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호

　굉장한 우연이네요. 또 당신이라니! 이번엔 내 일에 대해서 얘기할 거니까 그렇게 서둘러 가지 말아요! 전 평소엔 쿠리어 길드의 편지 배송 임무를 맡고 있어요. 당연히 기밀문서와 물품 전달도 맡고 있죠. 쿠리어 길드에 채용된 건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아니에요! 전 자주 고객에게 신고당해요. 무슨 일이든지 전부 민원 신고를 하는데 진짜 귀찮아 죽을 거 같아요. 목소리가 거슬린다, 말이 많다, 얼굴이 맘에 안 든다, 이게 모두 민원 신고 이유에요. 정말 귀찮고 짜증 나요. 짜증 난다고요...... 그거랑 비교하면 상회와 지하 정보원의 일이 더 좋긴 한데 상회 것들은 왜 자꾸 큰 물건을 보내는 걸까요? 편지 배송이 지체된다고요! 게다가 지하 정보원의 일도 그래요, 왜 맨날 저한테 일루미나에 가라고 하는 거죠? 전 그 지역을 맡고 싶지 않아요. 요새는 그 일루미나의 망할 고집쟁이들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대머리가 되어버리겠어요.
　네? 왜 세 가지 일이나 동시에 하고 있냐고요? 쿠리어 길드에 남아있는 걸로도 만족이 안 되냐고요? 빚쟁이 거지가 뭔지 알아요?

드디어 요시가 당신을 잡았군요! 제 말 좀 들어봐요! 지난번에 귀에 대고 소리 지른 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 전 그냥 제 자신을 잘 제어하지 못하는 것뿐이니까 쫓아내지 말아 줘요! 이건 진짜예요. 예전에 할아버지와 낡고 작은 집에 살았는데, 제가 울고 싶은 욕구를 잘 통제하지 못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어요. 당신이 배가 고프면 꼬르륵거리는 거랑 똑같이 제 입과 목도 울고 싶은 것뿐이라고요!
어느 날, 제가 끊임없이 울어대니까 주변 이웃들이 화가 나서 저희들을 내쫓으려고 했고,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쿠리어 길드의 사람을 찾아서 절 「보내」버렸어요. 부모님은 제가 이상하게 생겼다고 버렸고, 할아버지만 이렇게 이상한 절 주워서 키우셨죠.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할아버지도 제가 이상하니까 버린 거라고 생각해서 또 울고, 부르짖고 싶었죠. 그랬더니, 울다가 죽을 뻔했어요. 그러니까 봐요. 전 그냥 울고 싶은 욕구를 잘 통제하지 못하는 것뿐이에요. 못 믿겠으면 요시에게 물어봐요!　

날개를 닮은 제 손은 선천적인 거예요! 이 날개가 아니었다면 저도 쿠리어 길드에 채용되지 못했겠죠? 네?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요? 됐어요, 됐어요... 저도 제 주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뼈 때리지 말아요. 저는 제 날개가 자랑스러운걸요!
그때는 그 「새인간」이 매일 저를 들고 다니면서 장소를 옮길 때마다 울고 싶지 않냐고 물어봤어요! 정말 짜증 났어요. 입이 마를 정도로 울었는데 대체 내게 뭘 시키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고요! 근데 좀 크고 나서 어렴풋이 이해하게 됐어요. 이게 바로 저의 천부적 재능이었던 거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조금 즐거웠어요. 결국 아무런 능력이 없으면 길드에 직접 은혜를 갚겠다고 호언장담할 수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