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11-06 01:48:51

어덜트 컨템퍼러리



1. 개요2. 상세3. 한국 대중음악의 경우

1. 개요

Adult Contemporary

이지 리스닝, 소프트 록, 블루 아이드 소울 등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성인 취향의 대중음악 스타일. 여기서 말하는 '성인 취향'이라 함은, 10대 팬덤 문화, 혹은 20대 초반까지의 청년층 문화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의 문화적 취향을 의미한다. 즉, 처음 대중 음악을 접하고 열광하게 된 10대들 취향의 음악 장르가 아니라, 음악적 경험이 충분히 무르익은 후에 비로소 자신의 지향과 가치관을 찾게 된 성인들이 찾아 듣는 음악이라는 의미이다.

1960년대 보컬과 1970년대 소프트 록 음악부터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주로 발라드가 많은 음악에 이르기까지 라디오에서 재생되는 대중음악의 한 형태로,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는 일반적으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과 소프트 록(soft rock) 스타일을 팝/록 음악의 진화를 반영하는 약간의 조정을 거쳐 이어졌다.[1] 이지 리스닝, 록 음악, 팝 음악, 소울, R&B 등에도 영향을 받았다.#

감미로운 멜로디, 보컬의 하모니, 자극적이지 않은 리듬에 중점을 두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고 기억하기 좋은 ‘벌스-코러스 폼(verse–chorus form)’의 구성을 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2. 상세

196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지 리스닝 형식에 기반을 두고 발생했다. 1961년 빌보드가 로큰롤과 구분되는 양식의 동시대 히트곡을 집계하기 위해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차트를 개설했고 같은 해 브룩 벤턴(Brook Benton)의 <더 볼 위빌 송(The Boll Weevil Song)>이 차트 1위를 한 것이 시초로 여겨진다. 비슷한 시기 로저 밀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바비 빈튼 같은 뮤지션이 이지 리스닝 차트에 이름을 자주 올렸다. 이지 리스닝 차트는 이후 몇 차례 이름이 교체된 뒤 1979년부터 ‘어덜트 컨템퍼러리’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소프트 락과 칼리 사이먼(Carly Simon),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등의 포크 락에 기반을 둔 음악이, 1980년대에는 <업 웨얼 위 빌롱(Up Where We Belong)>, <돈 노 머치(Don't Know Much)> 같은 듀엣곡이, 1990년대에는 컨템퍼러리 R&B가 어덜트 컨템퍼러리 분야에서 특히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에는 전자음악의 요소를 지닌 곡들이나 인디 락 등도 차트에 수시로 진입하는 등 계속해서 스타일의 다양화를 보이고 있다.

멜로디와 보컬 하모니의 강조, 대중음악의 전형인 벌스-코러스 폼,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가사가 주된 특징이다.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색소폰 같은 악기가 많이 쓰이며 때로는 오케스트라가 추가되기도 한다. 1980년대에 특화된 라디오 포맷으로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Adult Contemporary의 앞 글자를 따 '에이시(AC)'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대표 뮤지션으로 배리 매닐로, 라이오넬 리치, 셀린 디옹[2], 빌리 조엘, 엘튼 존, 마이클 볼튼, 휘트니 휴스턴 등이 꼽힌다. 대표곡으로는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아서스 테마 (베스트 댓 유 캔 두)(Arthur's Theme (Best That You Can Do))>, 라이오넬 리치Say You, Say Me, 마돈나의 <Take a Bow>, 머라이어 캐리보이즈 투 멘One Sweet Day 등이 있다.

3. 한국 대중음악의 경우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를 규정하기가 상당히 애매하고, 마땅치 않다. 간혹 '기성세대 취향의 발라드'[3]라는 설명이 동원되긴 하지만, 이 조차도 정의가 지극히 왜곡된 경우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트로트 장르가 일명 '성인가요'라고 오랫동안 지칭되었기 때문에,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와 한국의 트로트 장르가 이상하게도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도 장르 구분에 '성인가요/트로트'라고 되어 있을 정도다.

이토록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한국 대중음악 특유의 역사적 맥락 때문이다. 1950년대 한국 초창기 대중문화 시대부터 미8군 무대 출신의 미국식 팝 전문 가수들과 트로트 장르 전문 가수들이 정확히 나뉜 채로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4] 이런 분화된 구도가 1970년대 청년문화의 등장, 1980년대 10대 문화의 성장 및 해외 팝 음악의 폭발적인 소개, 1990년대의 10대와 X세대 문화의 주류화 등을 거치며, 일련의 이러한 신세대의 문화의 대척점에 서게 된, 이른바 '기성세대' 취향의 장르들이 마구 혼용되기 시작했다.[5]

사실 엄밀히 따지면 한국의 어덜트 컨템퍼러리는 미국식 팝 발라드에 뿌리를 둔 것으로써, 트로트와는 출발이 완전히 다르다. 일례로 전설적인 가수 패티김은 전형적인 미국식 스탠더드 팝 전문이며,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를 대표하지만, 트로트 장르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이는 패티김의 절친이자, 동시대의 트로트 수퍼 스타인 이미자와 장르적으로 완전히 대비되는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어덜트 컨텀퍼러리 장르를 극도의 완성도로 추구한 가수로는 조용필[6]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이선희, 이문세, 변진섭, 김현철, 윤상, 윤종신, 성시경 등의 이른바 팝 음악, 또는 발라드 계보의 가수들도 어덜트 컨템퍼러리에 속한다고 본다.[7]

매우 좁은 의미에서 기성세대의 세대적 음악 소비로만 한정짓자면, 김종환, 노사연, 최백호, 추가열, 박강성 등도 꼽을 수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60대 이상 기성세대의 지지'로만 한정지을 경우에만 그러한 것이고, 이 또한 본래의 장르 규정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1] Browne, R. B.; Browne, P., eds. (2001). The Guide to United States Popular Culture. Popular Press. p.[2]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1위 곡을 보유하고 있어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테일러 스위프트도 기록에 따라오고 있다.[3] 여기서 말하는 '기성세대'란, 2020년대 기준으로 60대 이상의 노년층 정도로 한정된다.[4] 일례로 가수 남진의 경우, 데뷔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참고한 미국식 팝 가수였지만, 곧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여 나훈아와 양강 구도를 이룬다.[5] 이런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스탠더드 팝 계열 가수들과 트로트 계열 가수들이 함께 KBS 가요무대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6] 사실 조용필의 경우에는 결코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로 한정 지을 수가 없다. 이미 당대의 10대 문화를 이끈 팬덤 1세대이자, 다른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독보적인 수퍼 스타였고, 특히 , 하드록, 프로그레시브 록, 로큰롤, 펑크, 일렉트로니카, 댄스, 디스코, 발라드, 국악, 트로트 등 수많은 장르에서 모두 메가 히트곡을 만들어 낸 전무후무한 가수였기 때문.[7] 이선희, 이문세, 변진섭 등의 경우엔 당대에는 10대들의 스타이기도 했다.