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셀리아

[계명성 프로젝트] ? 일루미나의 아이로서 악셀리아는 이러한 클리셰를 잘 알고 있어요. 악셀리아는 일루미나의 수많은 표본 중 하나로, 누군가에게 관찰되고 기록되며, 자신은 신경도 쓰지 않는 어떤 기계에 설치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악셀리아는 그때부터 아버지에게 이와 같은 이치를 배웠습니다.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고통이든, 기쁨이든, 불필요한 감각은 아버지의 눈엔 아무 가치도 없는, 제거해야 할 것들이었어요. 그리고 악셀리아가 기계 이식 실험에 성공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눈에 들 수 있었고, 그 덕에 이렇게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다음은 일루미나 고아원에 있던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바뀌면서 악셀리아의 주변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전투 지령을 보며 언어를 배웠고, 다양한 맛의 영양제에서 미각을 인지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악셀리아는 괴짜로 보였고, [과학 수석 의회] 는 악셀리아가 남들과는 너무 다르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악셀리아가 [정상적인 성장] 이 무엇인지 알길 바라는 뜻에서 한 교사를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수업은 곧 아버지에 의해 중단됐습니다. 아버지는 악셀리아에게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하다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천재는 늘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이 옳은 건지 모르겠지만, 악셀리아는 아버지를 믿고 싶었어요. 그분은 죽음에서 악셀리아를 구해주신 분이니까요.
　

잉겔과 숀, 두 사람 모두 당시 악셀리아의 동료였어요.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날 그 상황의 악셀리아는 어찌할 수 없었을 거에요. 어느 모의 작전에서 패배한 뒤, 악셀리아의 몸에서 격렬한 거부반응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10년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한 번에 터진 것처럼 말이에요. 검푸른 핏자국이 악셀리아의 몸에 나타났고, 작은 상처들 하나하나가 아픔이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했어요. 그런 악셀리아를 고친 건 율리시스였어요. 악셀리아의 [회생] 을 위해 율리시스는 2주 내내 실험실에 갇혀 있었고, 이때부터 붕대와 의안, 큐빅과 수면 캡슐은 악셀리아의 일부가 됐어요. 율리시스... 그가 바로 제 [아버지] 예요.
　

잉겔, 숀과 함께 졸업식을 마친 악셀리아에게 긴 기다림이 시작됐습니다. 악셀리아는 [아버지] 의 성공작입니다. 따라서 그걸 만든 사람은 항상 자기 작품을 다듬고, 그 가치를 실험하며 이를 근거로 더 나은 작품을 더 많이 만들어 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고, 악셀리아는 기다림이 이미 익숙합니다. [전쟁 기계] 악셀리아는 일루미나를 위해, [과학 수석 의회] 를 위해, 율리시스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생명의 귀중함을 늘 강조하셨어요. 전투에서 이겨서 일루미나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악셀리아가 만들어진 거라고 하셨어요... 조종사의 표정이 복잡해 보이네요. 악셀리아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싸움을 싫어한다는 걸요. 하지만 전쟁이 없다면 악셀리아의 존재는 무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