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83년 3월 20일 배철수가 KBS '젊음의 행진'에 생방송으로 출연해서 기타를 치면서 '그대는 나는'을 부르려고 마이크를 바로 잡으려다 감전 사고가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기사
후에 자사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 사건을 다시 언급할 당시에는 여러 사정으로 원래 사고 영상을 내보내지 않고 재연 영상을 내보냈는데 세상만사 공연 영상을 편집한 것이다.[1] 해당 영상은 2003년 쯤에 만들어졌으며 후술할 상상플러스와[2] 그 이전에 방송했던 연예가 중계에서도 이 영상을 사용했다. 링크
2. 경과
배철수가 KBS 별관 공개홀에서 노래를 시작하려고 마이크를 잡은 순간 제대로 접지가 안 된 기타 앰프와 마이크 때문에 감전이 일어났다. 태연하게 노래를 시작하려던 배철수는 나무처럼 굳어 쓰러지고 말았다. 직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스태프 네댓 명이 달려들어 구조를 시도했다. 구창모의 증언에 의하면 이때 당시 PD[3]가 달려나와 마이크를 발로 걷어 차 배철수의 손에서 떨어뜨려 놓았다.당시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송승환도 바로 뛰어올라와 감전 사고 사실을 고지하고 사과 멘트를 하는 등 상황을 수습하려 애썼다. 방청객들은 배철수가 쓰러진 직후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 스태프들이 달려들고 송승환이 사고 사실을 확실히 알리자 연출이 아님을 깨닫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4] 배철수는 그 자리에서 피를 흘렸으며 축 늘어진 채로 스태프에게 끌려나가는 장면까지 송출됐다. 그러는 와중 사고 현장을 보여 2차 피해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대 조명을 끄고 카메라도 돌려놓는 등 공개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래서 긴급 후송을 해야 했으나 구급차를 기다릴 수 없어 음향 장비를 실어 왔던 용달차에 배철수를 싣고 병원으로 갔다. 그렇게 신속히 병원에 호송된 배철수는 다행히 목숨을 부지했다. 이때 부상이 심했는데 전치 3주 진단을 받아 중환자실에 입원했었다. 감전될 때 뒤로 넘어지면서 뒷머리가 약 1.5cm 정도 찢어젔고 손은 다 터져서 피가 났고 몸이 경련을 일으킬 만큼 매우 위험천만한 사고였다. 다행히 손이 먼저 터진 덕에 심장이 멎지 않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예능국장이 병원에 찾아왔었다.
일반적인 전압 수준에서 감전을 당하면 사고자의 몸이 바로 굳어 버려 전원에서 떼어 놓는 것이 중요한데 또 이때 함부로 만지거나 했다간 구조하려던 사람까지 감전을 당할 위험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PD가 마이크를 발로 차서 손에서 날려 버린 것처럼 스태프들이 대처법을 알고 빠르게 대처한 덕에 피해를 크게 줄이게 되었다. 물론 접지를 잘 했다면 아예 사고가 나지 않았겠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진행자였던 송승환이 나중에 방송에서 당시 해당 무대는 끝 무대여서 진행 분량은 다 끝난 상태라 대기실로 들어가려다 사고를 목격하고 다시 무대로 달려갔고, 스태프들도 충격을 받아 얼음처럼 굳어 있는 걸 보고 본인이라도 정신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이크를 다시 잡고 아무 말이라도 했다고 회고했다.
왕영은은 이때 충격을 받아 소리를 지르느라 무대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혹시 콩트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잠시 후 송승환이 뛰어가서 사고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최양락과 이성미도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는데 배철수가 노래를 부르기로 한 시간만큼 방송 시간이 비자 이성미가 기지를 발휘해서 출연자들이 다같이 무대에 나가 타이틀송을 부르자고 하여 무사히 방송을 마무리했다.
3. 원인
이후에는 감전과 전선 정리 문제로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지만 198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무선 마이크의 성능이 떨어져서 거의 대부분 유선 마이크를 사용하였다. 문제는 유선 마이크의 경우 전기가 그대로 마이크를 타고 흐르기에 접지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110V 전압이 주류였고 A형 플러그를 썼기에 접지 자체가 안 된 설비들이 많았다.특히 스테이지의 전기 설비를 쓰는 기타 앰프와 오디오 믹서가 있는 FOH(Front Of House)[5]의 전기 설비가 완전히 달라서 다른 콘센트에 연결되므로 0V가 접지되어도 전위차가 발생하여 배철수의 경우처럼 기타를 치다가 마이크를 잡는 순간 스테이지의 0V와 FOH의 0V간의 전위차[6]가 기타 앰프와 보컬 마이크로 나타나서 이에 따라 전류가 배철수의 몸을 타고 전위가 낮은 쪽으로 흘러가서 감전된 것이다. 특히 스테이지 정도의 대전력을 다루는 경우 3상 회로에서 각 상과 중성선을 묶어 단상을 만드는데 이 때 이런 경우가 거의 무조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FOH유닛으로 가는 전원을 절연 변압기(주로 Y-D로서)를 사용해 플로팅 전원으로 만들거나 전체 시스템에 대한 공통접지를 잡아야 한다. 기타 앰프 쪽에 접지선을 아무 생각 없이 연결하면 380V/415V가 인가되어 바로 폭발하기 때문에 사전에 전력시스템 구성을 확인한 다음 적절한 방법으로 공통전위를 잡아야 한다. 요즘 웬만한 기타 앰프나 믹싱 콘솔 등의 전원 플러그를 보면 접지 단자가 있는 TYPE F 플러그라 콘센트 쪽도 TYPE F이면 자동 접지가 되고 생각이 있다면 Y-Y 나 Dy 등으로 구성된 회로에서 전원을 공급해 전체 중성전압을 일정하게 구성하여 이런 사고를 막았을 것이다.[7]
4. 이후
배철수라는 당시 최고의 인기 가수가 무대 도중 감전을 당해 쓰러지는 장면이 여과없이 전국에 송출되었으니 그 후폭풍은 당연히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진 1983년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사건 직후 배철수의 생사 여부를 묻는 팬들의 전화가 KBS에 빗발쳤다.당시의 감전 사고는 방송사고를 소개할 때마다 단골처럼 나오는 사례였으며 오랫동안 대한민국 최악의 방송 사고를 꼽을 때 1, 2위를 다투었을 정도였다. 이와 맞먹는 급의 방송사고는 그로부터 20여 년이나 지나서야 벌어진 노출 사건이다. 해당 감전 사건의 실제 화면은 직접 보도하기에는 잔인함이 있기에 심의 준수 차 재현된 화면을 썼을 정도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 2010년대 이후에는 기억하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
배철수는 감전 사고 이후에는 한동안 PTSD를 겪는 등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고생을 한 적이 있으며 40년 남짓 지난 후에도 아직도 손에 흉터가 남아 있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공교롭게도 자동차 추돌 사고를 당했던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김봉연 선수가 사고 부위를 가리기 위해 배철수처럼 콧수염을 길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다만 사고 시기는 배철수가 더 앞섰는데 배철수는 1983년 3월에, 김봉연은 프로야구 전기리그가 끝난 직후 올스타 브레이크인 7월에 각각 사고를 당했다.
감전 사고 이후 KBS와 원만히 해결했는지 1988년~1994년까지 사용한 젊음의 행진 오프닝 시그널을 직접 만들어 송골매의 연주로 불렀다. 또 1989년 3월 공사창립특집 기념으로 출연해 영상을 다시 보여주면서 그 당시를 회고[8]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2013년 4월 10일,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패널로 활동하던 남궁연이 "후배들이 모여서 뭐 하나 추진하려는데 괜찮겠느냐..."라고 운을 띄웠는데 궁금해진 배철수가 뭐냐고 묻자 이름하야 '감전 30주년 헌정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남궁연은 "이미 김도균, 신대철 등 섭외 끝났고 형님이 나오셔서 피날레 하셔야 한다"고 농담 섞어 말했는데 배철수는 나중에 화를 냈다. 비록 장난식으로 이야기했다지만 배철수 본인에게는 정말 생사의 기로에까지 놓였던 큰 사고였는데 이를 헌정하는 공연을 하려고 했으니 남궁연의 입장에서는 다행히 사고가 별일 없이 마무리되어 오랜 시간이 지났고 워낙 친한 사이여서 한 농담이었다. 이후에도 남궁연은 4개월 동안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패널로 계속 활약하다가[9] 2013년 8월 28일을 마지막으로 개편을 맞아 하차했다. 심지어 하차 직전 마지막 방송에서도 깨알같이 그 콘서트에 대해 언급하고 갔다. 남궁연은 2013년 중에는 반드시 이 공연을 성사하겠다고 했으나 당연히 성사되는 일은 없었다. 이 콘서트 발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후에도 남궁연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하는 일은 없었다.[10]
당연하지만 본인의 생사를 위협했던 일을 다른 사람이 언급한다면 좋을 리가 없다. 배철수 본인 또한 상상플러스에 출연했을 당시 그때의 감전 사고가 언급되자 그 일을 회고하며 "감전당하면 굉장히 기분나빠요"라고 대놓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당시에도 가짜 자료화면을 썼던 것도 방송 소재로 사용했을 정도다. 손이 다 탔다고 본인이 직접 언급한 것도 이 시기였다. 사건이 일어난 후 시간이 꽤 흘렀을 때 송골매 재결합 관련 내용으로 출연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이를 덤덤하게 풀어갔지만 배철수 본인에게 있어서 여전히 편치 않은 것을 여러 매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8년에 출연했던 MBC 무릎팍도사에서는 "당시 상황이 너무 끔찍해서 모든 영상을 찾아서 지웠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2019년에는 공연 중 감전된 배철수 감전 사고 때도 수십년 전 4선 국회의원이 경호원들에 둘러 싸인 채 VIP석에 앉아 있었는데 감전을 당하는 자신을 보고 비웃었다고 말을 한 적이 있던걸 보면 죽을 뻔한 것 말고도 이래저래 안 좋은 기억들이 겹쳐서 예능용 농담으로라도 말하고 싶지 않은 사건인 건 분명하다. 2005년 콘서트 7080에 구창모가 처음으로 출연했을 때에는 관련 이야기를 웃으면서 했던 것을 보면 아주 기억하기 싫은 것은 아닌 듯하다.
2022년 8월 13일 불후의 명곡에 나온 배철수는 심장이 튼튼해서 살았다는 당시 의사가 하던 말을 이야기 했다.
2023년 설 연휴에 방송된 송골매 특집 방송 40년만의 비행에서도 해당 사건을 짤막하게 다뤘다. 이때는 원본 영상이 그대로 나갔는데[11] 감전당해서 쓰러지는 순간만 편집했다. 배철수는 "마이크가 삐딱하게 놓여 있길래 바로 잡으려고 했다"며 회고했다.
5. 매체
- 샴푸의 요정: 록커 철민(윤철형 분)이 공연장에서 감전 사고를 당한 장면의 모티브가 되었다. 당시 이 드라마가 나오기 5년 전에 실제 사고가 일어났다.
- 호텔 아프리카: 주인공 앨비스의 아버지 트란이 밤무대 마지막 공연을 하던 중 감전으로 목숨을 잃었다.
6. 유사 사고
-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사고로 모 가수 한 명이 감전사했다. 이후 유럽에서는 가수의 매니저가 무대에 접지 설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깐깐하게 따져서 접지가 미흡한 점이 발견되면 조치가 될 때까지 가수를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 특히 독일의 경우 400V의 고전압을 쓰기 때문에 감전되면 더욱 위험하다. 밴드 유라이어 힙의 멤버 중 마약 중독이 심했던 게리 테인(Gary Thain)이 1974년 9월 미국의 텍사스주에서 투어 도중 감전[12] 사고를 당한 후 이전보다 더 심하게 헤로인에 의존하다 동년 12월 8일 27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태진아 정도의 위치인 러시아의 가수 올레크 가즈마노프도 라이브 도중에 비슷한 감전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일본에서도 ELLEGARDEN의 기타리스트인 우부카타 신이치가 감전 사고를 경험했다. 모두 음향 설비에서 누전된 전기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와 감전된 사례다. 2017년 프랑스에서는 가수 한 명이 폭우가 내리던 중 맨발로 공연을 하다가 감전사했다.
- 2022년 11월 30일 멕시코의 한 미인대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한 참가자가 런웨이를 걸어 나와서 마이크를 잡은 순간 갑자기 감전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미인대회가 잠시 중단되는 촌극이 일어났다. 행사 전에 비가 내려 무대와 장비가 젖은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데 다행히도 마이크를 잡은 손에 화상을 입는 것에 그쳤고 그 참가자는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기사, 당시 사고 영상
[1] 영상 편집자가 "끄아아아악~!!" 하는 소리까지 넣었다. 원래 사고 영상을 사측에서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직접 방송에 내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젊음의 행진은 아카이브에 보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다.[2] 상상플러스의 코너 중 하나였던 '세대공감 올드 & 뉴'에 출연했던 최양락을 통해 자세한 얘기가 밝혀졌다.[3] 김대화 KBS 전 PD인데 당시 젊음의 행진 PD는 아니었고 다른 프로그램의 PD였다. 그날 저녁을 먹고 그냥 스튜디오를 구경삼아 들렸는데 마침 그 때 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사고가 일어나기 몇 주 전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었으나 이 사고와 비슷하게 감전되는 사고가 있었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배철수가 굳어 쓰러지자마자 그 보고 받았던 사고가 떠올라 바로 마이크를 걷어찼다.[4] 해당 프로그램이 개그맨이 자주 출연하는 등 유쾌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처음엔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방청객이나 시청자가 많았다. 아래에 언급하듯이 왕영은도 처음에는 콩트로 알았다.[5] FOH는 오디오 믹서가 있는 장소로 공개홀 같은 곳에서 현장의 음향을 컨트롤 하기 위해 현장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스위트 스팟에 오디오 믹서와 기타 음향 장비를 설치한다.[6] 보통 380V[7] 이런 전원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특히 야외무대일 경우엔 별도로 발전기를 붙여서 애초에 상용전원이랑 따로 쓰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발전기를 음향, 조명 등으로 나누어 쓰는데 이 때도 발전기 위상차가 안 맞으면 상호간에 연결된 장비가 터질 수 있으므로 서로 다른 발전기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장비들 사이엔 유선으로 통신선을 연결하지 않는다.[8] 녹화본이 아닌 TV 화면을 찍었고 음성은 나오지 않았다.[9] 심지어 중간에 배철수가 휴가를 간 적이 있었는데, 남궁연이 그 기간 동안 스페셜 DJ를 맡은 적도 있다.[10] 실제로는 남궁연의 과거 문제가 불거져서 방송에 잘 안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얄궃게도 유희열 또한 표절 논란이 일면서 방송에서 모두 하차하게 되어, 현재 신해철과 친했던 지인 중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없다시피하다.[11] KBS 아카이브에 있는 자료가 아니라, 어느 네티즌이 유튜브에 올린 녹화 본으로 나갔다.[12] 이 때문에 배철수가 작가 배순탁과 공저이고 2010년 나온,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이라는 책에서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