벌을 내린 탓에 이 때부터 이미 왕이 노망나서 이성을 상실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물론 리어왕이 늙은 마음에 코델리아가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욱해서 그런 부분도 있다.[7] 부르고뉴를 영어식으로 부른 명칭이다.[8] 단,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일을 벌이기 전에 직접 에드거에게 '아버지의 분노를 피해 멀리 피하라'며 귀띔까지 해 준 데다가, 아버지의 면전에서 도피하는 에드거를 놓치고 에드거의 칼에 맞은 듯한 자작극을 펼쳐서 에드거를 살려서 보낸 것이 에드먼드 본인이다. 에드먼드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까지 했을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일단 작중의 묘사대로라면 에드먼드의 목적은 태생 때문에 가로막힌 출세의 기회에 대한 한풀이 겸 본인에게 무관심한 아버지에게 보복하기 위한 백작위 계승일 뿐 에드거의 목숨까지 빼앗으려고 하는 묘사는 없었다.[9] 처음에는 잘 대접해 주는 듯했으나, 얼마 안 가 밑천이 드러나며 은근히 사람을 점점 못살게 군다. 처음에는 거느리는 기사 수가 많아 뒷정리가 힘들다는 핑계로 기사 수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기사 자체를 없애 버리라고 압박하는 식으로.[10] 이때 비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울부짖으며 외치는 광기 어린 대사는 말 그대로 정신 나간 이라 치부하기 어려운 자식 잘못 키운 후회와 비탄으로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11] 리어의 마지막 충신. 또 에드먼드가 적어도 유능하기는 하다는 것을 친부인 글로스터 노백작보다도 먼저 알아보고 나름대로 덕담을 해주는 등, 사람의 능력을 파악하는 눈과 배려심도 좋은 편이다.[12] 즉 고네릴의 남편. 이 사람은 앞에서도 고네릴의 행동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등 그래도 아내와는 달리 상식인다운 모습을 보이지만, 아내가 공주라 그런지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못한다. 반면 리건의 남편으로 올버니 공작의 동서인 콘월 공작은 아내와 다를 바 없는 악인이었다.[13] 그를 모시고 다니면서 에드거가 저도 모르게 아버지라고 두세 번 부르는 실수를 하지만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다.[14] 글로스터 백작에게 '글로스터 백작이 칭하는 '실수'의 멋진 결실'이라고 언급했다.[15] 하지만 후술 주에도 나오지만 이 효심은 철저히 이성에 의거한 효심이다.[16] 이러다가 리어왕이 몰락한 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그를 알아본 에드거는 당연히 매우 가슴 아파한다. 한편 리어가 '너도 딸년들한테 버림받고 쫓겨났느냐?'고 하는 것이 참 웃지 못할 장면이다(...).[17] 에드먼드 본인은 점성술을 믿지 않았으나 이미 음모를 꾸미고 있었기에 점성술을 명상하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18] 선술했듯이 에드먼드는 비과학적인 점성술로 인해 자주 구설수에 시달렸다.[19] 사생아는 후계자가 될 수 없다.[20] 더하여 글로스터 백작은 본인의 아들인 에드먼드가 출생 별자리 때문에 근거 없는 비아냥을 듣는데도 그 상황에 대한 관심이 없으며 또한 에드먼드 면전에서 별자리 이야기를 일삼는 별자리 심리학의 신봉자이다. 그래서 아무리 점성술로 고결하다고 믿어지는 시간에 태어난다고 해도 본인은 현재와 같을 것이라고 독백한다.[21] 물론 에드거의 능력이 굉장히 출중해서, 이렇게 에드거를 산 채로 놓치는 장면을 연출한 이 자작극은 이후에 본인의 목숨을 빼앗기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22] 코델리아의 죽음 후 슬퍼하는 리어왕의 대사에 나의 불쌍한 바보(fool)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코델리아에게 향한 말이 아니라 여정 도중 죽어버린 광대에 대한 추모라는 해석이 있다.[23] '말 대신 직접 마차를 끈다는 건지 혹은 군에서 유용하게 쓰인 말을 다루는 재주를 군마를 타는 분야가 아닌 다른 쪽에 활용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인지 원문만 보면 알기 힘드나, 민음사 번역본에서는 '본인은 마차를 끄는 말이 아니다'는 주를 달아놓았다.[24] 역시 민음사 번역본에 따르면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